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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83화 (83/359)

83화 정협방-2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강환을 쏘아 낸 사원양은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샤샥!

“끌끌, 어딜 보고 있느냐?”

당황해 주춤해 있던 무인들의 눈앞에 사원양의 신형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

바로 날아드는 맹수 같은 일격.

그의 양손에서 붉은빛 강기가 긴 손톱처럼 뻗어 나오고 있었다.

푸화악!

“크아아악!”

몸이 쩍 갈라진 아미파 고수가 비명을 지를 때 사원양의 신형은 이미 또 다른 자를 덮쳐 가고 있었다.

쥐 떼를 습격하는 살쾡이와도 같은 움직임.

그것은 학살이었다.

촤아악!

“아악! 장문인!”

아미파에 절정 고수가 많다고는 하나 대부분이 아직 절정 초입이거나 그 한 단계 위인 칠십 년의 내공을 지닌 자들이었다.

그들이 합공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사원양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괴물과도 같았다.

결한 사태는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데려왔던 이십여 명의 절정 고수가 벌써 반절로 줄어 버렸던 것이다.

나머지 일류의 무인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그것도 지금까지의 얘기, 그대로 놔두면 모두 전멸당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결한 사태는 다급히 사원양을 덮쳐 갔다.

“이놈!”

결한 사태의 전력을 다한 검초가 공간을 이동한 듯 갑자기 사원양의 눈앞에 나타났다.

슈하악!

아미파의 장문인들만이 익힐 수 있는 절기, 무상검식이었다.

공간 이동을 한 듯 갑작스러운 공격, 과연 아미파의 최고 절기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원양은 눈에 살짝 이채를 띠었을 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호오, 이게 무상검식인가?”

그러곤 누가 뒤에서 잡아당긴 듯 그의 신형이 공중에서 뒤로 쑤욱 물러났다.

동시에 그가 있던 위치로 결한 사태의 검이 헛되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샤아악!

여유 있게 결한 사태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사원양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거 재밌어 보이는구나. 하지만 본좌는 가장 맛있는 걸 제일 나중에 먹는 성격이라.”

그러곤 그의 신형이 빛살처럼 튀어 나갔다.

결한 사태와 떨어진 곳에 있던 다른 절정 고수에게로였다.

결한 사태가 다급히 외쳤다.

“이 비겁한 놈!”

하지만 그녀의 외침과 또 한 명의 절정 고수가 참살당하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푸화악!

“아아아악!”

절정 초입의 고수들은 사원양의 단 한 수조차 버텨 낼 수 없었다.

사원양의 손에서 긴 손톱처럼 뻗어 나간 선명한 강기가 그들의 강기와 검은 물론 몸까지 단 한 번에 쪼개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문도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결한 사태는 이를 악물었다.

사원양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놈은 약한 자들부터 먼저 수를 줄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모두 뭉쳐라! 흩어지지 말고 뭉쳐서 대항해!”

결한 사태의 다급한 지시에 절정 고수들이 황급히 서로 모여서 힘을 합하려 했다.

하지만 그걸 보는 사원양의 입가엔 비릿한 비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멍청한 것들.”

동시에 그의 양손에 다시 선명한 강환이 맺혔다.

깜짝 놀란 결한 사태가 외쳤다.

“안 돼! 피…!”

하지만 번개처럼 쏘아진 강환은 또다시 뭉쳐 있던 절정 고수들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푸푹!

“커억!”

“장문… 인!”

이번엔 강환 한 개당 두 명씩, 또 순식간에 네 명의 목숨이 사라진 것이었다.

거리를 벌리면 한 명씩 사냥당하고 거리를 좁히면 강환이 날아드는 상황.

아미파의 고수들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

완전히 공포에 질려 버린 상태였다.

결한 사태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도 역시 절망의 빛이 가득 차 있었다.

열심히 쫓아가고는 있지만 도저히 잡히지 않았고, 사원양은 그녀를 농락하듯 도저히 쫓을 수 없는 속도로 또다시 가장 외곽의 무인 한 명을 참살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앞으로의 일이 그려졌다.

이제 남은 절정 고수는 자신을 포함해 여덟 명, 일류의 무인들은 이미 모두 학살당한 상태였다.

아직 절정 고수들이 남아 있는 지금이야 놈이 결한 사태를 피해 다니고 있지만, 만약 충분히 수를 줄였다고 생각된다면 그땐 놈도 더 이상 그녀를 피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가 그녀의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았다.

문득 결한 사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도망칠까?’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문도들을 버린다는 죄책감도 살짝 들었지만 그것 따위는 얼마든지 합리화시킬 수 있었다.

아미파의 장문인인 자신이 여기서 죽는다면 그건 아미파에 있어서도 큰 손해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신만큼은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했다.

문도들을 모두 버려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다.

결한 사태를 지지하는 이들은 모두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그녀들을 모두 잃고 혼자서만 돌아간다면 과연 자신이 장문인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절대 그렇게 되지 않겠지.’

아마 반대파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자신을 물어뜯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장문인직을 유지하기는커녕 뇌옥에 유폐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었다.

그렇게 결한 사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사이 사원양은 또 한 명의 문도를 죽였다.

촤아악!

“끄아악! 장문인!”

결한 사태는 점점 조급해지는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이익!”

그때였다.

문득 담장 너머의 어두운 하늘로부터 누군가가 유성처럼 날아들었다.

“멈춰라!”

허공을 긋는 그의 검을 따라 노을과도 같은 붉은 검기가 검은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아미파 고수들이 외쳤다.

“적하검법?!”

그는 바로 적하신검 화영빈이었다.

그가 장엄한 붉은 노을 같은 검강으로 사원양을 덮치고 있었다.

“하아아압!”

그러자 사원양은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아까처럼 뒤로 당겨진 듯 허공을 쑤욱 이동해 물러났다.

결한 사태를 상대할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적하신검!”

“화 사질!”

아미파 문도들이 반갑게 그의 이름을 외쳤다.

평상시 주로 결한 사태의 반대파들과 어울려 탐탁지 않아 했던 그가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원양을 물러나게 한 화영빈은 그녀들이 아닌 결한 사태를 향해 빠르게 외쳤다.

“사태! 혼자서 그를 쫓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남은 분들을 모두 일렬로 늘어서게 하십시오! 사태와 제가 양쪽 끝을 지키고 천천히 압박해야 합니다!”

결한 사태는 그의 말뜻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적을 향해 옆으로 늘어선다면 강환을 던져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고, 자신이나 화영빈이 양쪽에 있다면 놈도 그리 쉽게 덤벼들지 못할 것이 아닌가.

순간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바로 외쳤다.

“화 사질의 말대로 해라! 모두 일렬로 늘어서! 양쪽 끝은 화 사질과 내가 맡겠다!”

곧 여섯 명의 아직 죽지 않은 절정 고수들이 일렬로 주욱 늘어섰고, 그 양쪽 끝에 결한 사태와 화영빈이 위치했다.

그것은 마치 구부러진 일자진, 또는 덜 구부러진 학익진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진형을 짠 무인들이 이제 사원양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원양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살짝 사라졌다.

여전히 웃고는 있었지만 아까보단 확연히 희미해진 표정이었다.

절망뿐이었던 아미파 문도들의 마음속에 약간의 희망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

같은 시각, 선우진과 비사영은 정협방 안쪽을 향해 질풍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아까 전 선우진은 화영빈에게 아미파의 패색이 짙어질 때 결한 사태를 도와 시간을 끌어 달라고 말했었다.

다만 절대 무리는 하지 말라고 부탁했었다.

전력이 너무 약해지게 되면 뒤도 보지 말고 도망가야만 한다고, 아미파를 위해서도 결한 사태는 죽는 것이 낫지만 화영빈만큼은 절대 그래선 안 된다고 말이다.

화영빈은 선우진의 말에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었다.

하지만 선우진은 그가 과연 자신의 말대로 해 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죽은 지 십 년도 넘은 연인을 위해 살고 있는 협객이 과연 다른 이들을 버리고 도망갈 수 있을까?’

아무래도 아닐 것 같았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여인들을 구출한 후 그에게로 돌아가야만 했다.

같이 달리고 있던 비사영이 외쳤다.

“빌어먹을! 너무 넓잖아! 아무 정보도 없이 여인들을 가둔 곳을 찾을 수 있을까?!”

“해 봐야지!”

관음장의 마졸들에게 얻어 낸 정보가 맞다면 여인들은 분명 정협방 안으로 옮겨진 것이 맞았다.

그리고 아까 봤듯이 정협방 무사 대부분이 혈교도가 아님을 생각했을 때 여인들을 가둘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었다.

그게 지금 선우진이 뇌옥이 아닌 정협방의 본전을 향해 직선으로 달리고 있는 이유였다.

‘수뇌부만이 접근할 수 있는 곳, 경계가 삼엄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곳.’

선우진이 생각할 땐 그곳이 아마 본전일 것 같았다.

물론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본전으로 가 보고 거기 없다면 그냥 화영빈 대협을 데리고 후퇴해야겠지.’

그 이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예전 설풍 조장과 석경달 노인이 탐혈마군 지광옥을 상대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내공 구십 년 이상의 고수 두 명으로도 초절정의 고수를 상대로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하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사원양은 그 지광옥보다도 윗줄로 평가받는 고수였다.

그때 비사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게 본전 건물일까?!”

저 멀리 전각들 사이로 다른 전각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규모의 전각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

내공 팔십 년의 벽을 넘은 고수인 당랑귀삭 오광혼은 소면마군 사원양이 정협방을 세울 때부터 그의 옆을 보좌했던 심복 중의 심복이자 혈교도 중에서는 보기 드문 충직한 성격의 무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부하 두 명과 함께 정협방에 남아 사원양이 자리를 비운 본전의 앞을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부하 한 명이 오광혼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오 총관님께선 그만 안으로 들어가 쉬시지요. 여기는 저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오광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마군께서 직접 행차하셨는데 어찌 나 혼자만 편히 쉴 수 있겠느냐? 내 걱정은 말고 경계에 만전을 기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총관님.”

일류 최상급의 경지인 혈교 무사는 겉으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속으로 그를 욕했다.

사실 그가 이곳에 나와 있으면 자신들이 편하게 쉴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한 말이었던 것이다.

그는 정문이 있을 방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오광혼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마음속으로 욕을 이어 갔다.

‘꽉 막힌 놈, 무슨 지가 정파인줄 아나?’

그때였다.

전각 지붕 위에서 그의 뒤로 무언가 소리 없이 떨어져 내렸다.

너무나도 고요한 낙하였기에 그는 뒤로 착지한 누군가가 자신의 뒷목을 베는 순간까지도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시이익!

“컥!”

하지만 지금부터는 아니었다.

부하의 짧은 신음 소리를 듣는 순간 오광혁은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바로 뒤돌아 자신의 귀문 병기인 당랑삭을 황급히 휘둘렀다.

쉬이이익!

채채채챙!

그는 방금 자신의 본능이 목숨을 살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뒤에서 날아오던 쾌속한 검초를 간신히 막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오광혼은 일단 뒤로 황급히 물러서며 소리쳤다.

“웬 놈이냐?!”

옆에 있던 다른 부하 역시 그제야 침입자를 인식하고는 도를 뽑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침입…!”

하지만 그는 도를 끝까지 뽑을 수 없었다.

그의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누군가가 뒷목에 암기를 박아 넣었기 때문이었다.

푸욱!

“커헉!”

엄청난 신법을 지닌 자였다.

일순간 오광혼으로서도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빛살처럼 날아온 그는 오광혼의 뒤쪽으로 바람처럼 지나가며 암기를 뿌렸다.

퓨퓨퓩!

오광혼은 황급히 뒤쪽의 암기를 막아 냈다.

티티팅!

그리고 그 순간, 처음의 남자가 오광혼의 등 뒤에서 검을 찔러 왔다.

세 개의 검영이 동시에 찔러 오는 검초, 가공할 속도의 쾌검이었다.

“큭!”

채채챙!

그것 또한 황급히 막아 내며 오광혼이 소리쳤다.

“삼조삼절! 점창파 놈이냐?”

공세를 막아 낸 오광혼이 일단 뒤로 물러서 피하려 할 때였다. 어느새 또다시 그의 뒤로 짓쳐들어온 자가 암기를 뿌려 오고 있었다.

퓨퓨퓩!

“으윽!”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엄청난 속도를 지닌 자들이 앞뒤로 톱니바퀴처럼 공세를 이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견딜 수 없었던 오광혼은 암기를 막지 않고 피하려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전방의 검사가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와서는 검초를 펼쳤다.

이번엔 눈앞으로 찬란한 날개가 펼쳐지는 듯한 환검이었다.

‘환검이라고? 점창파가 아닌 건가?’

이를 악문 오광혼이 당랑삭을 광폭하게 휘둘러 그 환검을 걷어 내려 했다.

“흐압!”

그때였다.

날개의 중심부에서 얇은 빛살 하나가 쏘아졌다.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쾌검, 일시사일이었다.

“헉?!”

하지만 오광혼 역시 내공 팔십 년이 넘는 절정 고수, 온 힘을 다해 당랑삭을 휘둘러 그것을 막아 갔다.

쨍!

‘막았다!’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던 쾌검을 막아 낸 오광혼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그대로 풀썩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그리고 원통한 눈을 감지도 못한 채 힘없이 무너졌다.

털썩!

쓰러진 그의 뒷목에는 비사영이 던진 암기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폭진보까지 쓰며 달려든 비사영의 암기에, 일시사일에 정신이 팔려 있던 오광훈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오광혼이 죽자 서로 주먹을 툭 맞부딪친 선우진과 비사영은 바로 본전 안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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