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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79화 (79/359)

79화 관음장-2

함께 관음장으로 달려가고 있던 우리는 관음장 바로 앞에서 벌어진 아미파 제자들과 혈교도들의 싸움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마두와 대치하고 있는 소저를 보고는 정안 소저가 비명처럼 소리 질렀다.

“정혜 사저?!”

정혜라면 여기 오는 동안 정안 소저가 자랑하곤 했던 같은 스승을 둔 사저인 모양이었다.

무척 지혜로운 사람이라며 그녀가 입이 닳도록 자랑했었던.

그러자 함께 달리던 적하신검 화영빈 또한 홀로 절정 고수 세 명을 상대하며 악전고투하고 있는 중년 여인을 보고는 말했다.

“저분은 결진 사태로군. 서둘러야겠네!”

그가 그렇게 말하며 속도를 높이자 힐끗 정안 소저를 본 비사영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튀어 나갔다.

팡!

녀석의 신형이 쏘아진 화살처럼 앞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폭진보를 쓴 모양이었다.

거력마의 비급을 통해 익힌 폭진보는 과연 혈교의 무공이 아님에도 놈이 왜 갖고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비기였다.

단지 짧은 순간 급가속하는 것이 끝인 보법이지만, 그 단 하나의 효용이 너무도 엄청났던 것이다.

그것을 사용해 가속한 비사영의 속도는 그야말로 질풍 그 자체라고 할 만했다.

옆에서 달리던 정안 소저가 해맑은 표정으로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와아! 역시!”

하지만 나는 녀석이 폭진보까지 써서 가속해 간 방향을 보고는 피식 웃음 지었다. 녀석이 향한 방향이 정안 소저의 사저라는 정혜 소저 쪽이었다.

계속 느끼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녀석은 정말 진심인 모양이었다.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친구의 일을 외면할 수는 없지!’

그러곤 역시 바로 폭진보를 써서 가속했다.

파앙!

주변의 풍경이 무서운 속도로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한 차원 높은 극한의 속도감이 짜릿한 쾌감을 전해 주고 있었다.

내 목표는 정혜 소저와 대치하고 있는 자였다.

딱 봐도 혈교도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

무위는 대략 내공 팔십 년 정도로 보였다.

그때 질풍처럼 날아가 정혜 소저를 구하는 데 성공한 비사영이 소리쳤다.

“뒤는 맡긴다!”

나 역시 마두를 덮쳐 가며 소리쳤다.

“당연하지!”

소리 없이 접근해 기습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저자가 딱 내가 원하고 있던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나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상대.

남은 적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들은 지금 내 뒤에서 오고 있는 적하신검 화영빈이라는 고수에게 맡겨도 충분할 것 같았다.

물론 적의 수가 좀 많긴 하지만, 지금 싸우고 있는 결진 사태와 합세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니 지금이 이 순간이 바로 다른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내가 싸우고 싶은 대로 싸울 수 있는 바로 그 상황인 것이었다.

이 얼마나 멋진 순간인가?

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그때 놈이 뒤로 물러서며 일단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내 속도에 위협을 느낀 모양이었다.

‘흠, 그렇다면?’

원래라면 놈은 내 두 단계 위의 고수, 놈이 방어를 굳혔다면 이쯤에서 환검과 신법을 이용해 주변을 돌며 시간을 끌어 주는 것이 현명한 짓일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러고 싶지가 않거든!’

그냥 바로 돌진하며 검초를 전개했다.

선우십삼검 일초.

신응비상.

내 검영이 한층 더 휘황해진 날개를 활짝 펼쳤다.

슈하아아악!

그걸 본 마두가 코웃음을 치며 도를 휘둘렀다.

“잔재주를!”

환검임을 확인하고 강격으로 분쇄하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내 입가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그날 이후 얼마나 이런 상황이 오기를 기다렸었던가.

부아아앙!

놈이 강력한 기세로 도를 휘두르는 순간, 환검의 날개가 유연하게 휘어지며 놈의 강격을 비껴 냈다.

마치 진짜 새의 날개가 홰를 치는 듯한 움직임, 묵랑이 내 몸으로 보여 줬던 바로 그 수법이었다.

생각 속에서만 연습해 봤던 그 수법을 가장 적절한 순간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구현해 냈다는 쾌감이 나를 짜릿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놀란 놈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

홰를 치듯 놈의 도격을 피해 냈던 빛의 날개는 바로 다음 순간 활착 펼쳐지며 놈을 감쌌다.

일초 신응비상에서 바로 십일초 대붕만리로 이어지는 한 수였다.

“헉!”

놈의 눈이 당황의 빛으로 물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를 악문 채 도를 휘두르는 것도.

“으하아압!”

푸화악!

놈이 빛의 날개에 완전히 감싸지려는 찰나, 발작적으로 도강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자신을 둘러싸려던 검영의 날개를 걷어 냈다.

과연 내공 팔십 년 이상의 고수다운 강력하고 빈틈없는 도격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딱 내가 예상하고 있던 대응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내 눈이 번뜩였다.

기회였다.

“하아압!”

사일검법 삼초.

삼조삼절.

어느새 측면으로 이동한 내가 세 가닥의 일시사일과도 같은 초고속의 빛줄기를 뿜어냈다.

쉬이익!

“크윽!”

피식!

놈의 왼쪽 어깨와 가슴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내 삼조삼절을 완전히 피하지 못했기에 지불한 대가였다.

짧게 혀를 찼다.

“쳇!”

웬만하면 이것으로 끝내려고 했었는데 역시 그렇게 쉽게 죽어 주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난 놈은 이를 악물고는 드디어 반격을 가해 왔다.

온 힘을 다한 듯 일그러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죽어랏! 광룡파천!”

쿠콰콰콰콰콰콰!

광폭한 붉은 도강이 미친 용처럼 불규칙한 경로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광룡도법.

혈교의 유명한 도법 절기였다.

문득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걸 해낼 수 있을까?’

묵랑이 보여 줬던 것들 중 아직 내가 쓸 수 없는 공즉시색을 제외한다면, 가장 해 보고 싶었던 것은 거력마의 사력을 다한 공격을 일시사일로 끊어 냈던 한 수였다.

해일처럼 밀려오던 광폭한 공격을 정확히 손목을 끊어 버림으로써 막아 냈던 그 한 수.

그것은 마치 솔잎 하나로 달려오는 수레를 막아 내는 묘기처럼 느껴졌었다.

상대방의 공세를 한 차원 높은 곳에서 지켜볼 수 있는 통찰력과, 그 맥을 정확히 끊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가능한 묘기.

계속 궁금해 했었다.

내가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공즉시색보다도 더 수준 높을 그 한 수를?

생각은 길지 않았다.

내게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오는 붉은 광룡을 바라보며 준비했다.

평정심.

숨을 내뱉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통찰.

온 감각을 동원해 광폭하게 돌진해 오는 붉은 도강, 그 전체를 관조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곤 팔을, 내 팔과 하나가 된 검을 뻗어 냈다.

사일검법 일초.

일시사일.

쉬이익!

빛살이 된 검이 붉은 광룡의 꼬리 부분을 향해 쏘아졌다.

시이익!

하지만 그것은 놈의 손목을 잘라 내지 못하고 강하게 스치는 것에 그쳤다.

실패였다.

‘이런 젠장!’

그 순간, 코앞까지 다가온 붉은 광룡의 탐욕스러운 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거대한 충돌이 일어났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대지 위에 거대한 용트림 자국이 남을 만큼이나 강력한 충돌이었다.

놈은 초토화된 대지 위에 선 채, 사분지 일쯤 베어져 피를 뿜어내고 있는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는 분노한 눈빛으로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삼 장쯤 떨어진 곳에 선 나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움켜잡으며 중얼거렸다.

“후아, 진짜 죽을 뻔했네.”

마지막 순간 간신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만약 폭진보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내 검이 놈의 손목을 약간이라도 베어 내 도강의 방향을 살짝 틀지 않았다면 진짜 죽을 뻔했던 상황이었다.

입맛이 썼다.

‘역시 이 경지는 아직 내게 무리였던 건가?’

저승에 한 발자국을 디뎠던 방금의 경험 덕분에 뜨거웠던 머리가 냉정해지자, 새삼 후회가 밀려들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목숨을 걸다니, 미쳤구나, 선우진.’

하지만 아까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너무 강하게 들긴 했었다.

사실 방금도 거의 성공할 뻔하지 않았던가.

그러자 문득 또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한 번만 더 해 보면 되지 않을까?’

방금의 후회는 어디로 갔는지 금세 고개를 쳐드는 도전 정신이었다.

나는 마치 먹이를 바라보는 살쾡이처럼 놈을 바라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

적하신검 화영빈은 자신조차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튀어 나간 비룡대원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둘 다 놀라웠지만 특히 비사영이라는 친구의 신법은 경이로웠다.

이제 초절정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조차 따라갈 수 없는 일류 무사라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이게 가능하다는 걸 믿을 수가 없군. 신법 하나만 놓고 봤을 때 천고의 기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어.’

게다가 다른 한 명인 선우진 역시 다른 쪽으로 놀라웠다.

아직 내공이 칠십 년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대략 팔십 년의 벽을 넘은 듯한 혈교도를 몰아쳐 가고 있지 않은가.

‘천재인 건가? 사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천재.’

화영빈은 스승인 청광진인이 사제인 이건을 처음 데려와 애지중지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질투조차 할 수 없었다.

너무도 압도적인 재능에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껏 스스로 나름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자부심이 한심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혈교에 복수하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은 자신은 더 이상 신화경을 향한 스승의 꿈을 이루어 드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는 믿고 있었다.

그의 사제 이건이라면 분명 스승님의 뜻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백 년간 맥이 끊어졌던 ‘신’의 칭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에 비해 저 선우진이라는 친구는 좀 묘했다.

‘사제처럼 압도적인 재능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근데….’

화영빈이 가늠한 재능에 비해 지금 보여 주고 있는 그의 모습은 물론, 그가 이제껏 해냈다는 일들이 하나같이 너무도 놀라웠다.

화영빈도 비룡대에 몸을 담은 적이 있었다.

정혈대전이 끝난 직후, 그에게서 평생의 정인을 빼앗아 간 혈교의 마두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그에게 있어 삶의 목적은 오직 혈교를 파멸시키는 것 한 가지뿐이었다.

‘하지만… 비룡대는 그 목적을 이뤄 줄 수 있는 곳이 아니었지.’

그는 비룡대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무척 절망해야만 했다.

비룡대가 혈교를 타도하기 위한 곳이 아닌 그저 영역을 지키는 보초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비룡대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오 년의 근무 기간만을 마치고 미련 없이 그곳을 나왔었다.

‘그랬는데….’

비룡대의 후배들을 만난 반가운 인연에 화영빈은 이곳으로 오는 동안 두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혈마와 점창파의 악연, 그리고 암영대의 존재에다 무림에 파고든 혈교의 전진기지까지?’

저들이 파헤쳤다고 말한 내용들이었다.

또한 하나같이 화영빈이 오 년간 비룡대에 속해 있으면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기도 했다.

자신은 그 오 년간 대체 무엇을 했던 건지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모든 일의 중심에 저 선우진이라는 후배가 있었던 것 같지 않은가?

실로 놀랍고도 기특한 후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저 검….’

화영빈은 선우진이 들고 있는 검 ‘묵랑’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것은 화영빈이 단 한 번 만났던 ‘그’의 검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검이었다.

‘혹시?’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화영빈의 신형 또한 혈교도들 사이로 난입했다.

“하아아압!”

츄하아아악!

“끄아아악?!”

“크아악!”

그가 검을 휘두르자 전장에 웅혼한 노을이 드리웠다.

피 냄새로 가득한 잔인한 노을이었다.

그것을 본 혈교도들이 두려움에 가득 차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저, 적하신검이다!”

“적하신검이 어떻게 여기에?!”

초절정을 바라보는 화영빈이 결진 사태를 압박하던 절정 초입의 마두 세 명을 격살하고 나머지 떨거지들까지 정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화영빈은 혈교도들을 학살하면서도 선우진의 싸움에 집중했다.

선우진은 자신보다 고수인 마두를 상대하면서도 시종일관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승기를 놓치지도 않았다.

마두는 오른 손목을 다친 후 왼손으로 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오른손만큼 능숙하지는 못한 모습, 저대로는 정말 두 단계 위의 고수를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하아압!”

선우진의 환검이 휘황한 날개처럼 펼쳐져 마두를 덮쳐 가자, 마두가 이를 악물고 도를 휘둘렀다.

“또 그 수법이냐?!”

길게 뻗어 나간 도강이 이번엔 헛치지 않겠다는 듯 깊게 그어졌다.

하지만 도강이 미처 닿기도 전에 빛의 날개는 공중에서 유리가 깨지듯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파아악!

“?!”

마두는 산산이 흩어지는 빛 속에서 치명적인 속도로 찔러 오는 선우진의 검을 발견하고는 대경해서 뒤로 황급히 물러섰다.

쉬이익!

종이 한 장 차이였다.

빛살 같은 쾌검이 그의 옷깃을 간신히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그가 드디어 기회를 포착한 듯 다시 사나운 표정으로 선우진을 향해 도격을 내리쳤다.

“이노옴!”

미친 용이 꿈틀거리며 돌진하듯 불규칙한 진로의 광폭한 도격이었다.

콰아아아아!

도격이 선우진에게 명중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그 광폭한 기세에 적중당한 선우진의 신형은 베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마치 흩어지는 꽃잎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잔상이라고?

저 시점에서?

그 놀라운 신법에 화영빈은 감탄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처럼 여러 개의 잔상으로 흩어졌던 선우진은 어느새 마두의 뒤에서 다시 십여 개의 환검을 쏟아 내고 있었다.

“어림없다!”

마두는 이를 악물고 다시 도를 휘둘러 그것들을 걷어 내려 했다.

그때 환검이었던 한 개의 검이 갑자기 급가속하며 마두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쉬이익!

“크으윽!”

화영빈은 다시 감탄했다.

환검과 진검의 조합이 너무도 절묘했던 것이다.

그 영리한 조합이 절륜한 신법과 어우러져 두 수 위의 고수조차도 전혀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좀 부족했던 것일까?

다리를 베인 마두가 균형을 잃는 듯하자, 선우진이 바로 그를 향해 정면으로 검을 찔러 가고 말았다.

화영빈이 보기엔 너무 성급한 한 수였다.

안타까운 소리를 질렀다.

“저런!”

아니나 다를까, 마두가 눈을 번뜩이며 도초를 전개했다. 바로 초반에 보여 줬던 광룡파천이었다.

“으하아압!”

콰콰콰콰콰콰!

붉은 광룡이 선우진의 검을 향해 내달렸다.

서로 정면으로 공격하는 상황, 내공과 무위가 높은 마두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두가 광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하! 죽어라!”

붉은 광룡과도 같은 마두의 도강이 얇은 빛줄기에 불과한 선우진의 검강을 휩쓸었다.

선우진의 검강이 모래처럼 휩쓸려 사라지고 있었다.

“?!”

하지만 마두도, 화영빈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조차도 환검이었다는 것을.

선우진이 사납게 웃음 지으며 이번엔 진짜 검을 찔러 넣었다.

방금의 환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 사일검법의 일시사일이었다.

푸욱!

“어억?!”

선우진의 검이 마두의 손목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그러자 광폭하게 돌진해 오던 붉은 광룡이 허무하게 소멸되고 말았다.

다음 순간, 선우진은 살짝 손목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마두의 손목을 가볍게 분리해 낼 수 있었다.

푸학!

“으아아아악!”

잘려 나간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마두가 비명을 지를 때, 선우진이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거봐. 한 번 더 하니까 되잖아?”

그러곤 다시 빛살처럼 검을 그어 무방비 상태가 된 마두의 양 어깨를 잘라 냈다.

마두는 더 이상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상대를 잡아내고 만 선우진을 보며, 화영빈은 어이가 없는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사제 이건에게 좋은 경쟁자가 생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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