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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205화 (205/215)

< 205화 蓬 미■경

“헉, 허억, 흐억…!”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다.

백우진은 정말 그리 생각했다.

“씨이발….”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이 상태로죽어 지옥에 갔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염라대왕의 앞에 서서 사인(死因)을 고할때 자신이 무어라해야하는지.

“마경에서 술래잡기하다가 뒤졌다고 어떻게 말하냐고….”

생 각만 해도 쪽팔린다.

그걸 말하느니, 영혼 상태에서 한 번 더 죽고 말지.

마경 전체를 사용하는 술래잡기는 그야말로 모래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는 일이 었다.

어디로 도망쳤는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고.

께게게겍!

끼긱! 끼기긱!

몇 걸음만 움직 여도 나타나는 마인, 마물 때문에 갖은 고생은 필수에.

재수 좋게 노인을 찾아내는 데에 성공하면.

“히,히히 …. 나, 날 찾았네 . 그, 그, 그럼 이번엔 내 가 술래 야!”

그저 역할이 뒤바뀌어 또다시 마경을 전전할뿐.

지쳤다.

아니, 이 제 는 한계 에 다다랐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터 다.

“쿨럭, 쿨럭…!”

기침이 날때마다피가조금씩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마기가 서서히 폐에 스며들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였다.

미치겠네, 진짜.

그는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응급처치에 불과했다.

체내에 쌓인 마기의 양은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

술을 통해 들인 미 약한 선기로는 서서히 목을 죄 어오는 죽음을 조금 밀 어내는 게 전부였다.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다.

이미 많이 늦어서 수명이 좀 깎이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 되 었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내에 있는 마기를 제거할수 있을 텐데.

지금으로선 돌아가는 게 불가능했다.

놀이에 미쳐버린 노인네는 백우진이 조금만 다른 마음을 먹으면 금세 알 아차렸다.

대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겪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아,몰라.”

털썩

그는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이번에는 노인이 술래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을 향해 맹렬히 다가올 것이다.

“찾〜았〜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보랏빛 안개에 흙먼지까지 날리며 달려온노인이 대놓고 발을 들어 올린 다.

어떤 억하심 정 이 라도 있는지 , 노인은 그를 찾을 때마다 천마군림보를 펼쳤다.

“히힣, 천마군림보발…! 어, 어어…?”

기운이 일렁이는 발끝으로 땅을 짚으려던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너 변하고 있어.왜, 왜지?”

보랏빛으로 물들다 못해 까맣게 변해버린 백우진을 보며 노인이 중얼거 렸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대는 게 보기 거슬린 백우진 이 발끈했다.

“왜긴 왜야, 이 빌어먹을 노친네야.”

“어,어어…?”

“이 더러운 마기에 온몸을 잠식당했는데 안죽고 배겨?”

억울함을 토해내자 노인의 얼굴이 점점 당혹감으로 물든다.

“아, 아닌데…, 마, 마기는 더, 더러운거 아닌데….”

이내 노인은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매우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 며 무언가를 중얼거렸 다.

“마, 마기는…, 자연지기의 또다른 형태일뿐인데….”

노인의 중얼거림은 계속되었다.

“나, 나쁜 건 인간인데 …, 마, 마기 에는 죄, 죄가 어, 없는데 …!”

의미심장한 말들이 연거푸 이어졌다.

마기는 그저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기운일 뿐이고, 이를 악용하는 인간 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백우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기에 잠식당해 정상과는 먼 형태로 자라나고, 죽어버린 것들이 이룬 풍 경.

“마기가 이 땅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나쁘지 않은 기운이라고 말할 수 있 나?”

백우진이 이죽거리듯 말하자, 일순간 노인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엉거주춤하게 굽어 있던 그의 허리가단숨에 펴졌다.

“이 딴 건 마기 가 아니 다! 이 는 마기를 악용하고자 만든 놈들에 의 해 오염 된 기운일 뿐!”

단 한 번의 더듬거림 없이 말을 뱉어낸 노인의 동공은 흐릿했던 조금 전과 달리 형태가매우또렷했다.

반쯤 나간 정신이 되돌아온 것처럼, 그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어,어라…? 나 차, 찾았구나!猌 그,그럼 내 가 다시 술래 네!”

금세 돌아와선 머리를 나무에 처박고 숫자를 세고 있다.

이미 움직일 힘조차 없는 백우진은 가만히 앉아조금 전 노인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딴건 마기가 아니다…?’

그는 이 주변의 마기를 보고 오염된 마기라고 칭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원래의 마기는 달랐다는 말이 되는데.

‘뭐가 어떻게 달랐을까.’

과연 순수한 마기는 무엇일까.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 한창숫자를 세던 노인이 다가왔다.

“왜,왜 안도망가? 왜…?”

미칠 노릇이다.

“안보이슈? 지금 죽어가고 있잖아.”

짜증스러운 말투로 쏘아붙이 자, 노인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기 시작했 다.

“아, 안되는데 …! 나, 나랑 이렇게 놀아준 사람 어, 엄청 오랜만인데 …, 주, 죽으면 안되는데…!”

정에 굶주린 말투였다.

“어휴.”

그는 노인의 외 로움에 공감하는 자신이 싫어졌다.

아무리 치매에 걸렸다고 해도 외로움을 느끼는 건 똑같겠지.

심지어 마인들마저 노인을 피해다니는 것 같은데, 얼마나혼자 이곳을 배 회했을까.

“어, 어떻게 하면 되지? 어, 어떡하지? 응?”

노인은 쪼그리고 앉아 백우진의 팔을 붙잡고 허둥대고 있었다.

백 우진은 그런 노인을 물끄러 미 바라보았다.

치매에 걸린,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을 것으로추정되는 수상한노인.

이거어쩌면….

백우진은 최대한 시큰둥한 태도로 고개를 살짝 돌리며 넌시지 말을 건넸 다.

“흠흠, 영감이 여기서 멀쩡한 이유를 내게 알려주던가.”

“내내가 멀쩡한 이유…? 아, 아아!”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노인이 이내 무릎을 탁, 치며 소 리쳤다.

“그. 그러 면 처, 천마신공 배 , 배울래 … ?”

“뭐 …, 그거라면 영감님이랑좀 더 오래 술래잡기를 같이 할수도….”

“그,그럼 당장 하, 하자!”

백우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걸려들었어.’

백우진은 만 하루 동안 노인으로부터 천마신공의 구결을 전수받다가 돌 아왔다.

사흘에 한 번은 돌아오기로 약속했다.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보건대, 만약 돌아오지 않았다면 직접 마경으로 찾으러 왔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감이랑 안제가마주쳤겠지.’

추측컨대, 노인은 역대 천마중 한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신분을 가진 사람이 치매에 걸린 채로 마경에서 생활한다는 건 어떤 사연이 있다는 뜻일 테고 말이 다.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현 천마인 그녀와 마주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 는 않을 터.

그뿐만이 아니다.

‘어차피 돌아와야만 하기도 했고.’

백우진은 천마신공을 배우면 체내에 가득 들어찬 마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되고, 마경 내를제약 없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될 거라고생각했다.

틀린 생각은 아니 다.

마경에 서 살고 있는 노인이 살아 있는 증거나 다름없지 않나.

문제는 그 천마신공이 짧은 시일 내로 익히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 롭고 난해한 무공이라는 것이다.

‘하루만 더 있었다간그대로 죽었을 거야.’

술로 마기 를 억 제 하는 데 에 도 한계 에 다다른 상황이 었다.

그래서 백우진은헤 어지 기 싫다는노인을 억 지로떼어내고돌아왔다.

사흘 내로 돌아와술래잡기 다시 해준다고 했더니, 다행히 손을 흔들며 보 내주더라.

“으음…,그 시간동안은마기 해소에 전념하자.”

백우진은 앞섶을 풀어 헤쳐 제 가슴 부근을 내려다봤다.

새하얀 피부가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는 광경에 쓴웃음이 절로 그 려졌다.

“이 정도면…, 한오년은 단축됐겠는데.”

수명이 斑년 이상 단축됐을 게 틀림없다.

마기는 피부만물들인 게 아니라, 뼈와근육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심지어 일부 장기에도 스며들었다.

깊숙하게 파고드는 건 간신히 저지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도 이미 치명상 이다.

몸을 원상태로 돌린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손상은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

“후우…,오년이면 싸게 먹힌 거라고생각하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제 허리춤에 매 여 있는 마석이 담긴 주머니를 떠올렸다.

그 정도 크기에 양이면 잃게 될 오 년의 시간을 보상받고도 남을 정도의 내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무인에게 있어 경지는 곧수명.

현경에 다다르면 백오십까지는 너끈히 살 수 있을 테니, 오 년 정도는 대수 롭지 않을 터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덜 아플 듯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회복에 전념하려 할 때였다.

문밖에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존재감이 주변에 드리 워졌다.

“••••••.”

이러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이는 단 한 사람뿐.

백우진은 풀어 헤쳐진 앞섶을 정비하고서 걸어 가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운 장지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역시나, 천마가서 있었다.

“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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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야심한 밤에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려고 했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드럽게 뻗어 나온 천마의 손이 백우진의 가슴을 가볍게 밀쳤다.

분명 가벼운 손길이었음에도, 그 효과는 가볍지 않았다.

백우진은 그대로 속절없이 밀려나 침상 위에 벌러덩 넘어졌다.

그가 밀려난 길을 따라, 천마가 느릿한 걸음으로 들어섰다.

“끄응…, 갑자기 이게 무슨짓….”

난데없는 기습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불발됐다.

침상 앞까지 걸어들어온 천마가 다시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짓눌렀기에.

.......

무심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천마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백우진의 얼굴에 묘한 긴장감이 서렸다.

조심스레 앞섶을 여미는 백우진.

“갑자기 왜그래….”

조심스레 묻자, 천마가 무거운 음성으로 그에게 대답했다.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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