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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79화 (179/215)

<179 화〉초원

모용세 가에 도착한 조원들을 맞이한 이는 모용진천 혼자가 아니 었다.

“이쪽은 내아들일세.”

젊고훤칠한 사내.

“모용빈이라합니다.”

한 걸음 걸어 나오며 포권을 취하는 모용빈.

이마에 동여맨 적자색 영웅건에선 정파인으로서의 기상이 느껴진다.

‘오,제법….’

주변에 흐르는 기세 또한놀라울 정도.

‘벽에 다다랐나.’

그는 신예화, 당선영과 마찬가지로 초절정의 벽에 닿아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그것도 꽤 허물었는지,기세적인 면에선 두 사람을 능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상했다.

‘저 정도면 무조건 학관에 입관시켰을 것 같은데.’

모용세가는 언제나 명성에 목마른 가문.

그가 정무학관에 입관했다면 용의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고, 그 이상을 노 려볼 수도 있었을 법한데.

그 정도라면 모용세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 또한 늘어났을 터.

‘뭐…, 내부적으로 사정이 있는거겠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모든 걸 판단해선 안 되 겠지 .

그러지 못한 데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백우진입니다.”

“아,드디어 뵙게 되는군요.언젠가꼭한번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그의 친근한 태도에 백우진 이 의 아함이 담긴 시 선으로 그를 마주보았다.

“저를 말입니까?”

“예.최근후기지수들중 가장 명성이 높으신 분이니까요.”

만나고 싶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는 듯 보였다.

백우진은 그의 웃는 얼굴 사이에 짙게 내려앉은 호승심을 엿보았다.

꼭 한번 붙어보고 싶다는 듯한, 근질근질한 표정이 매우 인상적이 다.

“나중에 때가된다면 가볍게 검을 맞대어 보고 싶습니다만….”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제 욕심을 드러냈다.

“일만 잘 해결된다면 얼마든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입장이기도하고, 일만 잘해결되면 검 몇 번 맞대는 것쯤이야.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모용진천이 한 걸음 걸어 나왔다.

“이 아이가 자네들의 길잡이가되어줄 걸세.”

“그렇군요.”

“어제 말한대로준비는 이쪽에서 다해두었네.”

멀찍이 대기하고 있던 일꾼 몇몇이 커다란 상자를 가지고 와그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일꾼 중 하나가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야영에 필요한 물품들이 빼곡하 게 담겨 있었다.

“필요한만큼 챙기시게들.”

하나 같이 비싼 물건들.

“이렇게까지 도움을 주시는데 어찌 갚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백우진이 감사를표하자, 모용진천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저었다.

“말했듯, 훗날 정파를 이끌어 갈 후기지수에게 도움을 주는 것뿐일세. 정 고맙거든 나중에 내 아들 녀석과 검이나 한번 맞대주시게.”

“예, 꼭 그리하겠습니다.”

백우진을 비롯한 조원들은 필요한 만큼의 물건들을 챙겼다.

건량, 부싯돌, 금창약, 모포 등.

대략 사나흘 정도는 넉넉히 사용할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모용빈과 백우진이 나란히 서자, 모용진천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 다.

“나흘 내로는 돌아오도록 하게. 그 이상 지체되면 자네들에게 변고가 있 다고 판단할걸세.”

“예,알겠습니다.”

그의 시선이 모용빈에게로옮겨졌다.

“빈이 너도 알겠지만, 초원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하 여 이들을 인도하도록 하거라.”

“예,명심하겠습니다.”

이 야기를 마친 백우진이 모두를 이끌고 모용세 가를 나섰다.

모용진천은그 자리에 서서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머물렀다가 이내 등을 돌렸다.

요녕을 넘어 조금 더 북으로 향하면 길림성과흑룡강성이 나온다.

초원을 내달리는 이민족들과 군부가 치열하게 싸우는 곳.

이곳을 지나 조금 더 북으로 올라가면 그때부턴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이곳입니다:

모용빈은 그 초원을 가리키며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황당했다.

“그러니까…, 여기 가 현무단이 다다른 마지막 장소란 말입니까?”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적으로그렇습니다.”

“허허.”

그리고 막막했다.

오로지 풀과 드넓은 땅이 전부인 이곳에서 대체 현무단을 어떻게 찾아야 한단 말인가.

“이걸 받으시지요.”

그때, 모용빈이 둘둘 말린 양피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이 근방에 자리 잡고 있는 이민족들의 위치를표시해둔 지도입니다.”

백우진은 말려 있는 양피지를 펼쳐 보았다.

드넓은 초원에 ‘X’로 표시되어 있는 이민족들의 위치와 간략한 설명.

마물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다며 초원으로 떠난 현무단.

그들을 찾기 위해 떠나온 자신에게 건네준 이민족들의 위치가 담긴 지도.

그의 시선이 모용빈에게로향했다.

“현무단의 실종이 이민족들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생각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뒤이어 나온모용빈의 말이 그의 주장을뒷받침했다.

“현무단은 사라지기 전부터 이민족에 대한 조사에 열을 올렸다고 들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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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녕은 마교가 웅크리 고 있는 십 만대 산과 정 반대 에 위 치 한 지 역 .

이곳에 마물이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흔치 않은 사건인데, 그것이 또 이 민족과 연관이 되 어 있다면.

‘이민족과 마교.’

두 집단의 공통점이 있다.

양쪽 모두 중원을 도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

‘이해관계가 일치해.’

그렇다면 두 집단이 손을 잡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단 생각이 들었 다.

‘오히려 효과적이지.’

오로지 청해성에서만 몰려올 거라 생각하는 마교도들이 이민족의 도움을 받아 뜬금없이 요녕에서 뚫고 들어온다면?

그야말로 성동격서 가 아닌가.

이를 위해 마교도들이 이곳에서 마물을 만들어내고, 또 연구하고 있다면 기형적 인 마물이 나타났다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마교와 이 민족들이 손을 잡았다면.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는 이민족들 중 누가 그들의 대표를 자처했단 말인 가.

한 부족 사이 에 걸출한 인물이 나와 이 민족들을 모두 복속시 키 기 라도 한 걸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

터무니 없는 얘 기 지 만, 아예 성 립 이 불가능한 얘 기 는 또 아니 었다.

과거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뛰어난 신력을 지니고 태어나, 정복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은 잊을 만 하면 나타났다.

그들의 앞에 놓인 길은 단 두 갈래.

모두의 머리 위에 서거나, 덧없이 바스라지거나.

백 우진은 쥐 고 있는 지도를 내 려 다보았다.

‘확인부터 해봐야겠지.’

만약 정말로 누군가에 의해 이민족들이 하나둘씩 힘을 합치고 있다면.

심 지 어 그들이 마교도와 손을 잡고 있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 기 에.

물론 이는 최 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경우다.

어쩌 면 마교도와 손을 잡은 건 수많은 부족 중 일부일 수도 있으니 말이 다

‘오히려 이쪽이 더 가능성이 높지.’

마교도 놈들은 하나 같이 음흉하고, 간사한 놈들이 다.

누군가를 발아래 두려고는 해도, 제 옆에 둘 놈들이 아니기도 했고.

이 민족들 일부를 살살 꼬여내 어 그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백우진은 첫 번째 목표를 정했다. …

드넓은 초원 위에 자리 잡은 부족 중 하나.

수십의 전사를 보유한 부족의 부족장인 자갈타이는 소박한 사람이 었다.

“알았나?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

“우! 우!”

그는 언제나 말한다.

중간, 또는적당히.

세력이 커지는 걸 원하는 것도 아니요, 한족에 대한 깊은 증오심이 있는 것 도 아니기에 적당히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약탈해서 배만 가득 채울 수 있 으면 그만인 사람이기에.

오늘도 마찬가지 다.

전사들에게 적당히 털고오라고 격려해준뒤, 제 집인 가장큰 움막에 들어 가 아내의 가슴을 조물딱거 리 고 있는데 .

“크아아악!”

“끄헥!”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응? 이게 무슨 소리 야.”

조금 더 귀를 기울이자, 그들의 비명과 비명 사이에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 가 나고 있었다.

“설마침입인가?!”

처음 있는 일이 었다.

그는 언제나 적당히 가기를 좋아하는 이였다.

그래서 약탈을 할 때에도 다른 부족들이 신나게 돌아다닐 때 그 뒤를 슬 금슬금 쫓아 딱 먹을 만큼만 가지고 온다.

심지어 부족간의 다툼도 원치 않아 인근 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했다.

그 덕분에 자신의 부족이 누군가에게 침범당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 아왔는데.

“대체 어떤 놈들이 …!”

그는 제 몸통만 한 크기의 대도를 손에 쥐고 움막을 나섰다.

“이놈들!”

세차게 소리를 내지르며 나선 그는 제 눈을 의심했다.

지금까지 알뜰살뜰하게 키워온 부족민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고작 아홉 명의 젊은 남녀에 의해서 !

“하아아앗!”

그중 가장 압도적인 것은 선두에 서서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한 여인이었 다.

자신이 들고 있는 대도보다 커다란 월도를 제 이쑤시개처럼 휘두르는 작 달막한여인.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주변에 몰려드는 전사들을 모두 해치운 여인이 이쪽 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익…!”

그는황급히 대도를들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카가각!

여인이 내리친 월도는 그의 대도를 한가을 볏짚을 잘라내는 것처럼 손쉽게 잘라냈다.

그대 로 제 몸도 반으로 갈라버 릴 거란 생 각과는 달리, 월도는 그의 머리 위에서 멈춰 섰다.

그때, 눈앞에 서 있는 여인과 눈을 마주쳤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눈동자.

보기만해도오금이 저렸다.

“당신이 부족장인가요?”

그녀의 물음에 자갈타이는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마, 맞습니 다. 제 가 부족장 자갈타입니 다, 예.”

“알겠어요.”

멈춰 있던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날이 아닌 넓은 면이, 그의 뺨을 그대로 후려갈겼다.

“크허억!”

피융, 하고 날아가 제가 나온 움막에 틀어박힌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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