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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24화 (24/359)

24화 毒林(독림)-6

“독림 안쪽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놀랍군.”

늪지로 이루어진 독림 깊숙이 섬처럼 존재하는 단단한 땅을 밟으며 탐혈마군 지광옥이 주변을 둘러봤다.

입구인 좁은 길, 그리고 안쪽의 모옥과 마당이 들어선 공간을 제외하면 주변은 전부 다 늪지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벽이 쳐져 있는 것도 아닌데 주변에 가득한 뱀이나 벌레 같은 것들이 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공간 전체에 독물들이 싫어하는 향을 뿌려 놓은 것 같았다.

“독과 약초를 모두 잘 아는 자의 짓이야.”

지광옥은 섭혼에 걸린 묘족 아이가 말했던 반신불수 노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가 흉포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는군요, 석 어르신.”

하지만 드디어 모옥에 도착했을 때 모옥의 문을 열고 나온 이는 예상치 못했던 젊은 남녀였다.

남자 놈이 먼저 포권하며 말했다.

“비룡십삼대 칠 조의 조장을 맡고 있는 설풍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오신 선배님이십니까?”

“호오, 비룡대라고?”

지광옥의 입에 흉포한 미소가 걸렸다.

그의 뒤에 있는 부하들은 설풍의 옆에 서 있는 해청연을 보고는 벌써 난리가 난 상태였다.

“여자다! 젊은 년이야!”

“으흐흐흐! 몸매가 아주 좋구나.”

“얼굴도 죽여줄 것 같은데 왜 가린 거야?”

“뭐가 걱정이냐? 우리가 걷어 주면 되지, 크흐흐흐!”

지광옥은 일단 설풍의 말에 대답했다.

“나는 혈교의 지광옥이라고 한다. 이곳에 있다는 늙은이에게 볼일이 있어 왔지. 나를 막을 셈이냐?”

설풍은 다시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탐혈마군 지광옥 선배님이시군요.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선배님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마는, 이곳은 저희 비룡대원들이 가끔 머물고 가는 안가입니다. 무림맹주님과 혈마께서 직접 맺으신 불가침 조약을 무시하시는 것이 아니시라면 부디 이만 물러나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혈마의 이름이 나오자 지광옥의 눈이 꿈틀거렸다.

혈마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그였기에 그 이름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설풍의 생각대로였다.

지광옥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이곳이 비룡대의 안가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만.”

그러자 설풍이 급히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쪽에 비룡대의 표식도 있지 않습니까?”

“응?”

설풍이 다급하게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으로 지광옥이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설풍의 신형이 지광옥을 향해 빛살처럼 쏘아졌다.

파앗!

어차피 결국 싸우게 될 것이라는 건 뻔했다.

그렇게 생각했던 설풍은 최대한 정중하고 겁먹은 듯한 모습으로 상대의 방심을 이끌어 냈던 것이었다.

또한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한 설풍은 그간 숨겨 놨던 자신의 비기마저 끌어냈다.

질끈 감은 그의 눈 사이로 붉은 광채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지광옥의 뒤통수로 온 힘을 다한 호조수를 후려쳤다.

그간 맹표권이라는 이름으로 동료들에게 숨겨 왔던 그의 진신절기 야수권이었다.

콰아아아앙!

“이익!”

설풍은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순간 다시 자신을 바라본 지광옥이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아 냈던 것이었다.

하지만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비틀대는 지광옥을 향해 설풍이 난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마치 야수처럼 양팔로 후려치고 회오리처럼 몸을 휘돌리며 퇴법을 퍼붓는 맹공이었다.

설풍이 지금의 무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반각(일각=15분)에 불과했다.

그러니 그 안에 어떻게든 결말을 내야만 했다.

설풍이 기습하는 것과 동시에 해청연도 몸을 날린 상태였다.

사전에 약속한 대로 지광옥의 뒤에 서 있던 부하들을 향해서였다.

설풍의 뒤로 그림자처럼 따라갔던 그녀의 신형이 혈교도들의 시야에 갑자기 나타났다.

“하아아압!”

슈학!

그녀의 검 끝에서 초고속의 찌르기가 작렬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점창의 사일검법보다 못할 것이 없다고 장담했던 절초, 혜성시흑이었다.

어둠 속을 가르는 혜성처럼 쏘아진 검이 혈교도 한 명의 가슴을 꿰뚫는 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푸우욱!

“커헉!”

이제 네 명.

해청연의 시선이 냉정히 남은 자들을 훑었다.

하지만 깜짝 놀라 물러선 혈교도들은 이미 방어 자세를 굳힌 후였다.

기습의 효과는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이제부터는 자신과 동급으로 보이는 일류 최상급의 무인들 네 명을 상대로 어떻게든 이겨 내야만 하는 것이다.

분노한 혈교도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이년이 감히!”

“덮쳐!”

“야, 야! 죽이지는 마라! 팔다리 멀쩡한 상태로 먹어야 하니까!”

“얼굴에 상처도 내지마! 난 멀쩡한 얼굴을 핥는 게 좋다고!”

보통의 무림 여인들이라면 격분하고 말았을 희롱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들으며 해청연은 오히려 웃음 지었다.

팔다리 멀쩡히, 얼굴도 멀쩡히라니.

저런 마음가짐이라면 오히려 고마울 뿐이었다.

해청연이 적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을 때 설풍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기습을 당해 밀리고 있던 지광옥이 서서히 전세를 회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수세를 유지하며 몸을 회복하는 모습은 과연 백전의 노장이라 할 수 있었다.

지광옥은 간신히 위기를 버텨 내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심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던 것이다.

아직 이십 대로 보이는 애송이가, 그것도 처음에 가늠하기론 아무리 경지가 높아도 내공 팔십 년 정도일 것으로 파악했던 애송이가 거의 초절정에 가까운 무위를 선보이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놈이 눈을 감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기습을 막아 낸 지금, 그것은 그저 놀라운 일일 뿐이었다.

저놈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제 진정한 초절정의 무인인 자신은 여유를 얻었으니까.

맹수와 같은 웃음을 흘리며 지광옥은 서서히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콰릉!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지광옥의 장심이 설풍을 후려쳤다.

혈교의 절기인 폭뢰혈장이었다.

퍼엉!

“크으윽!”

설풍은 양팔을 교차시켜 막아 냈지만 그 엄청난 경력에 뒤로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균형을 잡고 착지한 설풍의 눈에 맹호처럼 덮쳐 오는 지광옥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붉은 수강에 둘러싸인 그의 쌍장이 거대한 바위처럼 설풍을 강타했다.

퍼어어엉!

“호오?”

끝이라고 생각했던 지광옥은 작게 감탄했다.

설풍의 대응이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몸을 최대한 작게 웅크려 맹렬히 회전한 그의 신형이 지광옥의 강격을 살짝 비껴 냈던 것이다.

진정 야수 같은 몸놀림이었다.

그러고는 회전을 그대로 살린 설풍의 퇴법이 지광옥의 머리를 후려 찼다.

샤아아악!

둘은 뒤로 물러서 잠시 공세를 멈췄다.

지광옥의 찢긴 뺨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설풍의 칼날 같은 퇴법이 스친 결과였다.

지광옥이 손으로 자신의 피를 닦고는 그것을 혀로 핥으며 낮게 웃음 지었다.

“으흐흐흐흐! 정말 대단한 놈이로구나. 비룡대의 어린놈들 중에 이런 놈이 있었다니. 더 크기 전에 죽일 수 있어서 다행이로군.”

그러곤 다시 맹호처럼 튀어 나갔다.

“크하하하하!”

거대한 마수처럼 자신을 덮쳐 오는 지광옥을 보며 설풍은 이를 세게 악물어야 했다.

***

모옥 안의 석경달 노인은 아직 도망가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그간의 연구를 기록한 저서들을 다캄에게 준 뒤 급히 당부했다.

“동생들을 데리고 그곳에 가서 숨어 있거라. 알고 있겠지? 최소한 육 개월이 지나기 전까진 절대 나와선 안 된다.”

다캄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물었다.

“톡노! 톡노도 가치 카야죠!”

하지만 석경달 노인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어차피 곧 죽는다. 이왕 죽을 목숨이라면 좀 더 가치 있게 써야 하지 않겠느냐?”

다캄과 동생들을 비밀 통로로 밀어 넣은 노인은 몸을 일으켰다.

몇 년간 움직일 수 없었던 팔과 다리가 오랜만에 감각을 되찾는 중이었다.

사실 그의 반신불수는 스스로 마공을 봉인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였었다.

친구인 전무광의 정신이 점점 더 마기에 침식당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그렇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했던 조치.

이 때문에 그는 계속 공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시전자의 몸을 파괴해 버리는 혈교의 미친 마공으로부터 자신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오랜만에 온몸을 휘도는 마기가 심장을 광폭하게 달구고 있었다.

마기가 두뇌를 침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었지만 잠깐 정도는 괜찮았다.

어차피 오래 쓸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가 광폭한 미소를 지으며 문밖으로 뛰쳐나가려 할 때였다.

문득 누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인상을 팍 찡그린 노인이 뒤를 보며 소리쳤다.

“다캄! 네 녀석이 아직도…?!”

***

해청연은 자신과 동급인 일류 최상급 네 명에게 둘러싸인 채 아직 버텨 내는 중이었다.

다만 이것은 해청연보다는 혈교도들의 선택이 컸다.

“오! 좋아!”

“키하하하! 허벅지 살결이 아주 야들야들한걸?!”

“다음은 가슴 쪽으로 해 보자고!”

“이야, 그건 난이도가 좀 높겠는걸?”

혈교도들은 지금 해청연의 옷만을 살짝살짝 베어 내며 희롱하고 있었다.

상박과 허벅지, 종아리 쪽의 옷에만 칼자국을 내 속살이 보이도록 하며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무림의 여인이든 모욕감에 치를 떨어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해청연은 사실상 이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설풍과 지광옥의 싸움에서 설풍의 상황은 매우 좋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지광옥의 맹공에 설풍은 그야말로 처절하게 버텨 내고만 있는 상황,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해 줄 수 있을 정도였다.

해청연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무리하게 힘을 쏟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혼자서 이 네 명을 이기기는 어차피 힘들 것이고 만약 무리하게 공세를 가하다 사로잡히기라도 한다면 설풍 조장은 끝장일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적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 방심을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때 문득 해청연의 귀가 쫑긋거렸다.

코까지 내려온 머리카락 아래로 그녀의 입이 희미하게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자, 이번엔 내가 해 보지!”

신이 난 혈교도 한 명이 탐욕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해청연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도가 해청연의 가슴 부위를 살짝 스치려할 때 갑자기 해청연의 검이 빨라졌다.

슈하아악!

희뿌연 검기가 한순간 은하수처럼 퍼져 나가고 있었다. 성라검법의 절초 성운포천이었다.

“뭐, 뭐냐?!”

깜짝 놀란 혈교도가 황급히 방어하려 해 봤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채채채챙! 푸슈슈슈슉!

“으아아아악!”

수없이 얽히고설킨 검기가 방어를 통과해 몸을 스치자, 그의 피부가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푸하아아악!

“크아아아악!”

동료의 비참한 죽음을 보고서야 혈교도들은 그녀가 일부러 실력을 숨겨 방심을 유도했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의 눈빛이 흉악해졌다.

“이년이 감히!”

“한꺼번에 덮쳐라!”

“팔 하나쯤 떼어도 별 상관없다! 일단 제압해!”

남은 셋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진심으로 달려드는 일류 최상급의 무인 세 명이라니, 해청연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여유 있게 웃고 있는 해청연의 뒤에서, 두 명의 빛살 같은 인영이 튀어나왔다.

“수고했소, 소저!”

“죽어, 이 새끼들아!”

드디어 운기에서 깨어난 선우진과 비사영이었다.

***

온몸에서 힘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내 감각이 전생의 기억과 일치된 느낌.

내공이 거의 일 갑자에 근접했던 것이다.

고작 단환의 절반만 먹었을 뿐인데 삼십 년 이상의 내공을 얻게 되다니, 이 정도면 소환단과 비슷할 거라던 노인의 말은 지나치게 겸손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일 갑자의 내공이 뒷받침된 엄청난 속도감.

당황한 혈교도의 얼굴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었다.

“하아아압!”

슈하아아악!

선우십삼검의 십 초 이후부터는 일류 이상의 내공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한 번도 펼쳐 본 적이 없었다.

전생에선 몰랐기 때문에, 현생에선 내공이 부족했기 때문에 말이다.

처음 펼쳐 본 선우십삼검의 십일 초 대붕만리, 그 휘황한 검기가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놈의 온몸을 덮쳤다.

희뿌연 날개가 자신을 감싸는 환상에 놀란 혈교도가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도를 휘둘렀다.

“으아아아아압!”

하지만 날개는 그저 환검일 뿐이었다.

그 중심에서 튀어나온 빛줄기 하나가 그의 목을 가볍게 긁고 지나가자 그의 움직임은 우뚝 멈추고 말았다.

푸하아아악!

반쯤 잘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것은 내가 이미 청연 소저와 도를 부딪치고 있는 혈교도를 덮치고 있을 때였다.

청연 소저는 무리하지 않고 놈의 도를 받아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내가 빨리 끝내고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뒤에서 비조처럼 덮쳐 오는 나를 발견한 혈교도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그리고 놈의 시선이 내게 향한 순간, 언제 밀리고 있었냐는 듯 청연 소저의 검이 예리한 선을 그었다.

퓨슉!

나와 청연 소저의 검이 동시에 놈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슴과 목이 쩌억 갈라진 놈이 피를 뿜어내며 쓰러져 가고 있었다.

씨익 웃음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괜한 방해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소?”

그러자 그녀가 드물게 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좋은 방해였어요.”

오랜만에 보게 된 그녀의 머리카락 밑 작은 다홍빛 입술의 미소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때 비사영이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거야?! 나도 도와줘야지!”

남은 한 명의 혈교도를 상대로 비사영이 밀리고 있었다.

내공이야 이제 사십 년 가까이 되지만 아직 일류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한 비사영으로선 아직 일류 최상급의 혈교도를 상대하기엔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맞상대가 어렵다뿐이지 그렇게 위험해 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

극성에 달하면 한 줌의 공기가 되어 적의 공격을 흘려 낸다는 비종문의 천풍보법으로 상대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내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몸을 날리는 동시에 웃으며 대꾸해 줬다.

“별로 위험하지도 않으면서 엄살은!”

“엄살이라니!”

일 갑자의 내공으로 전개하는 신법의 속도감은 확실히 놀라웠다.

순식간에 짓쳐 든 내 검이 다섯 줄기로 나뉘며 혈교도를 덮쳐 가고 있었다.

“으으윽!”

챠챠챠챠챵!

놈이 이를 악물고 내 검을 막아 내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남은 놈들 중에선 가장 뛰어난 놈인 모양이었다.

심지어 환검으로 흐트러진 방어 위로 힘껏 내리친 일격마저 어떻게든 막아 내는 모습.

“하압!”

창!

꽤나 제법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까지 버티나 계속해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시간은 없었다.

놈이 간신히 내 검을 막아 낸 순간, 씨익 웃음 짓고는 그대로 검을 놓아 버렸다.

갑자기 사라진 압력에 당황한 놈이 의문을 토했다.

“무, 무슨?!”

바로 그 순간, 놈의 간격 안으로 들어간 내가 힘껏 놈의 안면을 들이받았다.

빠각!

“크아아악!”

그간 외공으로 열심히 단련한 내 머리는 짱돌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러니 졸지에 짱돌에 얼굴을 강타당한 놈의 안면이 완전히 함몰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 순간 다시 공중에 떠 있던 검을 가볍게 쥐고는 놈의 목을 그어 줬다.

샤악!

놈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을 땐 이미 뒤로 훌쩍 뛰어 물러선 이후였다.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기분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드디어 일차 목표인 지난 삶에서의 무위를 거의 따라잡은 것이다.

박치기를 하느라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훗, 상대도 안 되는군.”

그러자 뜨악한 표정으로 내 박치기를 보고 있던 비사영이 소리쳤다.

“멋있는 척하지 마라, 이 무식한 놈아!”

음, 아마 자기 몸도 나랑 비슷하다는 자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보니 이제 석경달 노인이 참전한 지광옥과의 전투도 새로운 전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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