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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32화 (32/359)

32화 生死怪醫(생사괴의)-2

흑살표 동패경은 흑상도객 고주용의 넷째 의제이자 흑상방의 제삼호법이었다.

그는 비록 내공 칠십 년 정도인 절정 초입에 불과한 수준이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외딴 지역에 가면 한 지역의 절대자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강자였다.

하지만 그는 흑상방에 머물기로 했었다.

그의 대형인 흑상방주 고주용이 약속한 재물과 영화 때문이었다.

고주용은 탐욕스러운 자였지만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선 얻은 것들을 혼자 독식하기보단 계속 투자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자였다.

그래서 그는 절정 고수인 자신의 의제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 결과 절정 고수 네 명을 보유한 흑상방은 결국 귀주팔세의 하나이자 귀주성 서남부의 지배자로 우뚝 설 수 있었고 말이다.

절정 고수 네 명이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런 시골에선 압도적인 무력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을 고주용과 함께해 온 동패경은 생사괴의를 잡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무려 소환단 수준의 영약을 만들어 내는 의원이라니,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가.’

그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대체 얼마만큼의 재물을 벌어들일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재물은 흑상방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 틀림없었다.

세상엔 의외로 재물만 있으면 고용할 수 있는 절정 고수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혈편서시 야운향, 그년처럼 말이지.’

본방에 있을 무공과 미모가 모두 끝내주는 그년, 혈편서시 야운향을 떠올리자 문득 군침이 돌았다.

대형인 고주용의 꿈이 그것이었다.

그녀처럼 재물로 고용할 수 있는 절정 고수들의 수를 계속 늘려가, 언젠간 귀주성 서남부가 아닌 귀주성 전체의 지배자가 되는 것.

그 꿈에 동참하고 있는 동패경은 이제 자신의 눈앞에 포위당한 생사괴의를 바라보며 꿈이 현실이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가 희열에 찬 표정으로 소리쳤다.

“얌전히 항복해라, 마종환! 그럼 이제까지 고생시킨 것들은 그냥 잊어 주겠다! 난 사내대장부거든. 크하하하하!”

그러자 비쩍 마른 강퍅한 인상의 사내 생사괴의 마종환이 코웃음을 치며 되받아쳤다.

“영약이 탐난다고 남의 자식들을 납치한 놈들이 대장부를 논하다니, 내 이제껏 살며 들어 본 말들 중에 가장 재밌는 소리로구나, 으하하하하하!”

동패경은 웃음을 멈췄다.

고작 강호낭중 따위가 자신을 비웃는 것도, 구석에 몰려 있는 주제에 여유 있는 척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다시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냥 용서해 주기로 했다.

막다른 곳에 몰린 놈이 센 척 좀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대장부인 자신이 참아야지 어쩌겠는가.

동패경이 호탕하게 웃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래, 그래. 재밌었다니 나도 기쁘구나. 그럼 이제 얌전히 나와 같이 가겠느냐?”

그러자 마종환이 불을 뿜는 듯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네놈과 같이 갈 수 있는 건 내 시체뿐일 것이다!”

그렇게 말한 마종환은 단검을 뽑더니만 금방이라도 찌를 듯 자신의 목에 갖다 댔다.

동패경은 깜짝 놀랐다.

잡히기 싫어서 자살을 한다고?

그렇게까지?

동패경이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그를 진정시켰다.

“잠깐! 잠깐 진정해라, 마종환! 우리 좀 더 대화를 해 보자!”

“대화?! 단약을 노리고 내 자식들을 납치한 네놈들과 대화를 하자고? 크하하하하! 다 필요 없다! 당장 여기서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내 시체만을 보게 될 것이다!”

자기 목숨을 인질로 삼아 물러나라니,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근데 이걸 또 무시할 수 없는 게 동패경이었다.

마종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주용만큼이나 잘 이해하고 있는 게 그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놈이 알게 할 수는 없는 일, 일단 동패경은 협박부터 해 보기로 했다.

이를 악문 동패경이 소리쳤다.

“죽을 수 있다면 죽어 보아라! 네놈이 죽은 뒤 네놈 자식들이 어떻게 될까 두렵지도 않다면 말이다! 네놈 목숨이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인 줄 아느냐?!”

그러자 피식 웃은 마종환이 대답했다.

“대단하지! 생사환을 만들 수 있는 내가 대단하니 네놈들이 이런 짓거리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다시 말하겠다!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내 생사환을 이용해 보려는 네놈들의 계획도 이걸로 끝나게 될 것이다!”

동패경은 입을 딱 벌렸다.

저놈이 그걸 어떻게….

놈은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종환이 몰아치듯 외쳤다.

“이제 열을 세겠다! 열을 셀 때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네놈은 내 시체를 보게 될 것이다! 하나!”

“자, 잠깐! 마종환! 대화를 더!”

“둘!”

동패경은 당황했다.

이제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죽도록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진짜 물러나 줄 수도 없는데?

“셋!”

동패경의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생각할 시간도 부족했다.

“넷!”

그때였다.

후방에서 누군가 그를 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삼호법님!”

마음이 급해진 동패경이 버럭 화를 내며 그쪽을 바라봤다.

“뭐냐?! 이 급한 상황에?!”

하지만 그를 본 동패경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달려온 하급 무사의 몸이 온통 피투성이였던 것이다.

“스, 습격! 습격입니다!”

“뭐?! 습격이라고?!”

그 와중에도 마종환은 숫자 세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다섯!”

쓰러질 듯 달려온 무사가 그의 앞에 풀썩 쓰러지고 또 마종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섯!”

마음이 급해진 동패경이 마종환 쪽을 힐끗 바라봤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뒷목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뭔지는 몰랐지만 동패경은 일단 황급히 몸을 날렸다.

그러자 빛살처럼 날아온 세 개의 암기가 그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슈학!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쓰러져 있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킨 무사의 짓이었다.

“이, 이놈?!”

그러자 아쉽다는 듯 씨익 웃은 무사가 언제 비틀댔냐는 듯 주변의 무사들에게 환상적인 검초를 날리며 생사괴의를 향해 튀어 나갔다.

슈하악!

“크하악!”

“커허억!”

검광이 환상처럼 퍼져 나가자 주변에 있던 네 명의 무사들이 피를 뿜어냈다.

그 피 사이로 그는 이미 마종환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동패경은 당연히 깜짝 놀랐지만 그걸 보고 당황한 것은 마종환 또한 마찬가지였다.

흑상방도인 줄 알았던 자가 갑자기 동패경을 공격하고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다니, 저자의 정체를 확신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 함정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한 마종환이 단검을 자신의 목에 갖다 대며 멈추라고 소리치려 할 때였다.

문득 귓가에 전음이 들려왔다.

- 어르신! 맹운과 용지를 구해 냈습니다!

그 이름을 들은 마종환은 부지불식간에 힘이 탁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맹운과 마용지는 생사괴의의 아들과 딸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마종환을 덮친 선우진이 그를 와락 안고는 절벽을 향해 빛살처럼 돌진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어르신!”

다음 순간, 그를 보고 있던 흑상방도들은 모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니?!”

“저, 저럴 수가?!”

마종환을 어깨에 얹은 선우진이 절벽을 수직으로 달려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파바바바박!

놀라운 경신술이 아닐 수 없었다.

선우진이 순식간에 삼십 장 높이의 절벽을 중간 정도까지 달려 올라갔을 때였다.

당황해 멍하니 보고 있던 동패경이 이내 이를 악물고는 선우진의 다리를 향해 암기를 뿌렸다.

“도망치게 놔둘 것 같으냐?!”

그에게 흑살표라는 별호를 선사해 준 절정의 암기술이었다.

작은 수전이 빛살이 되어 선우진의 다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쉬이익!

하지만 선우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옆으로 도약했다.

타닥!

설풍과 함께 눈을 감고 사물을 파악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이미 대비하고 있던 암기쯤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카캉! 캉!

동패경의 수전이 헛되이 바위에 부딪치자 선우진은 이제 바위와 바위 사이를 좌우로 이리저리 왕복하며 절벽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타닥! 탁! 탁!

마치 산양처럼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그 모습을 본 동패경은 분노를 터트리며 소리를 질렀다.

“대형에게 신호를 보내라! 절대 놓쳐선 안 된다!”

그러고는 자신이 직접 선우진처럼 절벽을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흑살표 동패경 역시 암기와 함께 신법을 자신의 특기로 하는 자였던 것이다.

절대 자신의 앞에서 저들을 달아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

절벽을 다 오르고 숨을 한 번 돌린 나는 뒤를 힐끗 확인하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진짜 부하들 다 버리고 쫓아오다니, 머리 회전이 지독히도 느린 놈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만약 함정에 끌어들이는 것이면 어떻게 하려고 저런단 말인가.

…물론 그런 게 없긴 하지만.

저자의 속도를 보건대 아무래도 쉽게 떨쳐 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다시 달리기 시작할 때 문득 내 어깨에 걸쳐진 생사괴의가 다급히 물었다.

아마 절벽을 다 올라올 때까진 방해가 될까 봐 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말이 사실인가?! 정말 맹운이와 용지를 구출한 건가?”

말을 하며 신법을 전개하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이분의 신뢰를 얻어 내는 것이 제일 우선일 테니까 말이다.

밝은 목소리로 대답해 줬다.

“물론입니다. 누군가 그렇게 해 주기를 바라시고 저들의 시선을 어르신께 돌리셨던 게 아닙니까?”

“아아아, 그걸…. 그걸 정말 알아줬군!”

그의 목소리는 감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간 쌓여 있던 자식들에 대한 걱정과 자신의 판단에 대한 불안이 한꺼번에 씻겨 나가는 감정이 잘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나 불안했을까?

비록 그것밖엔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저질렀겠지만 그러고도 수없이 번뇌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혹시나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자식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 아닐지.

실제로 지난 삶에선 그의 의도가 실패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말이다.

감격에 말을 잇지 못하는 그에게 다시 말해 줬다.

“두 사람 다 험한 일은 전혀 당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건강하고 멀쩡하게 쉬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고맙네. 정말 고맙네.”

사실 험한 꼴을 당할 뻔하기는 했지만, 굳이 그에게 말해 주진 않았다.

울먹이듯 떨려 나오는 그의 목소리도 그냥 모른 척해 주기로 했다.

문득 내게 장하다고 말씀해 주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와 겹쳐 보여 가슴이 따뜻해져 오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내 가슴을 급속도로 냉각시켰다.

“이놈! 당장 거기 서지 못할까?!”

뒤에서 동패경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역시 절정 고수, 엄청난 속도였다.

대충 봐도 마종환을 업고서 그를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짧게 심호흡을 하곤 다시 빠르게 말했다.

“그러니 이제 어르신만 무사히 탈출하시면 됩니다. 혹시 생각해 두신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하지만 짧은 신음 소리와 함께 그가 무겁게 대답했다.

“자네에게 부끄럽지만 대단한 방법은 없다네. 다만 저들의 탐욕 때문에라도 절대 나를 죽게 하지 않을 거라는 것. 그리고 역시 그 탐욕 때문에 고주용을 죽이려는 자들 또한 몰려들 것이라고 확신했을 뿐이네.”

하긴 그의 판단이 정확할 것이다.

지난 삶에서도 고주용을 죽이는 것만큼은 성공했었으니까 말이다.

아마 아까도 내가 없었어도 어떻게든 빠져나갔을지도 모르지.

흠, 그럼 급해지면 생사괴의를 놔두고 혼자서 도망가면 되는 건가?

일대일이라 해도 저 동패경과 싸워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은데.

이류와 일류의 차이가 고양이와 스라소니라면, 일류와 절정의 차이는 스라소니와 호랑이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아무리 그가 근접전이 아닌 암기술을 특기로 하는 자라 해도 정면 대결을 벌여 그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동패경, 암기술과 신법이 특기인 절정 고수.

게다가 그의 암기에는 주사독이라는 극독이 발라져 있다고 했었다.

아까 하급 무사를 족쳐 얻어 냈던 흑살표 동패경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던 나는 문득 생사괴의에게 물었다.

“어르신, 혹시 그거 있으십니까?”

“응? 그거라니?”

***

흑살표 동패경은 앞에서 달아나는 놈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마종환을 업고 달리는 놈 따위야 금방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각(30분)이 지나도록 놈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암기와 신법을 특기로 하는 그로선 너무나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수련을 해 온 놈이기에 사람 하나를 업고도 저렇게 잘 달리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암기를 던져서 맞히고 싶어도 놈은 아까부터 마종환을 자신의 등에 업어 몸을 가리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마종환은 아까부터 뻣뻣하게 굳어 움직임이 없는 것이 아무래도 점혈을 당한 모양이었고 말이다.

아마 놈은 자신이 마종환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동패경은 터져 버릴 것 같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

놈을 잡지도, 암기를 던지지도 못하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나 미칠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때였다.

놈이 달리며 자신을 향해 소리쳤다.

“동패경! 우리 협상을 하자!”

목소리를 듣건대 놈도 상당히 지친 모양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회심의 미소를 지은 동패경이 대꾸했다.

“무슨 협상을 한다는 거냐?!”

그러자 놈이 대답했다.

“네놈이 원하는 것은 생사괴의가 아니더냐?! 나는 영단 세 개, 아니 두 개만 챙길 수 있으면 만족한다! 그러니 내가 그것만 챙기면 얌전히 이자를 놓고 가겠다! 어떠냐?!”

동패경은 잠시 생각했다.

확실히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앞으로 계속 영단을 만들어 낼 마종환을 무사히 돌려받을 수만 있다면 그깟 두 개 정도야 충분히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가능하면 놈을 죽여 버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괜히 성질을 자극해 놈이 마종환을 죽이기라도 한다면 큰일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놈이 이미 마종환을 점혈해 놓은 것 같으니 아까처럼 자결하겠다고 설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그의 신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테니, 아무래도 그 정도로 협상하는 편이 현명한 일인 것 같았다.

생각을 정리한 동패경이 대답했다.

“좋다! 그렇게 하자!”

그러자 놈이 반색하며 소리쳤다.

“그럼 그 자리에 멈춰라! 그럼 나도 멈추겠다!”

그 말을 들은 동패경은 천천히 속도를 늦추다 마침내 멈췄다. 그러자 선우진 또한 곧 달리는 것을 멈추고는 천천히 마종환을 바닥에 내려놨다.

그러고는 동패경의 눈치를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마종환의 품을 뒤져 영단을 꺼내 들었다.

선우진은 다섯 개의 영단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할 수 없다는 듯 두 개만 자신의 품으로 집어넣었다.

동패경은 그것을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영단을 챙긴 선우진이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자, 나는 이제 물러서겠다!”

“좋다! 어서 꺼져라!”

동패경 또한 조심스럽게 바닥에 누운 마종환을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동패경은 선우진이 바로 도망가지 않고 계속 마종환을 힐끗거린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놈에게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그대로 물러날 것 같았던 선우진이 갑자기 마종환을 향해 암기 몇 개를 날리는 것이 아닌가.

“하압!”

휘리리릭!

그러자 미리 속셈이 있음을 짐작하고 있던 동패경이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마종환의 몸을 감싸듯 보호했다.

채채채챙!

동패경은 간신히 제때 뛰어들어 들고 있던 양손의 수전으로 네 개의 암기를 모두 다 막아 낼 수 있었다.

놈의 신법에 비해서 암기술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크하하하! 감히 이 동 어르신 앞에서 암기술을 자랑하다니!”

암기를 모두 쳐 내는 데 성공한 동패경이 웃음을 터트리며 선우진을 향해 검은 수전을 날렸다.

그의 별호가 된 성명절기 흑살표였다.

슈학!

검은 화살이 빛살처럼 날아들자 대경한 선우진이 황급히 검을 들어 막으려 했다.

푸욱!

하지만 강기가 실린 수전을 검으로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맹렬히 날아간 수전은 검을 푹 관통하고는 선우진의 팔에까지 박히고 말았다.

그걸 본 동패경이 비릿하게 웃음 지었다.

극독이 발라진 암기가 박혔으니 놈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확인 사살을 위해 한 개의 암기를 더 던지려 할 때였다.

푹!

목덜미에 따끔한 감촉을 느낀 동패경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불길함을 느끼며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점혈된 줄 알았던 마종환이 사납게 웃으며 가죽 자루의 입구를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목을 꽉 물고 있는 두 마리의 뱀은 아마 거기서 나온 모양이었다.

“이, 이런…!”

경악했던 동패경의 표정이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방금 물렸는데 벌써 눈앞이 흐려지며 구토가 올라오고 있었다.

엄청난 극독임이 분명했다.

“이놈이, 감히!”

동패경이 어지러움을 참으며 벌써 뻑뻑해진 손을 움직여 마종환에게 암기를 던지려 할 때였다.

그 순간, 그의 등을 관통한 검날이 가슴 앞으로 튀어나왔다.

푸욱!

“커억?!”

어떻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극독이 발라진 암기를 맞았으니 놈은 이미 죽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동패경은 그대로 숨을 거뒀다.

절정의 고수인 흑살표 동패경이 일류의 무사 선우진에게 죽임을 당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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