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71화 (171/215)

<1 기화 >연인이란

이쪽을 간절히 쳐다보는 눈빛이 부담스럽다.

그녀는 분명 자신을 하나의 예제로 들었을 뿐인데, 그게 꼭 예를 든 것만 은 아닌 것 같은 기분은 그저 도끼병인 걸까.

“그러니까…,좋아하는사내가있는데 그사내에게 이미 연인이 있다, 이 거지.”

“예,그렇습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두 개 펼쳐진다.

“그것도 둘씩 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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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나 아니냐, 그거.

뭐 라고 답을 해 야 할지 난감해 졌다.

백우진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송희연의 얼굴이 시무룩하게 변 했다.

“역시…, 답이 없는겁니까….”

그렇겠죠…, 하고 땅을 파고 들어갈 것만 같은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모 습에 백우진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건 아닌데.”

“답…, 있는겁니까?”

“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연인이 둘이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자신이라는 생각부터 일단 버렸다.

또한 그녀가 진실로 그를 좋아하는가에 대해서부터 알아보아야겠지 .

“일단그사내를 진정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부터 실험을 할필요가 있어.”

“예 …? 그래야 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물론.그 감정이 착각일 가능성도배제할수는 없으니까.”

“그렇군요….”

그녀의 눈동자에 또렷한의지가 깃들었다.

“제가 무얼하면 되겠습니까?”

뭐든 시켜만 달라는 듯이 주먹을 꼭 쥔 채로 상체를 앞으로 내미는 송희 연

“그러니까…, 일단 그 사람의 손을 잡아봐.”

“소, 손 말입니까?”

“그래.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으면 보통 심장이 더 빨리 뛴다거나, 기분 이 더욱 좋아진다거나하는 반응이 있을 거야.”

“아,그게 없다면 제 감정은착각이 되는 거군요.”

“그렇지. 사실 접촉 면적이 넓을수록 정확도가높아지기는 하는데 ….”

그녀의 얼굴이 옆으로 비뚤어졌다.

“접촉면적이라시면…?”

“서로 안는다던가 하는 거 말이 야.”

“아, 아아…!”

크게 깨달은 표정이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어떤 작전을 세우고 있는 것같기도 하고.

이 내 생 각을 마친 그녀 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확인이 됐다면 그뒤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어…,그사내한테 연인이 둘이나있다고했지?”

“예,그렇습니다.”

이미 연인이 있는 사내를 좋아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연인들로부터 사내를 빼앗는 것이다.

일기당천의 매력을 발산하여 곁에 있는 두 여인을 밀어낼 수 있다면 생각 해볼 법한 방법.

성공률이 매우 낮고, 잘못했다간 머리털이 다뽑혀 나갈 수도 있기에 위험 성이 크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백우진은 두 번째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사내의 연인들과 먼저 친해져.”

“예…?”

다시 한번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그녀의 고개.

백우진은 그녀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송 소저 같은 예쁜 여자가 들이대면 사내는 무조건 승낙하게 돼 있어. 그 러니까사내는굳이 첫 번째로공략할 이유가 없다, 이거지.”

“예, 예쁘다고요? 제가 말입니까…?”

어라, 이상한데서 꽂히네.

백우진은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을 감싸는 모습이 풋풋한 소녀를 보는 듯했다.

“아무튼, 사내는첫 번째 공략대상이 아니다.외우도록 해.”

“아,알겠습니다.”

몇 번인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 리 던 그녀 가 다 외 웠다는 듯, 자신만만한 얼 굴로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다음은 무엇입니까?”

다음 걸음을 묻는 그녀를 향해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없어.”

“예 …? 사내의 연인들과 친해지면 끝이 라는 말씀이십 니까?”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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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다.

두 여인이 송희연을 너그럽게 받아주기만 하면 사내로서는 거리낄 게 없 다.

적어도 백우진은 그랬다.

“이미 둘 있는 시점에서 그놈은 한 여자만 사랑하기는 글러 먹은 놈이야.”

어쩐지 가슴이 콕 하고 찔린다.

“그런 놈들은 열 여자 다가오면 예쁘기만하면 마다하지를 않아.”

또 찔린다.

“그러니까 일단 사내의 연인들과 친해져서 송 소저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 들면 끝나는 거야.”

“그렇군요….”

또다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송희연.

그녀가 다시금 촉촉해진 눈망울로 백우진을 바라보았다.

“저,그러면만약 도련님이라면…, 저, 저를 받아주실 겁니까?”

설명에 앞서 내다버렸던 의심이 다시 돌아왔다.

“나라면…, 그럴것 같기는 한데.”

볼을 긁적이며 진심을 내보인다.

사실대로 말하면 아깝다.

살짝 그을린 듯한 피부를 가진 송희 연은 다른 여 인들과는 또 다른 매 력을 풍긴다.

건강미 넘치는 피부와 대조되는 새하얀 도화지 같은 순진무구함이 대비 를이룬다.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면, 굳이 다른 사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여인이 었다.

“그렇군요.”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맺힌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말투에 진심이 녹아 있다.

지금까지 흐릿했던 무언가를 또렷하게 잡은 듯, 그녀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저, 마지막으로 한 잔만 더 마셔도 되 겠습니까?”

“그래.

내미는 잔에 술을 따라주자, 단숨에 들이켜는 송희연.

백우진은 밤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보았다.

밤이 더욱 깊어졌다.

‘슬슬가야겠는데.’

그의 일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선영과의 치열한공방전이 기다리고 있기에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 다.

“그럼 슬슬 일어나자고.”

“아예.”

음식들은 모두동이 난 상태.

흔적들만 가볍게 정리한뒤, 백우진이 먼저 정자를 나섰다.

송희 연 또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가 앞서 걸어가는 백우진의 뒷모습을 슬쩍 살피더니, 옆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 아앗!”

털썩!

균형을 잃은 그녀 가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소리를 듣고 놀란 백우진이 황급히 뒤로 돌아서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아아.죄송합니다.술을 너무 마셨는지, 다, 다리에 힘이 풀렸군요.”

“•••네 잔밖에 안 마셨지 않나?”

“제가술이 약한가봅니다!”

“그, 그렇구나.”

박력 넘치는 음성에 쪼그라든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허공에 스윽 뻗어오는 송희연의 손.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런데…, 자, 잡아주시겠습니까?”

“…….”

백우진은 작업을 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라.’

문득조금 전 그녀에게 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그 사내를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해보라고 조언했던 것들.

백우진은 벽다른 내색 없이 손을 뻗 어 그녀의 손을 잡고 끌어 당겼다.

그러자.

“아, 아아!”

재차 쓰러지는 송희연.

“죄,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다리를 접질린 것 같은데 ….”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 이쪽을 향했다.

처음 가졌던 의심이 확신이 되는순간이었다.

‘놀랍다.’

빙의 2회차.

대체 무엇이 달라졌기에 자신에게 이토록 여복이 터지고 있는가.

“으윽, 다, 다리가아…!”

연기는 되게 못하는데 얼굴은 매우 예쁜 배우가 펼치는 발연기를 눈앞에 서보고 있는 느낌.

백우진은 저도 모르게 웃으며 그녀에게 뒤돌아선 채로 쪼그려 앉았다.

“업혀.”

“•••감사합니다.”

그녀의 팔이 어깨를지나목에 스르륵감긴다.

다음으론 그녀의 몸 전체가 등 위에 실렸다.

백 우진은 송희 연의 오금을 단단히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느긋한 걸음으로 그녀가 머무는 봉황각까지 바래다주었다.

목을 끌어안은채 백우진의 등에 기대고 있던 그녀가작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습니다….”

또렷하게 들려왔지만, 백우진은 애써 못 들은 척하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봉황각 앞에 다다라 그녀를 내려주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간다.

“곧날아가겠네.”

다리를 다쳤다고 거짓말했으면 마지막까지 신경을 써야하건만.

저 어설픔이 마냥 귀엽고, 풋풋했다.

“아, 이럴때가아니지.”

그러다 현실을 자각한 백우진이 곧장 신법을 운용하여 그녀가 기 다리고 있을 객잔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하룻밤을 보낼 때 이용하는 곳.

똑똑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침상에 다리를 꼬고 걸터앉아 있 던 당선영이 요염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조금 늦었네?”

순수한 물음에 괜히 마음이 찔렸다.

“약간일이 있었거든.

“흐응, 그렇구나.

당선영의 몸이 한층 가까워 졌다.

그녀의 두 팔이 백우진의 목을 끌어안았다.

오늘따라 더욱 붉은 입술이 달싹인다.

“여자 냄새가나네?”

“••••••.”

아무래도 오늘밤은 패 배 할 확률이 매 우 높아 보인다. …

십만대 산.

마교도들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산.

그곳의 중앙에 자리 잡은 천마신교.

..

!....

....

또,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신마전(神魔殿).

사시사철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그 은밀한 공간 속에서 두 사람이 마주했 다.

어둠 속에 가리워진 용상에 앉아 있는 이.

그 앞, 멀찍이 떨어진 곳에 몸을 넙죽 엎드린 채 벌벌 떨고 있는 이.

어둠만큼이나 무겁게 내려앉은 적막을 깬 것은 용상에 앉아 있는 이였다.

“청해성 전선이 밀린 게 이번이 세 번째였던가.”

음의 고저(高低)가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떠한흥미조차찾아보기 힘든 무미건조한 음성.

몸을 낮춘 이는 더욱 몸을 떨며 제 이마를 바닥에 찧어대며 울부짖었다.

“주,죽여주십시오!”

“죽여달라…?”

용상에 앉은 이는 참으로 우스웠다.

죽고 싶지 않으면서, 죽음을 피하기 위해 죽여달라 부르짖는 꼴이란.

“청해성에 모여드는 무인의 수가 여전히 많나.”

나지막한 물음에 이마를 찧어대던 이가 동작을 멈추었다.

“그, 그렇습니다. 여전히 예년보다많은무인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성가시군.”

무미건조한 음성에 약간의 귀 찮음이 묻어 나왔다.

이를 듣고 넙죽 엎드리고 있던 이 가 지금이 기회 라는 듯, 제 과실을 떠 넘 기기 위해 열변을 토했다.

“이, 이게다그놈때문입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청해성.

마교가 위 치 한 십 만대 산과 가장 가까운 중원.

그곳에선 하루에 수십 번씩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진다.

양상은 언제 나 비슷하다.

청해성은 몰려드는 마인들을 무찌르며 성을 굳건하게 지키고, 마교는 적 절한 때에 물러간다.

무려 10년간그렇게 고착되어 있던 전선인데.

갑작스럽게 밀리기 시작했다.

최전선인 청해성을 지키는 무인들의 수는 매년 엇비슷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예년보다훨씬 더 많은 수의 무인들이 마교와 싸우기 위해 청해성을 찾았 다.

이유인즉, 청해성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척하던 마교가 실은 중원에 숨어들어 곳곳에서 수작을 벌이고 있음이 들통났기 때문.

마교의 수단은 잔인했다.

도를 넘어선 잔인함이 무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품은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청해성으로 몰 려들었다.

공격의 형태 또한 달라졌다.

마교가중원에 들어서는 것을 막아서는 게 아니라, 먼저 쳐들어가기 위해 서서히 마경을 넘보기 시작했다.

늘어난 수의 무인들이 펼치는 적극적인 공세에 수없이 많은 마인들이 죽 었다.

그로 인해 마경의 일부분이 소림의 땡중들에 의해 정화되는 치욕마저 생 기고 말았다.

넙죽 엎드리고 있는 이는 청해성 인근의 전선을 담당하고 있었다.

허나, 몇 달동안세 번이나 전선을 밀린 책임으로 이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과실로 들어서는 순간 살아나간 이 가 아무도 없다는 곳에.

“흐음, 그놈이라.”

용상에 앉은 이는 이 모든 일을 벌인 원흉에 대해 이미 보고받은 바 있다.

듣기론 약관을 넘어선 후기지수가 사천 일대에 숨겨둔 마인들을 모조리 색출하고, 나아가 당가에 숨어든 교인들까지 모조리 뿌리 뽑았다고 했던가.

“이름이….”

가물가물한 탓에 말끝을 흐리자, 넙죽 엎드리고 있던 이가 부리나케 대답 했다.

“백우진, 백우진입니다!”

“아,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백우진.

그 젊은 무인의 열사와도 같은 행동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중원에 넓게 펼쳐져 있는 귀들의 보고에 따르면 제법 능력이 출중하기는 하나, 어디까지나천운이 작용하여 그렇게 된 것이라고하던데.

“과연 그럴까.”

세상은 어느 한쪽의 손을 완전히 들어주지 않는다.

위 기가 닥쳐오면 이를 해결할 이 또한 나타나는 법.

그들은 모를 터 이 나, 중원 에는 이 미 커다란 위 기 가 닥치고 있다.

당가 또한 그들이 안배해둔 위 기 중 하나였다.

그것을 해결한 것이, 과연 단순한 운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궁금하군.”

시종일관 어떠한감정도실려 있지 않던 말투에 호기심이 어렸다.

“직접 보면 알게되겠지.”

그것이 과연 운이 었는지, 아니 었는지.

용상에 앉아 있던 이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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