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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49화 (49/359)

49화 초일류 검법-1

무림맹의 군사전.

제갈지강은 삭무흔으로부터 올라온 보고를 확인했다.

해청연은 처리했으나 그녀의 강력한 동료들 때문에 다른 조원들을 모두 잃었다는 보고였다.

특히 그의 보고에선 십삼대 칠 조 조장이라는 설풍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흐음, 설풍이라. 혼자서 절정 초입 두 명에 일류 최상급 일곱 명을 죽였다고?”

그러곤 전선에서 올라온 정기 보고서도 확인했다.

청연이 혈교도에 의해 납치됐다는 보고가 올라와 있었다. 제갈지강은 그 보고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이번엔 설풍에 대해 알아봤다.

“출신이나 문파를 알 수 없단 말이지. 이자도 전역 후 척살 대상이로군. 아까운 일이야. 쉽지도 않겠고.”

제갈지강은 그 정도의 인물이라면 어떻게든 회유할 수 없을까를 잠시 고민했다.

다시 한번 직접 전선에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설풍이 회유할 만한 인재인지도 확인하고 해청연의 처리도 확인해 볼 겸 말이다.

하지만 오래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시종이 급하게 들어와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어르신! 검성 해운백 어르신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의 이름에 살짝 놀란 제갈지강이 물었다.

“검성이? 무슨 일이라더냐?”

“모르겠습니다. 다만 무척 분노한 얼굴이셨습니다.”

설마….

제갈지강은 일부러 느긋한 태도로 말했다.

“그 사람이 또 무슨 일이기에. 안으로 모셔라.”

“예! 어르신!”

잠시 후 검성이 분노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지강!”

제갈지강이 웃으며 물었다.

“어서 오시게. 천의검성 대협께서 무슨 일이기에 또 이렇게 화가 나셨는가?”

그러자 검성이 잔뜩 꾸겨진 편지를 내밀며 소리쳤다.

“내 딸이! 청연이가 혈교의 마두에게 납치되었다네!”

편지?

검성의 손에 들린 편지를 힐끗 본 제갈지강이 다시 급히 물었다.

“청연이가 혈교의 마두에게 납치됐다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검성이 분노하며 토해 낸 얘기는 이런 것이었다.

해청연과 같은 조에 그녀가 검성의 딸임을 알고 있는 친한 동료가 있었는데, 그녀가 혈교의 마두에게 납치당하자마자 바로 표국의 비표를 이용해 검성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제갈지강은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안타까워했다.

검성이 일의 전모를 알지 못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지만, 하필 그녀의 신분을 아는 동료가 있었다니.

해청연의 말만 믿고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비표를 통해 편지를 전달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도 모두 자신의 실책이었다.

검성이 소리쳤다.

“난 당장 전선으로 가 보도록 하겠네! 또한 백호대도 데리고 갈 생각이네! 그렇게 알게!”

백호대는 무림맹의 무력대 중 검성을 가장 추종하는 자들이었다.

그 대주인 백호군자검 동방무극부터가 검성의 열렬한 추종자였으니 다른 대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제갈지강이 난감한 얼굴로 그를 만류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네. 하지만 운백, 자네도 맹주께서 혈마와 상호불가침 협정을 맺었다는 것은 알지 않나. 설마 자네가 먼저 그것을 무시할 셈인가?”

정치적인 감각이 부족한 검성 해운백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늘 제갈지강의 당부를 따라 주곤 했었다.

그렇기에 제갈지강은 이번에도 그를 설득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제갈지강은 이번에도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너무 우습게 봤던 것이다.

검성이 코웃음을 치며 사나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흥! 상호불가침 협정이라고? 만약 조사해 보고 청연이가 먼저 혈교로 쳐들어가다 그렇게 된 것이라면 나도 두말하지 않겠네. 하지만! 만약 혈교의 마두들이 먼저 와서 우리 청연이를 납치해 갔다면 그거야말로 불가침 협정을 깬 것이 아닌가?! 그런 것이라면 절대 용서할 수 없네! 난 지금 당장 전선으로 가서 청연이를 찾을 걸세! 말리지 말게!”

그렇게 말한 검성은 다시 폭풍처럼 나가 버렸다.

뭐라고 더 말할 새도 없었다.

제갈지강은 머리가 아파 왔다.

이미 그를 말리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았다.

물론 그가 전선으로 간다 해도 이미 해청연은 찾을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온 머릿속이 협심으로 가득 찬 그가 전선의 상황을 알게 된다면 과연 청연을 찾는 것에서 멈춰 줄까?

그럴 리가 없었다.

아마 전선을 온통 뒤집어 놓겠지.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백호대를 데려간다니, 그 안에도 분명히 음영대 출신의 무사가 분명히 있을 텐데 말이다.

혹시 그가 음영대에 대해서 알게 되기라도 한다면….

제갈지강은 바로 뛰어나가 정보부이자 비공식적으로 음영대의 본부인 만청각으로 달려갔다.

어떻게든 백호대에서 음영대 출신의 무사들만이라도 제외시켜야만 했다.

문득 제갈지강은 검성을 제거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따져 봤다.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열다섯 명 중 한 명인 그를 제거하는 것이 가능할까?’

냉정하게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를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떠나서 정파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 컸다.

일반 무사들에게 있어선 오히려 무림맹주인 협왕보다도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백호대까지 끌고 간다고 했으니 사람들의 시선도 더 집중될 것이 아닌가.

암습을 하기엔 여의치 않을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입맛이 썼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골치 아프게 만들다니.

혹시 이 모든 게 계획적인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제갈지강이 알기론 검성도, 검성의 주변인 중에서도 이런 식의 머리를 쓸 사람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에게 있어 해청연은 딸의 조금 특이한 친구일 뿐이었다.

***

쉬이익!

날카로운 창끝이 뱀처럼 유연하게 원을 그리며 짓쳐 들었다.

마치 머리가 몇 개로 늘어난 뱀이 습격해 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빠르게 검을 흔들며 창끝을 좌우로 쳐서 흘려 냈다.

티티티팅!

그러자 창을 든 그가 기합을 지르며 위로 튕겨 올라갔던 창끝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걸렸다!”

부아아앙!

창끝이 한순간 도끼처럼 강하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머리부터 두 동강을 낼 듯한 강력한 기세.

하지만 내 눈빛은 여전히 냉정하게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곤 정확한 순간에 검으로 그것을 슬쩍 밀어내며 한 걸음을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급류의 방향이 바뀌듯 부드럽게 흘려져 지나가는 창격, 비종문 천풍보법의 묘용이었다.

콰앙!

창끝이 강력한 기세로 땅을 내리찍었다.

동시에 내 신형은 상대에게 바람처럼 접근하고 있었다. 큰 공격 뒤에 드러난 완전한 허점이었다.

대경한 상대가 몸과 창으로 동시에 팽이처럼 회전했다. 내 접근을 차단하려는 한 수였다.

위이이잉!

하지만 이미 검의 간격 안으로 들어간 나는 몸을 살짝 띄워 그것마저 흘려 내고는 공중에서 내리꽂히는 매처럼 그에게 검을 찔렀다.

선우십삼검 삼초.

신응강하.

쉬익!

크게 확대된 그의 놀란 눈빛이 보였다.

이걸로 끝인 모양이었다.

“크윽!”

하지만 결정타가 될 줄 알았던 찌르기는 결국 막히고 말았다.

그가 다급하게 창을 회전시키자 그의 검은 창이 뱀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모습으로 내 검을 막아 냈던 것이다.

위이이이이잉!

티티팅!

역시 구파의 하나인 청성파의 절기 사영창법다웠다.

물론 다급히 전개한 초식이기에 아직 승기를 놓친 것은 아니었다.

이대로 계속 공세를 몰아친다면 충분히 그를 꺾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한 번 인상을 쓰고는 다시 뒤로 물러서 그에게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그러자 나와 대련 중이던 청성파 출신의 창수 오 조 조장 독수광이 분노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 표정은 뭐지? 네놈 설마 그 일 검으로 나를 꺾지 못했다고 인상을 쓴 것이냐?”

그의 말에 황급히 표정을 풀고 변명했다.

“아, 그런 게 아니라 완벽히 허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공격에 성공하지 못한 저 스스로가 한심해서 그랬습니다. 오해를 푸시지요, 독 조장.”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게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인상을 썼다는 게 결국 그 말 아니더냐?! 별호 좀 얻었다고 거만하기 이를 데가 없구나!”

그러고는 더 이상 대련할 기분이 아니라는 듯 나를 노려보고는 휙 뒤돌아 가 버렸다.

나는 잠시 당황했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등을 향해 포권했다.

“좋은 대련, 감사합니다. 독 조장.”

“흥!”

요즘 우리 조의 저녁 대련 시간에는 수많은 다른 조의 사람들이 찾아와 함께 대련하자고 요청하곤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대련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었기에 우리도 흔쾌히 대련을 받아 주곤 했고 말이다.

그러다 오늘 오 조의 조장인 청성파 창수 독수광이 내게 대련을 요청해 와 같이 어울렸던 거였는데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 참.”

내가 찝찝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문득 나 소저가 다가와 나를 위로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아마 그는 선우 공자가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시비를 걸 생각이었을 거예요. 어쩌면 저렇게 말하고 가 버린 것도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도망간 것일지도 모르구요.”

비사영 역시 다가와 말했다.

“그래, 신경 쓰지 마. 독 조장은 청성파 문도지만 한교성 일 조장이나 원청원 육 조장과는 전혀 다르게 무척 권위적이고 딱딱한 사람이거든.”

“그래, 고마워.”

하긴 생각해 보면 청성파 사람들이 원래 구대문파 사람들 중에서도 괴팍하기로 유명하긴 했다.

단지 우리 대에 속한 사람들 중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던 거지.

십삼대에 소속된 세 명의 청성파 제자 중 한교성 일 조장은 검 이외의 다른 것들엔 별로 관심이 없었고, 원청원 육 조장은 성격이 워낙 좋아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딱히 다른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킬 일이 없었던 것이었다.

독수광 오 조장만이 좀 예민하고 권위적인 사람이었는데, 저 정도면 그렇게 심한 편도 아니라는 모양이었다.

구대문파 제자들 중에는 진짜 상종도 못 할 만큼 오만하고 괴팍한 자들도 꽤 많다고 하니까 말이다.

나 소저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아요. 그리고 그는 설풍 조장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걸로도 유명하죠. 아마 느닷없이 와서 선우 공자에게 대련을 요청한 것도 어떻게든 우리 조를 망신시켜 보려고 했던 걸 거예요. 설풍 조장을 이길 자신은 없지만 최근 유명해진 선우 공자 정도라면 아마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거겠죠. 뭐, 결국 착각이었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은 나 소저가 새삼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아까 최선을 다한 것도 아니었죠? 청성파 제자이자 오 조 조장인 독수광 조장을 대충 상대하면서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다니, 선우 공자의 발전 속도는 정말 대단한데요?”

그녀의 칭찬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대충 상대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조금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직 조원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사실이지만, 얼마 전 절정의 경지를 밟은 내 신체 능력과 반응 속도는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였다.

또 절정에 오르자마자 칠십 년까지 쌓을 수 있게 된 내공 또한 영약으로 몽땅 채워 넣은 상태였고 말이다.

그러니 아직 일류 최상급인 독수광과 이 정도로 싸웠던 건 딱 일류 최상급 정도의 힘만을 냈기 때문인 것이 맞았다.

물론 절정이 되었다고 밝히지 않았어도 조장이나 청연 소저는 이미 내 경지를 눈치챈 것 같긴 했다.

두 사람 다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전음으로 말을 전해 왔었으니까.

- 축하하네, 진.

- 축하해요, 선우 공자.

그리고 그 순간에서야 나는 청연 소저가 이미 절정의 경지에 올라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긴 일류에서 더 올라갈 곳이 없었던 나를 그렇게 여유 있게 상대하는 걸 봤다면 이미 그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오히려 늦은 일이었다.

아무튼 굳이 능력을 봉인한 채 독수광과 대련했던 건 청성파의 창법인 사영창법과 선우십삼검의 무공으로서의 우열을 비교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용자의 수준이 아닌 순수한 무공으로서의 우열을 말이다.

그리고 이 대결을 통해 나는 그 목적을 명확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

‘선우십삼검의 완패로군.’

대충 예상하긴 했었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열세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허탈한 기분이 몰려왔다.

조금 전, 그의 허점이 완전히 드러났을 때 결말을 짓지 못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대결 내내 기회가 생겨도 잡아내지 못했고, 시종일관 초식에서의 열세를 임기응변으로 만회해야만 했던 것이다.

마유겸과 싸우며 깨달았던 선우십삼검의 한계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귀주성에서 손꼽히는 검법이라는 선우십삼검은 사실 구대문파의 절학들과 비교했을 때 많은 부분에서 모자란 무공이었던 것이다.

물론 십사초와 십오초를 완성한다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서도 사용 자체가 버거운 초식을, 비장의 한 수라면 모를까 평상시에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고민이 됐다.

문득 지난 마유겸과의 싸움이 다시 떠올랐다.

비슷한 절정 초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의 일방적인 대결.

그때 살아날 수 있었던 건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태라면 마유겸을 다시 만난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말이다.

‘아니, 그땐 반드시 죽게 되겠지. 설사 대등한 경지까지 올라선다 해도 무공의 수준에서 압도당할 테니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절박하게 떠올랐다.

초일류의 무공이 필요했다.

점창파의 최고 절기인 사일검법에도 뒤지지 않을 그런 무공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어디서 뚝딱 나올 리가 없었다.

***

조원들을 인솔해 숙소로 데리고 가던 당여은은 걸음을 멈춘 채 선우진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독수광이 그에게 성질을 내는 것도, 나 서유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그리고 홀로 사색에 잠기는 것도 말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분명히 명사현이 아닌데, 명사현처럼 그녀를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럼에도 그를 보고 있으면 명사현을 볼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다시 그때처럼 기대고 싶어졌다.

늘 사람들 앞에서 쓰고 있던 차가운 표정의 가면을 벗어 버리고 말이다.

뒤에서 다른 조원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저 선우진은 정말 대단하군. 이젠 오 조장 독수광까지 능가하다니. 대체 어떻게 저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는 거지?”

“뭐, 죽도록 수련했기 때문이겠지. 칠 조원들의 수련양은 우리 대에서도 유명하잖아? 비단 그만이 아니라 비사영이 발전한 것도 보라고. 그도 이젠 완전한 일류 중급의 무사가 된 것 같던데?”

“그 정도도 아닐걸? 수준만 놓고 보면 그렇겠지만 그 녀석의 신법을 생각해 보라고. 일류 상급 이상도 상대할 수 있다고 봐야지. 그뿐인가? 배종관과 천주은 소저도 검기를 사용하는 것 같던데? 나서유 소저는 이미 일류 최상급의 무사가 된 것 같고 말이야.”

“뭐? 진짜? 뭐야 그럼. 칠 조원들은 전원이 일류 이상이 되었다는 건가?”

“그 이상이지. 설풍 조장을 제외하고도 조장급 고수가 청연 소저, 선우진, 나서유 소저, 비사영, 이렇게 네 명이나 있다는 얘기니까. 그야말로 십삼대 최강의 조가 아닌가.”

“허어, 대단하군.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지? 설풍 조장 덕분인가?”

“글쎄, 내가 전에 배종관에게 물어봤는데 그는 선우진의 이름을 말하더군. 그가 뭐라고 말하면 조원들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수련에 열중하게 된다던가?”

“무슨 소리야, 그게?”

“아마 동기 부여를 해 준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더군. 실제로 그가 오기 전의 칠 조는 그렇게 대단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 않나?”

“하긴, 그도 그렇네. 선우진, 저자가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자였군.”

선우진을 칭찬하는 조원들의 목소리에 슬쩍 미소 지었던 당여은은 다시 냉정한 목소리로 조원들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그들을 부러워하고만 있을 거죠? 우리도 분발해야 하지 않겠어요? 칠 조원들처럼 우리도 함께 수련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요. 나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 테니.”

당여은의 말에 눈을 크게 떴던 삼 조원들이 이내 싱글벙글 웃으며 한마음으로 대답했다.

“네! 조장!”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실상 모든 조원들이 당여은의 추종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삼 조원들에게 있어서 그녀와 함께 수련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최고의 동기 부여가 아닐 수 없었다.

당여은 또한 그들의 씩씩한 모습에 옅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럼 가면서 의견을 나눠 보죠. 무엇을 어떤 식으로 수련하면 될지.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인 수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그리고 그렇게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당여은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해청연이었다.

해청연은 어쩐지 당여은이 신경 쓰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었다.

사람들이 아무리 선우진이 당여은을 연모하고 있다고 떠들어 대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었는데, 이젠 뭔가가 달라진 것만 같았다.

정확히는 선우진이 마유겸으로부터 그녀를 구해 준 날부터였다.

그 후로 당여은을 힐끗 바라보는 선우진의 시선에 뭔지 모를 무게감과 의미가 담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아직 나서유를 보는 것처럼 연모의 감정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당여은 역시 선우진에게 비슷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

방금 전에도 차가운 표정으로 선우진의 대련을 지켜보는 그녀의 눈빛이 사실은 전혀 차갑지 않았다는 것을 해청연만은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서유를 연모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때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그래서 그저 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게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서유와는 어차피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여유를 부렸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말이다.

고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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