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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93화 (193/215)

<193 화〉흉성

자갈타이 부족에서 말을 타고 닷새는 달려 야 도착하는 하무르 칸의 대부 족.

혈수마녀는 신법을 운용하여 하루하고도 반나절 만에 당도하는 데에 성 공했다.

그녀가 도착했을 즈음에는 사방이 어둠에 물들고, 하무르 칸의 부족이 피 워올린 횃불만이 유일한 광원으로 자리하고 있을 때였다.

“놈은….”

황급히 기를 퍼뜨려 확인한그의 기운은 이미 하무르 칸의 부족 내부였다.

그것도 지상이 아닌 지하.

보지 않아도 위 기 가 찾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수십은 될 법한 기분 나쁜 기운들이 뭉쳐 있었으니.

“흡!”

일 개 부족이 라고 치 부하기 엔 너무나도 거 대 한 하무르 칸의 대 부족을 보 고도,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이 지닌 힘에 대한 믿음 때문에 猌

아니다.

‘죽게 둘 것 같으냐!’

지금 그녀의 기분은 그가 복면인들에게 둘러싸여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느꼈던 기분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핵심은 모두 같았다.

그를 죽게 두고 싶지 않다는 것.

오직 그 일념만이 지금의 행동을 이끌어냈다.

“누, 누구냐!”

입구를 지키고 서 있던 두 명의 전사가 창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가까이 다가선 그녀의 주변으로 흐르는 압도적인 기세만으로 정신을 잃 어버린것이다.

감각이 예민한 전사들이 하나둘씩 그녀의 기운을 느끼고 모여들기 시작 했다.

혈수마녀의 강대한 기운을 느끼고도 담대하게 서 있는 관록 있는 전사들.

그런 그들의 앞에 선 것은 등에 거대한 도끼를 메고 있는, 백우진의 또래 쯤이 나 되 었을까 싶은 수준의 젊은 사내 였다.

백우진보다 머리 하나쯤은 더 큰 듯한 신장에 시퍼런 핏줄이 돋아난 두꺼 운 근육.

제 키만큼 커다란 입과두툼한 코에 깊디깊은 눈매까지.

투박하지만 시원시원한 외모를 지닌 사내.

하나부터 열까지, 백우진과는 정반대에 놓인 생김새였다.

단하나.

그와 비슷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귀하는 누구신데 야밤에 그리도 짙은 살기를 피워올리며 나의 영역을 침범하셨소.”

새 파랗게 젊은 나이 임 에도 불구하고 초월 의 영 역을 향해 발끝을 들이 밀 고 있다는 것.

제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선 사내는 필시 이 부족의 칸, 하 무르일터.

그녀는 자연스럽게 백우진과 사내의 기세를 비교하며 침음성을 삼켰다.

‘으음, 어쩌면 놈보다 더 강할지도….’

그만큼 제 기세에 대항하기 위해 사내가 피워올린 기운의 크기가 범상치 않았다.

감상은 거기까지 였다.

그녀가 이곳에서 대치하고 있는 와중에도 지하에서는 시시각각 일이 벌어 지고 있었다.

‘몇몇의 기운이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넘실거리던 마기의 일부분.

백우진이 선전하여 그들중 일부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는뜻일 테지.

그의 기운을 느끼건대,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상황은 언제 급 변할지 모르는 법.

그녀는 낮고 서슬퍼런 음성으로 그를 향해 물었다.

“네가 이 땅의 주인을 자처하는 하무르냐.”

“그렇소. 내가 바로 하무르 칸이오. 그러는 귀하는 누구시오.”

자신을 응대하는 하무르 칸의 태도는 사뭇 정중했다.

그간 이 민족 하면 떠 올렸던 날것 그대로의 모습과는 매우 차이 가 나는 모 습.

“넌 본녀의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

“호오…, 남의 집에 쳐들어와 놓고선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으시겠다…?”

그가 이죽거렸다.

필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었으나, 그녀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다.

오직 강자가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던 하무르 칸이 시원시원하게 미소 지으며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그럼 무엇을 해야그대의 이름을 알 자격을 얻을 수 있겠소.”

그는 최 대 한 포용력 있는 태도와 호방한 모습을 보이 며 그녀 에 게 물었지 만, 돌아오는 것은 북해의 매서운 바람보다 더욱 쌀쌀맞은 대답뿐이었다.

“애석하게도 네놈은 자격이 없을 듯하구나.”

“허…! 매정하시군, 그래.”

최 대 한 자세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를 당하자, 하무르 칸의 말투에 서 짜증이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귀하께서 이곳에 온 목적이나 말해보시오. 그대 같은 괴물과는 적 대하고 싶지 않으니, 내 가능한 거라면 들어주도록 하지.”

제 땅을 침입한 이에게 죄를 묻기는커녕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니.

하무르 칸의 말은 스스로 굴욕을 감내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하무르 칸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신뢰하고 있음과 동시에 눈앞의 여인 은 지금으로선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재앙임을 그들도 느끼고 있기 때문.

“호오, 그래.”

생 각보다 일이 쉽 게 풀릴 수도 있겠다 여 긴 그녀 가 곧장 어느 한 곳을 가리 켰다.

그곳엔 백우진이 숨어 들어간 건물이 놓여 있었다.

“저곳에 본녀의 아는 이가들어갔으니, 데려가야겠다.”

그녀가 당당히 선언하자, 하무르 칸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이런, 하필 저곳인가.”

그는 제 이마를 탁 치더니 애석하다는 투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미안하지만,그대의 청을 들어주기는 어렵겠소.”

“뭐라.”

잠시 가라앉았던 그녀의 기세가 재차 거세지기 시작하자, 하무르 칸이 황 급히 변명했다.

“이 땅에서 유일하게 저곳만이 내 소관을 벗어난곳이기 때문이오.”

그러나 그의 말은 그녀의 이해를 돕기는커녕 화를 돋우고 말았다.

“그래, 그렇다면 저곳은 네놈의 땅이 아니니 본녀가 어떤 짓을 해도 상관 이 없겠구나.”

“그게 또 애매하오.”

그녀가 행동하려 하자, 다시 한 번 하무르 칸이 앞을 막아섰다.

“저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여치 않기로 한 것은 사실이나, 지키는 건 또 내 의무라서 말이오.”

복잡하게 설명했으나, 단순하게 요약하면 그 뜻은 하나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본녀의 앞을막아야한단얘기를왜그리 길게 하느냐.”

마침내 임계점에 다다른그녀의 기운이 폭발했다.

그녀의 섬섬옥수에 붉은빛이 감도는 수강이 형성되 었다.

이윽고 펼쳐지는 것은 탄강.

강기를 쏘아내어 원거리에서 적을 요격하는 가공할 기술이 펼쳐졌다.

찝찝한 표정으로 앞을 가로막고 있던 하무르 칸은 등에 멘 도끼를 양손으 로 쥐었다.

“상대하기 싫어서지, 뭐겠소.”

자루를 쥔 양팔의 근육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하무르 칸은 곧장 도끼에 제 기운을 씌운 뒤 , 제 앞으로 날아드는 탄강을 장작쪼개듯 내리찍었다.

콰아앙-!

거대한폭발음과 함께 하무르 칸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나자, 뒤에 도 열하고 있던 전사들이 팔을 뻗어 그의 뒤를든든히 막아주었다.

“크으…!”

거칠게 몸을 일으키는 하무르 칸의 입가에 검붉은 피가 한줄기 흘러내렸 다.

“정말괴물이 따로 없군.”

손에서 강기를 만들어내 는 걸로도 모자라 그것을 멀리 쏘아 보낼 줄이 야.

다급한 마음에 도끼를 내리찍어 겨우 파훼하긴 했으나, 적잖은 내상이 쌓 이고 말았다.

“하지만 생각보단 약하시군.”

그는 입가에 흐르는 핏줄기를 팔로 문지르며 짙은 미소를 그렸다.

강하다.

하지 만 생 각했던 것 이상은 아니 다.

만약 예상대로 강했다면 조금 전의 한 수에 자신은 전투가 불가능할 수준 의 내상을 입고물러났어야했다.

그렇지 않다는 건, 눈앞의 여인이 모종의 이유로 힘의 제약을 받고 있다는 뜻.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딘가에서 급히 달려온 것처럼 휘날린 머리카락들.

“먼 거리를 오시느라 내공 소모가 심하셨나 보오.”

필시 그 때문이리라.

정곡을 찔렸다.

혈수마녀는 이곳까지 달려오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내공을 쏟아부었다.

|  |..

!.

!.

....

마르지 않는 샘물이나 다름없는 현경 고수의 단전이 비어버릴 정도로 말 이다.

“본녀 가 지 쳤다고 한들, 네 깟놈이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있을 줄 아느냐.”

그녀 가 차갑게 뇌 까리 자, 하무르 칸이 고개 를 저 었다.

“물론나 하나로는 어렵겠지.”

하지만.

“내 전사들과 함께라면 얘기가 달라질 것도 같군.”

그가 손짓하자 도열해 있던 전사들이 임전무퇴의 각오를 내비치며 그녀를 둘러쌌다.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본녀는 이미 기회를 주었거늘….”

혈수마녀의 양손에 핏빛 강기가 솟구쳤다.

“본녀의 손속이 매섭다하여 원망 말거라.”

조금 전 하무르 칸에 게 날렸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짙은 색 .

“주어진 기회를 차버린 것은 네놈들이니, 원망하려거든 자신을 원망하려 무나.”

혈수마녀 한 사람과 하무르 칸을 비롯한 정예 전사 오십 .

숫자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전투가 시작되 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백무혁을 들쳐멘 백우진과 진미연은 신법을 운용 하여 지상으로 향했다.

“크아악!”

“커헉….”

“쿠웨엑!”

이윽고 지상에 올라선 두 사람의 눈에 보인 것은 하무르 칸 부족의 전사들 이 이리저리 날아가며 피를 흩뿌리는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이,이게 무슨….”

두 사람 중에서 더 큰 충격을 받은 이는 진미연이 었다.

피를 게워내며 죽어가는 이들의 면면을 그녀는 알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강하고 경험 넘치는 전사들인지 알고 있기에, 더욱 믿기 힘들었다.

양떼를 누비는 늑대와도 같이 전사들 사이를 오가며 종횡무진하는 저 여 인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때, 옆에 있던 백우진이 얄미운소리를 내며 그녀를 조롱했다.

“이야, 너 큰일 났다.”

목이 부러질 수도 있을 만큼 거세게 고개를 돌린 그녀가 날카롭게 백우진 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 기분 나쁜 표정으로 웃으며 그녀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우리 누이가너희 다혼내주러 왔다, 야.”

“누,누이…? 누이라고?”

“그래, 우리 누이.”

나이 많으면 일단누이지, 뭐.

그 차이 가 조금 심하다는 게 문제 기는 하지 만, 액 면 가는 별 차이 안 나니 까.

“그,그럴 리가…. 네놈에게 저런 괴물 같은 누이가 있단 정보는….”

“못 들어봤겠지.”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 누이가능력이 좀되거든.”

현경의 고수가 작정하고 자취를 감춘 채 생활하는데, 이를 누가 찾을 수 있단 말인가.

허공을 날아다니며 하무르 칸의 전사들을 상대로 무쌍을 펼치고 있는 그 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백우진이 일순간 얼굴을 굳혔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미연을 향해 차가운 말투로 읊조렸 다.

야.”

상황이 뒤바뀌 었다.

조금 전까지 만 해도 의 기 양양했던 진미 연이 곧장 무릎을 꿇고 그를 향해 빌기 시작했다.

“사,살려줘!”

“닥치고 일단 따라와. 도망치면 그대로죽는다, 알겠냐.”

“아, 알았어.

그녀를 꼬리 처 럼 매 단 채 백 우진은 혈수마녀 가 한창 싸움 중인 곳으로 향 했다.

‘또 무리하고 있다.’

벌써두 번째다.

복면 인들과의 싸움에 서도 무리하더 니 , 지 금은 그때와는 비 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크게 무리하고 있음을 백우진은 그녀의 표정만 보아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어.’

무덤 덤한 표정을 하고 있지 만, 그것은 고통을 참기 위 해 만들어 낸 가면일 뿐이었다.

황급히 달려간 백우진이 재차 달려드는 그녀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만!”

내공까지 실어 내지른외침에 순간전투에 공백이 생겨났다.

그의 목소리를 단숨에 알아챈 혈수마녀는 곧장 수강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한달음에 그를 향해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괜찮으냐? 어디 다친 데는 없고? 혹 놈들이 어딘가를 상하게 만들지는… !”

“저는괜찮으니 진정하세요,누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려온 그의 대답에 혈수마녀의 온몸이 굳어버렸 다.

퍼엉

무언가 터지는듯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그녀의 얼굴이 제 머리카락 만큼이 나 새 빨갛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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