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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8화 (8/359)

8화 魔人(마인)-2

괴인의 손이 해청연의 가슴을 꿰뚫으려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괴인의 몸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괴인이 옆으로 튕겨 나간 후에야 해청연은 그것이 객잔의 의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선우진이 튼튼하게 만들어진 긴 객잔 의자를 휘둘러 괴인을 후려쳤던 것이다.

“소저! 괜찮소?!”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해청연이 정신없이 대답했다.

“아, 저는 괜찮아요. 다만 저분이.”

선우진을 따라 나왔던 다른 낭인들이 괴인에게 가슴이 꿰뚫려 즉사한 낭인을 발견하고는 울부짖었다.

“양 형!”

“양가야!”

그러곤 모두 분노한 얼굴로 도를 뽑아 들 때 선우진이 그들을 만류하며 소리쳤다.

“일단 객잔 안으로 들어가시오! 어서!”

그 말에 낭인들이 반발했다.

“무슨 소리요, 공자! 저놈이 양가를!”

“어차피 따라올 거요! 밖에선 상대할 수 없소!”

그때 의자를 맞고 튕겨 나갔던 괴인이 선우진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키아아아아!”

조금 냉정을 찾은 해청연은 검을 휘둘러 선우진의 앞에서 괴인을 막아 냈다.

깡! 깡! 깡!

그사이 선우진이 다시 외쳤다.

“어서 빨리 객잔 안으로! 저놈은…!”

그들에게 뭐라고 소리치려는 사이 해청연이 다시 위기에 처했다.

검을 맞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드는 괴인을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이익!”

심지어 어쩔 수 없이 뒷걸음질 치던 해청연은 순간 돌멩이를 밟고는 균형을 잃고 말았다.

절망적이었다.

“아악!”

괴인이 돌진하며 손을 휘두르는 순간, 해청연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억센 손이 그녀의 입과 허리를 꽉 잡고는 옆으로 확 당겼다.

“웁!”

선우진이었다.

그가 자신의 입을 막고는 허리를 확 잡아당겨 위기를 벗어나게 해 줬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위기를 피하게 한 선우진은 그대로 멈춘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해청연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금방이라도 괴인이 덮쳐 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막힌 입으로도 이게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려고 했을 때, 문득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들이 움직임을 멈추니 괴인의 움직임도 멈췄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우진의 품에서 지켜본 그 괴인은, 바로 옆에 있는 자신들을 덮쳐 오지 못하고는 마치 자신들을 찾고 있는 듯 그 자리에서 고개만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저 괴인이 아까부터 눈을 감고 있었다는 사실이 해청연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도 저놈의 시력은….

그때였다.

“선우 공자! 괜찮으시오?!”

객잔 안에서 낭인들이 소리를 치자, 고개를 획 돌린 괴인이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놈이 전선을 지나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검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 내며 달려드는 놈의 움직임을 보는 순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이 혈교의 마인이라는 사실을.

혈교에서 만들어 낸 여러 종류의 마인들, 놈은 그중에서도 특히 효귀(梟鬼)라고 부르던 놈이었다.

올빼미 귀신, 밤에 사람을 습격하는 데 특화된 마인이었다.

문득 내가 전선으로 갔던 초기에 효귀 한 마리가 전선을 넘어 민가를 습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그게 저놈인 모양이었다.

어두운 곳일수록 더욱 위험해지는 도검불침의 괴물, 효귀가 객잔으로 몸을 날리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른 사람들에겐 미처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던 것이다.

서둘러 청연 소저의 몸을 놓고 객잔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을 나눴던 그들을 죽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들을 위해 내일 헤어지며 줄 선물까지 준비해 놨는데….

“괴물이다!”

“으아아악!”

“아아악!”

객잔 안에선 이미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다급하게 객잔 안으로 뛰어들자 그 안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점소이와, 이 무사가 이미 죽어 있었던 것이다.

허구한 날 툴툴거리긴 했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늘 세심하게 챙겨 주곤 했던 이 무사가….

지금도 그나마 실력이 있는 장 무사가 효귀에게 도를 휘두르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살해당할 것만 같았다.

“우와아아압!”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객잔의 긴 의자로 놈을 후려쳤다.

퍼억!

의자를 맞은 놈이 튕겨 났을 때 바로 소리쳤다.

“모두 조용히!”

하지만 바로 조용해질 리가 없었다.

“으아아악! 살려 줘!”

객잔 주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이 개자식이 이가마저!”

낭인들이 분노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어떻게든 저들을 조용히 시키지 않으면.

그때 다시 일어난 놈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날리려 하고 있었다.

장 무사 쪽이었다.

“으아아아아!”

나는 바로 괴성을 지르며 우리가 앉아 있던 음식이 놓여 있는 탁자를 엎어 버렸다.

와장창창창!

쨍그랑!

위에 있던 음식과 그릇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깨져 나가는 소리에 효귀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주춤할 때, 그 소리들과 맞춰 크게 소리쳤다.

“모두 닥쳐!”

일순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효귀 또한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귀를 쫑긋거리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이 기회를 살려야만 했다.

나는 식탁 옆에 놓여 있던 작은 의자를 들어 먼 쪽으로 던졌다.

그러자 공중으로 떠올랐던 의자가 땅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쿠당탕!

그 소리에 맞춰 소리쳤다.

“놈은!”

다시 의자 하나를 던졌다.

쿠당탕!

“눈이!”

또다시 하나.

쿠당탕!

“안 보이오!”

이제 근처에 더 던질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제발 이 정도로 알아들어 줘야 할 텐데.

그래도 낭인들의 표정을 보니 그나마 어느 정도 이해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객잔 주인은 아니었다.

그가 지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내게 입을 벌리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 돼!

그때였다.

“하아압!”

기합 소리와 함께 청연 소저가 효귀에게로 달려들었다.

깡! 깡! 깡! 깡!

눈부신 검광으로 효귀의 몸을 난타하며 그녀가 내게 소리쳤다.

“지금 말해요!”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혼자 도망가지 않고 객잔 안으로 따라와 준 것만도 충분히 고마운데 저렇게 영리한 짓까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서둘러 소리쳤다.

“놈은 소리로만 사람을 판별하오! 그러니 절대 소리 내지 마시오! 숨소리도 내선 안 되오!”

내 말을 들은 객잔 주인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청연 소저는 뒤로 계속 밀리고 있었다.

빨리 그녀를 도와주려던 나는 문득 멈칫했다.

놈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지만, 그저 모두 조용히 하고 있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귀만큼 민감하진 않지만 놈은 냄새도 맡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냄새를 이용해 사람을 찾으려고 할 것이었다.

그 전에 놈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그때, 객잔 주인이 덜덜 떨며 입을 막고 있는 곳, 그 옆 계산대 위에 놓여 있는 것들이 문득 내 눈에 들어왔다.

퍼엉!

콰당탕탕!

긴 의자로 후려쳐 놈을 날려 버린 후 청연 소저를 향해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녀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닫았다.

벽에 처박혔던 효귀가 몸을 일으키고는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그러곤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놈은 짙은 갈색 피부의 묘족이었다.

투박한 몸과 덜렁거리는 거대한 물건이 인상적인 벌거벗은 묘족 남성.

초창기 혈교 놈들은 주로 운남에 사는 토박이 묘족들을 마인으로 만들어 보내곤 했었다.

그리고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저들이 그저 실험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된 무림인들로 만든 마인들이 없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무림인으로 만든 마인들이 나타났을 땐….

놈이 우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올 때 청연 소저가 긴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하냐는 뜻인 듯했다.

나는 바로 옆 식탁에 올려놓았던 물건 두 개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그중 하나를 놈의 옆쪽으로 던져 주었다.

휘익!

짜랑! 짜라랑! 짱! 창! 창! 창!

철전을 가득 담아 놨던 바구니였다.

그것이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철전들이 튕겨 나오고 있었다.

그 소리에 맞춰 나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놈이 있는 쪽으로 반장 정도를 가까이 다가갔다.

청연 소저가 그런 나를 보고 깜짝 놀란 듯했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나머지 하나를 놈의 뒤쪽으로 던져 주었다. 이번엔 콩이 가득 들어 있는 자기 그릇이었다.

쨍그랑! 타당! 탕! 타탕! 탕! 탕! 탕! 탕!

그릇 깨지는 소리와 콩이 튕기는 소리에 놈이 뒤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 나는 바로 놈의 뒤통수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좋아, 됐어.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지금 놈의 손에 스치기만 해도 내 연약한 몸은 그대로 찢기고 말 테니까.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두리번거리는 놈의 머리 쪽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객잔 주인이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한 것은.

“에헤취!”

소리에 반응한 효귀가 휙 고개를 돌리자 놈의 얼굴이 내 쪽으로 돌아왔다.

눈을 감은 놈의 얼굴이 내 얼굴에 닿을 듯 가까워져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놈이 막 자신의 앞쪽, 내가 있는 쪽으로 튀어 나가려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젠장!

이를 악물고는 그대로 휙 손을 뻗어 놈의 얼굴로 가져갔다.

***

해청연은 물건을 던지며 괴인에게 다가가고 있는 선우진을 보고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어째서인지 저 괴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대체 저게 무슨 무모한 짓이란 말인가.

삐끗 소리라도 냈다간 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다 객잔 주인이 재채기를 했을 땐 그녀도 비명을 지를 뻔했다.

너무 화가 나 그가 옆에 있었다면 검으로 베어 버렸을지도 몰랐을 정도였다.

몸을 돌린 괴인이 선우진과 바로 얼굴을 맞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놀라 그녀의 눈앞도 하얗게 되는 것 같았다.

괴인이 선우진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하려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선우진이 무모하게도 괴인의 얼굴로 손을 뻗더니만, 놈의 눈꺼풀을 벌리는 것이 아닌가.

저게 무슨?!

황당함과 다급함에 입을 벌려 소리치려 할 때, 괴인이 갑자기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아아악!”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사태였다.

그저 눈꺼풀을 벌려 줬던 것뿐인데 괴인이 양손으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고는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고 있었던 것이다.

검기에도 상처를 입기는커녕 고통도 느끼지 않던 저 괴인이….

문득 해청연의 머릿속에 어떤 가정이 떠올랐다.

설마 빛을 봤기 때문에?

그때 어느새 놈의 뒤로 돌아간 선우진이 놈의 허리를 잡아 번쩍 들어 올리더니만 해청연에게 소리쳤다.

“청연 소저! 놈의 입! 입 속이오!”

순간 그녀의 시선이 비명을 지르느라 크게 벌려진 놈의 입 안으로 향했다.

선우진의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몸은 검기가 안 통해도 입 속이라면….

바로 놈에게 몸을 날리며 검을 찌른 것은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하아압!”

푸욱!

드디어 박혔다!

해청연이 반대쪽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선우진이 놈의 몸을 위로 들어 줬기에 검이 벌려진 놈의 입천장 쪽, 뇌가 있는 쪽으로 푹 박혀 들어간 것이었다.

하지만 뇌를 파괴당했음에도 놈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비명을 지르며 더 거칠게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아악!”

뇌를 찔렸음에도 죽지 않고 자신의 바로 앞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괴물, 흉측한 물건을 덜렁대고 있는 벌거벗은 남자를 보며 해청연은 이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로서 갖게 되는 본능적인 혐오감이었다.

“으으윽!”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검을 쥔 손에서 힘이 빠져 나가려 할 때, 누군가 그녀의 검을 쥔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선우진이었다.

그녀와 함께 검을 잡고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준 선우진은, 놈의 입 속에 박힌 검을 힘껏 비틀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녀의 손 위로 함께 검을 잡은 채였다.

놈은 그 후로도 얼마 동안 발버둥을 치다 결국 죽어 갔다.

난장판이 된 객잔 안에서 죽어 있는 그 괴물을, 사람들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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