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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10화 (10/359)

10화 戰線(전선)-2

“크헤헤헤헤헤! 이년! 넌 내 거다!”

“어서 오너라, 이쁜 것아!”

쌍삭칠흉의 여섯은 광소를 터트리며 당여은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그러자 한순간, 그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달려오던 당여은이 멈칫하더니만 갑자기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자임에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투지로 혈교도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그녀에게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뭐, 뭐야?!”

“이년, 거기 서라!”

당황한 쌍삭칠흉이 다급하게 그녀를 쫓기 시작했고, 잠시 도주하다가 뒤를 힐끗 본 당여은은 비릿하게 웃음 지었다.

아무리 폭급한 쌍삭칠흉이라도 뭔가 이상함을 느낄 만큼의 심상치 않은 웃음이었다.

“설마?”

그때였다.

울창한 나무 수풀 속에서 몇 명의 무인들이 튀어나왔다.

푸확!

하나같이 병장기에 휘황한 강기를 두른 절정의 고수들이었다.

“하압!”

쉬이익!

가장 먼저, 가장 빠른 속도로 화살처럼 쏘아져 나온 남자의 검이, 여인을 어깨에 메고 있던 일곱째의 가슴을 순식간에 꿰뚫었다.

푸욱!

선우진도 사용한 적이 있었던, 하지만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눈부신 속도를 자랑하는 점창파 사일검법의 절초 일시사일이었다.

“커헉!”

“막내야!”

“점창검룡 사군일?! 함정이다!”

그러자 어느새 뒤돌아 검을 날리며 당여은이 소리쳤다.

“멍청한 마두들!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

밝은 녹색의 강기가 덧씌워진 그녀의 검이 쌍삭칠흉의 둘째와 격돌했을 때, 남은 절정 고수인 셋째는 다른 절정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일 장 길이의 군청색 도강을 맞이하고 있었다.

콰아앙!

“크으윽! 푸, 풍양?!”

그를 덮쳐 온 자는 십삼대의 대주인 폭풍도객 풍양이었다.

과묵한 인상을 가진 중년 도객의 손에서 폭풍이 밀려오듯 도격이 휘몰아쳐 오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악!”

쌍낫을 휘저으며 도격을 받아 내고 있는 그는 금방이라도 폭풍에 휘말려 침몰해 버릴 듯한 조각배 같았다.

그 옆에선 점창검룡 사군일이 사조의 여인을 구해 내고 있을 때, 일류 최상급인 다른 세 명의 동생들을 덮쳐 온 것은 산들바람처럼 가벼운 검격이었다.

살짝 졸려 보이는 부드러운 인상의 청년이 바람처럼 가볍게 한 명을 스쳐 지나가며 중얼거렸던 것이다.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너희 때문에 깼어.”

푸화악!

“크아아악!”

그가 스쳐 간 뒤로 쌍삭칠흉의 다섯째가 가슴에서 피를 뿜어냈다.

그의 가슴은 어느새 거미줄처럼 난자당해 있었다.

“청풍검룡 한교성까지!”

그가 바로 청성파의 수많은 인재 중에서도 천재라고 불리는 십삼대의 일조 조장 청풍검룡 한교성이었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으아아악!”

마침내 견디지 못한 셋째가 폭풍도객 풍양의 도에 참살당하고 다른 동생들도 점창검룡 사군일과 청풍검룡 한교성에 의해 속절없이 죽어 가자, 둘째 구요질은 당여은에게 맹공을 한 번 퍼붓고는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형님! 함정입니다! 아우들이!”

그러자 상황을 힐끗 본 첫째 지막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한순간에 동생들이 모두 죽어 버리다니, 너무 화가 나 머리가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도망가야 했다.

“이놈! 두고 보자!”

“어딜 가려느냐?!”

적이 도주할 것을 예상한 점창검응 마유겸이 기다렸다는 듯 검을 날렸지만 놈의 팔 한쪽을 강하게 스쳤을 뿐이었다.

샤아악!

“크아악! 이 개자식!”

비명을 지르며 첫째 지막이 멀어져 갔다.

결국 일곱 중 다섯 명을 참살했지만 절정 고수인 첫째와 둘째를 놓치는 것으로 싸움은 마무리되고 말았다.

그들에게서 풀려난 사 조 조원 손하랑은 죽은 정인의 시체 앞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정랑! 정랑!”

다른 사람들은 그 주변에 서서 무거운 표정으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문득 한 명의 신형이 빽빽한 나무 수풀에서부터 유성처럼 날아내렸다.

남자다운 체격의 젊은 무인이었다.

“늦었다! 상황은?! 또 칠흉 놈들이었나?!”

그러자 사 조장인 점창검웅 마유겸이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잡아채며 물었다.

“설풍, 네놈! 왜 이제야 온 거냐?! 적신호를 보면 절정들은 전부 모이기로 했던 걸 까먹기라도 한 거냐?!”

설풍은 멱살이 잡힌 채로, 시신의 옆에서 주저앉아 울고 있는 손하랑을 잠시 바라보다 대답했다.

“미안하다. 우리 쪽도 습격이 있어서.”

하지만 그 대답에도 마유겸은 분노를 토해 낼 뿐이었다.

“고작 간귀 따위를 상대하느라 못 왔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네놈만 있었다면 최소한 칠흉 중 한 명은 더 잡을 수 있었다! 아니, 잘하면 다 잡을 수도 있었단 말이다!”

“…미안하다.”

“미안하면 다냐?! 무책임한 놈 같으니! 그러니까 너 같은 근본도 없는 잡졸 놈은 조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말했던 거다!”

그의 폭언에 주변의 다른 조장들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을 때, 설풍의 뒤로 날아내린 한 여인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만하세요! 사 조장님!”

“흥! 나서유인가? 뭐야, 이 빌어먹을 잡졸 놈도 자기 조장이라고 편을 들겠다는 거냐?!”

그러자 인상을 굳힌 그녀가 대답했다.

“저희 조장에 대한 더 이상의 모욕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저희 칠 조는 간귀 다섯 마리를 상대하던 중 숨어 있던 주귀(蛛鬼:거미 귀신)의 습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두 명이 사망했구요! 설풍 조장은 조원들 중 절반이 죽게 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주귀와 간귀 두 마리를 참살하고 이곳까지 달려왔단 말입니다!”

그 말에 마유겸이 흠칫 놀라며 반문했다.

“주귀라고?”

주귀는 효귀만큼이나 은밀하게 움직이는 위험한 마인이었다.

하지만 효귀와는 달리 눈으로 사물을 보고 움직였고, 다른 마인들과는 달리 사람의 정기를 흡수하며 점점 내공을 불린다는 점에서 가장 위험하게 취급받는 마물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지는 주귀는 발견하자마자 참살하는 것이 철칙. 그런 상황이었다면 바로 달려올 수 없었던 것도 당연했던 것이다.

그러자 마유겸이 이내 코웃음을 치며 뒤돌아섰다.

“흥! 그랬나?”

그러자 칠 조 부조장 나서유가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게 다인가요?! 당장 설풍 조장께 사과하세요!”

하지만 마유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어갔고, 다시 소리 지르려는 나서유를 설풍이 제지했다.

“그만둬, 부조장. 그는 방금 조원을 잃었잖아.”

“하지만 그건 우리도!”

“난 괜찮아. 그러니까 그만해도 돼.”

그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웃는 설풍을 보고는, 나서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조장. 왜 싸움만 끝나면 그렇게 바보같이 착해지는 거예요?”

그러자 차가운 인상의 미인 당가검봉 당여은도 말을 보탰다.

“그래, 나도 동감이야. 설풍 당신이 그렇게 무르게 구니까 마유겸 저자도 당신에게 계속 함부로 하는 거라고. 그렇게 바보처럼 굴면 조원들만 힘들어질걸?”

“하하, 그, 그럴까요?”

당여은이 말을 걸자 바싹 얼어붙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설풍의 모습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몸을 돌렸다.

일 조장인 청풍검룡 한교성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아하암, 어쨌든 돌아가자고. 아깐 졸리기만 했는데 이젠 배까지 고파졌어. 아, 참, 대주님 오늘 신입들이 온다고 했던가요?”

그의 질문에 비룡십삼대주인 폭풍도객 풍양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상만큼이나 과묵한 그는 아까부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교성이 말했다.

“한 사람 몫을 하게 만들려면야 한참 걸리겠지만, 그래도 다행이군요.”

그 말을 끝으로 그가 몸을 날리고, 이어서 다른 이들도 몸을 날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칠 조장인 설풍이 막 몸을 날리려 할 때였다.

이 조장인 점창검룡 사군일이 그의 어깨를 잡아 멈춰 세웠다.

“응?”

의아한 얼굴로 뒤돌아보자 냉막한 인상의 사군일이 작게 한마디를 읊조렸다.

“그를 대신해 사과하지. 미안하다, 설풍.”

그러고는 먼저 몸을 날려 사라졌다.

마유겸과 같은 점창의 동문인 그의 사과에 설풍은 피식 웃음 짓고는 그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이것이 여느 때와 다름없는 비룡십삼대의 하루였다.

***

대 혈마교전선 제이 본부에 들러 인적 사항을 등록하고 십삼대로 지원한 우리들은 곧 길잡이에 의해 십삼대까지 안내될 수 있었다.

제이 본부에 모였던 신입들은 이십여 명이나 됐지만 십삼대로 지원한 건 나와 청연 소저, 그리고 천주은이라는 이름의 앳되어 보이는 귀염상의 소저뿐이었다.

나야 지난 삶에 선우십삼검을 떠올리고는 아무 생각 없이 십삼대를 지원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십삼대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모두 지나치게 젊은 십삼대의 연령대 때문이었다.

대기실에서 부대주를 기다리고 있을 때, 청연 소저가 문득 내게 물었다.

“십삼대가 가장 연령대가 젊다는 게 설마 노련한 무사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일까요?”

그녀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도 정확한 분석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것 같긴 한데, 뭐 사실 십삼대뿐 아니라 비룡대 전체의 연령대가 다 낮아지는 추세라고 하니 그리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거짓말이었다.

비룡대 전체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기는 했지만, 십삼대는 그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곳이었으니까.

지난 삶에 본 바로는 십삼대에 속한 중년 이상의 무사는 대주와 부대주 단 두 명뿐이었을 정도였다.

청연 소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심각한 일이군요. 새로 지원하는 노련한 무사들은 없고 강제 징용으로 각 문파가 할 수 없이 보낸 젊은 무인들만 가득하다는 얘기잖아요?”

다시 느끼지만 대단한 소저였다.

몇 가지 사실로 거기까지 유추해 내다니.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합니다.”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천주은 소저가 물었다.

“노련한 무사들이 왜 지원을 하지 않는대요?”

지난 삶에 나와 다른 조였던 데다가 어느새 죽어 버려서 거의 접점이 없었던 천주은 소저는, 지금의 질문을 볼 때 문파에서 강제로 차출당한 제자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만약 문파에서 강제로 떠밀려 왔다면 그걸 모를 리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득은커녕 명성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득, 명성이요?”

“전선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외부로 유출되지 않지요. 그래서 이곳에서 아무리 많은 공적을 세워도, 또 아무리 비참하게 죽어도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득을 따지지 않는 협객들이라 해도, 명성과 명예는 없는데 위험만 가득하니 다들 꺼리는 거지요.”

“아아아.”

그녀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염소수염의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십삼대의 부대주 비조검객 헌영보였다.

그의 얼굴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수다쟁이에 겁쟁이, 게다가 권위적이기까지 한 그가 반갑게 느껴질 날이 올 줄이야.

그가 잔뜩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다. 내가 십삼대의 부대주 비조검객 헌영보다. 내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겠지?”

‘부’자는 작게 말하고 ‘대주’라는 말을 크게 하는 것까지 기억과 똑같았다.

피식 웃으며 적당히 맞춰 주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청연 소저가 먼저 아무렇지도 않게 되물었다.

“아뇨, 못 들어 봤는데요? 유명한 분이셨나요?”

그러자 인상이 확 구겨진 헌영보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대답했다.

“으음, 전선에는 비밀 유지 서약 때문에 잊히는 고수들이 많이 있지. 소저는 견문이 좀 부족한 모양이군.”

어떻게든 자신을 포장하려는 그의 노력은,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한 청연 소저의 반문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가요? 절정 이상의 고수들은 웬만하면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절정이신가요?”

그러자 그의 얼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완전히 구겨져 버리고 말았다.

젊은 조장들 중에서도 절정 고수들이 있는데, 부대주이면서도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의 오랜 열등감이었던 것이다.

나는 청연 소저를 말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웃음을 참느라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단도직입적이고 특이한 소저는 확실히 대단한 면이 있었다.

“으으윽, 자! 시간이 없으니 빨리 조 배정을 하러 가도록 하지! 조장들도 모여 있을 걸세.”

그러고는 내가 내민 서신을 확 빼앗듯이 가져간 그는 그것을 쓱 읽으며 말했다.

“선우세가의 삼남, 선우진. 호오? 선우세가라고?”

그렇게 말하며 나를 다시 보는 그의 시선은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러곤 다시 읽었다.

“천주은, 귀주사수 맏이 천가상의 딸이라고? 귀주사수라면…. 사파잖아?”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천주은을 바라보자 천주은이 살짝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의외이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파인의 딸이 굳이 무림맹이 관리하는 전선에 지원하다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냥 다시 서신을 읽던 헌영보는 이내 인상을 확 찡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이게? 이름 청연. 사문, 부모 밝힐 수 없음?”

청연 소저의 인적 사항이었다.

그녀는 내게도 자신을 그냥 청연이라고 소개했었다.

성은 ‘청’이고, 이름은 ‘연’이라면서.

제갈 소저가 ‘청연아’라고 불렀던 걸 생각하면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아마 뭔가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네, 저는 청연입니다.”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하자 헌영보가 잘 걸렸다는 듯 사나운 표정으로 물었다.

“소저는 신분이 불확실한 사람은 전선에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도 모르는 모양이로군?!”

나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그런 쌩 거짓말을.

당장 칠 조장인 설풍 조장의 신분만 해도 전혀 모르면서.

청연 소저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본부에서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요?”

그러자 헌영보가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우리 십삼대에선 절대 안 되네! 당장 사문과 부모를 밝히든가, 아니면 다른 비룡대로 지원하도록 하게!”

청연 소저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어졌다.

이런 상황은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소인배가 반가웠던 건 역시 서로 대화하기 전까지만이었던 모양이었다.

옆에서 한마디를 던져 줬다.

“청연 소저는 제갈 소저의 친구로서 저희 선우세가에 방문했던 사람입니다.”

그러자 그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제갈 소저? 그게 누군데? 그리고 그게 어쨌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반문한 그의 눈빛이 뒤늦게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것은 표정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네, 지금 떠올리신 천혜검봉 제갈서율 소저가 맞습니다. 이 청연 소저는 그녀의 친구란 말이지요.”

그러자 그의 동공이 크게 확대됐다.

“처, 천혜검봉이라면…?”

“잘 아시다시피 제갈세가의 금지옥엽이시죠. 무림맹의 군사이신 제갈지강 어르신의 따님이시기도 하구요.”

경악한 그의 입이 떡 벌어졌다.

“거, 거, 거, 거짓말하지 말게! 그런 소저가 왜 굳이 전선에?!”

나도 그 이유가 좀 궁금하긴 했지만 그냥 의미심장하게 씨익 웃으며 대답해 줬다.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아마 모종의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맹의 높은 분들과 관련됐을지도 모르는 그런 일 말입니다.”

“그, 그, 그, 그런!”

그것으로 상황은 끝이었다.

헌영보는 이제 입을 꾹 다물고는 아주 공손한 태도로 우리를 안내해 줬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안내를 받아 작은 회의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탄식을 내뱉고야 말았다.

내가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들이 모두 그곳에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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