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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63화 (163/215)

<163 화 蓬 반란

“이 새끼가!”

남궁수가 달려들었다.

허나, 백우진이 더 빨랐다.

어느새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든 그가 양쪽을 향해 팔을 뻗고 있었다.

“워워, 나오늘 입주했거든? 집은부수지 말자.”

안그래도 방하나해먹고 왔는데 청룡각까지 박살내면 진짜 면목이 없어 진다.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남궁수와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는지 잔뜩 겁 먹은 채로 용케도 시선을 떨구지 않고 있는 구왕수.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백 우진은 이 미 그와 약속한 바 있다.

자신을 따르는 한, 그에 게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리게 해주겠다고.

그러기 위해선 학관 내 퍼진 구왕수의 인식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

“기왕이렇게 된거, 내기나하자.”

“내기…?”

“내,내기?”

두 사람의 귀 가 쫑긋거렸다.

덩달아 백우진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 또한 더욱 짙어졌다.

“냉정하게 말하면 궁수. 네가광수보다좀 더 센 건 사실이긴 해.”

근데.

“일초지적은 죽어도 안될 거거든, 우리 광수가.”

두 사람사이에 강렬한시선이 오간다.

‘너 따위가?’라는 식으로 쳐다보는 남궁수와 ‘그건 절대 안되지, 음!’하고 맞받아치는 광수.

백우진은 검 지 하나를 들어 올리 며 말을 이 었다.

“그러니까, 딱백 초식 줄게.그때까지 네가광수를 제압하면 승리,그렇지 못하면 네 패배.”

이기지 않아도상관없다.

최근 자신으로 인해 유명세가 가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에게 기대를 거 는이들은 많다.

그런 남궁수에게, 구왕수가 백 초식 이상을 겨룬다?

‘그럼 끝이지.’

구왕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떡상하는 것은 당연지사.

거기에 더해 남궁수에 대한 기대치는 팍 깎여나갈 터.

‘이거야말로 일석이조의 계책!’

남궁수는 조금 더 고난을 겪 어봐야 한다.

‘감히 남의 여자를 빼앗으려 들어?’

처음에는 내 여자가 아니니 상관없다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 다.

자신의 여자를 노골적으로 노리고 들어오는 어떤 상도덕 없는 자식 때문 에.

백우진은 자신에겐 너그럽고, 남에게는 엄격한 사람이다.

자신이 누굴 노리는 건 괜찮아도, 남이 내 걸 노리는 건 절대 참지 못한다.

최대한 띠꺼운표정을지 었다.

이를 본 남궁수가 발작을 일으킬 수 있도록.

“어때, 그 정도면 할 만하지 않겠냐?”

“긋…!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무는 남궁수.

요사스러운 혀 가 또 마음대 로 놀려 지고 있다.

남궁수는 안다.

놈이 저런 말을 할 때마다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실제로이겨야본전, 지면 망신살제대로 뻗치는 내기임이 훤히 보인다.

그것을 알면서도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건, 자존심 때문이었다.

신룡도 아니고 고작 신룡조원 따위에게, 그것도 자신을 따르던 따까리와 실력이 비슷하다는 말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젠장, 어떻게 해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였다.

새로운 인물이 판에 끼어들었다.

“그 내기, 재밌겠군.”

복도 끝에서부터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사내.

독고천이었다.

“보아하니 그쪽 친구는 자네 밑에서 수련하고 있는 듯한데, 공평한 내기 가 되 려 면 우리 남궁 후배 에 게 도 가르침 을 내 려줄 사람 하나쯤은 있어 야지 않겠나?”

의 도가 굉 장히 노골적 이 었다.

자신과 구왕수가 유리할 수 있게 짜여진 판에 굳이 발을 걸치고 싶다는 건.

‘어떻게든날방해하고 싶다, 이거지.’

백우진의 입 가에 그려져 있던 미소가 살짝 흐려졌다.

“그래서 선배님이 해주시겠다, 이겁니까?”

“맞네.그 정도라면 어떻게 형평성이 맞을 듯하네만.”

독고천의 인자한 시선이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궁수에게로 향했 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예상치도 못한도움이었다.

허나, 그는 금세 안색을 회복하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께서 저를도와주신다면 형평성에 딱 맞을 것 같군요.”

이것은 백우진조차도 예상치 못한 상황일 터.

완벽한 기회 가 찾아왔다.

이대로 놈을 물 먹이고, 더불어 정파 제일의 기재 라는 독고천과 연을 맺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남궁수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이제 자네의 선택만남은듯한데, 어쩌겠나.”

독고천이 여유작작한 태도로 백우진에게 물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 었다.

“이 내기를 제안한 사람이 전데, 빠질 수야 있나요.”

“하하! 역시 자네는 화끈하군.”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자,그러면 내기인 만큼무언가가 걸려 있어야겠지?”

그가 남궁수의 등을 떠 밀었다.

“남궁후배가바라는 걸 얘기해보게.”

“예? 아, 예.”

든든한 뒷배경을 얻은 덕분인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기 앞에서 움츠러들었던 남궁수의 어깨가 곧게 펴 졌다.

“내가 이긴다면 너희 둘, 모두가보는 앞에서 무릎꿇고 사죄해라. 지난날 내게 범했던 그간의 무례를 전부 말이다.”

남궁수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또한,유화연의 곁에 얼쩡거리지 마라.”

“웜마.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두 사람의 관계는 진즉에 끝났다.

예정돼 있던 유화연의 집착이 시작되고, 그녀의 눈에 남궁수란 인간은 보 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남궁수는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원하는게 두가지나되네.”

“네놈도두 가지를말하면 되지 않느냐.”

어쭈, 이놈 봐라.

학관 내 에서 독고천이 가지는 입 지 가 절대 적 이 긴 한가 보다.

저렇게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흐음, 뭐가 좋으려나.”

사실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애초에 이 내기는 구왕수의 인식을 떡상시키기 위한하나의 계책일 뿐이 라, 대결이 성립되 었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다 얻은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었다.

무언가 없을까하던 찰나, 남궁수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이 눈에 들어왔 다.

“그검, 좋아 보이네.”

“이,이건.”

검에도 명품이 있다.

명성이 자자한대장장이가사력을 다해 두드려 만든 작품.

남궁수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것 또한 그러한 검이 었다.

돈만으론 구할 수 없는, 자부심이 대단한 장인의 인정을 받아야만 손에 쥘 수 있는검.

‘광수가 쓰면 딱이겠네.’

앞으로 험난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좋은 검 한 자루쯤은 구해줘야 겠다 생각했는데.

명필은 붓을 가리 지 않는다고 하는데,다 개소리 다.

개 털 같은 붓으로도 잘 쓰는 손에 명품을 쥐 여주면 대체 얼마나 잘 쓰겠나

더군다나 검은 경지 가 상승할수록 더욱 명품을 고집해 야만 한다.

검 기 나 검 강을 사용할수록 검에 가해지는 부담이 상당해지 기 때문에.

“우리가 이기면 그검, 가져간다.”

“젠장…, 알겠다.”

소중한 검이지 만, 이제 와서 뺄 수는 없는 노릇.

남궁수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그의 제 안을 수락했다.

하지만그의 노림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근데 네가바라는 게 두 가지니까,우리도두 개를 가지는 게 맞겠지?” 백우진의 탐욕어린 시선이 독고천의 허리춤으로 향했다.

그의 검 또한 남궁수의 것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명검이 었다.

“선배님도 끼어드셨으니, 그 검 정돈 거셔야죠.”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무인은 없다.

만약 그런 이 가 있다면 그건 하수거 나,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고수뿐.

“좋네. 내검 또한걸도록하지.”

그는 순순히 응했다.

애초에 자신이 질 거란 생각은 요만큼도 하지 않았기에.

“얼마든지 가져 가게. 물론 자네 가 이길 경우에 말이 지 만.”

서로의 시선이 얽히고설킨다.

남궁수, 백우진, 독고천 모두 저마다의 상상으로 하염없이 미소 짓고 있을 때.

구왕수만이 울상을 짓고 있었다.

“내 의사는…?”

그딴 건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을, 그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내 기가 걸린 비무는 보름 뒤로 결정되 었다.

백우진은 이를 대비하여 구왕수와의 특훈…,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애초에 매일 같이 한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짜둔 훈련량이다.

여기서 무언가를 더 할수도 없거니와, 해봤자혹사에 불과했다.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다.

“설 소저, 잠깐나 좀 봐.”

“네,영웅니 … 아니, 공자님!”

조원들 틈바구니 에서 땀을 흘리고 있던 설수연이 해맑게 웃는 얼굴로 쪼 르르 달려온다.

“지금부터 방옮길 거니까숙소에 가서 짐 전부 가지고 나와.”

“어 …, 숙소를요…?”

“응.”

그녀의 눈에 걱정이 담겼다.

“혹시 또 객잔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백우진의 주머니에서 애꿎은 돈이 나갈까 걱정하는 듯했다.

왜 이렇게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신경 써주는지.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니까, 얼른 짐 챙겨서 나와.”

“아네.”

|  |....

.....

두 사람은 그녀가 머물고 있는 사용인 전용 숙소로 향했다.

“•••허름하네.”

겉으로만 봐도 그다지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다수 명가의 자제들은 자신을 보필하는 사용인들을 알 아서 적당히 괜찮은곳에 재우는 편이기에.

이곳은 여유가 부족하거나, 주인에게 홀대받는 사용인들이 모여 있는 곳 이 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짐 챙겨서 나올게요!”

해맑게 웃으며 뛰 어가는 설수연.

안 그래도 영웅이 다시 등장하기 전까지 봉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선 대의 유언에 따라 어릴 때부터 쭉 산속에 틀어박혀 살았던 그녀 다.

다행 히 꽃다운 나이 가 다 저버리 기 전에 속세 로 나왔는데 고작 이 런 곳에 머무르게 했다니.

“엄청 미안해지네….”

사실 반쯤은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옛날생각이 많이 난다.

죽어가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 매번 죽기 직전까지 신성력을 사용하던 성 녀.

그녀 외의 다른 사람들까지.

“에이, 지들끼리 잘지내겠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상념을 지워냈다.

세상도 잘 구했겠다, 전부 영웅 취급받으며 잘 살고 있을 텐데 웬 청승이 람

“영웅… 아니, 공자니임!”

자그마한 보따리 가 전부라는 듯, 손에 들고 달려오는 설수연.

해맑게 웃으며 달려오는 모양새가 성녀를 쏙 빼닮았다.

‘진짜 환생은 아니겠지?’

힘차게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제 존재감을 과시하기라도 하려는 듯 어마 어마한 출렁임을 선보이는 두 가슴.

‘아, 역시 아닌 것 같다.’

아무리 다시 태어나도 저건 아니지.

아마도 그들을 보고 싶은 자신의 아쉬움이 빚어낸 착각에 불과하리 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미 잘 지내고 있고, 그들은 자신을 잊었을지도 모르지 만.

한번쯤은.’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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