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화 蓬 담금질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가문 내에서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한낮에도 인적이 매우 드문 연무 장.
“아윽…!”
그곳에서 이상야릇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쯤되면 엉덩이 맞고 싶어서 일부러 도전하는 거지?”
“그,그게 아닛….”
짜악!
“아흑….”
백우진의 다리 위에 엎드린 도경의 눈은 반쯤 풀려 있는 상태였다.
오늘로 세 번째다.
얼떨결에 섬서백가에 얹혀살게 된 그녀가 그에게 도전했다가 엉덩이를 내어준 횟수가.
“상식적으로 고작 사흘 전에 신나게 맞았는데 오늘 또 도전한다는 건 제 엉덩이 때려주세요, 하고 덤비는 거 아니냐고.”
“아, 아니이히잇….”
부정하려 할 때마다 엉덩이를 두들겨 맞은 탓에 혀가 꼬여 말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명확한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그저 동굴에서 느꼈던 혼란스러운 감정이 단순히 패배 때문이 었음을 증명하려고 했던 것인데 .
짜악!
“흐응!”
분명 그랬는데.
‘내, 내가어쩌다이렇게….’
그의 날렵한손이 엉덩이를 내리칠 때마다 아릿한고통과 함께 전율이 흐 른다.
엉덩이를 두드린 손을 떼지 않고 손가락이 살에 파묻힐 정도로 꽉쥘 때면.
“아응….”
제 가슴에 높게 쌓아두었던 벽이 자꾸만허물어져 간다.
자신을 낳다가 죽어버린 어머니를 너무나도 사랑한 탓에, 첩실을 들여 후 사를 더 보아야 한다는 충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딸인 자신 하나면 충분하 다고 말하는 제 아버지를 보았을 때.
흑사패황 사후 불안정해질 사흑련을 우려하며 한탄하는 목소리를 엿들었 을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은연중 자신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을때.
그녀는 결심했다.
모든 걸 버리고 사내로서 살겠다고.
나는 사내인데….’
마음만은 그 누구에 게도 지 지 않는 사내 일진대 .
짜악!
“하앙!”
수련할때 겪은고통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볼기 한대에 이토록 가 냘프게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가.
“아쉽네.”
볼기를 실컷 두드리던 백우진이 말했다.
“곧 있으면 이 토실토실한 엉덩이 못 때린다는 게 영 아쉬워.”
혈수마녀의 장보도로 인해 벌어진 사건, 사고들이 마무리 되 었으니 정무 학관으로 돌아갈 때 가 되 었다.
그때가 되면 도경 또한 사흑련으로 돌아갈 터.
“아쉬워, 아쉬워….”
계속 아쉽 다는 말만 중얼거리며 그는 야릇한 손길로 그녀의 엉덩이를 어 루만졌다.
겉으로는 계속 아닌 척하고 있지만, 도경의 몸은 어느 정도 제 성향을 받아 들였다.
다리 위 에 포개 어져 쾌락에 녹아내 린 표정으로 혀를 살짝 빼문 채 숨을 헐 떡이는 모습이 그 증거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 백우진은 쓰게 웃었다.
‘생각보다 너무 즐겼어.’
문제는 때리고, 맞는 관계를 그녀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제법 즐겼다는 거 다.
생 각지도 못한 발견이 었다.
설마 자신이 여인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즐거움을 얻게 될 줄은 상상도 하 지 못했다.
고작 사흘 만에 도경이 백우진을 찾게 되 었듯, 그 또한 그녀를 때릴 때 손 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그 탄력과 제 손길에 허우적대는 그녀의 반응을 즐겼 다.
‘마음 같아선 데리고 가고 싶은데.’
사파의 인물을 정무학관에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녀와의 이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 다.
마주치기 힘들다 뿐이지, 언제가 됐든 그녀와의 재회 또한 확정적으로 정 해져 있다.
작은 문제가 있다면 그녀의 성향을 어설프게 일깨워두었다는 점일까.
‘살짝 불안한데.’
개 인적 인 욕심 이 라도 해도 좋다.
백 우진은 그녀 가 오직 자신에 게 만 엉 덩 이 를 내 어주었으면 한다.
시 간만 충분하다면 제 손길로 길들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허,참.”
스스로 떠올린 생 각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길들이다니.
‘아무리 그래도 내가 용사였고, 지금은 영웅인데 길들인다는 건 좀….’
미약한 거부감이 일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내 것으로 만든다, 라고 순화하자.’
단어만 순화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어쨌든 백우진이 걱정하는 바는 그것이다.
어설프게 제 취향을 깨닫게 된 그녀가 엄한 사람붙잡고 엉덩이를 때려달 라고 하는 건 아닐까.
‘사실 그럴 확률은 희박하긴 한데 ….’
희 박한 확률도 일어 나기 어 려울 뿐이 지 ,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태 가 아닌 가.
전부아니면 전무.
“이봐, 도소저.”
“읏…!”
쾌 락에 흘러내 린 얼굴을 조금씩 수습하고 있던 도경의 얼굴이 재차 붉어 졌다.
“나는소저따위가 아니다!”
그녀 가 빼 액 하고 소리를 내 질렀다.
이제 조금 살만하게 되니 또 자신의 본성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어허, 목소리가높아요.”
짜악!
“하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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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볍게 손목의 움직임만으로 제압에 성공했다.
“도 소저.”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
그러나 그녀는 입을 꾹 다문 채 답하지 않았다.
다시 엉덩이를 내리쳤다.
...
!....
...
“네,네헤….”
비로소 그녀 가 대 답했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 엉덩이에 내 손길 말고 닿으면 안되는 거, 알지?”
그러자 그녀의 눈빛이 새초롬하게 변했다.
“네놈 손길도 안된…, 꺄윽!”
짜악!
“알지?”
“아, 알겠스니다….”
몇번의 대화끝에 그녀는절대 다른사람에게 제 취향을들키지 않겠노라 맹세했다.
백우진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쭉 같이 있을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진한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말투가 그녀의 귓가에 녹아들었다.
그는 한동안 어루만지던 엉덩이에서 손을 떼고, 발목까지 내려가 있는 바 지를 올려주었다.
그리곤 흐트러진 그녀의 옷매무새를 손수 정리시켜준 뒤, 등에 업었다.
백호각에 마련된 방에 이불을 깔고 그녀를 내 려놓고, 가슴까지 이불을 올 려주었다.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그녀와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음에 볼때까지 엉덩이 잘간수하고 있어.”
거기에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땐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겠지.”
마지막 말을 속삭이듯 내뱉고서 백우진은 방을 나섰다.
그 직후, 잠든 척 눈을 꼭 감고 있던 도경의 눈이 번쩍 뜨였다.
엉덩이를 때리는 것 외에 더 많은 것들이라니.
“우읏…!”
바닥에 닿은 둔부에서 아릿한 통증과 쾌감이 밀려온다.
그와동시에 그녀의 심장이 당장에라도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뛰 기 시작했다.
대체 그 많은 것들이 란 무엇일까 생 각하며.
언제 나 만나기 만 하면 으르렁대 던 무림맹과 사흑련이 손잡고 공표문을 내놓았다.
잠깐이나마 섬서를 중심으로 모든 무인들을 들끓게 만들었던 혈수마녀의 장보도에 관련된 이야기 였다.
“자네, 그거 보았나?”
“무림맹에서 낸 공표문 말인가?”
“그래. 알고 보니 그 혈수마녀의 장보도가 마교도 놈들이 꾸민 계략이었 다지 뭔가!”
그들은 혈수마녀의 장보도가 마교도들이 꾸며낸 계략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섬서에 혼란을 가져와 무인들이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그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씩 마교와의 전투가 벌어지는 청해성을 찾는 무 인들의 숫자가늘어났다.
중원에서 버젓이 활동하는 마교도 놈들에 대한 원망을 풀기 위해서였다.
“죽어 맛!”
“더러운 마교도 놈들!”
분노가 서린 칼날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일순간에 증가한 무인들의 숫자에 마교도와 마인들은 맥없이 쓰러졌고, 청해성에서 고작십 리 떨어진 곳에서 고착화되어 있던 전선이 오 리나 더 밀 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들었나? 또 백우진이 한 건 했다더군.”
마교의 계략을 분쇄하는 데에 옥면신룡 백우진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소식이었다.
안 그래도 한껏 치솟았던 그의 명성이 이번 일로 인해 폭발했다.
이 제는 정말 후기 지수와 함께 묶여선 안 된 다는 말과 함께 ‘마쇄 기 (魔 碎技)’라는, 옥면신룡외의 또 다른 별호까지 생겼다.
어디 들렀다 하면 마교도 놈들을 박살낸다고 해서 붙여진 별호였다.
“허허, 마쇄기라.”
그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게 되자, 정무학관또한 난처한 상황에 내몰렸다.
혈수마녀의 장보도와 관련된 조별 과제는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고 공 표하기 가 무섭게 학관을 나선 백우진은 분명 규칙을 어긴 셈 이다.
그런데 한손 거드는 것도 아니고 아예 주도적으로 일을 마무리 짓고 와버렸다.
정파와 사파 양쪽에서 그 덕분에 많은 희생이 날 뻔한 사고를 막았다고 소문이 쫙퍼진 상황에서 그를 징계하려 한다면.
“난리가나겠군.”
성난민심에 그대로 역풍에 맞을 확률이 십 할이다.
결국 학관에서는 그에게 어떤 책임도 물을 수가없었다.
오히려 그가 복귀 할 때 버선발로 마중을 나가기까지 했다.
동시에 신룡조의 조별 과제 점수는 나머지 아홉 조가 일 년이 아니라 오 년 의 시간이 주어져도 따라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내가누구?!”
“신룡조조원!”
덕분에 팔자가 핀 건 구왕수와 장삼이었다.
“와...,저 친구들이 신룡조조원이지?”
“조장인 신룡 따라서 굵직한 일들을 해결했다더니 , 어딘가 대단해 보이는 걸.”
어 디를 가도 선망어 린 시 선으로 쳐 다보니 그들의 어 깨가 하늘 높은 줄 모 르고 치솟았다.
얼마나 높아졌냐면 하루는 백우진이 수련을 하자고 직접 찾아온 적이 있 었다.
“얘들아, 이제 푹 쉬 었으니 수련해야지.”
그때 돌아온 대 답들이 아주 가관이 었다.
“수련, 곤란.”
“조별 과제란 거 …,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소.”
백우진은 제 머리보다 높게 치솟은 그들의 어깨를 친절하게 넣어주었다.
“아주 그냥, 매를 벌어라, 벌어.”
퍼억! 퍼억!
“쿠헥!”
“사,살려주시어억!”
그것도 손수 말이 다.
백우진은 조원들을 모아놓고 앞으로의 계획을 알렸다.
“우리는 올해 남은 기간동안 오로지 수련에 매진한다.”
“에엑…!”
명성은 얻을 만큼 얻었다.
웬만해서 사람들의 기억속에 자신의 이름이 잊혀질 일은 없을 정도.
그러니 이제는 내실을 다질 때다.
정확히는 자신의 등을 든든하게 받쳐줘 야 할 조원들을 담금질할 때.
“솔직히 너희들부담스럽지 않냐.”
백우진의 명성이 치솟은 만큼, 그를 따르는조원들의 명성 또한상당히 높 아진 상태 다.
“명성에 비해 실력들이 영 모자라잖아.”
요즘 들어 말대 꾸가 늘어 난 장삼과 구왕수도 이 번만큼은 아무런 말도 하 지 못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들은 분명 고르고 골라뽑힌 정무학관의 생도들이긴 하나, 현재 무림에 퍼진 명성에 비하면 한참이나 실력이 모자랐다.
“이 자리에서 너희들에게 약속한다.”
부, 명성, 명예.
무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명 예롭고, 호화로운 것들.
“다누릴수 있게 해주마.”
그러니.
“너희는 적어도 그 모든 걸 한 점 부끄럼 없이 누릴 정도만돼라.”
온갖 세속적 인 것들.
구왕수가 바라는 모든 것들이 었다.
그의 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 작했다.
‘백우진과함께라면…!’
자그마한수준에 불과한 자신의 가문의 가주 자리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 는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할게!”
찬란한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려낸 구왕수가 황급히 대답했다.
백우진은 그런 그를 향해 다가갔다.
“광수야.”
“어,어?”
“진짜 내가 하자는 대로 다 따를 거지?”
구왕수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도 백우진의 밑에 있으면서 성장했다.
성장한구왕수는 쉽게 대답하지 않고, 조건을 내걸었다.
“네, 네 가 말한 것들이 정말 따라온다면 … !”
그러 자 백우진은 환하게 웃었다.
“그러엄! 물론이지!”
당연히 따라온다.
지 난 수십 , 수백 년 간 무림 을 혼란에 빠트려 온 마교를 뿌리 뽑는 일 이 다.
부, 명예, 명성? 본인뿐만아니라그의 자식, 자식의 자식까지도누릴 수 있 지 않을까.
‘못누리고죽을확률이 높아서 문제지.’
마지막까지 죽지만 않는다면 구왕수가 제 턱주가리에 주먹을 갈겨도 용 서해주리라.
가장 의 지 가 박약한 구왕수마저 제대로 꿰어낸 뒤 , 본격적 인 신룡조의 담 금질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