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천의검성
청연 소저의 일을 해결한 날, 검성 어르신은 잠시 우리와 함께 이곳에서 머무르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어차피 본가의 사람들은 당신께서 정혈회담 전부터 이미 폐관 수련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으니, 너무 빨리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제갈지강에게 의심을 살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내가 보기엔 그저 딸 옆에 있고 싶은 팔불출 아버지의 변명처럼 보이기만 했다.
“자네가 뭘 모르는군. 나는 아직까지 지혜든, 미모든, 무공의 재능이든, 우리 청연이보다 뛰어난 여아를 본 적이 없다네. 서율이도 꽤 뛰어나긴 하지만 청연이 앞에선 보름달 앞의 반딧불일 뿐이지.”
제갈지강의 얘기를 하다가 그의 딸 천혜검봉 제갈서율을 본 적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검성 어르신께서 갑자기 끼어드시며 한 얘기였다.
물론 청연 소저의 지혜가 뛰어난 건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긴 했다.
하지만 미모나 무공으로 천혜검봉보다 뛰어나다는 건 좀….
“아, 그, 그렇군요.”
우리가 마지못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검성 어르신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얘기했다.
“자네들, 지금 내 말을 못 믿는 모양이구먼. 청연이가 아직 절정에 이르지 못한 건 무공에 별로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라네. 워낙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십 대 이후론 제대로 수련을 한 적도 없었지.”
그런 것치곤 전선에서 우리가 본 모습은 너무도 성실하고 열심히 수련하는 모습이었기에 역시 신빙성이 없었다.
“아, 네.”
“그뿐인 줄 아는가? 지금 앞머리로 가려서 그렇지 청연이의 미모는 그야말로….”
“아버지!”
어디선가 나타난 청연 소저가 빽 소리를 지르고서야 검성 어르신은 화들짝 놀라 말을 멈췄다.
“아, 처, 청연아. 이 아비는 그저….”
청연 소저는 검성 어르신의 팔을 잡고 질질 끌고 가며 말을 남겼다.
“저희 아버지가 다 좋으신데 가끔 딸에 대한 자부심이 과하실 때가 있어요. 이해해 주세요.”
팔불출 검성이라니, 뭔가 환상이 깨지는 기분이었다.
전설 속의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만나고 보니 옆집 아저씨인 느낌?
비사영이 문득 중얼거렸다.
“무척이나… 부럽군.”
……동감이었다.
자라며 아버지의 정을 느껴 보지 못했던 나는 물론 어린 시절부터 부모 같던 스승을 잃고 힘겹게 살았던 비사영도,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배종관과 조부와 둘이서만 산에서 살았다던 설풍 조장까지도 우리 모두가 아버지의 정에 굶주린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있어 솔직하게 서로를 아껴 주는 부녀의 모습이란 그렇게 부러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검성이 딸에게 쩔쩔매는 팔불출의 모습만 보여 줬던 것은 아니었다.
검성 어르신은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며 우리 한 명 한 명씩을 차례로 붙잡고 지도해 주셨다.
그때의 검성은 역시 과연 이래서 검성이구나라고 감탄할 만한 모습이었다.
딸에게 팔불출인 검성의 모습이 상상외였다면, 검을 잡았을 때의 검성의 모습은 상상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하압!”
설풍 조장이 야수권을 전개해 비호처럼 달려들며 호조수로 후려치려 했다.
부아앙!
하지만 딱 그의 팔 앞에 내밀어진 검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조장이 멈칫한 순간 팔 앞에 있던 검 끝은 어느새 조장의 턱 밑에 닿아 있었다.
“윽!”
검성 어르신이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다.
“자네 벌써 열 번째 죽었다네.”
불과 반각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엄청나 보이던 설풍 조장도 검성의 앞에선 어린아이에 불과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대련을 마치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설풍 조장에게 검성이 말했다.
“자네는 이미 다음 단계로 나아갈 모든 준비를 갖췄네. 다만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자네의 몸이 아닌 마음에 벽이 있기 때문인 것 같군.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내면을 좀 더 관조해 보도록 하게. 그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걸세. 그리고 지금 자네의 무공은 지나치게 동에 치우쳐 있는 것 같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나 정이 없는 동은 산만해질 수 있지. 정중동의 묘리를 깨우칠 수 있다면 눈앞의 벽뿐만이 아니라 그다음단계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걸세.”
설풍 조장의 내공이 현재 팔십 년을 꽉 채운 상태니 다음 단계가 구십 년, 그다음 단계라면 드디어 초절정의 벽인 백 년을 말하는 것이었다.
너무 엄청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 모습에 우리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과연 검성이란 절대자에게서 받는 가르침은 몇 년간의 수련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멍한 얼굴로 검성의 말에 대해 생각하던 조장은 곧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감사의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르신!”
설풍 조장만이 아니었다.
검성 어르신은 이런 가르침을 다른 모든 조원들에게도 내려 주셨던 것이다.
내게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네는 이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절정의 경지를 밟게 될 것이네. 그리고 그 한 걸음은 이기성강이지.”
여기까지는 아는 얘기였다.
“근데 강기라는 것이 뭘까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예? 강기는… 단단하게 응축된 기가 아닙니까?”
“그래, 강기란 이름 때문인지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더군. 그래서 강기를 만들기 위해 모두 기를 꽉 뭉치려고만 하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네. 기라는 것은 얼음이 아닌 물과 같은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자유롭게 흐르고 어떤 모양이든 취할 수 있으니까 말일세. 근데 그 물로 무언가를 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나? 물을 꽉 응축시키면 물이 단단해진다던가?”
선문답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내 경지를 높여 줄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로 무언가를 벤다.
얼음이 아닌 물로.
그러려면?
그의 말을 고민하던 내가 내면으로 침잠하자 그는 빙그레 웃고는 다음 사람에게로 조용히 넘어갔다.
또한 검성 어르신은 우리 조원들에게만 가르침을 내려 주신 것도 아니었다.
“다른 조에도 절정의 경지에 올라선 젊은이들이 있다면 좀 불러 주겠나? 괜찮다면 도움이 되어 주고 싶구먼. 일류의 무인들을 지도할 사람이야 많겠지만 절정의 무인들을 지도할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테니 말일세.”
십삼대 전체의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일이니 우리가 거부할 리 없었다.
조장이 가서 일 조 조장 청풍검룡 한교성과 이 조의 점창검룡 사군일을 불러왔고, 나 소저가 삼조의 당가검봉 당여은을 데려왔다.
그들은 모두 비밀을 지킬 것을 약속하고는 검성으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모두가 놀라고 감격해했다는 건 당연한 얘기였다.
다만 사 조장 마유겸만은 그렇지 못했다.
마유겸에게 얘기를 하러 갔던 건 바로 나였다.
우리 조원들 중 마유겸이 가장 좋게 보는 사람이 나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게 맞긴 했다.
마유겸이 나를 좋게 보다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마유겸을 찾아갔던 나는 결국 그와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다.
그가 술에 취해 숙소도 아닌 연무장 한쪽에서 퍼질러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대낮부터?”
황당한 마음에 안내해 준 사 조원에게 그렇게 묻자, 그가 어두운 얼굴로 대답했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부터 계속 이러고 계시더군. 왜 그러냐고 물으면 화부터 내시고. 부조장이라도 있으면 말이라도 걸어 볼 텐데, 부조장도 갑자기 안 보여서….”
그의 말에 순간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라고? 매여경이 안 보인다고?
“매여경 부조장이?! 언제부터 말이오?!”
“어제저녁부터 안 보였다네. 사실 요즘 부조장이 많이 힘들어 보여서 아마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알았소!”
나는 그의 말을 끊고는 바로 달려갔다.
‘매여경이 사라졌단 말이지? 이 시기쯤 주귀에게 당해 죽었던 매여경이…. 젠장, 청연 소저의 일로 이 두 사람에게 너무 신경을 못 쓰고 있었어!’
그렇게 달려가려던 나는 문득 발을 멈추고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마유겸 조장은 언제부터 이랬던 거요?”
“조장 말인가? 조장이 술을 이렇게 퍼마신 건 어제부터긴 하네. 하지만 사실 정혈회담 이후부터 계속 이상하긴 했지.”
정혈회담 이후부터라….
저 말대로라면 마유겸이 망가진 것은 확실히 매여경 소저 때문이 아닌 모양이었다.
갑자기 청연 소저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혈마가 뭔가 전음을 보낸 것 같았다는.
하지만 여전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혈마가 그에게 무슨 얘기를 했고, 대체 무슨 얘기를 들으면 저 강인한 마유겸이 저렇게 망가질 수가 있단 말인가.
혹시 혈마를 혈교로 이끈 전가장과 점창파의 비사?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그 얘기를 다 할 순 없었을 텐데?
그리고 마유겸이라면 그런 얘기 정도로 흔들릴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아니면 그의 아버지인 마원일 전 장문인에 대한 얘기라도 한 건가? 혹시 살아 있다고? 그래서 혈교의 꼭두각시가 되었다고?
지난 삶에서 선우세가의 식솔들이 흑혈환마 두당에게 당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긴 했다.
무인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관계있는 사람들을 농락하는 것이 놈의 악취미였으니까.
하지만 소문에서 들었을 때 마원일 전 장문인은 무황총 혈사에서 다른 무인들과 함께 매몰됐고, 그래서 점창파가 멸망했을 때는 이미 죽은 후였다고 했었다.
그러니 압사당한 그를 다시 파내서 꼭두각시로 만들었다는 건 가능성이 희박할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사실 때문에 마유겸이 저렇게 무너졌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그것도 뭔가 미진했고 말이다.
조원들에게 달려가며 정신없이 떠오른 생각들에 혼란스러워하던 나는 힘껏 고개를 저어 생각을 날렸다.
어쨌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매여경 소저를 찾는 것이었다.
제발 사고를 당하기 전에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 보인 게 어제부터였다면 가능성이 희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 조로 돌아가 조원들에게 소리쳤다.
“사 조 부조장 매여경 소저가 어제부터 보이지 않는답니다! 근데 느낌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우리 조원들은 그간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내 느낌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게 된 상태였다.
그들은 두말하지 않고 모두 함께 수색을 시작했고, 원래 추종술에 일가견이 있었던 삭무흔의 도움으로 결국 하루도 안 돼 그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피를 모두 빨려 목내이처럼 되어 버린 그녀를 말이다.
***
선우진이 매여경을 발견했던 같은 날의 이른 새벽, 오 조의 여조원인 도희영은 몽유병에 걸린 듯 멍한 얼굴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녀와 같은 방을 쓰는 여인들은 그 기척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저 한숨을 내쉬며 신경 쓰지 않았다.
요 며칠간 그녀가 기억나지 않는 악몽에 시달리며 화들짝 놀라서 깨어나거나, 답답하다며 자다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맨발로 밖으로 나갔다는 것까지는 아무도 눈치챌 수 없었다.
도희영은 망설임 없이 밖으로 나와 밀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몽롱한 눈빛의 그녀는 쉴 새 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서쪽, 서쪽으로 가야 해.”
얼마나 갔을까.
십삼대에서 벗어나 한참을 밀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 그녀는 낯선 목소리를 듣고는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 역시 두당 어르신 말씀대롭니다, 형님!”
“그러게 말이다! 오늘쯤 기다리면 될 거라고 하시더니 역시 흑혈환마님의 암시법은 대단하구나!”
깜짝 놀라 바라본 곳에는 이제 이흉이 되어 버린 쌍삭칠흉의 첫째 지막과 둘째 구요질이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안…! 흡!”
아직 이류의 무인인 그녀가 절정 고수인 둘에게 제압당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혈도를 제압당한 그녀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 그녀를 탐욕스럽게 바라보던 둘째 구요질이 말했다.
“일단 이년의 맛부터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형님?”
그러자 첫째 지막이 그를 꾸짖었다.
“푼돈에 눈이 멀어 황금을 놓칠 셈이냐?! 이년이 없어진 걸 놈들이 알아챈 순간 모든 일은 허사가 될 거란 말이다!”
“그, 그렇지만 잠깐이라면…. 알겠습니다, 형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구요질이 풀 죽은 얼굴로 머리를 숙이자 지막이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이런 년 정도는 우리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당여은, 그 년을 잡을 미끼는 쉽게 얻을 수 없지. 게다가 두당 어르신께 사정사정해 얻어 온 혈고가 두 마리 뿐이라는 것을 너도 알지 않느냐? 단 하나라도 낭비해서는 안 된단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지난번 당여은을 잡으려다 다섯 명의 형제를 잃은 두 사람은 복수를 맹세했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복수가 바로 당여은을 잡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것과 동시에 형제들의 복수를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간 모아 온 재산을 몽땅 갖다 바치며 흑혈환마 두당에게 부탁했었다.
부디 당여은을 잡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그 결과 두당은 정혈회담에 혈마의 수행원으로 동행해서는 십삼대에서 가장 무공이 약해 보이는 그녀에게 암시법을 걸었고, 이흉에게는 혈고 두 마리를 건네줬었던 것이었다.
말을 마친 지막은 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그걸 보는 지막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으흐흐흐, 드디어 이걸 써 보게 되는구나.”
그러고는 그것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는 도희영의 입을 벌려 그 안에 부어 주었다.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도희영은 자신의 입을 거쳐 식도로 넘어가는 물렁물렁하고 부드러운 뭔가의 감촉에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잠시 후 의식을 잃고야 말았다.
그들이 도희영에게 먹인 것은 혈교 섭혼술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혈고였다.
다른 섭혼술들은 더 강하고 정순한 내공으로 파훼할 수 있지만, 몸속에 들어가 사람을 조종하는 혈고는 그것을 꺼내기 전까지는 절대 섭혼술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파의 인물들은 아직 혈고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파악했다 해도 그것을 꺼낼 수는 없을 테지만 말이다.
혈고를 통해 주인을 각인한 지막이 도희영의 혈도를 풀어 주고는 물었다.
“너는 몇 조에 소속되어 있느냐?”
그러자 그녀가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는 오 조입니다.”
그 말에 지막과 구요질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당여은과 같은 삼 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이 급히 물었다.
“그, 그럼 혹시 당여은과 친하게 지내기는 했느냐?”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당여은 삼 조장은 딱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깝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명사현 삼 조 부조장 뿐입니다.”
그 말에 지막과 구요질이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그놈밖에 없겠습니다, 형님.”
“그래. 사내놈에게 이 귀한 혈고를 쓰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을 것 같구나.”
그러곤 도희영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섭혼당한 것을 걸리지 않으려면 최대한 빨리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