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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34화 (34/359)

34화 生死怪醫(생사괴의)-4

생사괴의가 다급하게 말했다.

“나를 내려 주고 자네라도 빨리 도망치게. 나는 잡혀도 살 수 있지만 자네는 목숨이 위태로워! 지금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줬네! 내 절대 이 은혜를 잊지 않겠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를 악물었다.

정말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건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때였다.

문득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 계속 달려!”

순간 멍해졌다.

절대 잊을 수가 없는 목소리였다.

전생에서부터 내가 가장 존경해 왔던 나의 우상이자 은인인 설풍 조장의 목소리.

씨익 웃으며 생사괴의에게 소리쳤다.

“어르신! 꽉 잡으십시오!”

그러곤 달리기 시작했다.

이젠 아무런 망설임도 있을 수 없었다.

내 앞을 향해 오고 있던 흑광륜 각기효는 방금 그것이 어디서 들려온 목소리인지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자신을 향해 내가 달려오기 시작하자 흉흉한 눈빛으로 소리쳤다.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비 같은 놈이로구나! 모두 포위해서 저놈을 잡아라!”

“네! 이호법님!”

그 순간이었다.

포위망의 오른쪽 수풀 속에서 설풍 조장이 벼락같이 뛰쳐나왔다.

화아악!

마치 먹이를 덮치는 맹호와 같은 기세였다.

“으하아아압!”

포효하는 그의 신형이 흑상방도들 사이로 뛰어든 순간, 마치 폭탄을 맞은 듯 하급 무사들이 사방으로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갔다.

푸하아악!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악!”

“크어어억!”

한순간 조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공백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조장은 이제 직선으로 각기효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맹호처럼 돌진하는 그의 주변으로 하급 무사들이 폭풍에 휘말린 조약돌처럼 힘없이 튕겨 나가고 있었다.

마치 폭풍이 몰려 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압도적인 무위였다.

그의 감은 눈 사이로 희미한 붉은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 뭐냐?! 저놈은?!”

순식간에 자신의 앞까지 돌진해 오는 조장에게 깜짝 놀란 각기효는 륜을 들어 조장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 순간, 씨익 웃은 내가 달리며 암기를 투척했다.

동패경의 검은 수전이었다.

쉬이익!

온 힘을 다해 날린 수전이 놈을 꿰뚫을 듯 덮쳐 가자, 갑작스러운 기습에 깜짝 놀란 놈이 황급히 륜을 휘둘러 암기를 쳐 냈다.

팅!

그 순간, 조장이 놈에게로 들이닥쳤다.

“하아아아압!”

온몸을 휘돌린 조장의 발차기가 각기효의 상체를 후려 차고 있었다.

“으윽!”

이를 악문 각기효는 황급히 방어했지만 그의 쌍륜 위로 엄청난 내려찍기가 작렬했다.

꽈아아아아앙!

“크으으으윽!”

엄청난 충격, 륜으로 발차기를 받아 낸 그가 발목까지 땅속으로 푹 들어갈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타격이 컸겠지만 그에게는 불행히도 조장의 야수권은 연환격이 최대 강점이었다.

각기효가 막아 낸 힘을 타고 반대 방향으로 순식간에 회전한 조장이 이번엔 호조수로 각기효를 후려쳤다.

각기효는 경악하며 륜으로 간신히 막아 낼 수 있었다.

터엉!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각기효의 륜을 움켜잡은 조장은 그것을 잡아당기며 반대 손으로 각기효의 얼굴에 정권을 날렸다.

포탄 같은 위력의 찌르기가 그의 머리를 꿰뚫을 듯 날아들었다.

슈학!

각기효의 얼굴은 이제 사색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 또한 노련한 절정 고수, 그는 이번에도 고개를 틀어 간신히 피해 낼 수 있었다.

그러곤 잡힌 륜을 놓아 버리고는 사력을 다해 땅을 박차고 뒤로 몸을 날렸다.

어떻게든 조장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순간 조장의 팔 보호대에서 기다란 네 개의 철조가 발사되듯 튀어나왔다.

그러곤 팔을 안으로 당기며 그것을 그었다.

샤아악!

철조에 씌워진 붉은색 강기가 허공에 핏빛 잔상을 무지개처럼 피워 내고 있었다.

진짜 피가 섞인 듯 선연한 붉은 빛이었다.

뒤로 물러선 각기효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하지만 얼굴에 네 개의 홈이 깊게 파인 그는 끝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곧 그의 얼굴에 파인 네 가닥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그는 그대로 절명하고야 말았다.

조장의 팔의 범위는 벗어났지만 맹호조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사태에 주변에 있던 흑상방도들은 이제 공포에 빠지고 말았다.

“우어어억?! 이호법께서!”

“이호법께서 저런 젊은 놈에게 패하시다니!”

“그것도 이렇게 쉽게?!”

조장이 맹수 같은 눈빛으로 주변 무사들을 힐끗 바라보자 그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무방비하게 서서 맹호조를 다시 집어넣고 있음에도 아무도 접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그의 옆에 착지한 내가 반갑게 소리쳤다.

“조장!”

그러자 조장이 맑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늦어서 미안하네, 진.”

크으, 이렇게 적당할 때 나타나 멋있게 구해 줘 놓고서 하는 말이 늦어서 미안하다니.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겸손하기까지 해도 되는 건가?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완벽한가 싶었다.

물론 여자 공포증만 빼고 말이다.

웃음 띤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전혀 늦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멋있어 보이려고 지금 나오신 거 아니었습니까?”

그때였다.

고주용의 분노한 포효가 들려왔다.

“감히 각 이제를! 이 개놈들! 절대 살려 두지 않겠다! 모두 저놈들을 잡아! 다 죽여 버려라!”

그렇게 외친 고주용은 제일 앞장서서 절벽을 미친 듯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걸 본 조장이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게 좋겠군. 가세.”

그리고 우리는 다시 도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향은 원래 내가 가려던 방향이 아니었다.

“이쪽으로 오게!”

조장의 안내로 좀 더 북쪽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조장이 왜 이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어서 와! 고생했다, 진!”

“사영!”

십 장쯤 되어 보이는 강물 앞에서 비사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비사영과 조장은 먼저 만났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비사영은 강 저편에 묶어 놓은 밧줄의 한쪽을 잡고 있었다.

그가 밧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말했다.

“인사는 여길 건너고 나서 하자. 먼저 가!”

문득 강물을 바라보니 유속이 꽤 센 편이라 아무리 무림인이라도 물속으로 헤엄쳐서 건너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밧줄을 타고 건넌다면 확실히 한동안은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득 걱정이 되었다.

우리가 건너가면 비사영은 어떻게 건너간단 말인가?

걱정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우리가 다 건너면 사영 너는 어쩌고?”

그러자 그가 자신 있게 씨익 웃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반문했다.

“너 설마 비종문의 대제자를 걱정하는 거냐?”

그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알았다. 그럼 부탁한다.”

그러고는 생사괴의를 업은 채로 밧줄을 타고 달려 금세 강 반대편까지 건너갈 수 있었다.

내가 건넌 뒤 설풍 조장 또한 순식간에 강물을 건너왔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꽤 시간을 끌었던 모양이었다.

저 뒤에서 고주용을 비롯한 흑상방도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잡아라! 절대 놓치지 마라!”

“잡히기만 해 봐라! 뼈까지 씹어 먹어 주마!”

고주용과 그의 셋째 의제 한적삼은 슬쩍 봐도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저 계약 관계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래도 의형제로서의 정이 아주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걱정이 되어 비사영에게 소리쳤다.

“사영! 빨리 건너와라!”

그러자 그들을 힐끗 본 비사영이 씨익 웃고는 묶어 둔 밧줄을 힘껏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곤 당겼던 밧줄의 탄력까지 이용해 앞으로 한순간 튀어 나가더니만, 강물 바로 앞에서 새처럼 도약했다.

타닥!

비사영의 신법은 확실히 놀라웠다.

마치 새처럼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올라서는 한꺼번에 오 장 정도나 도약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강폭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의 몸이 추진력을 잃고는 거센 강물 속으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사영!”

우리는 걱정되어 그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몸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들고 있던 밧줄을 놓아 버린 비사영이 허공에서 힘없이 떨어지고 있는 밧줄을 밟고는 다시 몸을 띄워 올렸던 것이다.

탓!

“저, 저!”

보고 있던 우리는 물론 뒤에서 추격해 오던 고주용 일당까지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난 신법이었다.

비사영은 그 후로도 떨어지는 밧줄을 몇 번 밟으며 짧게 도약하더니만 순식간에 우리 옆에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

감탄한 우리는 환호성을 터트렸다.

“우와아, 사영! 어떻게 된 거야?!”

“선우 소협의 신법도 나이에 비해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엄청나군! 엄청난 신법이야!”

“대단한데, 사영? 조금만 더 하면 능공허도도 가능한 거 아닌가?”

그러자 그가 멋있는 척 머리를 쓸어 넘기며 대답했다.

“훗, 비종문의 대제자라면 이 정도는 해 줘야겠죠. 능공허도까지야 무리겠지만 언젠가 초상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잘난 척하는 그를 평소처럼 타박하지 않고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봐 주었다.

비사영이 일류의 경지에 올라선 뒤 그의 신법 경지도 큰 폭으로 상승했던 모양이었다.

전생에 이류를 벗어나 보지도 못한 채로 나를 살리고 죽었던 내 친구가 이렇게 쑥쑥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다니,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문득 제자를 키우는 게 이런 기분일까 싶기도 했다.

그때 강 건너편에는 도착했지만 거센 강물을 바라보며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고주용을 힐끗 본 나는, 이제야 좀 여유를 갖고는 생사괴의에게 내 일행들을 소개해 줬다.

“아, 어르신. 이 친구가 아까 말씀드렸던 맹운과 용지를 구해 낸 친구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비룡십삼대에서 제가 속한 칠 조를 맡고 계신 저희 조장님이십니다.”

“오오, 자네들이 우리 아이들을 구해 준 사람들이로군. 고맙네, 정말 고마워!”

“아, 그, 그건 그냥 선우진 이 친구가 시키는 대로 한 겁니다. 저는 별로 한 것이….”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선배님.”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는 다시 출발했다.

흑상방도들은 그때까지도 강을 건널 수 있는 곳을 분주하게 찾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조장, 저들이 어디로 건너올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내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조장이 대답했다.

“상류로 일각 정도 올라가면 강폭이 좀 줄어드는 곳이 나오더군. 아마 그쪽으로 건너올 걸세. 유속 자체는 상류든 하류든 비슷하거든. 그러니 거기밖에 없겠지. 근데 그건 왜 묻는가?”

씨익 웃으며 대답해 줬다.

“다시 저편으로 건너가려고요. 그럼 저희는 하류 쪽에서 건너가는 것이 좋겠군요.”

내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 비사영이 먼저 물었다.

“이대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그냥 이대로 빠져나가도 잡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조장과 생사괴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렇군. 이대로 그저 달리기만 해도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진.”

물론 그랬다.

이대로 빠져나가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물론 이대로 빠져나갈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래서야 앞으로 저놈들이 두고두고 어르신을 괴롭히지 않겠습니까? 저희 역시 얼굴을 가리지 않은 상태니 어쩌면 저희 신분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지요.”

그리고 이런 말까지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내 묵랑검을 저들이 봤으니 우리가 저들의 금고를 털어 간 것도 곧 알게 될 것이었다.

그러니 여러모로 이대로 빠져나가서는 후환이 남게 되는 것이다.

조장이 조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 자네 말은 여기 남아서 저들을 더 괴롭혀 줘야 한다는 얘기로군. 지금처럼 숲에서 숨어 다니며 저들을 요격하자는 얘긴가?”

그것도 물론 가능한 얘기긴 했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럴 필요까지도 없을 겁니다.”

“응? 그럴 필요도 없다니?”

“곧 어르신의 생사환을 얻고 싶어 하는 이들이 이곳에 몰릴 테니까 말입니다. 저희가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고주용과 흑상방은 여기서 뼈를 묻게 될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때까지 어르신이 아직 구출되지 못했다고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뿐입니다.”

내 말에 비사영이 입을 떡 벌리며 감탄했다.

“우와아, 이 사악한 놈. 차도살인을 이런 식으로 계획하다니, 혈교도들도 너만큼 사악하지는 않겠다.”

“뭘 그렇게까지. 내 지론이 선인에게는 선행을, 악인에게는 악행을 하는 거라서 말이야.”

나와 비사영이 그렇게 말장난을 하고 있을 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설풍 조장이 문득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자네 생각은 잘 알겠네. 나도 좋은 방법인 것 같기는 하군. 다만…. 우리에게 그만한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좀 걱정이네. 이제 우리 휴가가 겨우 삼 일밖에 안 남지 않았는가.”

조장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일주일의 휴가 중 벌써 나흘이 지나갔던 것이다.

그러니 돌아가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아무리 길게 잡아도 이틀 안에는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씨익 웃으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틀 안엔 충분히 해결될 겁니다. 염려 마세요.”

내 자신 있는 말에 조장은 미심쩍은 표정이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건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과정이야 그렇다 쳐도 결과는 하늘에 따르는 법. 예언가가 아닌 다음에야 언제까지 이루어진다는 걸 어떻게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이런 예언에 가까운 일을 믿어 줄 만큼 지인들에게 신뢰를 얻었다는 것은 무척 뿌듯한 일이었다.

이번 삶은 꽤나 잘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언은 바로 다음 날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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