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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72화 (72/359)

72화 청성파로-4

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

과검문의 정문을 지키고 있던 수문 무사들은 몰려오는 졸음을 쫓으려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그때 문득, 어디선가 갑작스러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와주세요! 저희를 좀 도와주세요!”

한순간 눈이 번쩍 뜨인 무사들이 병장기를 뽑아 든 채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챠창! 챵!

그러자 누군가를 부축한 여인이 쓰러질 듯 이쪽으로 달려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부축당하고 있는 사람 또한 피풍의를 푹 눌러썼지만 체격이 작은 것이 역시 여인인 것 같았다.

여인이 다시 소리쳤다.

“색마가 저희를 노리고 있어요! 제발!”

그녀들의 뒤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흑의 복면인 하나가 수문무사들을 보고 주춤하더니만 다시 어둠 속으로 달아나는 것이 무사들의 눈에 들어왔다.

수문 무사들의 조장은 앞으로 나서서 복면인이 달아난 쪽을 경계하며 여인들에게 말했다.

“이제 괜찮습니다, 소저. 저희 과검문으로 오셨으니 이제부터는 저희가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여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습격을 당해서 제 친구도 부상을 입고 저마저 꼼짝없이 당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과검문은 명성대로 훌륭한 곳이었군요.”

그녀의 말에 조장 무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그녀들에게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좀 쉬시지요. 친구분도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으니.”

“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문을 열어 두 여인을 먼저 안으로 들여보내며 조장 무사가 물었다.

“그나저나 두 분은 어디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아, 저희는 청성 속가인 청풍문의 제자들입니다. 이번에 청성파 본산을 구경하고 싶어 그곳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그때였다.

정문이 닫히자마자 그녀들의 뒤를 따르던 조장 무사가 번개같이 손을 뻗어 여인의 등을 점혈했다.

타닥!

깜짝 놀란 여인이 소리쳤다.

“악! 무슨 짓을!”

조장무사는 바로 이어서 부축받고 있던 여인의 등을 점혈하며 말했다.

타닥!

“어제 꿈자리가 좋았나? 이게 웬 떡인지 모르겠군.”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아까의 정중함은 다 어디로 갔는지 탐욕스러운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과검문의 가짜 조장 무사이자 정협방으로 파견된 혈교의 일류 최상급 무사 마충설은 웃음을 지으며 땅바닥에 쓰러진 두 여인을 바라봤다.

보기 드문 미인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이 행운에 그는 더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얼굴을 보인 여인도 무척 아름다웠고 피풍의를 뒤집어 쓴 여인도 살짝 드러난 얼굴을 봤을 때 꽤나 미인일 것 같지 않은가.

게다가 청풍문 따위 삼류 문파의 제자라는 걸 알았으니 더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으흐흐흐! 심심했는데 마침 잘됐군. 어차피 안으로 데려가면 형님들 것이 될 테니 나부터 먼저 손을 대 보도록 할까?”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마혈이 제압당하지 않아 말은 할 수 있었던 여인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이, 이게 무슨 짓이에요! 과검문의 무사가 왜?!”

“크흐흐흐! 내가 언제 과검문의 무사라고 말한 적이 있던가?”

그러자 낯빛이 변한 여인이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색마예요! 누가 좀 제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마충설은 짜릿하다는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려움에 질려 발버둥 치는 여인의 몸짓과 목소리가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었다.

“그래, 그래. 얼굴도 목소리도 아주 예쁘구나.”

그렇게 말하며 그는 허리를 굽혀 쓰러진 여인의 몸을 똑바로 뒤집었다.

그때, 뒤집어지는 그녀의 몸에서 무언가 번쩍했다.

푸욱!

“커억!”

몸이 뒤집어지며 동시에 찌른 그녀의 단검이 마충설의 심장을 꿰뚫고 말았다.

지나치게 방심했던 데다 너무나도 신속한 공격에 일류 최상급 무사인 그로서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경악한 눈을 크게 치뜬 마충설이 입에서 주르륵 피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분명히 점혈을… 어떻게…?”

그러고는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정연은 피풍의를 뒤집어 쓴 선우진의 점혈을 풀어 주며 속삭였다.

“죄송해요. 여인들이 잡혀 있는 곳까진 알아냈어야 했는데….”

선우진이 빠르게 대답했다.

“아니오. 좋은 판단이었소. 놈이 그런 짓을 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소. 시선을 끄는 것까지만 할 수밖에.”

뒤에서 놈이 점혈을 시도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정연의 부축을 받고 있던 선우진은 놈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가 놈이 점혈을 하는 동시에 들키지 않고 정연의 점혈을 풀어 줄 수 있었다.

그녀와 완전히 몸을 밀착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원래 계획인 그 상태로 여인들이 갇혀 있는 곳까지 알아내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안으로 데려가지도 않고, 다른 경계 무사들도 다 보고 있는 이곳에서 욕망을 풀려 하다니 역시 혈교도다운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주변 경계 무사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년이 조장을 죽였다!”

“어서 잡아!”

안쪽 담장 주변을 순찰하고 있던 무사들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지켜보고 있다가, 조장 무사가 쓰러지자 깜짝 놀라 달려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연은 선우진을 부축하는 척하며 한 손으로 검을 뽑아 들고 다시 빠르게 정문 쪽으로 달려갔다.

***

같은 시간, 비사영과 정안은 과검문의 측면 담장 바깥쪽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중이었다.

아까 흑의를 입은 채 정연과 선우진을 쫓는 척했던 그들이 침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건, 정연이 구원을 청하는 비명을 질렀을 때부터였다.

그 비명 소리가 과검문이 혈교의 무리가 맞다는 걸 확인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었다.

- 이쪽으로.

선우진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감각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비사영은 담장 안쪽의 경계가 허술한 곳을 찾아내 그곳 담장 밖에서 잠시 대기했다.

그때 담장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들이 도망친다! 잡아!”

“하지만 이쪽 경계는?”

“빨리 가서 잡고 돌아오면 되지!”

담장 안쪽의 초병 무사들이 정연과 선우진 쪽으로 몰려가자, 비사영은 정안에게 전음을 보냈다.

- 지금이오, 소저!

비사영은 가볍고 은밀하게 담장을 넘었다.

마치 검은 고양이 같은 날렵한 몸놀림이었다.

곧이어 그를 따라 정안 역시 담장을 넘었다.

신법에 자신 있다고 본인이 말했듯 움직임이 꽤 훌륭했다.

그녀가 따라온 것을 확인한 비사영은 먼저 주변의 기척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정연과 선우진이 여인들이 있는 장소를 알아내야 했겠지만, 아무래도 그러지 못한 것 같으니 자신의 판단만으로 그곳을 찾아내야 했다.

무거운 책임감이 비사영의 집중력을 예리하게 가다듬고 있었다.

그때였다.

비사영이 건물들의 배치를 보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문득 뒤에 있던 정안의 전음이 들려왔다.

- 비 공자, 저 너무 떨려요. 어쩌죠?

집중하고 있던 비사영이 갑작스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실소했다.

어딘가에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렇게 설레 하더니만, 막상 실제로 들어오니 긴장이 되는 모양이었다.

- 걱정 마시오, 소저. 위험한 건 시선을 끌고 있는 정연 소저와 진이 녀석 쪽이지 우리는 그리 위험한 역할이 아니라오. 나만 믿으시오.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건 비사영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선우진이 아무리 시선을 잘 끌어 줘도 안쪽에 어떤 강적이 있을지 알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 그녀의 앞에서 자신 없는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 내 생각에 아마도 여인들을 가둔 곳은 안쪽 건물일 것 같소. 소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 네, 저도 안쪽일 것 같아요.

- 그럼 갑시다.

비사영은 몸을 낮춘 채 도둑고양이처럼 은밀하게 과검문의 건물들 사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복면 안쪽으로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한 정안 역시 그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지붕 위에서 그들의 행보를 관찰하고 있는 두 쌍의 눈이 있다는 것을.

- 어떻게 생각하느냐?

- 재미있는데요? 일단 두고 보는 것이 어떨까요?

- 흠, 그럴까?

***

피풍의를 뒤집어쓴 부상당한 동료… 인 척하는 선우진을 부축한 정연은 바로 달려가 정문을 확 밀쳤다.

그러자 열린 정문 너머로 당연하게도 네 명의 수문 무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열린 문을 바라보다 두 사람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병장기를 뽑으려 하고 있었다.

정연은 바로 가까운 자에게 달려들어 검을 내질렀다.

그들이 완전히 대비하기 전에 기습을 가해야 했다.

“하압!”

채앵!

하지만 간단히 막혀 버린 자신의 검에 정연은 이를 악물었다.

혈교의 마졸로 보이는 놈들은 역시 말단 수문 무사까지도 내공 일 갑자를 가득 채운 일류의 무인들이었던 것이다.

“이년이 감히!”

정연의 검을 간신히 막아 낸 혈교의 무사가 욕을 내뱉고, 정연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초를 전개하려 할 때였다.

푸슉!

“커헉!”

정연이 부축하고 있던 선우진의 피풍의 안쪽에서 빛살처럼 날아든 암기가 혈교 무사의 목을 꿰뚫었다.

놈의 눈에서 바로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흠칫 놀라 당황한 정연에게 전음이 날아들었다.

- 소저! 뒤!

퍼뜩 정신을 차린 정연이 뒤를 돌아보자 다른 혈교 무사 한 명이 바로 뒤까지 짓쳐들어온 상태였다.

“이년!”

그러자 이를 악문 정연의 검이 어지러운 검광을 뿜어냈다.

“이익!”

슈슈슉!

무질서하게 얽혀 드는 바람처럼 표홀하고 어지러운 검세, 아미파의 난피풍검법이었다.

채채채채챙!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정연은 어떻게든 적의 기습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아미파의 절기 난피풍검법의 위력 덕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상대방이 방심해 준 덕분이었다.

내공은 일 갑자를 채웠으나 깨달음이 모자라 일류 최상급이 되지 못한 혈교 무사는 아직까진 정연을 죽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이번에도 피풍의 안쪽에서 암기가 쏘아졌다.

퓨슉!

“컥!”

거리가 가까운 데다 피풍의 때문에 사전 동작도 보이지 않았기에, 일류의 경지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방어할 수 없었다.

그러자 나머지 두 명의 수문 무사가 소리쳤다.

“부상당한 년이 암기를 던진다, 조심해!”

“이년이 감히!”

그 순간 정연의 귓가엔 선우진의 전음이 울리고 있었다.

- 자신 있게 부딪치세요, 소저. 뒤는 제가 받치겠습니다.

선우진의 목소리에 정연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목소리가 그렇게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었다.

정연은 검을 잡은 후로부터 사문 어른들에게 늘 이런 평가를 받아 왔었다.

재능은 우수하지만 너무 조심성이 지나치고 생각이 많아 스스로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너무 겁이 없고 단순해 행동이 무모하지만, 그래도 살아남는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평가되는 정안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평가였다.

그녀 또한 자신의 그런 단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기 스스로도 모르게 너무도 과감하게 돌진해 검초를 펼쳐 내고 있었다.

그것도 아미파에서 가장 공격적인 검법인 멸절검법으로 말이다.

멸절검법 사초.

나찰살귀.

끼이이익!

그녀의 검에서 정파의 검법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귀곡성이 뿜어져 나왔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검광이 마치 악귀가 긴 손톱으로 난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채채채채채챙!

“이, 이런, 으아아악!”

매서운 난격을 정신없이 막아 내던 무사 한 명이 결국 방어하지 못하고 정연의 검에 난자당하고 말았다.

“하아, 하아.”

자신이 무의식중에 펼친 검초로 순식간에 동급인 일류의 무사를 격살했다는 것을 깨달은 정연이 멍한 얼굴로 적의 시체를 보고 있을 때, 다시 선우진의 전음이 들려왔다.

- 잘했소, 소저! 하지만 지금은 도망쳐야 할 때요!

“아, 네, 네!”

퍼뜩 정신을 차린 정연이 다시 선우진을 부축하고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

마지막 한 명의 무사는 어느새 목에 암기가 꽂힌 채 죽어 있는 상태였다.

정연이 다시 선우진을 부축하고 막 몸을 날렸을 때, 정문의 안쪽에서 다른 무사들이 뛰어나왔다.

그들은 수문 무사들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저년이 정문에 있던 형제들을 모두 죽였다!”

“고수였나?!”

“어서 조장들과 대주께 지원을 요청해!”

과검문 내부가 벌집을 쑤신 듯 분주해졌다.

자신들의 비밀을 아는 저들을 절대 이대로 도망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사들이 급히 뛰어나와 밤거리를 도주하는 정연과 선우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역시 진이 녀석, 확실하다니까.’

무사들이 뛰어나가는 걸 숨어서 지켜보던 비사영이 흐뭇하게 웃음 지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한결 더 쉽게 한산해진 과검문 내부를 조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과검문의 본전.

벌써 몇 달째 과검문 문주가 들어오지 않았던 문주실에는 문주가 아닌 두 명의 남자가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과검문을 점령해 관리하고 있는 혈교의 마두 장산사마의 첫째 마장도 양불기와 짐마도 명대술이었다.

마장도 양불기가 문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바깥이 좀 소란스러워졌군. 무슨 일이지?”

그의 질문에 짐마도 명대술이 관심 없다는 듯 대답했다.

“뭐 별일이야 있겠소? 보나 마나 사소한 일일 거요.”

하지만 마장도 양불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여자를 잡으라는 소리가 들리는군. 설마 잡혀 있던 년이 도망친 건가? 나가서 확인해 봐라.”

첫째인 마장도 양불기의 내공은 팔십 년 이상인데 반해 둘째인 명대술의 내공은 아직 팔십 년의 벽을 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명대술이 듣지 못한 소리를 양불기는 들을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둘째 명대술은 대형의 명령에 차마 거부하지는 못하고 인상을 팍 찡그린 채 일어났다.

“에이, 셋째, 넷째 놈은 이럴 때 다 어디 간 거야?”

투덜거리며 방을 나갔던 둘째 명대술은 잠시 후 다시 돌아와 말했다.

“갇혀 있던 여자가 탈출한 건 아니고 제 발로 걸어 들어왔던 년이 있었는데 잡히기 직전에 도망쳤다지 뭐요? 그래서 그년을 잡으려 이렇게 시끄러운 모양이오.”

그 말에 양불기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물었다.

“제 발로 들어온 걸 놓쳤다고? 조장급이? 그런 병신 같은 놈이 있다니 당장 죽여야겠군.”

“뭐,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이미 그년한테 죽었다니까. 아마 방심했겠지. 병신 같은 놈.”

명대술의 말에 양불기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년이 죽였다고? 조장급을?”

그러고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턱을 매만지던 양불기는 문득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명대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직접 가실 거요?”

양불기가 탐욕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요즘 좀 지루했거든. 잡혀 있는 년들을 안는 건 어째 맹숭맹숭해서 말이야. 역시 계집은 직접 잡아서 안아야 제맛이지. 금방 갔다 오마. 혹시 모르니 잘 지키고 있어라.”

“알겠소. 난 가서 여자나 데리고 와 좀 즐겨야겠소. 아, 혹시 예쁘거든 죽이진 말고 데려오시구려.”

“크흐흐흐, 알았다.”

그 말을 끝으로 양불기는 방을 나갔다.

내공 팔십 년 이상, 비룡십이대 대주인 만종임과도 비슷한 경지의 고수인 마장도 양불기가 선우진과 정연을 쫓아 나갔다는 것도, 내공 칠십 년 이상의 고수인 짐마도 명대술이 본전을 지키고 있다는 것도, 선우진과 비사영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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