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적하신검-1
비사영은 자신에게 승산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절정 초입이라도 불가능할 텐데 저자의 도강 길이를 보건대 초입도 아닌 것 같지 않은가.
정면으로 맞부딪치면 단 일도만에 두 동강 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정안의 앞에서 도망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창피하다는 건 둘째치고라도, 여기서 정안을 두고 도망치면 그녀가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뻔했기 때문이었다.
비사영은 이를 악물었다.
‘목숨까지 걸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한편, 그런 비사영을 지켜보는 장산사마의 둘째 짐마도 명대술은 놈이 왜 무모하게도 자신을 상대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년이 붙잡혔기 때문이겠지.’
아마 놈이 이 여자의 정인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됐다.
눈앞에서 정인의 죽음을 보았을 때 여자가 보여 줄 표정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잔인한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천천히 걸어가던 명대술이 기습적으로 튀어 나갔다.
“죽어랏!”
파박!
하지만 바로 들이쳐 놈의 팔부터 잘라 내려던 명대술은 당황한 목소리를 내야만 했다.
“응?”
기습적으로 돌진했건만 놈과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놈은 자신이 뛰어나간 동시에 뒤로 물러서며 자신과의 거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뒤로 움직이며 저런 속도를 낼 수 있다니, 확실히 신법 하나는 대단한 놈이었다.
명대술은 비릿한 표정으로 놈을 비웃었다.
“뭐야? 저년을 구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나? 병신 같은 놈, 할 수 있는 건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것뿐인 모양이지? 협객인 줄 알았는데 똥개 새끼였구먼?”
놈을 도발할 생각이었다.
늘 점잔만 떨고 있는 정파 놈들을 도발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울컥해서 다가올 거란 명대술의 예상과는 달리 비사영은 피식 비웃으며 반문했다.
“뭐라는 거야? 굼벵이 새끼가. 설마 뒷걸음질도 못 따라와서 지금 입을 털고 있는 거냐? 어이가 없구나. 어이! 너 왜 그렇게 느리냐? 네 엄마가 혹시 자라 새끼였냐?”
쿨럭!
명대술은 순간 당황해 기침이 나왔다.
분명 정파 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게 무슨 길거리 파락호 같은….
게다가 명대술은 절정 고수가 된 이후로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감히 벌레 같은 놈이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모친까지 모욕해?
비록 혈교의 마두지만 어머니에 대한 감사한 마음만큼은 간직하고 있던 명대술의 가슴속에 분노가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표정이 싹 바뀐 명대술이 이를 갈며 말했다.
“이 개자식이….”
하지만 비사영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가 과장되게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던 것이다.
“어이쿠, 미안! 어머니를 자라라고 하다니!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구나? 미안하다. 네놈이 굼벵이면 네 어머니도 굼벵이일 텐데. 안 그러냐, 굼벵이 새끼야?”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묻는 비사영의 마지막 질문에 명대술은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이 개자식아!”
명대술이 고함을 지르며 비사영에게로 돌진했다.
하지만 비사영은 여전히 뒷걸음질로 신속하게 물러나며 그의 공격권을 벗어났다.
입으론 ‘쯧쯧’ 혀를 차고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고개까지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이다.
“으아아악! 찢어 죽여 버리겠다!”
명대술은 사력을 다해 속도를 높였다.
저놈을 찢어 죽이기 전까진 다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았다.
놈과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만이 그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비릿한 표정으로 명대술을 비웃고 있는 비사영의 머릿속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한 상태였다.
늘 선우진과 말장난을 하며 지냈던 그에게 이 정도 상대를 비꼬는 건 그저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칭찬을 하거나 감사 인사를 하는 것보단 훨씬 쉬운 일이었다.
냉정한 정신으로 눈이 아닌 모든 감각을 이용해 자신의 뒤쪽을 살피고 있던 비사영은, 문득 뒤쪽 진로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계획을 세웠다.
다음 순간, 명대술은 자신을 놀리듯 뒤로 몸을 날리고 있던 놈이 문득 돌멩이를 밟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억?!”
그러자 바로 눈에 들어오는 놈의 당황한 표정, 놈이 그대로 뒤로 넘어져 버리고 있었다.
환희에 찬 명대술이 광소를 터트리며 놈을 덮쳐 갔다.
“으하하하하! 잡았…!”
하지만 그 순간, 뒤로 넘어져 땅을 한 바퀴 구른 비사영의 몸이 갑자기 자신의 옆쪽 사선으로 화살처럼 쏘아지는 것이 아닌가.
팡!
자신과 반대 방향으로 빛줄기가 되어 날아가는 비사영의 신형에 명대술은 당황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어어억?!”
비사영이 방금 사용한 수법은 거력마 저웅원이 쓰던 폭진보였다.
죽은 놈의 품에서 혈교의 무공들과 함께 폭진보의 비급을 발견했던 선우진은, 혈교의 무공들은 반으로 쪼개 각각 서신으로 보냈지만 폭진보만큼은 비사영에게 익혀 보자고 제안했었다.
이걸 배종관에게 익히게 하면 재밌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거력마가 썼을 때도 포탄같이 폭발적인 가속을 보여 줬던 폭진보를 심지어 비사영이 사용했으니, 명대술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됐다!’
점혈된 채 지켜보고 있던 정안에게로 몸을 날리며 비사영은 드디어 진심으로 웃음 지었다.
자신의 승리였다.
처음부터 비사영이 노렸던 건 정안을 구하는 거였지, 놈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소저!”
비사영이 정안에게 거의 도달하려 할 때였다.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하! 재밌다! 정말 대단해!”
지붕 위였다.
그 순간 비사영의 심장이 서늘해졌다.
자신의 감각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제삼의 인물이라니.
그가 지붕에서 정안의 앞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직 비사영이 정안에게 도착하지 못한 상황에서였다.
“크윽!”
비사영은 이를 악물었다.
이젠 진짜 목숨을 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하압!”
슈학!
비사영의 쾌도가 얇은 선이 되어 공간을 갈랐다.
하지만, 불행히도 상대방에겐 닿지 못했다.
턱!
상대방이 집게손가락으로 비사영의 도를 간단히 잡아 냈기 때문이었다.
비사영의 눈앞이 아득해졌다.
자신의 쾌도를 피한 것도 막은 것도 아닌 잡아 버리다니, 그것도 이렇게 간단히.
대체 어느 정도의 고수인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은 여기까지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비사영의 예상과는 달리 상대는 그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적이 아니에요.”
“…에?”
비사영의 눈에 어느새 점혈이 풀려진 정안이 살짝 비틀거리다 균형을 잡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가 환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아, 점혈이 풀렸어요!”
아무래도 상대방이 한 짓인 것 같았다.
‘정말 적이 아니라고?’
비사영은 그제야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이십 대 초반 정도의 나이에 무척 아름답게 생긴… 남자였다.
하얀 얼굴과 맑은 미소,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꼭 감고 있는 눈이 인상적인.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소만큼이나 맑은 목소리였다.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사형과 함께 납치된 여인들을 찾고 있던 중이었는데, 과검문으로 오던 중 우연히 두 분, 아니 네 분을 발견하게 됐어요.”
비사영은 당황해서 눈만 껌뻑거렸다.
납치된 여인들을 찾고 있었다고?
아니, 그보다 네 명이라면 선우진과 정연 소저까지 알고 있다는 얘기잖아?
하지만 비사영이 그에게 뭔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죠. 먼저 저자부터 해결해야 할 듯하니까요.”
비사영이 문득 뒤를 돌아보자 명대술이 악귀 같은 얼굴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이 개자시익! 죽여 버리겠다아!”
그러자 눈을 감고 있는 남자는 비사영을 지나쳐 그를 향해 걸어갔다.
어쩐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현실이 아닌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한 그런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비사영은 그게 무슨 뜻인지를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대단한 신법.’
침을 꿀꺽 삼켰다.
한눈에 봐도 그의 신법이 자신 못지않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놀라운 건 신법만이 아니었다.
그가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렇게 빠르지도 특이하지도 않은,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간단한 동작으로.
그런데 왜 거기서 시선을 뗄 수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치 그 혼자만이 다른 세상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뽑혀진 그 검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비사영은 또한 볼 수 있었다.
푸른 검강으로 된 검이 그어지자 그 주변에 붉은 노을이 펼쳐지는 것을.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너무도 장엄한 광경이었다.
“저럴… 수가.”
하지만 이 모든 일들도 그 다음에 일어난 일만큼 놀랍지는 않았다.
그 일 검에 돌진해 오던 놈의 몸이 갈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내공 칠십 년 이상의 절정 고수일 거라 예상되는 놈이, 마치 스스로 검에 몸을 바치듯 뛰어들어 두 쪽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얼핏 보기엔 자살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때 옆에서 경악한 표정의 정안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운… 적하검? 어떻게?”
음? 청운적하검이라면?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청성파에서도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천재들만이 구현해 낼 수 있다던 검법.
심지어 청성파에서 천재라 불렸다던 한교성 일 조장조차 구현해 내지 못했다던 그 검법이 아닌가.
그럼 저자는?
가볍게 절정 고수를 참살한 그가 아까와 똑같은 해맑은 표정으로 뒤돌아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청성의 이건이라고 합니다.”
***
놈들이 도착했다는 건 일시사일을 전개하기 직전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말을 거는 녀석에게도 흔들림 없이 대답해 줄 수 있었다.
“일시사일? 점창파 놈이냐?”
“정식 점창파 제자는 아니지만, 뭐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런 너는 누구냐, 혈교의 마두?”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속으론 한숨이 나왔다.
절정 한 명을 해치웠는데 절정 세 명이 더 나오다니.
그것도 한 명은 내공 팔십 년 이상, 나머지 둘만 절정 초입으로 보이는 자들이 말이다.
무슨 양파도 아니고.
이런 작은 지역에까지 저 정도 수준의 고수들을 파견할 수 있다니, 역시 혈교의 저력은 대단했다.
아니면 놈들이 이곳의 가치를 내 생각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던가.
아무튼 상식적으로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임에는 분명했다.
그러니 당연히 빨리 도주해야만 하는 게 맞는 일일 텐데….
‘곤란하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너무 여유로웠다.
오히려 자꾸 싸워 보고 싶다는 충동만 들고 있었다.
지난번 묵랑이라는 존재가 나와 거력마를 상대한 이후로, 나는 틈날 때마다 그때의 상황과 내 대응을 복기해 봤었다.
아마도 수십, 수백 번을.
그렇게 낸 결론은 그랬다.
그 싸움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내가 보고 있는 세계는 분명히 달라졌고, 마지막 공즉시색을 제외한다면 모두 다 지금의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바로 저놈, 얼마 전까지라면 달아나기에 급급했을 내공 팔십 년짜리 마두를 상대하는 것으로 말이지.’
하지만 짧은 시간 충동을 느꼈던 나는 결국 도망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나 혼자 있다면 모를까 정연 소저까지 있는데 모험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아쉽군.’
애써 마음을 달래고는 정연 소저에게 급한 말투로 전음을 보냈다.
- 제가 상대할 수 없는 고수로군요. 내공 팔십 년 이상의 고수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력으로 도망쳐야 할 것 같군요. 하나, 둘, 셋을 세면 제게 업히셔야 합니다. 준비하세요. 하나, 둘….
이제야 간신히 그녀의 몸과 떨어져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는데 또 업어야 한다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뭐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놈은 지금 내 질문에 대답해 주고 있었다.
워낙 여유만만한 내 태도에 도망갈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으흐흐흐, 이 어르신은 장산사마의 마장도 양불기 님이시다. 그리고 방금 네가 죽인 그 녀석은 내 넷째 아우….”
그때 외쳤다.
“셋! 갑시다, 소저!”
그러곤 바로 그녀를 낚아채 바로 튀어 나가려 할 때였다.
문득 과검문 쪽에서 또 한 명의 신형이 유성처럼 날아드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아압!”
그 남자가 든 검에서 붉은색 검강이 길게 뿜어져 마치 유성의 꼬리와도 같은 잔상을 만들고 있었다.
저 정도 길이의 검강이라니, 저 사람 또한 최소한 내공 팔십 년 이상의 절정 고수인 것 같았다.
‘근데… 검강이 향하는 곳이 내가 아닌 저 마두 쪽이잖아?’
나는 멈칫 도망가려던 것을 잠시 중단하고는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장산사마의 첫째라는 마장도 양불기는 뒤늦게 그의 습격을 발견하고는 다급하게 도를 뽑아 맞부딪쳐 갔다.
“웬 놈이냐?! 으하아압!”
콰콰콰콰쾅!
두 사람이 맞부딪힌 허공에서 붉은색 도강과 검강이 충돌해 화려한 불꽃을 터트렸다.
그 짧은 순간, 두 사람은 순식간에 몇 초식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방을 통해 그들의 우위 또한 명확하게 드러났다.
“으하아아압!”
콰콰콰쾅!
마장도라는 자는 아까 내가 상대했던 자와 비슷한 느낌의 위력적인 도초를 전개하고 있었다.
그가 도를 휘두를 때마다 붉은 낙뢰가 하늘에서 떨어져 강타하는 듯했다.
반면에 남자의 검은 마치 해질녘 노을 같았다.
슈아아악!
남자가 검초를 전개하자 붉은 노을 같은 서기가 공간으로 퍼져 나가더니, 붉은 낙뢰마저도 그 안에서 녹아들어 힘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마치 노을 안에 낙뢰가 스며들어 가는 광경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 내 옆에서 정연 소저의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하검법! 화 사형이에요!”
응? 화 사형이라고?
그럼 저자가 천하오괴 청성괴선의 제자인 적하신검 화영빈?
정연 소저의 말에 나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그를 다시 자세히 살펴봤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일단 그의 빼어난 외모였다.
나이가 삼십 대 중후반일 텐데도 겉보기엔 이십 대 후반 정도의 미청년으로 보일 만큼의 동안.
그리고 그의 무위는 과연 놀라웠다.
내공이 대략 구십 년 정도?
아직 초절정은 되지 못한 듯 보였지만 바로 그 경지를 눈앞에 둔 것으로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만나 본 이삼십 대 무인들 중 설풍 조장보다도 경지가 높아 보이는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또한 그의 적하검법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일 검법처럼 쾌속하고 치명적이진 않았지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자연을 보는 것처럼 장엄하지 않은가.
‘저게 진짜 도를 추구하는 도사들의 검법이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검법이었다.
그때였다.
마장도 양불기와 함께 왔던 절정 초입의 마두 두 명이 합공을 하려는 듯 뛰어드는 것이 보였다.
“이놈! 우리도 있다!”
“대주님! 돕겠습니다!”
문득 내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물론 저들이 합세한다고 적하신검이 패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도 놀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쉬운 대로 저 녀석들이라도 상대해 봐야 조금이라도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녀석들을 향해 소리치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왜 그쪽으로 가시나?! 서운하게!”
내 검영이 만들어 낸 찬란한 날개가 놈들을 향해 활짝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