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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41화 (141/215)

<141화 蓬 유산

서른 명과두 명의 싸움.

숫자로 보면 도저히 상대가될 수 없는 싸움이 더욱 말도 안되는 방향으 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저게 무슨….”

고군분투 끝에 마교도 셋을 베어낸 도경의 눈에 보인 것은 양떼를 누비며 도륙하는 늑대 의 모습이 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어김없이 목이 날아간다.

얼핏 보면 검의 궤적을 따라 마교도들이 목을 내어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 도로 부드럽게.

“크아아아!”

정사의 무인들이 마교도들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흉포함에 있다.

그들의 체내에 쌓인 마기는 전투 상황에서 그들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 는 광전사로 만든다.

생채기 한두 개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고 들어오는 그들의 광기어린 맹 진은 상대 에게 근원적 인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준다.

헌데 지금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아유, 이렇게 달려들면 너무 고맙지.”

백우진은 죽음을 불사하며 달려드는 이들을 낚시하듯 낚아채 목을 베어 냈다.

그렇게 열이 넘게 목숨을 잃자, 오히려 마교도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살면서 처음으로 전투 도중에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뒤에 서 있던 자신들의 대장의 검에 심장을꿰뚫렸다.

눈 하나깜빡하지 않고제 부하의 심장에 박아넣은검을 뽑아낸 대장이 낮 게 읊조렸다.

“뒤로 물러서는 놈은 즉결 처형이다.”

“얼씨구.”

올해 최악의 대장감으로 뽑혀도 손색없을 대사를 내뱉는다.

가족이 나 다름없는 동료의 등을 저토록 쉽 게 베다니.

“참 다행이라니까.”

“뭐,뭐가 다행인데.”

도경의 물음에 백우진이 살기등등한 미소를 피어올리며 답했다.

“저런 놈들은 죽여도 죄책감이란 녀석이 요만큼도 안 올라오거든.”

죽어 마땅한 놈이 니까.

도경을 비롯한 모두의 눈에서 백우진의 신형이 잠깐 사라졌다.

이윽고 모습을 나타낸 곳은 대 장의 앞.

뒤에 서서 사태를 관망하며 머릿속으로 수를 강구하고 있던 그는 크게 놀 라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뒤로 한 발 물러서서 검을 휘두르려 했으나.

푸욱!

무위로 돌아갔다.

...

!..

....

......

백우진의 검이 한발 더 빠르게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크믉…!”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피거품을 게워내는 녀석을 향해 그가 이죽거렸 다.

“너도 뒤 로 물러났으니까 죽어 야지 ?”

마기를 몸에 품은 놈들은 심장을 꿰뚫려도 단숨에 절명하지 않는다.

한껏 활성화된 기운이 잠시나마 더 움직일 수 있게 유예를 마련해주기 때 문.

백우진은 천천히 검을 뽑아 녀석의 고통을 최대한 늘려주었다.

“끄으윽!”

녀석은 참혹한 고통 속에서 피를 뿜어내며 목숨을 잃었다.

“고,공격해!”

“크와아아악!”

무방비하게 드러난 백우진의 등을 본 마교도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최 악이 라곤 하나 그들의 대 장이 었다.

천운이 더해져 이곳에서 살아 돌아간다 해도, 죽음을 면치는 못할 터.

이곳에서 죽기로 마음먹은 마교도들의 육탄공세가 이어졌다.

‘적어도팔하나쯤은…!’

생을 도외시한 채 이어지는 동귀어진의 수법들.

그들은 적어도 백우진의 팔이나 다리 하나쯤은 지옥으로 가는 길에 동반 하리라 다짐했으나, 떠나가는 그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없었다.

털썩!

털썩!

그의 앞에 시체로 이루어진 작은 산이 쌓였다.

“다음생에는착하게 태어나라.”

이 상한 사이비 종교에 휘 말려 죽지 말고.

그들의 명복을 작게 빌어준뒤, 검에 묻은피를 털어낸다.

저 멀리서 입을 쩍 벌린 채 이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도경.

‘조금 전 보인 묘리 가 대체 몇 개야…!’

쾌검, 환검, 유검, 연검, 강검 등.

검에는 각각의 묘리란 것이 존재한다.

그것을 깨우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검을 다루는 이의 숙련도 또한 크게 차이가 나기 마련.

보통 평범한 사람이 검을 잡고 하나의 묘리를 깨우치는 데에 평생을 바친 다고한다.

조금 뛰어난 이들이나, 수재들은 두어 개 정도일까.

‘괴물 같은자식....’

헌데 백우진은 지금 보여준 것만 네 개가 넘었다.

본디 여 러 검술을 깨우친 이들은 그 깊이 가 얕아야 하는데, 그에 게는 그런 것도 없었다.

평생 한 우물만 판 사람처럼 깊고 또 깊다.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시 간 없으니 까 빨리 따라와.”

한참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앞서 걸어가는 백우진의 음성이 그녀를 일깨웠 다.

그는 어느덧 공동에 뚫린 구멍 중 하나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도를 등에 동여매며 달려간 그녀가 물었다.

“여기가 출구인가?”

백우진이 희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몰라.”

“아….”

그녀의 시선이 싸늘한 시체가되어버린 마교도들에게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한놈은 살려서 길잡이로 쓴다고 했던 것 같은데 ….”

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자, 백우진은 겸연쩍 게 웃는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인다.

“마교도 놈들한테 말이 통할 리 가 있나.”

그의 변명에 도경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조금 전까지 만 해도 겁에 잔뜩 질린 마교도 놈들의 표정만 봐선 충분히 가 능했을 것 같다.

그녀의 눈으로부터 그러한생각을 읽어내린 백우진이 헛기침을 하며 걸음 을 재촉했다.

“지나간 일은 가슴에 묻고, 빨리 길이나 찾아보자고.”

“•••그래.”

어쨌거나그의 실력 덕분에 넘긴 위기다.

이 상황에서 구태여 그를 압박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그녀는 순순히 그의 뒤를 따라 구멍 안으로 허리를 숙여 몸을 밀어 넣었다.

“윽.

구멍은 구불거리며 위로 이어졌다.

벽면에 등이 닿을 때마다 비처럼 후두둑 흘러내리는 돌가루를 맞으며 다 다른 끝에는 또 다른 공동이 모습을 드러 냈다.

수십 명 정도는 거뜬히 수용 가능한 공동에는 사람 둘 내지 셋 정도는 거 뜬히 들어갈만한 커다란관이 놓여 있었다.

관의 뚜껑에는 날카롭게 벼려진 검 한자루가꽂혀 있었다.

“저게… 뭐지.”

“관이잖아.”

“누가그걸 몰라? 내 말은왜 저게 덩그러니 놓여 있냐고.”

“그건 이제 가서 확인해 봐야지.”

대답을 마친 백우진이 곧장 구멍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어,이봐…!”

그녀도 하는 수 없이 그의 뒤 를 따라 구멍 밖으로 몸을 날려 경 신법을 운 용하여 바닥에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백우진은 성큼성큼 나아가 관 앞에 다다랐다.

“흐음.,,

지난번처럼 마인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생각했지만, 관 안쪽에서 아무 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살아 있는 무언가가 들어 있지는 않다는 뜻인데.

“이 검을 뽑으면 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그만둬!”

관 한가운데에 박힌 검에 손을 가져가려 하자, 도경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뻗어나가던 그의 손을 제지했다.

“안에 뭐 가 들었는 줄 알고 열어 !”

그녀는 노심초사한 상태 다.

첫 번째 공동에 서부터 마교가 수작을 부렸다는 건 그로부터 들었을뿐만 아니 라, 바보 같은 실수로 빠진 함정에서 마교도들을 집접 마주하지 않았던 가.

“여긴 전부 마교 놈들이 마련한 함정이 라고!”

그녀의 눈에는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것들이 수상쩍게 여겨졌다.

그중에서도 눈앞의 관은수상함수치 절정에 달하는 함정 중의 함정.

뭐 가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검을 뽑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앞을 가로막힌 백우진의 눈썹이 기울어졌다.

“함정 아니래도.”

그의 확신어린 말투에 힘이 빠진 그녀를젖히고관 앞에 다다른 백우진.

직접 손을 가져가 기운을 투과해봐도 마인이나 함정의 흔적은 전혀 느 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마교도 또한 이 장소를 빌려서 쓴 입장에 불과했다.

말인즉, 이 공간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은 따로 있다는 뜻.

그리고 이곳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혈수마녀의 장보도까지.

“이게 이곳에 잠들어 있는 유산 아닐까.”

“뭐…?”

그녀의 추리를 들은 도경이 코웃음 쳤다.

제법 그럴싸한 추리 였다.

하지만그의 말에는맹점이 있었으니.

“네 말대로 마교도 놈들이 이곳을 마음대로 이용했다고 쳐.”

그녀의 손가락이 관을 가리킨다.

“놈들이 굳이 혈수마녀의 유산을 두었을 리가 없다고 보는데, 난.”

놈들 또한 이곳을 발견해낸 거라면.

혈수마녀의 유산을 굳이 제자리에 내버려 두고 계략을 짤 이유가 없지 않

겠는가.

“네 말도 맞긴 해.”

백 우진은 수긍했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안 가져간 게 아니라, 못 가져간 거라면 말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말한 백우진의 손은 관의 뚜껑부터 바닥까지 파고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검 손잡이를 가리켰다.

“내 생각엔 이 검이 그런 역할을하고 있지 않나싶은데.”

투박한 손잡이와 장식.

허 나 뚜껑 위로 부끄럽 게 드러낸 검신의 일부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마어마한 명검이네.”

눈앞의 검이 평생을 헤매도 찾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명검이라는 것 을 말이다.

이런 검이 괜히 관에 꽂혀 있을 거란생각은들지 않는다.

물끄러 미 손잡이 부분을 바라보고 있던 백우진이 별안간 손을 뻗 어 그것 을 쥐었다.

“너…!”

놀란 도경 이 다가오려 하자, 반대편 손을 들어 제 지하는 백우진.

그와동시에 단단하게 틀어박힌 검을 들어 올리기 위해 손잡이를쥔 손에 힘을 준다.

“잘봐. 내 생각에 이 검은 절대 뽑히지 않을….”

쑤우욱

얘기가끝나기도전에 검이 반쯤뽑혀 나왔다.

“어,음….”

뻘쭘해진 그는 검을 원래대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손을 놓은 뒤 , 그녀를 향해 물었다.

“왜 뽑힐까?”

“난들 알겠냐!”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 백우진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가원한반응은이런 게 아니었는데….”

지구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어떤 검의 전설처럼 아무나뽑을 수 없는 검이 어야 했는데.

그러다 문득, 자신이 아무나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의 시선이 도경에게로 향한다.

“네가 한번 뽑아봐.”

“뭐라고…?”

“빨리.

백우진이 눈을부라리며 재촉하자,도경의 몸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젠장내가왜….”

울상을 하면서도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 인다.

어쩌면 이미 그녀의 몸에 자신의 명령이 각인된 것은 아닐까싶을 정도.

터 덜터 덜 걸 어 간 그녀 가 손잡이 를 쥐 었다.

“흡.”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검을 들어 올린다.

백우진이 쉽게 들어 올렸던 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검을 들어 올리지 못했 다.

“아니, 이게 왜…!”

팔에 기운까지 실어가며 힘을 줘보았지만 꿈쩍도 않는다.

그 모습을 본 백우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내가 말했지猌 분명히 못 가져간 거라고.”

등뒤에서 들려오는 의기양양한 목소리에 도경의 몸이 찌르르 울렸다.

“하,하지만분명 넌….”

“그건 나니까그런 거고.”

재수 없는 말투에 오전에 먹은 건량이 올라올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는 도 경.

“이제 나와봐.”

그는 죽상이 된 도경을 옆으로 밀어둔 채 다시 한번 검을 쥐었다.

가볍게 들어 올리자마음먹은 대로 검이 뽑혀 나오기 시작한다.

관에 꽂혀 있던 검신이 이윽고 세상에 드러나 맑은 빛을 뿌려대기 시작했 다.

“아….”

그 찬란한 광경에 넋을 잃고 만 도경.

수많은 명검과 명도들을 보아온 그녀의 눈으로 보기 에도 그것은 단연 최 고였다.

할 수만 있다면 전재산을 안겨 주고서라도 사고 싶을 정도.

“허,이거 봐라.”

온전히 검을 들어 올린 백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손에 착감긴다.

마치 자신의 손에 맞춤으로제작한것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다.

백 우진은 이 러한 감각을 이 미 느껴본 바가 있다.

‘에이, 아니겠지.’

설마그럴 리가.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며 검을 혁대에 밀어 넣는다.

“안 그래도 검 하나 구해야지 했는데 잘 됐다.”

이 정도 검이라면 일부러 부러뜨리지 않는 이상 평생을 써도 무방하리라.

“남은건이 안인데….”

백우진의 시선이 덩그러니 놓인 관을 향한다.

억압하던 사슬이 풀려났으니 관의 뚜껑 또한수월하게 열릴 터.

“읏차.”

가볍게 힘을 주어 관의 뚜껑을 들어 올려보았다.

끼기기긱

오랫동안 열리지 않아 요란한 소음을 내며 뚜껑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한다.

‘관을 고정하기 위해 꽂아둔 게 세상에 둘도 없을 명검이었지.’

그렇다면 그 대단한 검으로 고정시켜둔 이 관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있을 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뚜껑을 단숨에 열어젖혔다.

터엉

활짝 열린 뚜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힌다.

백우진은 훤히 드러난 관의 내부를 살폈다.

그 안에는.

웬 여인이 다소곳이 누워 있었다.

그것도 가슴어림에 구멍이 뚫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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