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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63화 (63/359)

63화 거력마-1

혈조귀 모시갈은 담장 밑 그림자에 숨은 채 부하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 모두 준비해라. 남자 놈들이 앞쪽으로 나가는 순간 덮치는 거다.

- 예! 알겠습니다!

혈조귀 모시갈이 산검문이 위치한 귀주성 인회에 도착한 것은 바로 어제였다.

천상미희 연해에 대한 소문을 듣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거력마 저웅원에게 그녀를 납치해 오겠다는 허락을 받고는, 역시 자신과 같은 내공 칠십 년 이상의 절정 고수 귀잔도 소유릉, 그리고 일류 최상급인 부하들 네 명을 대동한 채 귀주성 인회로 와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의 천상미희 연해라는 년은 산검문 안에 틀어박혀 전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모시갈은 내일까지만 기다려 보고, 그래도 그녀가 안 나오면 산검문 안으로 쳐들어가 볼 생각까지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랬는데 때마침 그녀가 이렇게 알아서 바깥으로 나와 주다니, 모시갈의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으흐흐흐! 예쁘구나. 정말 예뻐. 안 왔으면 어쩔 뻔했단 말인가.’

그때 부하들의 전음이 들려왔다.

- 주변에 있는 떨거지들은 어떻게 합니까, 형님?

그 질문에 모시갈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대답했다.

- 눈에 띌 짓은 하지 말라는 마군님의 말씀을 벌써 잊은 게냐? 떨거지들 죽일 시간은 없다. 연해라는 년만 잡으면 바로 내뺀다.

- 그… 하지만 근처에 있는 년들 둘도 꽤 예쁜데 말입니다.

부하들의 말에 모시갈은 그제야 천주은과 나서유의 얼굴을 확인해 봤다.

그러자 과연 해청연에 가려져 있어 그렇지 쉽게 보기 힘든 미인들임에 분명했다.

아마 부하들도 그녀들을 그냥 두고 가기엔 아깝다는 말인 모양이었다.

- 알아서 챙겨라. 다만 시간을 끄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부하들이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 네! 알겠습니다, 형님!

혈조귀 모시갈과 귀잔도 소유릉은 두 사람 모두 내공 칠십 년 이상의 절정 고수들, 산검문주인 허경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러니 그들은 한 번도 천상미희를 납치해 가는 것 자체를 걱정해 본 적은 없었다.

다만 예전에 소면마군 사원양의 경고 때문이라도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시갈은 먼저 부하 한 명을 주점에 보낸 뒤, 신호를 하면 행패를 부리도록 계획을 짜 놓은 참이었다.

그것을 본 남자 놈들이 부하의 행패를 막기 위해 앞으로 나갔을 때, 뒤에서 재빨리 덮쳐 연해를 납치해 갈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많은 경험을 통해 수립한 계획이었다.

‘남자란 놈들은 예쁜 여자의 옆에 있을 때 가장 무모해지곤 하거든. 그러니 설사 혼자 있을 때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놈이라 해도, 미인들과 같이 있는 지금은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 그게 남자란 놈들이니까. 크흐흐흐.’

그리고 눈앞의 상황은 딱 모시갈의 예상대로 되어 가고 있었다.

여자들이 뒤에 남은 가운데 남자 놈들이 주점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여자 셋만 덮치기 좋게 모여 있게 되자, 모시갈이 바로 전음을 날렸다.

- 하나, 둘, 셋에 덮친다. 준비, 하나, 둘, 셋!

파박!

모시갈과 소유릉을 필두로 다섯 명의 혈교도들이 해청연의 등 뒤를 쏜살같이 덮쳐 갔다.

마치 먹이를 덮치는 늑대 떼처럼 신속하고 사나운 모습들이었다.

그 순간, 해청연이 문득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광폭하게 그녀를 덮쳐 가던 모시갈은 그녀의 눈빛에 문득 의아함을 느껴야 했다.

그녀의 눈빛에서 한 점의 당황이나 두려움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뭐지? 너무 당황해서 그런가?’

하지만 그는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뒤에서 맹호와 같이 뛰쳐나온 신형이 자신을 덮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독수 오 남매의 둘째 창혁이란 놈이었다.

모시갈이 경악해 소리쳤다.

“어떻게?!”

자신의 계획도, 기습도 완벽했을 텐데 어떻게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대응한단 말인가.

모시갈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로선 처음부터 그들을 꿰어 내기 위한 외출이었다는 것도, 설풍이 훨씬 전부터 그들의 매복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고민할 시간 역시 없었다.

공중에서 소용돌이처럼 몸을 휘돌린 설풍의 발차기가 맹렬하게 그를 찍어 오고 있었다.

마치 벼락 같은 속도와 기세였다.

콰아아앙!

“크으윽!”

양팔을 교차해 막아 냈음에도 온몸이 저릿저릿한 충격, 동시에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모시갈은 간신히 공중에서 균형을 잡으며 소리쳤다.

“고수다! 놈부터 쳐!”

하지만 먼저 소리치고 주변을 살핀 모시갈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고수인 귀잔도 소유릉이 이미 건장한 체격의 검사와 도를 부딪치고 있었던 것이다.

채채챙!

소유릉과 막상막하의 접전을 펼치는 젊은 검사, 얼핏 봐도 자신들보다 하수가 아닌 듯했다.

“어디서 이런 자들이…?”

그리고 그 검사의 검법이 점창파의 사일검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자신의 바로 뒤에서 덮쳐 갔던 부하 한 명의 목이 반쯤 갈라져 피를 뿜어냈다.

푸하악!

“!”

모시갈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부하를 참살한 자가 놀랍게도 천상미희 연해 본인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늘색 검강이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천상미희가… 절정이었다고?”

하지만 그는 거기에 정신을 팔아서는 안 됐다.

설풍이 여전히 맹호 같은 기세로 그를 덮쳐 오고 있었으니까.

슈하악!

“억?!”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때는 설풍의 신형이 이미 지근거리까지 덮쳐 온 상태였다.

맹호처럼 덮쳐 오는 설풍의 후려치기에 황급히 팔을 들어 막으려 했다.

그러자 후려치는 듯하던 설풍의 손이 갑자기 그의 팔을 덥썩 잡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턱!

“큭?!”

그러곤 작게 원을 그리는 것처럼 모시갈의 팔을 끌어 내리더니만, 방어가 열린 얼굴을 향해 다시 벼락처럼 정권을 뻗어 냈다.

푸확!

“크윽!”

하지만 모시갈은 이번에도 고개를 살짝 꺾어 간신히 피해 냈다.

정권이 스친 것만으로도 귓불이 떨어져 나갈 만큼의 위력적인 정권이었다.

얼굴 옆으로 폭풍이 지나가는 듯한 감촉,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거기까지가 그가 느낄 수 있었던 마지막 감각이었다.

연타로 뻗어 온 설풍의 반대 주먹이 시간차 없이 모시갈의 턱에 작렬했기 때문이었다.

퍼석!

그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점창검호 제원영과 맞붙고 있던 귀잔도 소유릉은 정권 한 방에 머리가 사라져 버린 모시갈의 모습에 심장이 떨어질 듯 놀라고 말았다.

그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서 피만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만큼은 확실했다.

계속 여기서 싸우고 있다간 자신도 저 꼴이 되고 말 거라는 것.

“으하아압!”

채채채챙!

혼신의 힘을 다해 절초를 뻗어 낸 소유릉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며 소리쳤다.

“후퇴! 모두 도망쳐라!”

하지만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데려왔던 세 명의 일류 최상급 부하 중 한 명은 아까 이미 해청연에게, 그리고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은 나서유와 천주은의 합공에, 마지막 한 명이 배종관의 언월도에 방금 죽었기 때문이었다.

소유릉은 혼비백산한 채로 도망쳤다.

그의 평생에 이렇게까지 정신없이 도망친 기억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그 괴물 같은 놈들은 따라오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계속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 그들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든 후에야 멈춰서 호흡을 정리했다.

“이게 대체….”

소유릉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공 칠십 년 이상의 절정 고수 두 명에 일류 최상급 세 명이면 산검문 본진으로 쳐들어간다 해도 무리될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껏 낭인 몇 명에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순식간에 모시갈과 부하 세 명을 잃다니, 주점에서 행패를 부렸던 한 명이야 싸움에 휘말리지 않았으니 곧 돌아오겠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큰 타격이었다.

거력마 저웅원의 부하 중 남은 건 이제 자신과 은거지에 있는 절정 초입 한 명, 그리고 일류 최상급 세 명 뿐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도 주점에 있던 놈이 무사히 돌아올 경우의 얘기였다.

“이제 어떻게 하지?”

소유릉이 두려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시 돌아가 저웅원에게 이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아니, 정확히는 이 사실이 소면마군 사원양의 귀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려웠다.

만약 이 일로 인하여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으으으, 그전 절대 안 돼.”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원양의 분노를 받느니 차라리 자살하는 것이 나을 테니까 말이다.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소유릉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몸을 움직였다.

어쨌든 저웅원에게 보고를 하기는 해야 했으니까.

그가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는 다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의 뒤로 세 명이나 은신한 채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선우진이 삭무흔이나 자신보다 좀 더 멀찍이 떨어져서 따라오고 있는 비사영에게 전음을 보냈다.

- 따라와. 움직인다.

- 알았어. 근데 놈들이 맞는 것 같아?

- 글쎄, 내공 칠십 년 이상의 절정 고수가 둘이나 한꺼번에 왔어. 고작 청연 소저 한 명 노리고 말이지. 그 정도 실력의 미친놈들이면 거의 확실하지 않을까?

- 흠, 그건 그렇군.

소유릉이 향하는 방향은 사천성 방향이었다.

방향을 가늠해 본 비사영이 다시 말했다.

- 이쪽 방향이면 아무래도 운씨세가보다는 정협방 쪽에 무게가 쏠리기 시작하는데?

- 아직 단언하기엔 좀 이르지. 운씨세가의 사천성 쪽 전진기지일 수도 있으니까.

한 시진 정도를 달려 소유릉이 도착한 곳은 귀주성과 사천성 경계쯤에 위치한 숲속의 외딴 장원이었다.

그가 장원 안으로 들어가자 세 사람은 담장 위로 올라 안쪽의 정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안에서 커다란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모시갈에다! 부하 세 명까지 잃었다고?!”

장원의 앞마당에는 추격해 왔던 남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서 있는 자는 곰 같은 체격과 검게 탄 피부를 지닌 대머리 거한이었다.

비사영이 바로 전음을 보냈다.

- 찾았다!

그 외모가 말로 전해 들었던 거력마 저웅원의 모습과 똑같았던 것이다.

이 상황을 보건대 아무래도 더 이상의 확인은 불필요할 것 같았다.

삭무흔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 이제 돌아가세.

거력마의 은신처를 알아내면 일행들을 데리고 다시 돌아와 저들을 습격하기로 한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다.

내공 구십 년 이상의 거력마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설풍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삭무흔의 말에도 선우진과 비사영은 쉽사리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거력마의 뒤에는 세 명의 부하들이 더 서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여인 한 명을 품에 안은 채 탐욕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비사영이 전음으로 말했다.

- 점혈을 당한 모양인데? 꼼짝도 못 하는 것 같아.

- 아아, 눈물만 계속 줄줄 흘리고 있군. 옷차림을 보건대 아직 험한 일을 당한 것 같진 않은데….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직’이라는 걸 세 사람은 모두 알고 있었다.

놈들이 방금 전까지 무슨 짓을 하려다 멈춘 것인지 얼핏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대로 선우진들이 물러난다면 그녀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명확했다.

삭무흔이 내심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에게 전음을 보냈다.

- 안타까운 마음은 알겠지만, 때론 불가능한 일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네. 우리 셋으론 거력마 한 명조차 당해 낼 수 없다는 걸 알지 않나.

그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두 사람도 잘 알고 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여인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 수는 없다는 걸.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실천하는 것은 좀 다른 얘기였다.

그들은 전선에서부터 거력마가 데리고 갔던 여인들이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대로 돌아간다면 저 여인은 아마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받으며 고통스럽게 죽어 가겠지.

그때 비사영이 잠시 뒤로 물러서자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의 눈빛은 뭔가를 결심한 듯 굳은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약간 물러선 곳에서 적들에게 들리지 않게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거력마 놈을 유인해 볼게. 그럼 그사이 삭 형님과 진, 네가 여인을 구해 내.”

그러자 내심 그의 결심을 짐작하고 있던 삭무흔과 선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반대했다.

“너무 위험하네. 아무리 자네 신법이 출중해도 상대는 초절정을 바라보는 고수야.”

“맞아. 네 신법이야 인정하지만 그렇다 해도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지만 비사영은 씨익 웃으며 단언했다.

“이거 왜들 이러시나. 난 비종문의 장문제자이자 설풍 조장도 인정한 신법 최강자라고. 아무리 초절정을 바라봐도 저따위 곰이 날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곤 굳은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진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난 우리 여자 조원들이 생각나서라도 도저히 못 움직이겠어. 차라리 깨끗하게 죽을 것 같은 상황이라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얼마나 끔찍한 일을 당할지가 뻔히 보이잖아? 이대론 못 가겠다고.”

선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사영의 눈빛은 이미 설득이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못 움직일 것 같은 건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

비사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믿어라. 우리 조합도 딱 좋잖아? 신법으로 끌어내기 좋은 나와 직접 싸우기 좋은 두 사람.”

그렇게 세 사람의 행동 방향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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