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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78화 (78/359)

78화 관음장-1

“사고님, 곧 관음장에 도착합니다.”

아미파의 가장 나이 어린 장로 결진 사태는 제자 정혜의 말에 그저 고개만 한번 끄덕였다.

그녀의 심기가 별로 좋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현 조사대에 포함된 열 명의 제자들 중 가장 사저인 정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사고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결진 사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혜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어떻게 하냐니? 뭘 어떻게 하냐는 거냐? 외부 문파를 방문하면 당연히 정중하게 인사부터 드리는 것이 예의가 아니더냐?”

그 말에 당황한 표정이 된 정혜가 다시 물었다.

“하, 하지만 그곳이 진짜 정인 사저를 납치한 혈교도들의 소굴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녀들은 지금 정연이 서신으로 보낸 관음장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그곳을 조사하러 나온 상태였다.

그러니 정식으로 인사하고 그곳에 들어간다는 건 정혜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시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혜의 반문에 결진 사태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소리쳤다.

“그곳이 진짜 혈교의 소굴이라고 확인이라도 됐다더냐?! 아직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로 우리 아미의 오랜 우방인 관음장을 의심하다니! 네가 그러고도 대아미의 제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사고님, 지금 우리는 그들을 조사하기 위해…!”

“시끄럽다!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말이 많구나! 본산으로 돌아가면 장문인께 말씀드려 한 달을 근신시키도록 하겠다!”

정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스승 결운 사태가 걱정한 대로 일이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이럴까 봐 결운 사태가 직접 가겠다고 그렇게 주장했었던 것인데….

며칠 전 정연이 보낸 서신은 아미파의 수뇌들 사이에선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무려 아미파의 가장 뛰어난 후기지수가 혈교도에게 납치되었다는 서신이었는데, 그 서신을 확인한 현 장문인 결한 사태가 정연의 보고를 무시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연이 서신을 보낸 것은 장문인인 결한 사태에게만이 아니었다.

선우진의 조언을 얻은 그녀는 자신의 사부인 결아 사태에게도 같은 서신을 보냈었고, 그래서 결아 사태는 모든 장로들이 모인 가운데 아무런 언급도 없이 정연의 보고를 묵살하려고 한 장문인 결한 사태를 비난할 수 있었다.

‘아미파의 제자가 납치당해 생사를 알 수 없다는 보고를 묵살하다니! 장문사저가 아미파의 장문인이 맞기는 한 것이오?!’

결한 사태는 극도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서신을 따로 두 개나 보냈을 거라곤 짐작도 못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치력 하나로 장문인의 자리에까지 오른 결한 사태였다.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너무 허황된 얘기였기에 얘기를 꺼낼 가치도 없었다며 당당하게 변명했다.

‘징계를 받아 수련동에 있어야 할 정인이 허락도 없이 밖으로 나가서는 납치를 당했다고? 그것도 정협방으로 위장한 혈교도에게? 누가 봐도 벌을 받지 않기 위한 변명이 아니더냐?! 그런 허황된 얘기를 내가 믿어 주기라도 했어야 한다는 것이냐?!’

제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그녀의 억지에 많은 이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한 사태는 반대파의 분노 따위를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상황은 또 언제나처럼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시끄럽게 논쟁만 하다 결국 장문인의 권위로 밀어붙인 결한 사태의 뜻에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게 될 그런 상황 말이다.

만약 다른 증거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그렇게 되고 말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결아 사태에겐 증거가 있었다.

선우진은 반으로 찢은 혈교 비급을 한쪽은 삭무흔에게, 나머지 반을 정연에게 줘서 서신에 동봉하도록 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혈교의 비급을 손에 쥔 결아 사태는 자신 있게 웃으며 결한 사태에게 말할 수 있었다.

‘허황된 얘기라. 여기 이렇게 혈교의 비급이 동봉되어 왔는데도 말이오?’

‘…뭐라고?!’

결국 장문인인 결한 사태 역시도 조사를 해 봐야만 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혈교도가 발견됐다는 건 사실이라는 얘기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사대의 인원을 선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원래는 장문인의 반대파인 정연의 사부 결아 사태나 정혜의 사부 결운 사태가 직접 가서 조사해 보겠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장문인 결한 사태는 이런 일은 막내에게 경험을 쌓도록 해 줘야만 한다며 결진 사태를 책임자로 임명해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당연히 장문인 결한 사태의 파벌이었고 말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이 상황인 것이었다.

‘아마도 결진 사고는 장문인으로부터 대충 조사하는 척만 하라는 지시를 받은 거겠지. 하지만 대체 왜? 혈교의 마두가 발견되고 정인 사저가 납치된 이 상황에서 대체 왜 그런 지시를 한 거지?’

정혜는 이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심지어 결진 사태는 관음장 인근 객잔에 짐을 풀고는 관음장에 방문첩을 보내기까지 했다.

내일 자신들이 방문할 것임을 정중히 알린 것이었다.

정혜는 너무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뭔가, 내가 뭔가를 해야만 해.’

정혜는 밤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해 봤다.

다음 날 아침, 결진 사태는 정혜를 포함한 열 명의 제자들을 이끌고 관음장으로 찾아갔다.

관음장의 정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을 환영하듯 삼십여 명의 무인들이 양쪽으로 도열해 있는 상태였다.

그 무사들의 중심에서 대표로 나온 듯한 중년의 무인이 포권하며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아미파에서 이곳까지 오시다니,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기껏해야 하루 거리인 관음장을 이틀째에 왔으니 그다지 고생을 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예의를 차린 말에 결진 사태는 흐뭇하게 웃으며 정중히 포권했다.

“고생은요. 불청객을 이렇게 환대해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미파의 결진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상대방 또한 정중하게 포권하며 인사했다.

“아! 결진 사태셨군요!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저는 관음장의 진원국이라고 합니다.”

“알고 보니 진 대협이셨군요. 대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진원국이라는 이름은 전혀 들어 보지 못했지만 결진 사태는 무척 반갑다는 표정으로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슬쩍 뒤의 정혜에게 눈길을 줬다.

마치 ‘봤느냐? 이게 바로 정파인의 태도라는 거다’라고 말하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정혜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어제 한참을 고민한 그녀는 오늘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이미 마음먹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정혜가 한 발 앞으로 나서서 포권하며 말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미파의 정혜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서 장주님께 큰 은혜를 입은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장주님께 인사를 드릴 수 있을까요?”

결진 사태는 갑자기 나선 정혜를 향해 눈을 부라렸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있는 곳에서 차마 그녀에게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다.

그러자 진원국이라는 자가 약간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희 장주님과 인연이 있으셨던 모양이군요. 안타깝게도 장주님께선 출타 중이십니다. 미리 연락이 왔었다면 장주님도 분명 기다리셨을 텐데 말입니다.”

장주가 없단 말이지?

정혜의 눈빛이 살짝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아, 그렇군요. 안타깝네요. 그럼 혹시 최 총관님이나 양 단주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두 분도 무척 보고 싶었거든요.”

그러자 진원국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런, 두 분께서도 현재 출타 중이시라 돌아오시면 제가 반드시….”

그 순간, 정혜는 갑자기 기습적으로 검을 뽑아 진원국을 덮쳐 갔다.

챵!

“허억?!”

하지만 전광석화 같았던 그녀의 기습을 진원국은 뒤로 물러서며 피해 내고 말았다.

그러자 인상을 찌푸리고 정혜를 보고 있던 결진 사태는 이 돌발적인 사태에 경악해서 소리쳤다.

“정혜, 이년! 이게 대체 무슨…!”

하지만 결진 사태보다 정혜가 더 먼저였다.

정혜는 검으로 진원국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혈교의 마두, 걸려들었구나! 관음장엔 양 단주라는 사람이 없다!”

그녀의 말에 결진 사태도 문득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진원국을 바라봤다.

그러자 잠시 표정이 일그러졌던 진원국이 나지막하게 웃기 시작했다.

“으흐흐흐흐흐, 이젠 어쩔 수 없구나. 차라리 몰랐다면 멀쩡히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을. 네 지나친 총명함을 탓하거라.”

진원국의 말에 결진 사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진짜였단 말인가?

그럼….

그때 진원국이 소리쳤다.

“쳐라!”

그러자 그녀들을 환영하기 위해 양쪽으로 정중하게 늘어서 있던 무사들이, 한순간 포악한 표정으로 돌변하여 덮쳐 오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늙은 년은 죽이고 젊은 년만 잡아라!”

“멍청이! 반반한 년만 살려도 돼! 어차피 이곳은 이제 버려야 한다!”

삼십여 명에 달하는 적들에 반해 아미파의 조사대 인원들은 고작 열한 명이었다.

게다가 인원수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죽어라, 늙은 년!”

“감히!”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결진 사태를 향해 세 명의 무사들이 덮쳐 왔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들고 있는 도에서 희미한 도강을 뿜어내고 있었다.

모두가 절정 초입의 고수들이었던 것이다.

“으하아압!”

“차압!”

채채챙! 채챙!

결진 사태는 아미파의 장로이자 내공 칠십 년의 벽을 넘은 절정 고수였지만, 세 명이나 되는 절정 무사들의 공격에 바로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이익! 이 혈교의 마두 놈들이!”

결진 사태가 이를 악물고 상대방의 공세를 어떻게든 막아 내자 세 무사들이 광소를 터트리며 계속 몰아쳐 왔다.

“으하하하! 우리는 왜 부르느냐, 늙은 년아?!”

“늙기만 했나? 못생기기까지 했군! 크하하하!”

“그러게! 늙고 못생긴 년이라고 불러 줘야겠어! 키하하하!”

혈교 무사들의 저속한 도발에 결진 사태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이, 이 더러운 놈들!”

그런 결진 사태의 반응에 혈교도들이 슬쩍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쉽게 격분한 결진 사태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늑대 떼들 같아 보였다.

한편 혈교 무사들의 책임자로 보이는 진원국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정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무기를 뽑기는커녕 뒷짐까지 진 채 산책하듯 천천히 걷고 있었지만, 정작 검을 뽑아 그를 향해 겨누고 있는 정혜는 계속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강력한 압박감에 차마 대항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진원국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네년이 마음에 드는구나. 총명한 게 아주 마음에 들어. 안심하거라. 다른 년들은 다 죽여도 너만은 살려서 데려가 줄 테니.”

꿀꺽 침을 삼킨 정혜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우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아미파의 정예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정협방이 혈교의 소굴이라는 것 역시도 이미 알고 있다! 너희가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자 진원국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허, 아미파의 정예들이 몰려올 거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너희 장문인은 아미파 제자들보단 우리가 주는 상납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

상납금이라고?!

정혜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설마 그간 장문인이 정협방에 우호적이었던 이유가?

진원국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도 보아라. 우리를 진짜 의심했다면 이 정도 병력만 파견했을 것 같으냐? 방문첩까지 보내면서?”

비웃는 진원국의 말에 정혜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너무도 가슴을 쿡쿡 쑤셨기 때문이었다.

그런 정혜를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은 진원국은 여유 있게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서 아미파의 제자들이 속절없이 쓰러져 가고 있었다.

푸학!

“아아악!”

“사저!”

“크하하하! 저년은 죽이지 말고 잡아라!”

“아, 안 돼! 꺄아아악!”

정혜 역시 그 모든 광경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다시 이를 악물었다.

모든 게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러니 그 결과도 감당해 내야 했다.

사실 정혜는 이들이 혈교도가 맞다면 결과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사숙들 중 가장 무위가 낮은 결진 사태와 고작 열 명의 제자들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가 원했던 것은 그저 자신들을 희생해서라도 사문에 혈교도의 존재를 알리는 것뿐이었다.

이 정도의 피해가 생긴다면 아무리 수뇌부가 썩었다고 해도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정혜의 표정을 본 진원국이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너희가 희생하면 우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크흐흐흐, 꿈도 크구나. 너희만 해결하면 우리는 바로 관음장을 불태우고 떠날 것이다. 그럼 너희 아미파가 우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진원국은 좀처럼 그녀에게 손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말로 상대방을 절망시키는 것에 더 쾌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정혜가 매서운 눈빛으로 소리쳤다.

“너희가 정협방에서 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아무리 이곳에서 피한다고 해도…!”

하지만 그 말을 끊으며 진원국이 여유 있게 물었다.

“증거라도 있느냐?”

그 말에 정혜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뭐?”

“무슨 증거라도 있느냔 말이다. 우리가 정협방에서 왔다는 증거, 또는 정협방이 혈교의 소굴이라는 증거.”

“….”

혈교의 비급이 있긴 했지만, 정혜는 일단 그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진원국이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후에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알려 주마. 너희는 사라질 것이고 너희 장문인인 결한 사태는 아마 조사대를 파견할 것이다. 어쩌면 정협방을 조사하려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디에도 증거는 없을 것이고 결한 사태는 결코 정협방을 압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년이 그동안 우리에게 받아 처먹은 것이 워낙 많거든. 그게 본인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던 거지.”

그의 말을 듣는 정혜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장문인인 결한 사태가 훌륭한 사람이 아니란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미파의 자존심만은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썩어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정협방에게 약점이 잡혀 있다면 진짜 제대로 조사를 하려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불안감이 점점 덩치를 키워 가고 있었다.

그런 정혜를 향해 진원국이 못을 박듯 말했다.

“너희의 희생은 개죽음이 될 것이다. 아미파는 결국 정협방을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혹시 우리가 왜 아미파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쳤는지 아느냐?”

굳어진 얼굴로도 의문스러운 눈빛을 한 정혜를 향해 진원국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의 아미파 정도라면 충분히 잡아먹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쩐지 그의 말이 사실일 것 같다는 것이, 그녀의 자랑스러운 사문이 이렇게까지 몰락했다는 것이 너무도 절망적이었다.

이제 절망의 빛으로 물든 정혜의 눈빛에 크게 만족한 표정을 지은 진원국은 드디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아미파의 제자들이 모두 제압당한 가운데 홀로 아직 버티고 있는 결진 사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즐거운 대화는 끝이다. 이제 너를 제압하고 저년도 해결하러 가야겠구나.”

그러곤 정혜를 향해 손을 뻗어 갈 때였다.

퓨슈슈슉!

어디선가 갑자기 암기들이 날아들었다.

“응?”

진원국은 황급히 손을 거둬 암기를 쳐낼 수밖에 없었다.

타당! 탕! 탕 탕!

그러곤 암기가 날아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소리치려 했다.

“웬 놈...?!”

그때였다.

파악!

“꺄악?!”

“뭐, 뭐냐?!”

진원국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짧은 순간 암기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온 누군가가 자신의 앞에 있던 정혜를 휙 채가 버렸던 것이다.

사람인 것 같기는 한데 제대로 확인도 못 했을 만큼의 쾌속한 속도, 마치 한 줄기 질풍이 스쳐 지나간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바로 비사영이었다.

최고 속도의 신법에 폭진보까지 전개한 비사영이 유일하게 제압당하지 않고 있던 정혜를 구해 냈던 것이었다.

그가 정혜를 낚아채 전장에서 이탈하며 소리쳤다.

“뒤는 맡긴다!”

진원국은 너무도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비사영을 멍하니 바라봤다.

뒤를 맡긴다고?

그때 무언가를 느낀 진원국이 퍼뜩 고개를 돌리며 황급히 도를 뽑았다.

챵!

그러자 또다시 엄청난 속도의 누군가가 이번엔 자신을 덮쳐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척 잘생긴 얼굴의 남자였다.

그가 사납게 웃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당연하지!”

진원국은 황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그의 눈에 상대의 검광이 휘황한 날개처럼 펼쳐지는 것이 들어오고 있었다.

선우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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