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戰線(전선)-1
시신 처리와 뒷수습으로 부산했던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 해가 밝았다.
이제 낭인들과 헤어져 전선으로 가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늘 유쾌했던 낭인들의 얼굴은 하룻밤 사이에 무척 침울해져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칼밥을 먹고 사는 무림인들에게 친우의 사망이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잃는다는 건 역시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주던 양 무사와 그에게 늘 당해 주며 쿵짝을 맞춰 주던 이 무사가 없어졌으니 그 빈자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조심히 가시오, 선우 공자. 부디 무운을 빌겠소.”
“감사합니다. 장 무사님과 종 무사님도 부디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공 무사님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시길 바라고요.”
그들 한 명, 한 명과 굳게 손을 맞잡았던 나는 마지막으로 짐 속에 넣어 뒀던 얇은 책자 세 권을 꺼냈다.
지난 며칠간 틈틈이 적어 놨던 것이었다.
“원래 다섯 권을 만들어 뒀었는데 이렇게 세 분께만 드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건?”
의아한 눈으로 책을 받는 그들에게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육합심법보다는 나을 겁니다.”
그러자 상심해 있던 그들의 눈이 확 뜨였다.
“육합심법? 그럼 설마?!”
“예, 보원심법이라고 합니다.”
“아니, 공자!”
경악한 그들이 서둘러 제목이 없는 책자를 넘겨 보기 시작했다.
보원심법은 방금의 말처럼 허접한 심법은 아니었다.
지난 삶에 설풍 조장이 어디선가 구해다 줘 내가 익혔던 심법이었으니까.
내공도 거의 없던 나를 불과 십 년도 안 되어 일 갑자, 그러니까 일류 최상급의 경지로 만들어 준 심법이기도 했고 말이다.
지금 내가 익히고 있는 혼원무극공 같은 절정의 심법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굳이 따지자면 일류에 턱걸이하고 있는 수준의 심법이랄까?
삼류인 육합심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맨 뒤엔 제가 알고 있는 도법 초식도 몇 개 넣었습니다. 역시 대단한 건 아니지만 도움은 되실 겁니다.”
종 무사와 공 무사가 눈이 휘둥그레져 정신없이 책자를 살펴보는 가운데 장 무사가 붉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우 공자, 대체 왜 이러시오? 이 은혜를 어찌 갚으라고….”
배경과 인연이 닿지 않는 자에겐 평생을 가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제대로 된 내공심법, 낭인 무사인 그들에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 또한 지난 생에 그것 때문에 고생해 봤으니까.
이들에게 제대로 된 내공심법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지난번 녹호채의 산적들과 만났을 때였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나를 먼저 피하게 하고 적들을 막으려 하는 모습을 봤을 때 말이다.
지난 삶에도 몇 명 있었다.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뒤에 남았던 친구들이….
전선에 간 초반, 무공이 낮았던 나는 동료들의 보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나를 보내고 뒤에 남았었고, 그랬던 동료들은 대부분의 경우 살아서 다시 볼 수 없었다.
근데 그 모습을 저들에게서 다시 보게 됐던 것이다.
고작 돈으로 고용된 낭인에 불과한 이들에게 말이다.
돈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자신의 목숨보다 귀할 수는 없는 일, 대부분의 낭인들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보통은 의뢰인을 버리고 먼저 도주하곤 하지.
하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게 신념 때문인지, 아니면 내게 정이 들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이 내게 보여 준 신뢰에 대한 보답은 해 주고 싶었다.
빙긋이 웃어 주며 말했다.
“서로 마음이 통했고 사선까지 함께 넘었으니 우리는 친우가 아닙니까? 마침 제게 소용이 없어진 것이니 친우들에게 선물한다고 해서 대단할 것은 없지요.”
“…공자.”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 나는 서둘러 말했다.
“자, 자. 이제 가 봐야겠습니다. 조금 더 있다간 고개 두 개 넘는 데 하루가 다 가겠군요. 다음에 뵀을 때는 서로 일류의 무사가 되어 다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러자 그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요. 내 반드시 일류의 경지가 되어 공자를 다시 찾아뵙겠소. 그땐 정말 기분 좋게 마셔 봅시다.”
서로 굳게 손을 맞잡은 후, 미련 없이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은 후 슬쩍 뒤돌아봤을 때도 그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로 나를 배웅해 주고 있었다.
마음이 푸근했다.
지난 삶에서 설풍 조장이 내게 해 줬던 일을 나 또한 저들에게 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다시 한번 살아갈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말없이 내 옆에 서 있던 청연 소저가 문득 내게 말했다.
“무림인이 외인에게 무공을 나누는 것은 본 적이 없는 일인데…. 선우 공자는 특이한 사람이로군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꾸해 줬다.
“선우가의 절기가 아니니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그녀가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다 입 속으로 뭐라고 웅얼거렸다.
“….”
알아듣지 못한 내가 되물었다.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에요. 혼잣말이었어요.”
그나저나 이제 이 특이한 소저와도 얘기를 좀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저, 소저. 진정 전선으로 가실 생각입니까? 전선엔 어제 그것과도 같은 검기가 통하지 않는 괴물들이 수없이 널려 있습니다. 정말 죽을 수도 있단 말입니다.”
그러자 잠시 전선 쪽을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어 대답했다.
“안 그래도 어제 많이 고민해 봤어요. 하지만 역시 가는 게 맞는 것 같더라구요.”
조금 답답했다.
그런 걸 보고도 고집을 부리다니 어지간히는 철이 없는 소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그런 걸 직접 보셨는데도 말입니까?”
그러자 여전히 전선 쪽을 바라보던 그녀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저는 이해가 안 가요.”
“예?”
“어떻게 그런 것들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 무림에 알려지지 않을 수가 있죠?”
“….”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선에서 사람이 많이 죽는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거기서 정확히 어떤 것들이 출몰하는지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모두 비밀 서약 때문이었다.
무림맹에서는 전선에 들어가는 무사에게 그곳에서 겪고 본 일들을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다. 만약 발설하면 추살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말이다.
‘그들은 그 이유를 무림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었지.’
하지만 직접 전선에 있었던 우리는 아마 구파의 하나였던 점창파의 추악한 과거와 무림맹의 부끄러운 패배를 숨기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이유라고 해도 굳이 함구령을 내린 것에 대한 의문이 다 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녀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선우 공자의 말대로 그런 것들이 전선에서 수없이 많이 나온다면 누군가는 지금도 거기서 그런 것들과 싸우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근데 제가 여기서 돌아가 버린다면 그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게 되는 거잖아요?”
그녀의 눈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단단한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그저 철없는 영웅심으로 전선에 가려 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저는 그렇게 살고 싶어서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어요. 아버지께서도 저를 그렇게 가르치시지 않았구요. 선우 공자, 제가 무엇으로 보이나요. 저는 여자인가요? 아니면 무인인가요?”
눈빛도 보이지 않고 말투도 조곤조곤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질문에 그만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아아.”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여인이기 이전에 무인이었다.
그것도 일류 최상급의 경지에 올라 있는.
심지어 정신적인 면에서도 스물한 살 때의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운 것 같았다.
저런 무인을 철부지 여아처럼 취급하고 있었다니, 스스로가 한심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며 포권했다.
“소생이 소저의 굳은 신념을 오해했구려.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소, 소저.”
그러자 그녀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갔다.
내가 그녀를 본 후 처음 보게 된 웃음인 것 같았다.
“사과를 받아들이지요. 공자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사과하는 것도 무척 시원하시군요.”
문득 웃음을 짓고 있는 작고 도톰한 다홍빛 입술이 무척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하압!”
푸학!
“키아아악!”
두 치를 뻗어 나온 검기가 벌거벗은 묘족 남자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묘족의 가슴이 갈라지며 피가 튀었지만, 살짝 주춤했을 뿐 그 묘족은 다시금 젊은 검사에게로 달려들었다.
“뒤로 빠져요, 정랑!”
“합!”
젊은 검사는 달려드는 묘족을 피해 뒤로 훌쩍 몸을 날렸고, 묘족의 시선이 그에게 잡혀 있는 사이 교대하듯 옆에서 달려든 여인의 검이 살짝 베어졌던 묘족의 가슴을 다시 한번 베며 스쳐 지나갔다.
츄학!
“키이이익!”
그러자 한층 더 깊이 가슴이 갈라진 묘족의 시선이 이번엔 지나간 여인의 뒤를 쫓을 때, 뒤로 물러났던 남자의 검이 어느새 빛살처럼 날아와 묘족의 심장 부위에 꽂혔다.
푸욱!
“끼아아아악!”
묘족은 심장을 꿰뚫리고도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마구 팔을 휘둘러 댔지만, 검을 박아 넣었던 남자는 어느새 검을 놓아 버린 채 뒤로 훌쩍 물러난 후였다.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익숙한 합공이었다.
남자가 씨익 웃으며 여인에게 말했다.
“한 마리 잡았군. 고생했어, 손매.”
“정랑도요.”
심장이 파괴당한 간귀(豻鬼:들개 귀신)는 이제 점점 느려지다가 반각쯤 후에 행동을 멈출 것이었다.
이미 죽어 있었던 그들이 진짜로 죽게 되는 것이다.
손매라 부른 여인과 잠시 애틋하게 시선을 주고받은 남자는 곧 주변을 둘러봤다.
빽빽하게 우거진 밀림 곳곳에서 여덟 명의 동료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다른 간귀들과 싸우고 있었다.
특별히 위험해 보이는 동료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다시 여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제일 빨리 처리한 모양인데?”
“그런가 봐요.”
두 사람은 혹시 다른 동료들이 위험해지면 지원을 가기 위해 전황을 살피면서도, 서로 손을 슬쩍 잡으며 전투 중의 짧은 여유를 만끽했다.
두 사람이 교제를 시작한 건 일 년 전, 세상과 떨어진 외딴곳에서 늘 죽음을 마주 보며 살고 있는 전선의 무인들에게, 이성과의 교제는 거의 유일하게 남겨진 인간다운 행위이자 유희였다.
물론 전투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철칙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조장은 중급 간귀를 사냥하러 갔지?”
“네, 검기가 안 통하는 놈이 둘 정도 있었어요.”
동료들의 전투를 유심히 보고 있던 남자가 여인을 향해 슬쩍 미소 지으며 말했다.
“조장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군. 빨리 둘만 있을 수 있게.”
남자의 말에 여인이 수줍은 듯 살포시 웃음 지을 때였다.
근처 수풀 속에서 무언가가 확 뛰쳐나왔다.
“크하하하하!”
하지만 여인과 얘기하고 있는 와중에도 주변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남자는 여인을 확 밀치며 허벅지에 달아 놨던 단검을 벼락같이 뽑아 휘둘렀다.
“하아압!”
하지만 덮쳐 온 상대의 무기 위에는 붉은빛이 덧씌워져 있었다.
쩡!
강기였다.
강기가 씌워진 기형 낫은 그대로 단검을 반이나 가르며 틀어박혔고, 표정이 확 변한 남자는 단검을 버리고 뒤로 몸을 날리며 외쳤다.
“손매, 도망쳐! 쌍삭칠흉이야!”
하지만 여인은 언제 다가왔는지 이미 뒤에서 습격한 괴인에게 제압당한 후였다.
“아악! 정랑!”
남자의 시선이 혈도가 점해져 붙잡힌 여인을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그 짧은 틈이 남자의 생사를 결정하고야 말았다.
푸욱!
“커헉!”
“정랑!”
등 뒤에서 쫓아온 괴인의 낫이 남자의 심장 부위에 박혔던 것이다.
“크헤헤헤! 감히 이 어르신을 등 뒤에 두고 한눈을 팔아서야 쓰나?”
“정랑!”
“케헬헬헬! 저 아이가 너의 정인이냐? 염려 말아라. 내가 곧 저놈 따위는 잊어버리게 만들어 주마. 케헬헬헬!”
어느새 여인의 주변으로 일곱 명의 괴인들이 모여 있었다.
혈교의 마두들인 쌍삭칠흉이라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기형의 쌍낫을 사용하는 중년의 일곱 형제로서 그중 세 명은 절정, 네 명은 일류 최상급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키야, 이년 보십시오, 형님! 벌써부터 군침이 넘어갑니다.”
“그러게 비룡대 여아들이 맛집이라고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근데 형님, 저기도 여아가 한 명 있는데, 이년 하나만 잡고 갑니까?”
한 명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여인 한 명이 자신들을 발견하고는 붉은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퍼엉!
하늘 위로 붉게 퍼져 가는 신호를 바라보며 쌍삭칠흉의 맏이 지막이 말했다.
“붉은 신호탄을 쐈으니 곧 귀찮은 놈들이 몰려오겠지만…. 그래도 한 년만 더 잡아가자꾸나.”
“역시! 좋습니다, 형님!”
“둘째, 셋째만 나를 따라와라!”
“예, 형님!”
“예, 형님!”
곧 쌍삭칠흉의 세 명이 신호탄을 쏜 여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비룡십삼대 사 조의 부조장인 매여경은 다른 조원들에게 소리쳤다.
“전투 중지! 지금 즉시 모여서 방어 진형을 짭니다!”
그녀의 말에 간귀를 상대하고 있던 조원들이 즉시 이탈해서는 한군데로 모여들어 원형진을 짰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숙련된 동작들이었다.
하지만 절정의 고수인 쌍삭칠흉의 세 명에게는 가소로워 보일 뿐이었다.
“크헤헤헤헤! 그 정도로 되겠느냐?!”
맏이 지막이 절정 고수의 상징인 붉은 강기를 방출하며 그들을 향해 덮쳐 갔다.
일류 최상급의 무인인 매여경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버텨요! 곧 조장이 옵니다!”
채챙! 챙! 챙!
사 조 조원들은 사력을 다해 절정 고수인 지막의 공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강기를 버티지 못한 병장기들의 날이 푹푹 파이는 중이었다.
“우리도 있다!”
“크헤헤헤헤!”
그 뒤로 쌍삭칠흉의 두 동생이 다시 덮치고 있었다. 그들의 낫에도 맏이만큼은 아니지만 얇은 강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 조원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악물 때, 문득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이이익!”
마치 매의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긴 휘파람 소리, 사조 조장인 점창검응 마유겸의 상징이었다.
“조장이다!”
“조장이 왔다!”
사 조원들의 얼굴이 밝아짐과 동시에, 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잘생긴 젊은 남성 하나가 유성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쳇! 점창검응이 왔군! 형님, 어떻게 할까요?!”
둘째가 맏이 지막에게 묻자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 봐야 한 놈, 내가 맡는다! 너희가 이놈들 쪽을 맡아라!”
그렇게 소리 지르며 맏이 지막이 마유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애송이 놈, 죽어랏!”
“하아아압!”
두 사람이 허공에서 격돌하며 붉고 푸른 강기가 맞부딪쳐 찬란한 불꽃을 만들기 시작했다.
터텅! 텅! 텅! 쾅! 쾅!
점창검응 마유겸의 실력은 놀라웠다.
아직 이십 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악명 높은 마두인 쌍삭칠흉의 맏이 지막에게 한 치도 밀리지 않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뒤늦게 쫓아오고 있던 쌍삭칠흉의 넷째가 소리쳤다.
“큰형님! 저기 또 한 명이 더 오고 있습니다!”
그가 가리킨 곳에선 여인 한 명이 무서운 속도로 나무 위를 날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멀리서도 눈이 확 뜨일 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넷째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저년! 당여은입니다! 형님!”
비룡십삼대의 삼 조장이자 당가검봉이라 불리는 당여은은 운남성 전체에서도 유명한 미인이었다.
그녀를 보는 넷째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점창검응 마유겸과 싸우고 있던 첫째 지막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그들이 몇 번이나 비룡십삼대를 노렸던 이유가 당여은을 잡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지막은 마유겸과 격돌하며 외쳤다.
“이놈은 내가 맡을 테니 너희 모두 가라! 저년만 잡고 바로 여기를 뜨는 거다!”
그러자 그의 아우들이 반색하며 외쳤다.
“예, 형님!”
그러고는 아까 잡았던 여인 한 명만을 어깨에 멘 채로 당여은이 달려오는 쪽으로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