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파견-1
다음 날 새벽 우리 조원들은 빠르게 십삼대를 출발했다. 목적지는 십이대가 위치한 서북쪽 방면이었다.
조원들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가장 무위가 낮은 천주은 소저도 일류 초입을 넘어선 데다 신법은 우리 조의 특기와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신법만 봤을 때 우리는 전체 전선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조일 수도 있었다.
새벽 수련을 하는 기분으로 한 시진 정도 나무 위를 달리자 곧 십이대의 막사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십이대원에게 운남성 선위 쪽으로 가라는 얘기를 전달받았다.
십이대주는 거력마를 추격해 이미 운남성의 동북쪽 끝인 선위까지 북상한 모양이었다.
나무 위를 휙휙 달리며 천주은 소저가 물었다.
“우리가 거력마를 잡을 수 있을까요?! 내공 구십 년이 넘는 괴물이라면서요?!”
내공 구십 년이 넘었다는 건 이제 백 년의 벽, 초절정의 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얘기였다.
십삼대의 공식적인 최고수인 풍양 대주나 한교성 조장도 아직 팔십 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으니 천주은 소저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비사영이 유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시오, 천 소저! 우리에겐 진짜 초절정의 괴물인 탐혈마군 지광옥과도 맞서 싸웠던 설풍 조장이 있지 않소?! 더군다나 세 개 대의 가장 뛰어난 조들이 모여 합공할 테니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오!”
그의 말에 천주은 소저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을 때 배종관 또한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걱정 마시오, 천 소저! 조장이 없더라도 천 소저의 안전은 이 배종관이 목숨을 걸고 지키리다!”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지….
저런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헛기침을 하며 그를 외면했고 천주은 소저도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네. 고마워요, 배 공자.”
나는 살짝 불편해하는 듯한 천주은 소저의 표정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쯧, 바보 같은 녀석, 저렇게 여자의 마음을 몰라서야.
나도 여자를 잘 모르긴 하지만 적어도 저건 아닌 것 같았다.
녀석이 안타까웠다.
아무래도 진짜 목숨이라도 걸어야 천 소저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적어도 이번 파견에서 그럴 기회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비사영의 말대로 탐혈마군과도 손속을 나눌 수 있었던 조장이 있기 때문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실제 교전이 일어난다면 어떤 돌발 사태가 생길지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충분히 위험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을 거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거든.’
지난 삶의 기억 덕분에 나는 이미 이 파견의 결과를 알고 있었다.
우리가 결국 거력마를 끝까지 추격하지 못하고 되돌아올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사실 이 파견을 소풍처럼 생각하는 중이었다.
몇 시진을 더 달린 우리는 운남성과 귀주성이 거의 맞닿은 곳에 위치한 선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 선위의 입구에서 십이대 대주인 증악도객 만종임이 한 개 조를 대동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사도, 마도의 무리를 너무도 증오해 증악도객이란 별호를 얻었다는 그는, 엄격한 눈빛과 고집스럽게 닫은 입이 인상적인, 무척이나 딱딱해 보이는 중년의 무인이었다.
“십삼대 칠 조 조장 설풍 외 여섯 명입니다. 만종임 십이대주님 되십니까?”
설풍 조장이 웃는 얼굴로 공손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리를 훑어보더니 되물었다.
“칠 조? 설풍이라고? 일 조의 청풍검룡이나 이 조의 점창검룡이 아니고? 게다가 인원도 왜 일곱 명뿐인가?”
첫 마디부터 매섭게 추궁하는 말투였다.
환대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날 선 반응이 아닐 수 없었다.
약간 당황한 설풍 조장이 대답했다.
“풍양, 풍 대주께선 저희가 이번 일에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인원이 일곱 명밖에 안되기는 하나 전원이 일류의 경지를 넘은 무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전원이 일류 이상의 무인으로 구성된 조라는 건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꽤나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만종임 십이대주에겐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거기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못마땅한 눈빛으로 물었던 것이다.
“설풍이란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군. 자네 사문은 어디인가?”
무척이나 무례한 반응이었지만 조장은 이번에도 부드럽게 웃으며 넘기려 했다.
“가전 무공을 익혔습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죄송합니다.”
그러자 만종임이 조장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말할 수 없다? 설마 사파의 떨거지이기 때문은 아니겠지?”
설풍 조장은 물론 우리 모두는 이제 어이없는 얼굴이 되어 그를 바라봤다.
전선에서 사파의 무인이 근무하는 일은 드물기는 해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우리 조만 해도 조장과 천주은 소저가 사파 출신이 아니던가.
그런데 저런 식으로 다짜고짜 모욕하다니.
조장이 굳은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
“정파 출신은 아닙니다만.”
그러자 만종임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곧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라고?! 풍양, 그가 감히 사파 출신의 떨거지들을 내게 보냈단 말인가?! 그것도 이 중요한 임무에?!”
아무래도 시작부터 잘못된 임무였던 모양이었다.
저런 편협하고 무례한 인간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니.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졌다.
비사영이 문득 중얼거렸다.
“꽃이 지고야 봄이었던 걸 안다더니, 풍 대주가 선녀였다는 걸 이제야 알겠군.”
맞는 말이었지만 굳이 풍 대주와 비교하지 않아도 너무 불쾌했다.
어차피 추격하지도 못할 파견 때문에 조장이 모욕까지 당해야 하다니, 기분이 상한 내가 조장에게 다시 돌아가자고 말하려 할 때였다.
문득 우리가 온 반대 방향에서 열 명의 남자들이 바람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십일대 일 조 조장 제원영 외 조원 아홉 명 지금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제일 늦은 것 같구려! 미안하외다! 하하하하!”
건장한 체격과 호탕한 목소리를 지닌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내가 이미 이름을 들어 봤던 남자이기도 했다.
점창검호 제원영은 점창파 제자들 중 점창검룡 사군일에 이어 이인자로 꼽히는 유명한 무인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를 본 십이대주 만종임의 얼굴에 우리 때와는 전혀 다른 흡족한 웃음이 떠오르고 있었다.
“오오! 점창검호! 역시 윤 대주야! 제대로 된 인재를 보내 줬군!”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만종임의 말에 우리는 다시 한번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제대로 된 인재가 아니란 얘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어서 오게! 오느라 고생이 많았군!”
만종임은 우리가 전혀 받아 보지 못한 환대로 제원영을 맞이하고는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제원영은 호탕하게 웃으며 만종임과 인사를 나누고는 우리 쪽을 쳐다봤다.
“이쪽 분들은…. 혹시 십삼대에서 오셨소?”
그러자 대번에 인상을 찌푸린 만종임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그렇다네. 긴급 파견을 부탁했더니 고작….”
하지만 만종임은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제원영이 놀란 눈빛으로 설풍 조장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형장께서 십삼대 칠 조의 설풍 조장이시오?”
악의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말투였다.
아니, 악의보다는 오히려 정체 모를 호의만이 강하게 느껴졌다.
조장이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만.”
그러자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조장에게로 달려왔다.
“와하하하! 드디어 만나게 되는구려! 사군일의 전서를 통해 들었었소! 청풍검룡 한교성보다도 뛰어난 무인이 십삼대에 들어왔다기에 어찌나 궁금했던지! 너무 궁금해 십삼대로 적을 옮길까 고민도 해 봤지 뭐요?! 마유겸 놈만 아니면 진짜 옮겼을 텐데 말이오! 와하하하하!”
그는 아마도 사군일 이 조장과 서신으로 대화를 나누는 가까운 사이였던 모양이었다.
그 과묵한 사군일 조장이 전서로 소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게, 그것도 저렇게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는 게 좀 신기했다.
그는 사내다운 태도임에도 전혀 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무척 좋은 인상의 남자였다.
문득 얼마 전 죽은 삼 조 부조장 명사현이 생각날 정도였다.
그가 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광풍비룡이란 별호를 얻으신 이야기 또한 잘 들었소! 흑상방이란 거대 방파를 상대로도 거리낌 없이 협을 행하다니, 진심으로 감탄했지 뭐요?! 내가 설 형과 미리 친분을 나누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을 정도였소! 이번에 십삼대에서도 파견자들이 온다기에 혹시나 했었는데 이제야 이 제원영이 소원 성취를 하는구려! 하하하하! 아, 혹시 여기에 비천흑랑 선우진 소협과 질풍비응 비사영 소협도 있으시오?”
그는 심지어 나와 비사영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우리가 어색하게 자신들임을 밝히자 그는 나와 비사영에게도 반가운 웃음으로 떠들썩하게 인사를 나누고는 다시 만종임을 보며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십이대주님. 워낙 평상시에 흠모해 왔던 분들이라 흥분이 앞섰습니다. 사죄드립니다.”
그의 공손한 사과에 만종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리를 힐끗 바라봤다.
어쩐지 심기가 복잡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대충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던 나는 피식 웃으며 조장에게 말했다.
“조장, 십이대주께서 우리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는 것 같으니 이만 복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사영 역시 웃으며 맞장구쳤다.
“맞소, 조장. 우리 같은 떨거지들이 무슨 쓸모가 있겠소? 어서 돌아가는 게 십이대주님을 돕는 거 아니겠소?”
그러자 제원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얼핏 보기에도 설풍 조장을 제외한 다른 조원들 모두가 이미 일류의 경지를 넘은 것으로 보이는데, 십이대주께서 왜 여러분을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는다는 거요? 게다가 떨거지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고?”
그가 의혹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자 만종임이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흠, 흠. 오해가 있었나 보군.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복귀를 시키다니, 그럴 리가 있겠나?”
그러곤 서둘러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피식 웃으며 시선을 교환하고는 일단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삼 일 전, 거력마 저웅원이 부하 아홉 명을 데리고 순찰 중이던 십이대 오 조 원들을 참살하고 두 명의 여조원을 납치해 갔었네. 우리는 비상령을 울리고 서둘러 뒤쫓았지만 종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지. 그래서 조별로 나뉘어 각각 추격하고 있었는데, 북동 방향을 훑고 있던 이 조가 또 당하고 말았지 뭔가. 우리는 그 사실을 저녁때에야 알게 됐었네. 이 조 역시 전원이 사망한 가운데 여조원 한 명의 시체만 없더군.”
그 말대로라면 하룻밤 사이에 십이 대의 두 개 조, 스무 명 정도가 몰살당했다는 얘기였다.
그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것도 좀 이해가 됐다.
제원영이 침음성을 흘리고는 물었다.
“생존자는 전혀 없습니까?”
그러자 만종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간신히 한 명이 살아남긴 했다네. 다만 한쪽 팔과 다리가 잘려 앞으로 무인으로서 살기는 힘들게 됐지만 말일세.”
우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두 개 조가 몰살당하다니, 십이대의 분위기가 어떨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만종임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나는 놈들을 절대로 살려 둘 수 없네. 반드시 잡아 복수할 생각이라네. 그러니 자네들이 힘을 보태 주게.”
문득 청연 소저가 물었다.
“생존자가 있다면 적들의 전력은 파악됐겠네요?”
그러자 만종임이 무거워진 얼굴로 대답했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거력마 저웅원 외에도 세 명의 절정과 일곱 명의 일류 최상급 마졸들이 있었다는군.”
“!”
“!”
그의 말에 우리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구십 년 이상의 내공을 갖춘 거력마뿐만이 아니라, 세 명의 절정 고수가 더 있고 심지어 일류 최상급도 일곱 명이라니.
그 정도면 웬만한 중소 문파쯤은 그들만으로도 깔끔히 지워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두 개 조나 몰살당한 게 아니라 두 개 조밖에 몰살당하지 않아 다행인 건지도 몰랐다.
우리가 약간 술렁거리자 십이대주가 분노한 눈빛으로 말했다.
“물론 적들의 전력이 만만치는 않네. 하지만 정파의 무인으로서 혈교의 마두를 처단하는 데 목숨을 아까워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믿겠네.”
그의 말에 우리는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아까 정파가 아니라고 말했건만.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호감을 뚝뚝 떨어뜨리는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문득 정파의 무인이 아니면 그냥 가도 되냐고 묻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비사영은 실제 그렇게 하려고 한 모양이었다.
“그럼…!”
뭐라고 말을 하려는 비사영을 제지하고는 조장이 나서서 그에게 대답했다.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계속 말씀하시죠.”
제원영 또한 고개를 끄덕이자 만종임이 흐뭇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 역시 비룡대원들답군! 제대로 된 정파의 무인이라면 당연히…!”
그가 또 뭐라고 말을 하려 할 때 청연 소저가 그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디 있죠? 선위로 들어간 건가요? 흔적은 계속 쫓고 있는 거구요?”
너무도 적절한 시점의 개입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청연 소저였다.
만종임은 자신의 말이 끊긴 것이 기분 나쁜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사안이 급박하기 때문인지 일단 헛기침을 하며 대답부터 했다.
“흠, 흠. 우리는 놈들의 흔적을 따라 어제 선위에 도착했네. 하지만 이곳 선위의 입구에서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졌지. 방향을 보건대 선위 안쪽으로 들어간 것 같아 수소문해 보긴 했는데 이상하게도 안쪽에서 그들을 목격한 이들을 찾을 수가 없더군.”
그 말을 들은 청연 소저가 냉정하게 말했다.
“놓치셨다는 얘기로군요.”
그러자 그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놓쳤다기보다는 잠시 여유를 가진 걸세! 어차피 자네들과 합류하기 위해선 기다려야 할 테니 말일세! 놈들이 가면 어디로 가겠나?! 어차피 선위 안에 있지 않겠나?! 그럼 이제부터 샅샅이 뒤지면 되겠지!”
하지만 청연 소저는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들이 이미 귀주성이나 사천성 쪽으로 빠졌을 확률은요?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하시는 이유라도 있나요? 왜 선위 안으로 들어갔을 거라고만 생각하시는 거죠?”
청연 소저의 질문에 만종임은 이번에야말로 당황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아무래도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그, 그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거력마가 귀주성으로 들어갔다면 소문이 안 났을 리가 없지 않나?! 지난 정혈대전 때부터 유명했던 거력마가 움직이는데 아무런 소문도 없을 리가…!”
“거력마가 선위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런 소문도 없을 수는 있구요? 심지어 전선과 가까워 혈교의 마두들에 대한 정보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곳일 텐데요?”
“그, 그건….”
드디어 만종임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청연 소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차마 말로는 못 하겠지만 누가 봐도 한심하다는 표현으로 보였다.
그러고는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뭐라고 소리치려하던 만종임보다 먼저 그에게 물었다.
“하오문에는 접촉해 보셨나요?”
“감히…! 뭐, 뭐? 하오문?”
“예, 하오문이요. 만약 그들이 선위 안쪽으로 들어갔다면 하오문 선위지부에서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하오문이라니, 그들의 지부를 내가 알 리가 없지 않나? 하오문 지부는 하오문 문도들만이 알 수 있는….”
그러자 청연 소저가 그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거기부터 가 보죠.”
그러곤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리 조원들은 웃음을 참으며 그녀의 뒤를 따랐고 그 뒤로 제원영이 자신의 조원들을 이끌고 따라왔다.
그러곤 내 뒤에 바짝 다가와 속삭여 물었다.
“혹시 저 소저 하오문 출신이시오?”
내가 웃으며 고개를 젓자 그가 감탄한 듯 휘파람을 불었다.
“휴우, 굉장한 소저시구려.”
뒤를 힐끗 보니 아까보다도 더 붉으락푸르락해진 만종임이 결국 십이대의 조원들을 이끌고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