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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55화 (55/359)

55화 독수 오 남매-1

화려한 대전.

운남성을 빠져나왔던 혈교의 마두, 거력마 저웅원과 그의 뒤에 서 있던 열 명의 부하들은 절도 있게 부복했다.

“저웅원이 소면마군 사 어르신을 뵙습니다!”

그들의 앞에 있는 커다란 용좌에는 볼품없게 생긴 왜소한 노인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쭈글쭈글하고 못생긴 얼굴에 뱀처럼 날카롭게 찢어진 눈을 가진 노인이었다.

그가 웃는 얼굴로 저웅원의 인사에 화답했다.

“오느라 고생 많았다. 지존께서는 별거 없으시더냐?”

“예! 어르신! 그저 혈교천하가 멀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늘 신중하라고 전하셨습니다!”

“음. 그래, 신중해야지.”

저웅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노인은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너희야말로 혹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세인의 시선을 끌 만한 행동을 한 건 아니겠지?”

그 질문에 저웅원이 살짝 찔끔한 얼굴로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자 푸근한 늙은이처럼 웃고 있던 소면마군 사원양의 얼굴에서 대번에 웃음이 사라졌다.

“왜 대답을 못 하느냐? 설마 무슨 사고라도 친 것이냐?!”

순간 그의 작은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뻗어 나와 대전을 가득 채웠다.

몸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가공할 살기였다.

저웅원이 황급히 대답했다.

“추, 출발 전에 비룡대 몇을 데려다가 즐기긴 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는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어르신!”

그러자 소면마군 사원양의 얇은 눈이 더더욱 얇아져 그들을 노려봤다.

소면마군 사원양은 예전 독림에서 설풍과 선우진에게 죽었던 탐혈마군 지광옥과 함께, 정혈대전 당시 정파인들에게 악몽의 대명사 중 하나로 여겨졌던 초절정의 마두였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는 순간 피바다가 만들어진다’

이 말은 정파인들뿐만이 아니라 혈교도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말이었다.

아니, 오히려 혈교도들 사이에서는 늘 난폭하기만 했던 탐혈마군 지광옥보다도 오히려 더 두려운 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사원양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것을 본 저웅원은 이제 황급히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외쳤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마군 어르신! 용서해 주십시오!”

그의 뒤를 따라 부하들도 다 같이 머리를 박으며 외쳤다.

“용서해 주십시오! 마군 어르신!”

그러곤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덜덜 떨며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면마군 사원양의 분노를 사면 그저 죽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가 정말 분노했다면 차라리 깔끔하게 자결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잠시 후, 좀 풀어진 듯한 사원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한참 때의 아해들에게 무작정 참으라고만 하는 것도 못할 짓이겠지.”

그 말을 들은 저웅원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하지만 혹시 몰라 계속 고개를 숙인 채 들지 않고 있을 때 사원양이 말했다.

“그만 고개를 들어라.”

그러자 저웅원과 부하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마군 어르신!”

다시 바라본 사원양의 얼굴은 처음의 모습처럼 푸근하게 웃고 있었다.

그가 저웅원과 부하들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어여쁜 여아들을 좀 잡아다 놓았다.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곧 알려 줄 테니 가기 전에 한 열 명쯤 골라서 데리고 가 즐기도록 하여라.”

그 말에 저웅원과 부하들이 다시 고개를 처박으며 감격한 듯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마군 어르신!”

***

만종임과 십이대 일 조원들은 먼저 떠났다.

그들과 접선 방법을 정하고 절대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고 두 번, 세 번 강조한 후였다.

이제 십일대 일 조원들과 우리만 남게 되자 비사영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혹시라도 십이대로 전출 갈 일이 생긴다면 차라리 혈마를 찾아가 생사결을 신청해야겠어.”

그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점창검호 제원영 또한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이 제원영이 선우 소협에게 큰 빚을 졌구려. 후일 반드시 갚겠소이다.”

나 또한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꼭 일부러 만종임 대주를 보낸 것 같지 않습니까?”

“아니었소?”

“…날씨가 무척 좋군요?”

꽤나 예리한 자였다.

그 후 우리는 다시 의논을 시작했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 후보지는 정협방과 운씨세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 대주께서 운씨세가를 조사하신다고 했으니 저희는 정협방을 조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만 대주께서 운씨세가를 제대로 조사해 주실 수 있을지 좀 의심이 되긴 합니다만.”

내 말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청연 소저가 물었다.

“산검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라도 있나요? 그들의 상황이 지금 가장 안 좋기 때문에?”

현재 사천성의 정협방에 대항하고 있는 운씨세가와 산검문 중 산검문의 상황이 특히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아마 거의 패망 직전이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확신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의 질문에 모든 이들이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소. 하지만 그 외에도 선우세가에 있을 때 산검문에 관한 정보를 들은 것이 있기 때문이라오. 아마 그들은 후보에서 제외해도 될 것 같구려.”

그러자 청연 소저를 제외한 모두가 ‘아아!’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이건 거짓말이었다.

선우세가에 있던 내가 귀주팔세의 다른 세력들에게 관심을 가졌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다만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지난 삶에서 전선이 무너지고 선우세가로 돌아갔을 때 보게 된 이 삼파전 이후의 결과였다.

‘그땐 셋 중 둘만 남아 있는 상태였지.’

그때는 이미 모든 일이 끝난 후라 과거에 정협방과의 충돌이 있었다는 얘기만 얼핏 들었을 뿐, 다른 것은 나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때 산검문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직 정협방과 운씨세가만 멀쩡히 남아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상당히 의심스러운 일이지. 정협방과의 충돌이 마무리된 후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는데 산검문만 멸문됐다? 그리고 그 영역은 운씨세가가 차지하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지금 정협방의 전력과 기세만 놓고 보면 충분히 귀주성으로 진출하고도 남았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니 운씨세가만 멀쩡히 남아 정협방의 동침을 막아 낸다는 건 지금으로선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었던 것이다.

‘확실히 결과만 놓고 봤을 땐 분명 운씨세가가 가장 수상해 보이기는 해.’

청연 소저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 확신에 근거가 부실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할 순 없지만 내가 말했으니 그냥 넘어가겠다는 뜻인 것 같았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웠다.

그녀가 물었다.

“그럼 운씨세가와 정협방 둘 중 하나라는 건데 그들은 어떻게 조사할 생각이신가요?”

그러자 우리 둘이 말을 할 때마다 나와 청연 소저를 번갈아 쳐다보던 사람들이 이번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라면 뭔가 좋은 수를 내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도 이번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말이 쉽지 그들의 근거지로 기어들어 가 그들에 대해 조사한다는 건 제 발로 함정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고작 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하오문에 문의하는 것 정도일 텐데, 그 방법 또한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그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걸 상대방에게 알려 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었다.

하오문은 고객을 가리지 않으니 말이다.

한숨을 내쉬며 고백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잘 모르겠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구려.”

그러자 사람들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탄식했다.

“아아아!”

그때 청연 소저가 입을 열었다.

“그들을 찾는 것이 힘들다면 그들이 스스로 나오도록 끌어내면 어떨까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다시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번엔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말이오?”

“그들이 원하는 걸 보여 주는 거죠.”

“그들이 원하는 거?”

그들이 원하는 거라.

확 와 닿지 않았다.

숨어 있는 그들이 스스로 튀어나올 정도로 원하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설풍 조장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들이 뭘 원한단 말이오?”

그러자 청연 소저가 대답했다.

“이 모든 게 계획된 일이라고 가정했을 때 가장 이상하게 느껴졌던 게 그거였어요. 누구보다 은밀하게 행동해야 하는 그들이 왜 십이대원들을 습격했을까요?”

그 말에 내가 문득 대답했다.

“그야….”

그러곤 퍼뜩 떠오른 생각에 급히 물었다.

“그럼?”

그러자 빙긋이 웃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걸 보여 주는 거죠.”

“아아.”

내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러자 그녀가 생긋 웃으며 물었다.

“왜요? 우리로는 부족할 것 같으신가요?”

차마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솔직히 그럴 것 같았다.

그때였다.

비사영이 문득 인상을 팍 찡그리고는 소리쳤다.

“아, 쫌! 둘만 알지 말고 사람의 언어로 통역을 해 달라고!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뭔데?!”

비사영의 말에 모든 이들이 뿔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들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웃으며 풀어서 설명해 줬다.

“거력마가 십이대의 두 개 조를 차례로 몰살시킬 때 공통점이 하나 있었잖아?”

하지만 사람들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공통점? 뭐가? 무슨 공통점이 있었지?”

그러자 천주은 소저가 손을 번쩍 들며 얼른 대답했다.

“저요! 저 알아요! 여인들의 시체만 남아 있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역시 여인이라서 그런지 여인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었다.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정답이오, 천 소저.”

그러자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꺄악! 맞혔다!”

그러다간 문득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달았는지 ‘아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수그러졌다.

우리는 헛기침을 하며 못 본 척해 줬다.

나 역시 바로 말을 이었다.

“혈교의 마두들이 갖는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이런 은밀히 움직여야 할 일에서조차 참지 못하고 여인을 탐하는 것을 보면 놈들은 아마도 지독한 색마들일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오. 그러니 청연 소저의 제안은 아마도 그 부분을 노리자는 얘기인 것 같소.”

그렇게 말하고 청연 소저를 쳐다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놈들의 귀에 흘러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미인이 있다면 아마 놈들은 참지 못하고 뛰쳐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말에 사람들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 감탄성을 터트렸다.

“아아!”

그때 십일대 일 조장인 점창검호 제원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하지만, 그런 미인을 어디서 데려온단 말이오? 아! 여기 계신 소저분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전선도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인회에서 그 정도로 소문이 나려면 무림십화 정도는 되어야….”

그가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였다.

청연 소저가 문득 손을 들어 자신의 앞머리를 위로 천천히 쓸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앞머리가 위로 올라가며 우리의 눈도 덩달아 커지고 있었다.

제원영도 멍해진 얼굴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얼굴을 드러내자 갑자기 찬란한 광채가 세상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구름 위인지 물 위인지, 여기가 현실인지 꿈속인지도 판단이 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보게 된 그녀의 얼굴은 정말이지,

신비로웠다.

그랬다. 신비로웠다.

그녀의 미모에는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다홍색의 작은 입술 위로 오뚝하게 솟은 코, 그 위로 천상의 보석 같은 눈동자가 한쪽은 검은빛으로 한쪽은 푸른빛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신기한 눈동자 색에 좀 요사스러워 보여야 할 것 같은데, 그녀의 미모 때문인지 오히려 성스러워 보이고 있었다.

근래 당여은 소저를 자주 보며 여인의 아름다운 미모에 좀 내성이 생겼다고 자부했었는데….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오만함이었음을 나는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이 정도면 거력마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맹렬하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야 했다.

***

사천성과 맞닿은 인회 지역의 산검문은 귀주성으로 동진하려는 정협방과 필연적으로 제일 먼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벌써 정협방과 두 번을 부딪쳤고, 그 두 번을 모두 패했다.

첫 번째 전투에서 산검문은 정협방의 엄청난 병력에 싸워 보지도 못하고 후퇴하는 치욕을 겪어야만 했다.

산검문이 이백여 명의 정예로 출진했을 때 정협방은 천여 명의 무사들을 대동했던 것이다.

도저히 대항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더 치욕적이었다.

거짓으로 정협방에게 강화를 제안하고는, 자신들을 만나러 오는 강화 사절을 습격했다가는 오히려 또 박살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심지어 산검문에 단 두 명뿐이던 절정 고수 중 한 명과 이백 명의 정예 무력대까지도 모조리 전멸하고 말았으니, 명예와 실리를 모두 빼앗긴 최악의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오죽하면 낭인들 사이에서 산검문은 이미 패망한 문파로 취급되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요즘 산검문의 낭인 모집 접수처에는 파리만 날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미 패배가 정해진 문파를 찾아오는 낭인들이 있을 리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목숨보다 귀할 수는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산검문의 낭인 무사 접수처를 담당하는 서기 왕오는 오늘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탁자 앞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왕오는 문득 따사로웠던 햇살이 무언가에 가려진 느낌에 졸린 눈을 들어 앞을 바라봤다.

그러자 눈앞에 뭔가 거대한 것이 햇빛을 가로막고 있었다.

지나치게 거대한 크기를 봤을 때 어디서 바윗덩어리가 굴러온 것이 아닌가 생각됐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바윗덩어리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왕오는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기가 접수처가 맞소? 허전삼 외총관의 초대를 받고 왔소.”

그것은 거대한 사람이었다.

얼마나 거대한지 그 뒤에 가려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만큼이나 거구였다.

왕오가 고개를 들어 그늘진 거한의 얼굴을 바라보며 황급히 물었다.

“무사 계약을 하시겠다고요? 허전삼 외총관의 초대라고 하셨습니까?”

그 질문에 거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 절강성 독수에서 온 독수 오 남매와 그 맏이 배종관이오.”

그러자 허겁지겁 그의 말을 받아 적으려던 왕오가 글씨를 적으려다가 문득 물었다.

“아, 예! 예! 독수 오 남… 매? 오 남매라고 하시면…?”

그의 질문에 배종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살짝 비켜 줬다.

“그렇소. 이들이 내 동생들이오.”

자연스럽게 배종관의 뒤로 시선을 던지던 왕오는 한순간 벼락을 맞은 듯 굳어 버렸다.

그의 뒤에는 일남삼녀가 서 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창을 든 남자, 그리고 아름다운 미모의 세 여인이었다.

하지만 왕오의 시선은 세 여인 중 오직 한 명에게로 못 박혀 버린 상태였다.

다른 여인들도 미인들이었지만, 그중 세 번째로 서 있던 여인의 미모는 맹세코 왕오가 꿈속에서조차 본 적이 없을 만큼 놀라운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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