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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59화 (59/359)

59화 독수 오 남매-5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해청연에게로 집중되고 있었지만 적어도 양측의 수장들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상승세를 이어 가 사기를 고취하려는 허경도,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황장곤도 절대 이번 판을 내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허경은 처음에 내보내려고 했던 호위대 부대주 이공산을 불렀다.

“믿겠네, 이 부대주.”

그러자 이공산이 강렬한 눈빛으로 포권하며 대답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때 정협방 쪽의 황장곤 또한 출전자를 불러 당부하고 있었다.

“원래는 너를 좀 아꼈다가 내보내려고 했었다. 하나 그럴 분위기가 아니로구나. 뭘 해야 할지 알겠느냐?”

그러자 황장곤의 앞에 선 거한이 공손히 포권하며 대답했다.

“가장 압도적인 승부로 저들의 기를 완전히 꺾어 놓겠습니다.”

거한의 말에 황장곤이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거다.”

산검문의 이공산은 처음 천주은이 그랬듯 날렵하게 경공을 전개하여 평원 가운데로 나아갔다.

그러자 이미 분위기가 오를 대로 올라 있었던 산검문 무사들은 그런 이공산의 등장에 뜨겁게 환호해 주었다.

“우와아아아아!”

“이공산 부대주다!”

“이 부대주님! 일검에 베어 버리십시오!”

앞에 있었던 여무사들 간의 대결로 어느새 무사들의 분위기는 흥겹게 비무대회를 구경하는 것처럼 되어 버린 상태였다.

이공산이 먼저 도착해 늠름하게 정협방 쪽을 바라보고 있자, 정협방 쪽에서도 한 명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도끼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웃통을 벗은, 마치 산적같이 생긴 거한이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앞까지 도착하자 이공산이 그를 훑어보며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정협방은 정도의 문파라고 들었는데… 웬 산적 같은 놈이 다 나오는구나?”

그러자 상대가 진짜 산적처럼 음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흐흐흐, 네놈 같은 사파 떨거지들을 잘 쳐 죽이면 그게 정파지, 다른 뭐가 중요하겠느냐?”

그 말에 눈을 꿈틀한 이공산이 바로 검을 뽑으며 말했다.

“그럼 너는 역시 정파가 아니겠구나. 날 쳐 죽이기는커녕 내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될 테니까! 난 산검문의 이공산이다!”

그러자 상대방 또한 양손의 도끼를 들어 올려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정협방의 양호웅이다.”

이공산은 상대의 양손에 들린 두 개의 거대한 도끼를 보며 생각했다.

‘저런 중병기를 두 개나 들다니, 힘에는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그럼 나는 주변을 빠르게 돌며 속도로 상대한다.’

이공산이 막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양호웅이 갑자기 땅을 박차고 돌진해 왔다.

파박!

“윽?!”

서로 간의 거리가 삼 장 정도 떨어져 있었기에 마음을 놓고 있었던 이공산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기습적인 돌진이었다.

게다가 양호웅의 속도 또한 예상 밖이었다.

‘빠르다!’

전혀 상상치 못한 빠른 돌진에 이공산은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상대의 돌진 역방향으로 몸을 피해 시간을 벌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상상치 못한 일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박!

양호웅이 직각으로 방향을 꺾으며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 큰 체격만 놓고 봤을 땐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역동적인 움직임이었다.

대결을 관전하고 있던 황장곤이 흐뭇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녀석을 처음 발견했던 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천생신력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는 걸 깨닫게 됐었지. 아직 강기를 쓰지 못할 뿐 녀석의 신체 능력은 이미 절정 고수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 상식의 선에서 녀석을 판단하려고 한 순간 이미 대결은 끝난 것이었던 게지.”

부아아아아앙!

양호웅이 멧돼지처럼 돌진하며 이공산의 하체를 수평으로 쓸어 갔다.

그 강맹한 기세에 이공산은 황급히 위로 몸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하압!”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딱 걸렸다는 듯 초승달처럼 웃음 지은 양호웅의 눈매를.

양호웅 또한 이공산을 따라 바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기합과 함께 반대 손의 도끼를 수직으로 힘껏 내리찍었다.

“으하아아아압!”

마치 산악이라도 쪼갤 듯한 강맹한 일격이었다.

심리적으로 완전히 쫓겼던 이공산은 차마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검을 들어 그것을 막으려고만 했다.

하지만.

쨍!

푸화악!

양쪽을 응원하고 있던 산검문과 정협방의 무사들은 순간 ‘헉!’소리와 함께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공산의 몸이 검과 함께 두 쪽으로 쪼개져 버렸던 것이었다.

두 조각의 고깃덩어리가 땅에 털썩 떨어지고 온통 피 칠갑을 한 양호웅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산검문 쪽을 바라보는 그 광경은, 이제까지 여무사들이 보여 줬던 싸움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양측의 무사들이 경악한 눈빛으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할 때 황장곤의 신호를 받은 정협방 간부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척마멸사! 사파 놈들을 죽여라!”

그러자 곳곳에서 그 말을 따라 외치는 무사들이 나타났다.

“척마멸사! 사파 놈들을 죽여라!”

“척마멸사! 사파 놈들을 죽여라!”

그리고 곧 모든 정협방 무사들이 그 살기 어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척마멸사! 사파 놈들을 죽여라!”

“우와아아아아!”

이제껏 비무를 관람하고 있는 기분이었던 양측의 무사들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비무가 아닌 전쟁이었음을….

분위기는 한순간 역전되고 말았다.

정협방 무사들은 살기를 뿜어내며 함성을 내질렀고, 산검문 무사들은 질린 얼굴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원하던 대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성공한 황장곤은 만족스럽게 웃음 지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진짜 원하던 분위기였던 것이다.

이제 저들에게 각인된 공포심이 산검문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산검문의 문주 허경은 다급해졌다.

그는 호위대의 대주를 불러 다급히 당부했다.

“문 대주! 반드시 복수해야 하네!”

“걱정 마십시오, 문주님! 반드시 이 부대주의 복수를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허경은 다소 나이가 많긴 했지만 호위대의 대주를 대전자로 내보냈다.

그 정도가 아니면 상대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허경이 곧 보게 된 결과는 참혹했다.

그 또한 몇 초식 만에 두 쪽으로 쪼개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 이럴 수가!”

그리고 또 한 명.

산검문의 간부 세 명이 제대로 된 싸움도 보여 주지 못한 채 연달아 양호웅의 도끼에 쪼개졌다.

정협방의 무사들이 뜨겁게 열광했다.

“우와아아아아아!”

“양호웅!”

“재림항우 양호웅!”

그러자 이제 후방으로 살짝 물러나 구경하고 있던 비사영이 중얼거렸다.

“참혹하구먼. 저거 완전히 괴물인데?”

그 말에 삭무흔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군. 무공의 경지를 떠나 엄청난 속도와 힘이야. 일류 무인들 중에는 상대할 자가 없겠는걸?”

“기껏 우리 소저들이 올려놨던 사기만 더 떨어졌네요. 산검문 쪽 분위기는 이제 완전히 초상집인데요?”

“그러게, 처참해 보이는군.”

그들의 말처럼 산검문주 허경은 막막한 심정이었다.

이제 더 이상 내보낼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 또한 없는 것 같았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다 하나같이 그의 눈을 피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 앞에 선 양호웅이 큰 소리로 자신들을 도발하고 있었다.

“산검문에는 이런 허접한 놈들밖에 없는가?! 차라리 산에 들어가 장작을 패는 것이 더 힘들겠구나! 으하하하하!”

그 도발이 산검문의 분위기를 더욱더 처참하게 만들었고, 정협방의 무사들은 쉴 새 없이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척마멸사!”

“사파 놈들을 죽여라!”

허경은 이제야 황장곤이 일대일 대결을 제의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런 자가 있으니 절정 고수가 아닌 이상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참혹한 기분이었다.

눈을 질끈 감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그는 이제 예상할 수 있었다.

설사 오늘 적들과 싸우지 않는다 해도 자신들은 이미 참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이 대결 이후 결국 스스로 무너지게 되고 말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때였다.

누군가 묵직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 문주님.”

그 반가운 말에 허경은 번쩍 눈을 떴다.

“오오! 자네는 누구…?!”

하지만 눈을 뜬 허경은 자신이 보고 있는 눈높이가 상대의 배밖에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실로 철탑같이 생긴 근육질 거한이 허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는 독수 오 남매의 맏이 배종관이라고 합니다.”

“…독수 오 남매라고?!”

그 말을 들은 허경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오늘 독수 오 남매의 활약은 설사 이대로 모든 일이 끝난다 해도 큰 상을 내려야 할 만큼 엄청났었다.

그런데 만약 맏이라는 이 자마저도 여동생들만큼의 활약을 보여 준다면?

허경이 떨리는 목소리로 배종관에게 물었다.

“저자를…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러자 배종관이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어디에도 데운 술 따위는 없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를 리 없었다.

허경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부탁하네!”

배종관은 평원을 향해 당당히 걸어 나갔다.

그곳엔 양손에 도끼를 들고 온통 피 칠갑을 한 양호웅이 여섯 조각의 사람이었던 것들 사이에서 비릿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양호웅이 말했다.

“오오! 이번엔 덩어리가 좀 크군. 쪼개지는 손맛이 각별하겠어.”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배종관은 정중하게 포권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 독수 오 남매의 맏이 배종관이오!

그러자 양측의 무인들 모두가 술렁거렸다.

“독수 오 남매?”

“저자도 독수 오 남매라고?”

“그럼 아까 그 소저들의?”

양호웅의 눈빛 또한 묘해져 있었다.

“그대가 아까 그 소저의 오라버니란 말이오?”

말투도 바뀐 상태였다.

그게 무슨 이유인지를 대강 짐작한 배종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기나 해라. 혹시라도 나를 죽일 수 있다면 내 누이가 너에게 약간의 관심을 가져 줄지도 모른다.”

그러자 양호웅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다면야.”

그가 양손의 도끼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어서 무기를 들어라! 빨리 시작하자꾸나!”

하지만 배종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너 따위에게 무기는 필요 없다.”

“…뭐?”

무시 받았다고 생각한 양호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투지로 가득하던 그의 눈빛에서 이제 살기마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감히…. 후회하지나 마라!”

파박!

양호웅이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

벌써 세 번이나 상대방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엄청난 속도의 돌진이었다.

하지만 배종관은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조금 전 해청연과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고 있었다.

‘강하네요. 일류 최상급의 무인인 것 같은데 신체 능력은 이미 절정 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속도나 힘은 배 공자와 비슷하겠지만 무인으로서의 기량이 배 공자보다 우위일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배종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었다.

‘그럼 저자에겐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소?’

그러자 해청연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꼭 대응할 필요가 있을까요?’

배종관이 대화를 떠올리는 사이, 순식간에 짓쳐 든 양호웅이 온 힘을 다해 도끼를 내리찍고 있었다.

“으하아아아아압!”

배종관의 거대한 몸을 반드시 일격에 쪼개 버리고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깃든 일격이었다.

그 일격이 배종관의 머리에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콰지지직!

도끼를 내리치는 그의 손길은 거침이 없었다.

도끼를 든 양호웅의 손이 배종관의 머리부터 사타구니 아래까지 쭉 밀고 내려갔던 것이다.

그러자 끔찍한 광경을 예상한 산검문 무인들이 벌써 탄식을 토해 냈다.

“으으윽!”

“안돼!”

“또?!”

하지만 정작 보인 광경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른 것이었다.

양호웅이 멍한 얼굴로 자루만 남은 자신의 애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종관의 머리를 내리찍은 도끼날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던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은신한 채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선우진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중얼거렸다.

“됐어!”

옆에서 보고 있던 삭무흔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

“저게… 가능한가?”

그러자 선우진이 싱긋 웃으며 설명했다.

“일류의 경지에 올라서고 나서는 이제 원하는 부위에 내공을 집중해 외공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것 같더군요. 어차피 상대가 머리를 노릴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머리에 내공을 집중시켰던 거겠죠. 저 상태의 종관이라면 아마 중급 간귀나 효귀와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절정 고수의 강기가 아니라면 흠집도 낼 수 없다는 얘기지요.”

그 말을 들은 삭무흔이 감탄한 표정으로 배종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배종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도끼를 바라보고 있던 양호웅의 턱에 혼신의 힘을 다한 일권을 올려 쳤던 것이다.

부아아앙!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양호웅은 아무런 방어도 못 한 채 그것에 직격당하고 말았다.

뻐어어억!

“크어어억!”

양호웅의 턱뼈가 으스러지며 그의 거대한 몸이 공중에 부웅 떠올랐다.

그러곤 잠시 후 머리부터 땅에 떨어졌다.

쿠웅!

그 한 방으로 양호웅의 정신은 이미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 상태였다.

완전한 승리였다.

배종관이 하늘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자신의 승리를 알리는 괴수와도 같은 포효였다.

그러자 멍하니 보고 있던 산검문 쪽 무사들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엄청난 함성으로 그에 화답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이겼다!”

“동신철골 배종관!”

“금강불괴 배종관!”

평생 외공 한 길을 파 왔던 배종관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함성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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