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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47화 (147/215)

<147 화 蓬 담금질

푸르른 녹음이 빨갛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 다.

“자세 더 낮춰 !”

그들이 백하현에서 정무학관으로 돌아온 지도 어느덧 삼 개월이 지났다.

잠시 멈춰 서서 내실을 다지겠다고 선언한 대로, 백우진은 조원들을 혹독 하게 굴렸다.

세 시진의 수면과 세 끼 식사 시간에 반 시진, 자유시간에 한 시진을 제외 한 모든 시 간 동안 그들을 훈련시 켰다.

낮에 는 기 초를 다지 고, 밤에 는 조원 들과 조장간의 대 련으로 실전 감각을 다졌다.

그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백우진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원들에게 살초 또한 허용했다.

“아무리 그래도 살초는 좀….”

“그러다 조장이 다치기라도 하면….”

처음에는 망설였다.

칼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다.

실력의 차이가 아무리 극명하다고 한들, 재수 없게 한 대 잘못 맞으면 골 로가는게 칼이니.

백우진은 그들에게 명분을 쥐여주었다.

“내 옷자락만 잘라도 그날훈련은 거기서 끝이다.”

“정무학관 의원들 솜씨가 중원 제일이라지 ?”

“근육이 단단한 양반이니 칼 한 대쯤 맞아도 죽진 않을 터.”

효과는 확실했다.

기초 훈련으로 이 미 녹초가 되 어버린 몸이 휙휙 날아다녔다.

그럼에도 그들은 백우진의 펄럭이는 옷자락 한 을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그들 또한 무인.

자존심이 상했다.

더군다나 서툰 공격을 할 때마다 칼등으로 머리에 혹이 날 정도로 세게 얻어맞았다.

고통은 그들에 게 생 각이 란 것을 안겨주었고, 다친 자존심은 그들에 게 협력을 제안했다.

“좌!”

우!”

조원들의 움직 임은 날이 갈수록 날카롭게 변했다.

개인 기량이 발전함은 물론, 함께 싸우는 동료들의 위치를 머릿속에 새 기 기 시 작하면서 유기 적 인 움직 임을 선보이 기 시 작한 것이 다.

“오,좋네.”

그러한움직임들은 백우진의 진심을 조금더 이끌어냈다.

방심했다간 정말 옷자락 정도는 잘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아아앗!”

강인한 의지가 아로새 겨진 기합과 함께 월도가 백우진의 주변을 온통 휘 저었다.

신예화.

조원들의 도움을 받는 주공(主攻)인 그녀의 기량이 날이 갈수록 눈부시 게 발전했다.

백우진의 경각심을 일깨운 것도 다름 아닌 그녀였다.

“지금공격 아주 좋아!”

백우진은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아니 다.

칭 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나쁜 움직 임 에 그에 따른 응징 이 뒤 따르듯, 좋은 움직 임 에는 칭 찬이 뒤 따 랐다.

“헤헤, 정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에 보이는 모든 걸 쪼갤 듯하던 그녀가 헤실헤실 웃 는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내리쳤다.

빠악!

“ 아파아!”

“전투중에 긴장풀지 마.”

“네가 칭찬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어떡해!”

“이제부터 칭찬 압수.”

“아, 아아! 알았어, 알았다구! 집중할게 에 !”

하루에 한번은 이런 식이다.

그녀는 백우진이 진심어린 칭찬을 건넬 때마다 바보처럼 헤실거렸다.

그렇다고 칭찬을 안 할수도 없었다.

그녀에 게 내 뱉는 칭찬이 어마어 마한 상승효과를 일으키 기 때문에 .

“한 번 더 간다!”

백우진이 관심을 가져줄수록 그녀의 성장세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결과, 그녀는고작삼개월 만에 절정 중입경 끝자락에 도달했다.

성장세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올해가 가기 전까지 절정 상입경에 들어서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인 선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연만이 가질 수 있는 어마 어마한 속도.

“그, 그렇게 움직이는 거 아닌데….”

분위기에 휩쓸려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하는 신예화를 보며, 제갈연지가 내뱉은 말이었다.

신예화가 조원들의 칼끝이라면, 제갈연지는 손잡이다.

그녀의 지시에 따라 조원들이 움직이는 방향과 흩어지고, 합쳐지는 순간 이 결정된다.

‘우리 제갈소저 잘한다!’

제갈연지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소심한 성격은 여전했지만, 함께 지내오며 낯가림을 덜게 된 조원들에게 내뱉는음성이 많이 높아졌다.

빈틈을 만들어내기 위해 주변을 부리나케 돌아다니는 조원들에게 모두 닿을 정도는 되 었다.

일순 흐트러졌던 진형이 그녀의 지휘에 맞춰 아귀를 맞춰 가는 모습을 보며 , 백 우진은 흡족한 미 소를 지 었다.

자신이 단독으로 행동해야 할 때나, 불가피하게 따로 움직이게 되었을때 그녀만 있다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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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어느덧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온 하늘을 보며 조원들이 이를 악물었다.

처음에만 해도 이제야 끝났구나 하고 주저앉던 조원들이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 그들의 몸이 힘든훈련에 적응을하기 시작한게 틀림없다.

“한대라도 때리고싶어….”

“조장의 몸에서 피가나오면 내 꼭그것을 병에 담아보관해둘 것이오.”

아닌가.

어쩐지 조장에 대한원한만 깊어진 것도 같다.

“다들 모여봐.”

그의 부름에 조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백우진은 그들을 향해 전투 도중에 느꼈던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들을 세 세하게 일러주었다.

이 순간만큼은조원들 또한구시렁거리지 않고 귀를 바짝세워 경청했다.

그의 조언 하나가 훗날 많은 변화를 일궈 낸다는 것을 지난 삼 개월을 통해 깨달았기에.

“고생들 했고, 다들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대주천 한 번씩들 돌리고 자라.”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하나둘씩 돌아서는 조원들.

겉으로 변한 게 없어 보이는 그들은 지난 석 달 동안 아주 커다란 성취를 이룩했다.

신예화는 둘째치고 제갈연지, 장삼, 구왕수 모두 절정에 올라섰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무척 이나 멀지 만, 흡족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흐음…, 재능들이 나쁘지 않구나.”

백우진이 조용히 웃고 있을 때,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혈수마녀가그의 곁 에 내려앉았다.

“다들고르고골라뽑힌 이들이니까요.”

정무학관에 재능이 일천한 이 가 있을 리가 없다.

다만, 의지가 박약한 이들이 존재할 뿐.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구왕수다.

그의 재능은 출중하다.

문제는 그 재능을 다 이끌어낼 만한 의 지와 성실함이 부족했다.

그래서 백우진은 그의 몸에 의지와 성실함을 강제로 때려 박았다.

“헌데, 너무 혹사시키는 것아니냐?”

혈수마녀는 신룡조의 훈련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유일한 외부인이 다.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지금보다 낮았던 구 무림 시대에 살았던 그녀의 눈 에도, 그들의 훈련량은 혀를 내두를 정도.

허나, 백우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유, 지금도 적어요.”

누군가는 혹사라 말할지 도 모른다.

지구에서 이런 고강도훈련을 반복했다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혹사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허나, 이곳은무림이다.

그곳의 인간과 이곳의 인간을 나누는 명백한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내공.

내공은 몸에 쌓일수록 신체를 변화시 킨다.

보다 강한 힘을 낼 수 있고, 보다 빨리, 오래 달릴 수 있게 신체를 재구성한 다.

이를 바꿔 말하면 근육은 보다 질겨지고, 뼈는 더욱 단단해진다는 뜻이기 도 했다.

“이 정도는운기요상한 번이면 다낫는 정돕니다.”

운기조식은 체내를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만들어준다.

그것은 내부에 쌓여 몸을 갉아 먹는 피로나 상처들을 보다 빠르게 낫게 만 든다.

평범한 인간에게 혹사라고 할 만한 훈련 강도도, 그들에 게는 아무것도 아 니란 얘기다.

“흐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혈수마녀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지난 석 달간 봐온 그는 조원들을 힘들게 만들지언정, 험하게 다루지는 않았기에.

“조원들은 끝났으니, 이제 네놈 차례구나.”

“흐흐, 그렇죠.”

백우진은 낮은 웃음을 흘리며 허리춤에 찬 호리병을 입에다 대고 술을 왕 창들이부었다.

혈수마녀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여전히 적응 안되는모습이구나.”

처음에는 화를 냈다.

비무를 앞두고 술을 퍼마시는 모습에 정신이 똑바로 박히지 않았다며 노 발대발했다.

하지만 흠씬 두들겨 맞은 백우진이 황급히 내뱉은 변명을 듣고 화를 누그 러뜨렸다.

“음주선공…, 이라하였더냐.”

“예.”

그런 무공을 배우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강해질 수 있는 그런 무공.

심지어 잠시 하계에 내려온 신선이 직접 하사한무공이란다.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녀가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의 체내에 쌓인 내공은 확실히 다른 기운과 질적으로 차이가 났다.

“언제든 오거라.”

백우진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손에 쥔 검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자연스럽게 일어난 내공이 신체를 타고 흘러 검에 쏟아졌다.

최근 그가 몰두하고 있는 검법은 단 하나, 섬서백 가의 가전 무공인 ‘백섬 검결’.

열두개의 초식에는대를 이어 내려온쾌(快)에 대한무리가 얽혀 있다.

백우진은 이를 하나로 묶고자 했다.

머릿속에 혼잡하게 떠다니는 열두 개의 무리를 하나로뭉뚱그린다.

거기에 쾌에 대한자신의 무리를더해 섞어 하나가되어 만들어진 단하나 의 쾌검식.

백섬 (白쪅).

백우진과 혈수마녀 사이에 한가닥 백색의 빛줄기가그어진다.

“흠.”

소리 없이 공간을 가른 빛줄기 가 작은 탄성과 함께 그녀의 손아귀 에 서 사 라졌다.

“ 아.”

또 실패다.

일견 깔끔해 보이는 빛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에 섞 인 수많은 쾌 검식이 자신을 주장하듯, 삐죽빼죽 가시처럼 돋아나 있었다.

이는 백우진이 지닌 쾌검의 무리가 섬서백가가 일궈온 쾌를 제대로 흡 수하여 녹여내지 못했음을 뜻했다.

“에휴.”

한숨을 푹 내쉬는 백우진.

낙담한 그를 보며 혈수마녀 가 난감한 표정을 지 었다.

‘대체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줘야하는 건지 ….’

옛날부터 인간관계에 서툴렀던 그녀는 이런 상황이 익숙치가 않았다.

무어라 말을 건네 야 할 것 같기는 한데 , 대 체 무슨 말을 해 야 한단 말인가.

“흠흠…, 그, 네놈이 하고자 하는 일은 하나의 무공을 창조하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예…, 그렇죠.”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이 겠느냐. 그래도 한 달 전보단 나아졌으니 • • •.”

어떻게든 낙심한 마음을 어루만져 줄 만한 말을 고민하고 있을 때.

백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지금 문제점이 뭔지 생각하느라 집중해야 하거든요. 그러니 조금만 조용히....”

“이놈이…!”

어떻게든 달래주려는 제 마음을 무참히 짓밟은 그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 다.

공간을 격하고 날아간 권풍이 그의 전신을 두드렸다.

퍽! 퍽! 퍼억!

“켁 ! 윽! 억 !”

“오늘 비무는 이걸로끝이니라.”

흥, 하고 콧바람을 내뿜으며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는 혈수마녀 .

한참을 아파하다힘겹게 몸을 일으킨 백우진은 제 옷에 달라붙은 먼지를 털어냈다.

“어휴, 성격이…, 헙.”

황급히 입을 가로막았다.

이 따금 그녀가 사라진 척하고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불평을 내뱉었다가 복날에 개 패듯 얻어맞았다.

“휴.”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되 삼키고 휴식을 위해 숙소로 향할 때였다.

“거기, 잘생긴 공자님.”

한없이 간드러진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간질였다.

“저랑같이 밤을 지새우는 건…, 어떠세요?”

백우진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눈앞의 상대를 잡아먹을 듯 요사스럽게 빛나는 두 눈동자, 몸에 착 달라 붙은 옷 위로 드러난 폭력적 인 굴곡.

몇 번이고 제 품에 껴 안았던 기 억이 그를 환희로 이끌었다.

“언제 왔어?”

“조금 전에. 오자마자 당신 찾으려고 옷도 안 갈아입고…, 꺄악!”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달려든 백우진이 그녀, 당선영을 품에 안았다.

“너무대담한 거아니야?”

“뭐뭐가….

오랜만에 제 몸에 닿은 그의 감촉에 수줍은소녀처럼 얼굴을 붉게 물들이 는 당선영.

“사내를 만나러 이런 차림으로 온다는 건…, 어느 정도 각오를 했다는 뜻 이겠지?”

이 긴긴 시간동안 독수공방하며 지내온 백우진의 눈은 이미 반쯤 돌아간 상황.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밤의 장막을 사용했다.

눈에 불을 켜고 복도를 돌아다니는 당직 사감의 눈을 피하기 위함이 었다.

너무나도 손쉽게 안으로 파고든 그가 품에 안고 있던 당선영을 침상 위에 내려놓았다.

아.”

야릇한 어둠 속에서 요요히 빛나는 그녀의 눈빛을 본 순간, 백우진은 깨달 았다.

밤마다독수공방하며 외로움에 몸부림쳤던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음을.

‘오히려 당하는 건나일지도…?’

섬 뜩한 생 각이 뒷골을 스치 고 지 나갈 무렵.

부드럽게 뻗어 나온그녀의 두손이 백우진의 목을 휘감았다.

“후후…,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

그녀의 손길에 속절없이 끌려 들어가는 백우진은 황급히 주변에 기막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야릇한 소음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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