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화 蓬 천마신공
노인은 자신을 뒤따라 나온 백우진에게 천마신공의 후반부 구결까지 모 두 일러주었다.
여타의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무공이기에, 난해하기 짝이 없어 그가외 울 때까지 몇 번이고 읊어주려 했건만.
“이야,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후반부 구결 들으니까 좀 더 이해가 되네요.”
한 번 읊어줬을 뿐인데 구결을 다 외운 것으로도 모자라 전반부 구결만으 론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들까지 스스로 깨우치고 있다.
“확실히 이 런 식으로 운기하면 파괴 력 이 ….”
변변찮은 질문 하나 없이 스스로 고뇌하는 백우진을 보며 노인은 혀를 내 둘렀다.
‘저놈은 대체 어떻게 돼먹은 건지….’
천마신공과 같이 내공의 흐름을 반대로 돌려 힘을 얻는 역행의 무공을 세 인들은 역천지공(逆天之功)이라 부른다.
땅에 발을 딛고 선 이상,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이 위고, 발밑에 딛고 선 땅이 아래인 것이 당연한 일이듯, 내공의 흐름 또한 당연하다는 듯이 정해져 있다.
이러한 이치를 제 마음대로 뒤집으려 하니 역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옛날부터 역행의 위험성을 몇 번이고 들으며 자란 무인이라면 모두가 역 행의 무공을 꺼림칙하게 여긴다.
그것은 천마신교 내에서 천마의 후계자로 뽑힌 이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천마를 그 누구보다 따르고, 그토록 따르는 천마 그 자체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
그런 그들마저도 처음 천마신공을 접하게 되면 역행이 주는 불길함과 위 험성에 벌벌 떨기 마련인데.
‘저놈은 어찌 그런 기색이 조금도보이지 않는단말이냐.’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을 끊임 없이 겪는 백우진에 게는 그 어떤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으레 있는 것을 익히는 사람처럼 편안하고, 평온하다.
그것은 마치 역행의 무공에 있어서 편견이 없다기보단, 그저 지금까지 살 아온 제 삶에 비하면 크게 위 험한 것도 아니 라는 듯한 모양새 였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대체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역행의 무공을 저리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러나 노인은 구태 여 묻지 않았다.
‘상관없다.’
궁금하기는 하나, 딱 거기까지.
백우진이 어떤 삶을 살아왔건, 노인에 게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 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
그가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느냐, 없느냐 뿐.
“구결에 대해 이해는 다되었느냐.”
노인의 물음에 백우진이 답했다.
“예,후반부 초식에 대해서 조금 난해한 게 있기는한데…, 지금중요한 건 운기니까요.”
운기조식에 관련된 부분은 완벽하게 외워두었단 말이었다.
노인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 거리며 말했다.
“좋다. 그럼 가부좌를 틀고 앉거라. 내 진기도인을 통해 천마신공의 운기 가실제 어떤 식으로진행되는지 네게 보여주겠다.”
“예.”
백 우진은 곧장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노인은 그의 뒤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뒤, 허리 쪽에 자리한 명문혈에 손 을가져다 댔다.
“미리 경고하건대, 놀라거나 당황했다고 하여 기운을 멋대로 움직이는 일 은 없어 야 할 것이 다. 그랬다간 최 소 네 놈의 혈도에 씻을 수 없는 상처 가 남 거나,최악의 경우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음이니.”
“알겠습니다.”
노인의 경고에 백우진은 신중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럼 시작할테니, 너는 기운이 어떤 식으로움직이는지 세심하게 느끼도 록 하여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인이 손을 가져간 명문혈로부터 기운이 체내로 스며들었다.
안으로 스민 기운이 혈도를 타고 흐르는 순간, 백우진은 깜짝 놀라 가부좌 를 풀고 펄쩍 뛰 어오를 뻔했다.
내공은 피와 함께 흐른다.
말인즉, 피가 움직 이는 방향을 따라 내공을 움직여 원하는 곳에 전달한다 느뜨
1— 꼲、•
그러 나 지금의 기 운은 피 가 움직 이는 방향과 완전히 반대로 움직 였다.
‘왜 영감이 그리도 경고했는지 알겠어.’
그 감각이 매우기묘하고, 괴이하여 알고 있음에도놀랄수밖에 없는성질 의 것이었다.
한 차례 놀라는순간을 가까스로 넘긴 뒤, 백우진은 기운의 움직임에 정신 을 집중했다.
흐름이 거칠다.
피와 함께 흐를 때의 부드러움은 찾아볼 수가 없다.
서로 반대로 흐르기에 필연적으로 부딪히고, 깨진다.
이 것만 보면 상당히 비효율적 인 무공으로 보였다.
원래 출발한 내공의 양을 십으로 가정했을 때, 피의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 충돌하며 사라진 양이 거의 2에서 3 정도는 되는 듯하니, 그야말로 창조적 인 손해 아닌가.
“천마신공의 운기 목적은 두 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역행의 무공이 여타 무공보다 강할 수 있는 이유였다.
“하나는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내는 것.”
정 방향으로 흐르는 피와 역 방향으로 흐르는 기 가 부딪힐 때마다 기묘한 충격이 쌓였다.
노인은 그 충격을 반대로 흐르는 제 기운에 차곡차곡 눌러 담았다.
그렇다.
바로 그것이 역행 무공이 자아내는 압도적인 파괴력의 원천 중 하나였다.
“또 하나는 기운을 걸러내어 정제하는 것이다.”
역방향으로 흐르는 기는 부딪힐수록 깎여나갔다.
그리고 그럴수록 강해졌다.
부딪혀 깎여나갈때마다 쌓인 힘을. 기운에 밀어 넣었기에 전체적인 양은 줄었어도 하나하나가 가지는 힘이 비대해진 것이 그이유였다.
백우진이 보기에 그것은 마치 인간과비슷하게 보였다.
인간또한 그렇지 않은가.
| |.....
..
살면서 온갖 시 련과 고난을 맞이하고, 마모되 고 깎여 나가며 그것을 뛰 어 넘음으로써 더욱 단단하고 강해지지 않던가.
일주천 후에 돌아온 기운은 미미했다.
그러 나 그 안에는 불필요한 것들이 전부 깎여 나가고 오로지 순수한 힘 만 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어딘가 기묘했다.
‘과정은 인간과 비슷한데, 결말은 인간과는 전혀 다른 것이 나오네.’
깎이고 부딪히고, 마침내 넘어서는 과정은 인간의 삶과 비슷했다.
그런데 마침내 돌아온 순수한 힘은 인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뭐랄까, 불필요한 것들을 뺀다고 말은 했지만그 속에 필요한 것들까지 몰 래 내다버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인 간으로 따지 면 제 게 불필요한 것을 버 리 고 완벽해 지 려 다 감정 까지 내 다 버리고 맹목적인 목표의식 하나만을 따르는 무감정한 인간이 되 어버린 것만 같다.
“이 기운을 네 손에 모아보거라.”
마침내 기의 통제권을 넘겨받은 백우진은 단전에 흡수되지 않은 채 머물 고 있는 기운, 진정한 마기를 오른쪽 손에 몰아넣었다.
“일어나 사용해보거라.”
백 우진은 가부좌를 풀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마기가 담긴 주먹을 가볍게 내질러 보았다.
쿠콰콰콰!
!”
몸짓은 가벼웠으나, 그로 인한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허공에 방출된 마기가 주변을 온통 헤집고 나아가 일 장 거리에 있는 나무 에 커다란 상흔을 만들어 냈다.
“어떠냐.”
백 우진은 제 게 묻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흐뭇하게 바라보는 표정.
“으 뤇 •
마기 가 빠져나간 손을 몇 번 쥐 락펴락한 뒤 , 백우진이 답했다.
“강하네요.”
무미건조한 대답.
이를 들은 노인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마기는 결코 강하다는 말 한마디로 표현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 었다.
경천동지(럌天動地)
그야말로 하늘을 놀래 고, 땅을 뒤 흔들기 에 충분한 힘 이 기 에.
“•••그게 끝이냐?”
“예,그게 끝인데요?”
사실 백우진은 실망했다.
‘강하긴 한데….’
천마신공이 자아낸 마기,그러니까진마기(眞魔氣)는분명 강했다.
조금 전 허공을 격타했던 주먹질을 내공으로 이루어내려면 그보다 몇 곱절은 더 사용했어야 했을 정도.
왜 천마신공을 고금 제 일의 무공이라 부르는지,알 것 같다.
또한왜 역대 천마들이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 었는지도.
“엄청 차갑고, 냉정한무공이네요.”
순수한파괴의 힘.
순수라는 단어는 참으로 묘하다.
듣기 에는 마냥 순하고 좋은 것처럼 보이 나, 어디 에 붙느냐에 따라 그렇지 만도 않게 되니까.
천마신공으로 자아낸 마기는 세월이 흐를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다.
역행으로 내공을 돌릴 때마다끊임없이 부딪히고, 깨지며 파괴력을 축적 하기에.
그것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제 주인의 육신마저 물어뜯게 된다.
또 다른 정신의 노인이 말한 것처럼, 마기가 나빠서 생긴 일은 아니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고, 그대로 행한 것뿐인데 마기에게 죄를 씌 울수는 없는 노릇.
“업보네요.”
노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그의 말에 수긍했다.
“그래, 업보인 게지.”
그야말로 업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마기를 그런 식으로 만들어냈고, 이를 알면서도 몸에 품은 자의 업보.
동시에 백우진은 의문이 생겼다.
“•••영감님, 궁금한게 하나 생겼는데요.”
“말해보거라.”
천마.
그중 초대 천마에 대한 이야기는 세간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백우진이 떠올린 것은 그의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였다.
“초대 천마는 끝에 이르러 등선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 초대 천마께서는 죽기 직전 번뇌와 미혹을 모두 끊어내고 신선이 되 어 선계로 올라가셨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조금이지만진마기를 겪어본바에 의하면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운기를 진행하는 이상, 진마기는 세월이 흐를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다.
강해지고 강해지다 보면 아무리 단단한 육체를 지닌 인간이라도 버티기 힘든 순간이 올 터.
그것은 초대 천마도 마찬가지였을 터다.
그 또한 인간인 이상, 역대 천마들과 같은 문제에 봉착했어야 정상인데.
“초대 천마는 어떻게 죽지 않고등선에 성공했을까요.”
백우진의 순수한 물음에 노인의 눈이 부릅떠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