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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84화 (84/359)

84화 정협방-3

구부러진 일자진을 만든 적하신검 화영빈과 아미파의 고수들은 사원양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웃음이 희미해진 사원양이 다시 양손에 강환을 만들고는 번개처럼 그것을 쏘아 냈다.

슈학!

“조심해!”

“강환이다!”

여전히 엄청난 위력과 속도를 가진 강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남아 있는 자들이 그나마 무공이 강한 내공 칠십 년 이상의 고수들인 데다 이번엔 잔뜩 긴장한 채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은 황급히 몸을 움직여 강환을 피해 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기껏 쏘아 낸 강환이 헛되이 허공을 가르자 사원양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무표정해진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결한 사태가 비웃듯 외쳤다.

“마두! 이젠 더 할 것이 없는 모양이로구나! 이제 네놈도 끝이다!”

결한 사태의 외침에 아미파 무인들은 약간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승산이 좀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화영빈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사원양이라는 걸 알고 있는 화영빈은, 소면마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익히 들어 왔기 때문이었다.

무표정한 얼굴의 사원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버러지 같은 년이…. 쉽게쉽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결국 너희가 본좌를 귀찮게 하고야 마는구나. 특히 네년, 네년은 절대 쉽게 죽이지 않겠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화영빈이 외쳤다.

“옵니다!”

그와 동시에 사원양의 몸이 아미파 무인들을 향해 쏘아져 왔다.

엄청난 속도였다.

화악!

하지만 남은 무인들도 만만치 않았다.

사원양이 돌진한 쪽의 무인들은 바로 뒤로 물러서며 방어를 굳혔다.

동시에 양쪽 끝에 있던 결한 사태와 화영빈이 옆에서 좁혀 들며 사원양을 공격하고 있었다.

공간을 넘어 공격하는 듯한 결한 사태의 무상검식도, 장엄한 붉은 노을을 펼쳐 내는 화영빈의 적하검법도 무척 위협적이었다.

마치 사원양이 포위당한 듯한 상황, 하지만 그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흥!”

사원양은 그 자리에서 팽이처럼 한 바퀴 몸을 휘돌리며 손톱을 휘둘렀다.

위이잉!

터터텅!

그의 손톱에서 줄기줄기 뻗어 나간 강기가 결한 사태와 화영빈의 검을 양쪽으로 튕겨 냈다.

그 순간 사원양이 다시 돌진했다.

푸하악!

“아아악!”

“장문인!”

사원양의 정면에 있던 아미파 문도들의 몸이 찢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엔 그냥 죽인 것도 아니었다.

사원양은 그들이 죽은 후에도 광인처럼 웃으며 두 사람의 몸을 난자하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촤아악! 촤악! 푸화악!

그 주변으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으윽!”

“저, 저런…!”

그 모습에 질린 사람들은 그를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다시 한군데 모여 끔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두 명의 몸을 갈기갈기 난자해 피범벅이 되어 버린 사원양이 다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직도 내가 끝인 것 같으냐?”

화영빈과 아미파의 문도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도 압도적이었다.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

본전 안으로 들어간 선우진과 비사영은 최고 속도로 본전 안쪽을 살폈다.

안쪽에도 경계 무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선우진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하수들뿐이었다.

문제는 제일 중요한 납치된 여인들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 층부터 사 층까지 훑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우진이 짜증을 내듯 소리쳤다.

“젠장, 분명 지하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하로 통하는 입구가 없어!”

아무래도 착각한 모양이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이러다가 화영빈에게 큰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모두 다 선우진 자신의 계획이 잘못됐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기만 했다.

잠시 고민하던 선우진은 마침내 중얼거렸다.

“돌아가야겠어. 가서 화 대협과 같이 도망쳐야….”

그때 비사영이 진정하라는 듯 그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진정해라, 진. 나는 네가 틀렸을 거라고 생각지 않아. 분명 여기가 맞을 거다.”

비사영의 굳은 신뢰에 선우진은 순간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의 믿음이야 분명 너무나도 고마운 것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틀린 것이 맞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맙지만 이번엔 아닌 것 같다. 여기엔 아예 지하가 없잖아.”

그러자 비사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있는데 못 찾은 걸 수도 있지. 혹시 비밀 통로같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비밀 통로라고?”

“그래, 사원양만 알고 있는 비밀 통로 같은 곳 말야.”

그 말을 들은 선우진의 머릿속에 문득 몇 가지 가능성들이 떠올랐다.

‘사원양만 알고 있다? 그럴 수 있지. 본전이라고 다른 무사들이 아예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닐 테니까. 만약 지하가 맞다면 혈교도가 아닌 일반 무사들도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일 층에 입구를 만들지는 않았을 테고.’

그러자 순간 그의 머릿속에 아까 대충 살펴본 본전의 구조가 그림처럼 떠올랐다.

선우진을 신동이라 불리게 해 줬던 기억력 덕분이었다.

‘사원양이 가기 좋은 곳이라면 사원양의 방 근처일 텐데.’

사 층, 삼 층, 이 층, 일 층.

선우진은 아까 급하게 살펴봤던 각 층의 구조와 넓이를 심상 속에 입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전체 건물의 외관과 그 안의 구조가 투명하게 자리를 잡고, 각 층에 있는 방과 통로의 구조를 배치해 비교해 봤다.

여기까지가 고작 세 호흡 정도.

선우진은 심상 속의 건물에서 드디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사영에게 급히 말했다.

“따라와!”

그러자 비사영이 씨익 웃으며 선우진의 뒤를 따랐다.

“찾았구나! 역시!”

선우진이 찾아간 곳은 건물 중심부에 있는 사각형의 큰 기둥이었다.

선우진이 그것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 기둥의 위치가 사 층에선 사원양의 방 바로 옆이었어. 그리고….”

통! 통! 통!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안이 빈 소리가 나는군.”

선우진은 바로 검강을 이용해 가로세로로 기둥 벽을 네 번 그었다.

그러자 사각형 모양의 벽이 떨어져 나가고 그 안에 어두운 통로가 드러났다.

사다리를 타고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였다.

“찾았다!”

***

소면마군 사원양과 싸우고 있는 화영빈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단 네 명만이 살아남아 있었던 것이다.

아까 두 명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두 명이 또 살해당했기 때문이었다.

사원양은 방금 죽인 아미파 문도의 머리를 떼어 내 공중으로 던졌다 받으며 킬킬거리고 웃고 있었다.

“이제 네 명밖에 안 남았구나. 이 즐거운 시간이 끝나 가고 있다니 아쉬울 지경이로다. 하지만….”

손에 잡힌 머리를 꽉 움켜줘 터트리며 말했다.

퍼석!

“삶이 다 그런 거겠지.”

허연 뇌수와 피로 뒤범벅이 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원양의 모습은 지옥의 악귀 그 자체였다.

그를 보며 완전히 공포에 질린 아미파 문도 두 명은 이제 겉으로 보일 정도로 덜덜 떨고 있는 중이었다.

결한 사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처럼 떨고 있지는 않았지만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이미 전의가 꺾인 모습이었다.

그녀들을 힐끗 둘러보며 화영빈은 선우진이 그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패색이 짙어지거든 반드시 도망치셔야 합니다.’

아마도 지금이 바로 그 때인 것 같았다.

선우진의 말은 분명히 맞는 말이었다.

결한 사태는 아미파의 암적인 존재였고, 그녀가 여기서 죽는 것이 아미파를 위해서도 더 나은 일임이 확실했다.

또한 나머지 두 명도 그런 결한 사태를 추종하는 자들에 불과했다.

그러니 이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에 굳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화영빈은 허탈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못 하겠군.’

그는 도저히 도망칠 수 없었다.

결한 사태나 다른 사람들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자기 자신 때문이었다.

화영빈은 십여 년 전부터 자신이 살아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영혼, 그 반쪽을 잃은 순간부터 그에겐 삶의 이유가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오랜 시간, 숨만 쉬고 있을 뿐 천천히 죽어 가고 있던 그에게 남은 것이 있다면, 그건 오직 그녀의 복수를 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죽게 만든 혈교의 마두를 앞에 두고 도망간다?

그것도 죽는 것이 무서워서?

그건 화영빈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혈교의 마두와 싸우는 것은, 삶의 이유를 잃은 그가 죽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그것마저 할 수 없다면 굳이 살아 있을 필요도 없었다.

또한 그는 죽는 것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미 십 년 전부터 살아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새삼 두려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화영빈은 다시 검날을 세우고는 전의를 끌어올렸다.

죽음을 결의한 그의 눈빛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오늘 여기서 죽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러 갈 것이다!’

화영빈이 그렇게 전의를 불태울 때였다.

“에잇!”

파박!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

갑자기 결한 사태가 뒤로 몸을 날렸던 것이다.

깜짝 놀란 아미파 문도들이 소리쳤다.

“장문인?!”

“사저?!”

그녀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들의 장문사저가… 자신들을 버리고 어두운 하늘을 날아 도망치고 있었다.

그 행동은 전의를 잔뜩 끌어올렸던 화영빈 마저도 순간 멍한 표정을 짓게 만들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장내에 있던 사람들 중 단 한 명만큼은 그녀의 행동을 예상한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바로 소면마군 사원양이었다.

그가 광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크하하하하! 역시 예상대로구나!”

결한 사태는 이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원양이 보여 준 모습이 너무 공포스러워 더는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추종자들을 모두 버리고 돌아가 뇌옥에 유폐된다 해도 상관없었다.

절대로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느끼기엔 지금이 도망칠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았다.

아미파 문도들로는 무리겠지만 저 바보 같은 화영빈이라면 약간의 시간을 끌어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결한 사태는 심장이 터질 듯 경공을 전개했다.

저 공포스러운 놈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이제 자신만이 살아남는 것이었다.

“으흐흐흐흐흐!”

그때였다.

뭔가 섬뜩한 느낌에 뒤쪽을 힐끗 돌아본 결한 사태는 사원양의 강환이 광채를 내뿜으며 맹렬하게 날아오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깜짝 놀란 결한 사태는 바로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그것을 피해 냈다.

휘익!

그러자 간발의 차이로 그녀의 밑으로 강환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결한 사태는 다시 웃음 지을 수 있었다.

‘피했다! 이제 더 이상은…!’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바로 아래를 지나가던 강환이 갑자기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아아악!”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결한 사태는 무방비 상태로 폭발에 휘말리고 말았다.

눈앞이 하얗게 되고 귀엔 ‘위이잉.’ 하는 이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결한 사태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그녀의 몸이 땅에 떨어져 정신없이 땅바닥을 구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초절정을 바라보는 고수이다 보니 일전의 비사영처럼 기절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결한 사태가 다시 몸을 일으켜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린 건 땅을 구르던 몸이 멈췄을 때였다.

그녀는 다급한 마음에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애써 일으키려 했다.

“빠, 빨리 도망쳐야…!”

하지만 고개를 든 그녀의 눈앞에 보인 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원양의 얼굴이었다.

공포에 질린 결한 사태가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푸화악!

결한 사태가 비명을 지른 것과 사원양이 손을 뻗어 결한 사태의 양어깨를 뜯어 낸 것은 동시였다.

“끄아아악!”

공포의 비명은 바로 고통의 비명으로 바뀌었고, 그 순간 사원양은 그녀의 다리까지 가차 없이 뜯어 냈다.

쫘아악!

“아아악! 아악! 아아아악!”

결한 사태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눈을 까뒤집고는 계속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사원양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좋구나. 아주 좋아. 밑바닥을 드러낸 정파년의 비명처럼 짜릿한 것은 없지. 감사하거라. 이 비명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도 내 너를 당분간 죽이지 않을 것이니.”

사지가 뜯어져 미친 듯 비명을 질러 대는 여인과 그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는 피투성이의 노인.

그것은 너무도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덜덜 떨며 그를 바라보던 아미파 문도 둘은 발작적으로 몸을 솟구쳐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아악!”

“살려 줘!”

하지만 초절정을 바라보는 결한 사태조차 하지 못한 도주를 그녀들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원양은 힐끗 그녀들을 보더니 혀를 차며 다시 강환을 쏘아 냈다.

“쯧. 어딜 가려고.”

슈학!

빛살 같은 속도로 날아드는 강환을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두 사람은 확인하지 못했다.

사원양은 그것이 두 사람의 등에 명중할 것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엔 화영빈이 있었다.

“하압!”

어느새 몸을 솟구친 화영빈이 허공을 꿰뚫는 두 개의 강환을 향해 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붉은 검강이 공간을 가르자 장엄한 노을이 퍼져 갔다.

퍼펑!

“크으윽!”

화영빈은 다음 순간 뒤로 튕겨 나갔다.

공중에서 몸을 몇 바퀴 회전시켜서야 간신히 균형을 잡고 땅에 착지할 수 있었다.

엄청난 반탄력이었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든 화영빈은 사원양의 표정에서 웃음이 흐려진 것을 보고는 사납게 웃음 지었다.

그가 강환의 방향을 바꾸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정신없이 달아나고 있는 아미파 문도들의 신형이 이미 꽤 멀어진 상태였다.

화영빈이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말했다.

“무엇도 네놈 뜻대로 되도록 놔두지 않겠다.”

그러자 잠시 무표정해지던 사원양이 다시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아까부터 재미없는 표정만 짓고 있더구나. 네 녀석의 표정을 이년처럼 만들어 주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지.”

사원양은 지풍으로 대충 결한 사태를 점혈했다.

그녀를 살려 두겠다는 말은 진심인 모양이었다.

그러곤 화영빈을 향해 몸을 날리며 외쳤다.

“어디 한번 버텨 보거라!”

작은 체격의 사원양이 빛살처럼 덮쳐 오는 모습은 독이 오른 살쾡이를 연상시켰다.

그의 엄청난 속도에 화영빈은 이를 악물고는 바로 검초를 전개했다.

적하검법의 방어초식 산홍운막이었다.

노을 같은 붉은 검강이 뿌연 막이 되어 화영빈의 전면을 덮었다.

하지만 사원양은 광소를 터트리며 그대로 그 위로 돌진했다.

“검막이라! 네가 아미파 장문인보다 낫구나! 키하하하하!”

강기로 뒤덮여 거인의 손처럼 거대해진 사원양의 일장이 그대로 검막 위를 후려쳤다.

퍼어엉!

“크윽!”

화영빈은 속절없이 뒤로 튕겨 나갔다.

엄청난 거력이었다.

“크하하하하!”

사원양은 멈추지 않았다.

뒤로 날아가는 화영빈을 추격해 계속해서 공세를 전개했다.

퍼퍼퍼펑!

“끄으으윽!”

얼핏 마구잡이로 보이는 후려치기가 폭풍처럼 화영빈을 강타하고 있었다.

화영빈은 어떻게든 검을 갖다 대 막아 내고는 있었지만, 반격을 하기는커녕 계속 검을 붙잡고 있는 것만도 힘겨웠다.

검이 살아 있는 것처럼 진동하며 화영빈의 손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때 화영빈의 눈에 사원양이 뒤로 팔을 힘껏 젖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집중된 강기가 그의 작은 손을 거인의 것처럼 붉게 확대시킨 상태였다.

화영빈의 놀란 눈이 크게 확대됐을 때 사원양은 그것을 힘껏 휘둘렀다.

“으하하하하!”

퍼어엉!

파삭!

“크아아악!”

화영빈의 검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그 충격으로 그의 몸이 탄환처럼 튕겨 나갔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검이 버텨 줬기에 몸에 직격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맹렬한 기세로 땅에 추락해 바닥을 구르는 화영빈을 보며 사원양이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또 한번 아까처럼 말해 보거라! 크하하하하!”

그러자 땅바닥에 쓰러졌던 화영빈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서는 힘겹게 웃으며 대꾸했다.

“무엇도… 네놈 뜻대로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검이 부서졌고 엄청난 충격에 몸도 덜덜 떨리고 있는 상태였지만, 화영빈의 눈만큼은 아까와 똑같이 선명한 광채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자 그 눈빛을 본 사원양의 얼굴에서 천천히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디 팔다리가 모두 뜯겨 나가고 혀를 잘라도 계속 그 눈빛을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그러곤 다시 화영빈을 향해 맹수처럼 몸을 날리려 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날아오며 소리쳤다.

“마군 어르신! 큰일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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