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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80화 (80/359)

80화 관음장-3

절정 고수들을 모두 잡자 나머지는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아미파의 장로라는 결진 사태의 힘이 더해지고 비사영, 정연, 정안 소저들까지 합세하자 곧 삼십여 명의 혈교도들은 모두 죽거나 항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싸움이 승리로 끝났어도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열 명의 아미파 제자 중에 세 명이 이미 사망했던 것이다.

아미파의 제자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죽은 이들의 시신을 수습해야만 했다.

게다가 책임자라는 결진 사태의 태도 역시 대단히 이상했다.

그녀는 다짜고짜 정혜 소저에게 화를 냈다.

정혜 소저는 정안 소저의 직속 사저이자 비사영이 처음에 구해 줬던 바로 그 소저였다.

“정혜! 이 모든 게 너의 경솔한 행동 때문이다! 너 때문에 세 명이나 죽고 말았구나!”

그러자 억울한 듯 이를 악물었던 정혜 소저가 결국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말하면 끝인 줄 아느냐?! 이 모든 걸 다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란 말이냐?! 내 본산에 돌아가거든 장문인께 말씀드려 반드시 너의 죄를 엄중히 물을 것이다!”

그때 다른 사형제들에게 상황을 전해 들은 정안 소저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고님! 그게 어떻게 정혜 사저의 잘못입니까?! 저들이 혈교도임을 밝히는 것이 조사대의 목적이었고, 정혜 사저 덕분에 저들이 혈교도임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닙니까?! 만약 사저가 아니었다면 저들이 혈교도라는 것도 전혀 모르는 채…!”

하지만 결진 사태는 그런 정안의 말을 끊으며 윽박질렀다.

“닥쳐라! 정안! 그리고 정연! 너희 역시 마찬가지다! 감히 사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정인과 함께 나가 결국 이런 사고를 치다니! 돌아가거든 무거운 벌을 받게 될 줄 알거라!”

결진 사태는 살쾡이처럼 날카롭게 화를 내며 윽박질렀지만 정안 소저는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무단으로 외출을 한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장문인께서 거듭된 여인들의 납치 사건에도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렇게 아미파의 영역에서 혈교도들이 여인들을 납치하고 있는데도…!”

그러자 결진 사태가 완전히 폭발한 듯 비명처럼 소리 질렀다.

“닥쳐라, 이년! 감히 외인들 앞에서 사문의 내사를 언급하다니! 네년이 미쳤구나?!”

그러는 동안 정연 소저와 전음을 주고받은 나는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자신의 책임을 정혜 소저에게 지우고 싶은 모양이었다.

저런 사람이 아미파 장문인의 측근이라니, 대단했다.

정연 소저의 말만 들었을 때는 설마 아미파가 그렇게까지 몰락했을까 싶었는데… 진짜 심각하다는 것이 피부에 와닿는 광경이었다.

보다 못한 화영빈이 한숨을 내쉬며 끼어들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빨리 정인 소저를 구해 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먼저 정인 소저부터 찾아보시지요.”

그러자 결진 사태는 분노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화 사질, 아무리 청광진인의 제자라고 해도 아미파 내부의 일에 참견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지 않겠소?”

그녀의 날 선 반응에 화영빈은 애써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

“제가 어찌 감히 아미파 내부의 일에 간섭하겠습니까? 다만 아미파의 제자인 정인 소저의 안위가 걱정됐을 뿐입니다.”

하지만 결진 사태는 쉽게 마음을 풀어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화영빈을 매섭게 노려보더니만 문득 비웃는 표정으로 물었다.

“화 사질이 왜 그렇게까지 정인을 걱정한단 말인가? 혹시 이제 정선을 잊고 새로운 아이와 연을 맺어 보기라도 하려는 것인가? 지고지순한 협객인 척하더니만 풍류공자가 따로 없었군, 오호호호!”

자기 딴에는 재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웃음까지 터트렸지만, 그 말은 결국 화영빈이 참을 수 있는 선을 넘어서고야 말았다.

이제 얼음처럼 차가워진 표정의 화영빈이 서서히 기세를 뿜어내며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사태?”

비웃던 결진 사태의 표정이 눈앞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기세에 딱딱하게 굳었다.

초절정을 눈앞에 바라보고 있는 화영빈의 기세를 몰락한 아미파의 막내 장로 따위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던 것이다.

결진 사태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화, 화 사질, 지금 감히 우리 아미파에….”

그때, 나와 비사영이 양팔을 모두 잘라 놓은 우두머리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이, 여인들을 어디다 가뒀지?”

대충 상황을 본 우리는 저 상황을 막아 보느니 먼저 녀석을 심문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자 역시 생각대로 화영빈과 결진 사태는 물론 두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쏠렸다.

우리의 질문에 놈이 독기 서린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크흐흐흐흐, 그것참 등신 같은 질문이로군. 아미파에서 방문한다는 방문첩까지 보냈는데 우리가 그냥 여자들을 데리고 있을 줄 알았나? 벌써 어제 다 이동시켰다. 크흐흐흐흐.”

“…뭐? 방문첩을 보냈다고?”

우리는 황당한 얼굴로 아미파의 인원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정혜 소저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결진 사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얼굴이 붉게 상기된 결진 사태는 ‘흠, 흠.’ 헛기침을 하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대충 어떻게 된 상황인지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자 후진 없는 비사영이 입을 열었다.

“어쭈?! 이 마두 새끼가 거짓말을 하네? 설마 혈교도를 조사하러 오는데 방문첩을 보냈다는 말을 믿으라고? 뇌가 없어지지 않은 다음에야 그딴 짓을 하겠냐? 너 똑바로 말하지 못해?!”

그 말을 들은 결진 사태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지고 있었다.

나는 순간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는 녀석을 툭툭 쳐서 자제시켰다.

“어이, 사영.”

그러자 녀석이 오히려 성질을 내며 말했다.

“아, 왜?! 저 자식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잖아? 조사를 하러 오면서 방문첩을 보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 아예 대놓고 조사를 방해하겠다는 뜻인데 혈교의 첩자가 아닌 다음에야 그럴 리가 있겠냐고?!”

그러곤 놀랍게도 이제 막 얼굴이 터져 버릴 것처럼 보이는 결진 사태를 당당히 바라보며 물었다.

“안 그렇습니까, 결진 사태님?!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아미파의 명예를 실추시키다니요! 제가 다 화가 나는군요!”

일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는지 결진 사태는 몇 번 입만 벌렸다 다물었다 하며 비사영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간신히 쥐어짜듯 목소리를 냈다.

“자, 자네들은 대체 누군가? 대체 어느 문파의 제자들이길래….”

이 시점에서 물어보는 게 사문과 소속이라.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 것 같았다.

아미파의 권위를 내세워 압박하고 싶은 거겠지.

그래서 이번엔 내가 먼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아, 저희 말씀이십니까? 저희는 그저 지나가던 협객입니다. 혈교도를 추격하던 중에 우연히 인연이 닿아 정연, 정안 두 소저를 구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사정이 있어 정체를 밝힐 수 없으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정체를 알 수 없으니 위세로 누를 수도 없는 일, 내 대답에 결진 사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모양이었다.

그러고는 그 화를 풀려는 듯 정안, 정연 소저를 보며 소리쳤다.

“정체도 알 수 없는 외인들에게 구조를 받다니! 너희가 감히 아미파의 명예를…!”

그때 비사영이 얼른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 방금 혈교의 마두들로부터 사태의 생명을 구해 드리기도 했지요. 고맙다는 말씀이 없으셔서 혹시 잊으셨을까 봐 말씀드리는 겁니다. 감사 인사는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

“그, 그….”

결진 사태는 또다시 말문이 막히고야 말았다.

자신 또한 우리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것이 사실이니 아미파의 명예를 운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정연 소저와 정혜 소저가 애써 표정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웃음을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정안 소저만이 해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

비사영 만큼이나 뒤를 안 보는 소저가 아닐 수 없었다. 가만 보면 둘이 은근히 잘 어울렸다.

그에 발끈한 결진 사태가 도끼눈을 뜨고 정안 소저에게 뭐라고 하려는 찰나 화영빈이 먼저 끼어들었다.

“진짜 조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제 여인들을 좀 찾아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뭐라고?!”

화영빈의 말에 결진 사태는 분노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아까의 일 이후로 화영빈은 이미 그녀를 대접해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차갑게 노려보는 그의 눈빛과 무서운 기세에, 결진 사태는 결국 흠칫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 후 우리는 관음장을 샅샅이 뒤져 봤다.

하지만 마두의 말대로 그 안에선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모두 정협방으로 옮겨진 모양이었다.

화영빈이 내게 물었다.

“여인들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우리도 이대로 빠르게 정협방으로 들이치면 어떨까 싶군. 어떻게 생각하나?”

“흠….”

일단 아미검봉 정인 소저의 안전만 고려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긴 했다.

하지만 우리 인원으로 정협방의 본진으로 쳐들어가는 것은 무리일 확률이 높았다.

그에게 다시 반문했다.

“청성파에서 와 줄 사람들의 규모와 시기가 어떻게 된다고 보십니까?”

그러자 그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규모는 걱정할 필요 없네. 최소한 절정 고수만 이십 명 이상은 될 테니. 하지만 시기가 문제일세. 최대한 빨리 출발한다고 해도 오늘내일까지는 무리겠지. 게다가 만약 스승님의 행사를 장문인께서 탐탁지 않아 하실 경우 훨씬 더 늦어질지도 모르네. 청성파 또한 아미파만큼은 아니어도 내부가 꽤 시끄러운 편이라서 말일세. 그런데… 자네가 그걸 묻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만으론 무리라고 생각한 모양이군.”

그의 정확한 추측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솔직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들이 아미파를 경계해 여인들을 옮겼다면 아마 평소보다 훨씬 더 경계를 강화하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자 그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자네의 말이 맞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을 끌 수도 없지 않겠나? 아주 약간의 차이가 정인 소저의 생사를 결정할 수도….”

그때였다.

우리는 문득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무리의 기척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잠시 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삼십 명 정도의 여인들, 아미파 문도들이었다.

그녀들을 알아본 결진 사태가 반색을 하며 소리쳤다.

“장문사저!”

그녀들은 아미파의 장문인인 결한 사태를 비롯한 그녀의 측근들이었던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등장이 아닐 수 없었다.

반갑게 달려간 결진 사태는 상황을 묻는 결한 사태에게 관음장이 혈교의 무리들이었고 여인들을 이미 정협방으로 옮긴 것 같다고 보고했다.

아까 정혜 소저 때문에 제자들이 죽었다고 난리를 치더니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얘기까진 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아마 그 얘기를 하면 사전에 방문첩을 보내고 여인들을 옮기도록 시간을 줬다는 얘기가 나올까 봐 그러는 거겠지.’

딱 봐도 뻔했다.

하지만 우리 또한 그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진 사태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결한 사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정협방은 혈교의 소굴이었구나. 내 예상대로였군. 수고했다, 결진 사매. 혹시라도 별일이 있을까 서둘러 쫓아왔는데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결진 사태는 살짝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만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문사저. 역시 장문사저의 혜안은 따를 수가 없군요.”

이상한 대화였다.

대화만 들었을 땐 마치 결한 사태가 처음부터 정협방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이제껏 들었던 얘기들, 그리고 조금 전 정혜 소저에게 들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전음으로 정연 소저에게 물어봤다.

- 소저, 지금 결한 사태와 동행한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소저나 정안 소저의 스승님도 계십니까?

- 아니에요. 모두다 장문인의 측근들뿐이에요.

으흠, 그렇단 말이지?

대강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됐다.

결한 사태는 결진 사태와 잠깐 얘기를 나눈 후 화영빈과 우리를 힐끗 보더니 정안과 정연 소저를 향해 무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가 감히 사문의 허락도 없이 뛰쳐나가 이런 분란을 만들다니,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단단히 각오하도록 해라! 만약 정인을 찾게 된다면 정인 역시 중징계를 내리도록 하겠다!”

나는 피식 웃으며 정연 소저에게 내가 짐작한 상황에 대해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정연 소저가 희미하게 웃음 짓고는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사문의 허락도 없이 나간 것이야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혈교도들의 존재와 정협방의 정체를 밝혀냈기에 무림맹에서도 움직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충분히 과를 상쇄할 만한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무림맹 말입니다. 장문인께서도 무림맹의 연락을 받고 움직이신 것이 아닙니까?”

정연의 질문에 결한 사태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친정협방 기조였던, 심지어 그래서 정협방으로부터 상납을 받기까지 했다는 결한 사태가 갑자기 저렇게 나왔다면 그 이유야 뻔했다.

‘정협방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 바로 무림맹에서 연락이 왔던 거겠지. 아마 삭 형님이 무림맹에 보고를 했기 때문일 테고 말이야.’

그리고 무림맹으로부터 정협방의 정체에 대해 연락을 받은 결한 사태는 마음이 급해졌을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던 정협방이 진짜 혈교의 소굴이라는 사실을, 그것도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림맹에서 알려 줬으니.

자칫 잘못해 그간 정협방에게 상납받은 사실들이 밝혀진다면 그녀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아마 그래서 부랴부랴 자신의 측근들만 이끌고 먼저 정협방을 칠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정협방과 관계가 없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 주는 동시에 정협방의 입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또한 그런 이유로 자신의 추종자들 이외의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되었던 거겠지.

정연이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물었다.

“혹시 연락을 못 받고 오신 겁니까? 저희가 분명히 아미파에도 연락을 보내 달라고 무림맹의 무사님께 말씀드렸었는데요. 이상하네요. 아무래도 그분께 다시 여쭤봐야….”

그러자 결한 사태가 급히 대답했다.

“아니다! 맹의 연락을 받은 것이 맞다! 그런데… 너희가 정말로 맹과 따로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냐?”

“네, 저희는 아니고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신다는 맹의 무사님을 만났습니다. 저희 얘기를 들으시고는 큰 공을 세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그렇구나. 그럼 그 무사는 어디에 있느냐?”

그렇게 물으며 결한 사태의 시선이 슬쩍 우리를 바라봤다. 아마 우리가 그 무사가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자 정연 소저는 내가 시킨대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 무사분은 정협방을 조사하고 계십니다. 정협방의 마두들이 혹시 다른 문파들과 어떤 유착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닌지를 조사하고 계시다고 했습니다.”

“그, 그래?”

다른 문파들과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는 말에 결한 사태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져 버렸다.

매우 무서운 상상을 한 모양이었다.

자, 절박함을 줬으니 이제 행동하게 해 볼까?

나는 화영빈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슬쩍 나를 바라본 화영빈이 희미하게 웃음 짓고는 결한 사태에게 말했다.

“저희는 지금 정인 소저를 구하러 정협방으로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던 참이었습니다. 한시바삐 구하기는 해야 하는데 저희 전력으로는 좀 무리한 일이 아닐까 싶어서 말입니다. 사태께서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러자 결한 사태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본문의 제자를 구하는데 어찌 망설일 수 있겠나?! 우리는 지금 당장 정협방으로 갈 것일세! 또한 이것은 우리 아미파의 일이니 더 이상 외인들의 도움은 받지 않도록 할 것이네!”

간단히 말해 너희는 이제 쫓아오지 말라는 얘기였다.

화영빈은 아쉬운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러시군요. 하지만 그래도 혈교의 마두들과 관련된 일인데 저희의 작은 힘이라도 더 보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합리적인 얘기였지만 결한 사태는 오히려 인상을 굳히며 반문했다.

“자네는 설마 우리 아미파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고 무시하는 것인가? 우리 힘으로 정협방을 징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아,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럼 두말하지 말게.”

결한 사태는 단호하게 못을 박고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아미파의 문도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정협방으로 가서 혈교의 마두들을 물리치고 정인을 구해 낼 것이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니 모두 최선을 다해 움직여야 할 것이다!”

“네! 장문인!”

그러고는 앞서 왔던 조사대를 향해 말했다.

“결진 사매는 나를 따라오도록 해라! 다른 제자들은 정혜가 인솔해서 본산으로 돌아가고, 정연과 정안 너희도 저들을 따라가도록 해라! 이번에도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엄히 벌할 것이다!”

“네, 장문인.”

그렇게 말한 결한 사태는 바로 무리를 이끌고 관음장을 떠났다.

무척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그녀들이 떠나고 화영빈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자네 말대로 됐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정보를 좀 얻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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