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이건
청성파의 최고수이자 천하 오괴의 일인인 괴선 청광진인의 다섯째 제자 이건은, 자신이 기억하는 순간부터 이미 앞을 볼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알 수 있었던 건 앞을 보지 못하는 자신이 부모에게서 버려졌고, 그런 자신을 산지기 할아버지가 주워서 키워 주셨다는 것뿐이었다.
산지기 할아버지는 그때 이름이 없던 이건을 ‘아가’라고 부르셨었다.
종종 굶주려야 했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할아버지와 단둘이서 살아야만 하는 부족하고 외로운 삶이었다.
하지만 딱히 슬프다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은 없었다.
무언가를 가져 본 적이 없었기에 부족한 것 또한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그가 바란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할아버지를, 나를, 이 세상을.’
그랬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만이 이건의 유일한 바람이었다.
산지기 할아버지는 늘 그에게 주변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곤 했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해님의 형상과 그 찬란한 빛에 대해서, 어두운 밤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달과 별빛에 대해서, 늘 싱그러운 소리를 들려주는 새와 풀벌레들에 대해서, 그리고 온 세상을 가득 채운 향기들의 주인인 나무와 풀, 꽃들에 대해서.
이건은 그 모든 것들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보기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것이 어린 시절 이건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건은 어느 순간부터 눈이 아닌 다른 감각들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소리의 울림, 공기가 흐르는 촉감, 냄새의 밀도 같은 것들로 말이다.
이건은 단지 그것들만으로 사물의 형상을 ‘볼’ 수 있었고, 정확한 크기와 위치도 알아낼 수 있었다.
공간 자체를 바라본다는 점과 사물의 본질을 파악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오히려 할아버지보다도 더 잘 ‘볼’ 수 있기도 했다.
비록 할아버지가 말해 준 ‘색’이라는 것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건은 충분히 행복했다.
‘이거면 됐어. 이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어린 이건이 그렇게 삶에 만족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누군가 이건을 찾아왔다.
이건의 감각으로 봤을 때 산지기 할아버지만큼이나 수염이 많이 난 노인분이셨다.
하지만 그 사람은 무척 이상했다.
수염이 많이 났다면 당연히 나이 드신 분일 테고 그럼 어딘가 몸이 불편하고 약해져야 정상일 텐데, 그 사람은 전혀 어딘가 불편하거나 약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약하기는커녕 오히려 광폭한 태풍이나 태양과도 같이 강력하게만 느껴졌다.
그것은 무척 이상한 느낌이었다.
감각으로 느껴지는 인식과 본능이 경고하는 직감이 서로 다른 것을 얘기하는 이상한 느낌.
이건이 그 기묘한 불일치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를 관찰하는 동안 그가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이것을 느낄 수 있겠느냐?”
그렇게 말하며 노인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때의 이건이 느꼈던 감각은 그저 눈앞에서 태풍이 막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만 같은 경이로운 느낌이었으니까.
절대 인간이 아닌 어떤 거대한 존재가 봉인에서 풀려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마침내 검을 뽑은 그가 가볍게 그것을 그었을 때 이건은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검을 내리치는 간단한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 세상이 잠깐 동안 둘로 갈라졌음을.
공기와 향기, 소리, 모든 공간이 둘로 갈라져 버린 것을 느낀 찰나, 이건은 난생처음으로 전율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도저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남들처럼 볼 수 없기에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된 아이라…. 너라면 정말 신화경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아이야, 혹시 나를 따라가지 않겠느냐?”
이건은 참지 못하고 급히 물었다.
“따라가면 저도 방금 그런 걸 할 수 있게 되나요?! 공기와 향기, 소리를, 공간을 가를 수 있게 되나요?”
그러자 그가 잠시 이건을 바라보다 대답했다.
“너라면… 세상을 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부인 청광진인과의 첫 만남이었다.
사부는 당시 이름이 없었던 이건에게 목표로 해야 할 분의 이름이라며 ‘건’이라는 이름을 주었고, 성은 할아버지를 따랐기에 아가는 그때서야 비로소 ‘이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스승을 따라간 이건은 스무 살이 넘도록 산에서 내려오지 못했었다.
그리고 스물한 살, 처음으로 내려와 본 세상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사람도, 물건도, 일어나는 사건들도.
무엇하나 신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물론 그것은 아마 다시 폐관에 들어가기 전, 딱 일 년만 주어진 휴식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이건은 자신에게 세속의 시끄러움보단 산속의 고요함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 또한 스승의 염원대로 신화경을 엿보기 전까지는 산에서 내려올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그것은 이미 스승만이 아닌, 이건 자신의 염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휴가였다.
다시 폐관에 들어가기 전 스승께서 주신 딱 일 년간의 휴가.
이건은 그 휴가를 후회 없이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산에서 내려온 후 가장 그를 즐겁게 만들어 준 두 사람의 앞에 섰다.
그리고 그에게 부탁했다.
“선우 공자, 저와 한번 겨뤄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건이 존경하는 사형 화영빈은 그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이건의 동년배 중 그에게 경쟁자가 되어 줄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저 선우진일 것이라고.
그래서 이건은 그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선우진은 갑자기 나타나 뜬금없이 대결을 요청하는 이건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다만 조건을 하나 걸어도 되겠습니까?”
***
청성과 당문이 정협방을 점령한 며칠 후, 나와 비사영은 마침내 정협방을 떠나기로 했다.
원래 바로 떠나도 상관없었지만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잠시 더 머물러 있던 참이었다.
우리를 배웅 나온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다.
정협방을 점령한 청성파와 당문은 여전히 영역 다툼으로 날을 세우고 있었고, 여전히 나나 비사영에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척 답답하고 한심한 모습이긴 했지만, 이제 형님이라고 부르게 된 화영빈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설명해 줬다.
‘청성, 아미, 당문의 세력권은 근 몇백 년 동안 고정되어 있었다네.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는가?’
몇백 년간이나 영역이 변하지 않았다.
대충 어떻게 된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저들이 지금 왜 이렇게 필사적인지까지도 말이다.
‘정파이기 때문이겠죠. 그럼 지금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긴 하겠군요.’
화 형님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네. 물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말일세.’
그러자 비사영이 푹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게 대화하실 거면 저 없을 때 하시지요.’
녀석의 삐진 듯한 말투에 화 형님이 웃음을 터트리며 사과했다.
‘아, 미안하네. 선우 소제와 얘기하다 보면 자꾸 중간 과정이 빠지더군. 그러니까….’
그런 얘기였다.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청성과 당문이었지만,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파인 그들이 다른 소문파를 침범해 함부로 영역을 확장할 수는 없었다는 얘기.
청성, 아미, 당문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사천성에 사파가 발을 붙일 리도 없고, 이미 있는 문파들은 모두 그들을 따르고 있다 보니 어떻게 영역을 확장할 구실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화 형님은 거기에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또한 이 세 거대 문파가 서로서로를 견제하고 있었기에 섣불리 움직일 공간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협방이라는 겉만 정파인 세력이 나타나 그간 세 거대 문파가 건드리지도 못했던 세력들을 모두 통합해 버리더니만 고맙게도 이렇게 자리를 비워 준 것이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나그네가 황무지를 개간해 밭을 만들어 주고는 홀연히 떠나 버린 것처럼.
그러니까 지금은 그 빈자리에 들어가기만 하면 몇백 년간 고정되어 있었던 영역을 넓힐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었다.
더군다나 세 세력의 균형을 맞추고 있던 아미파가 지금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상황이니, 청성과 당문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거기까지 설명을 들은 비사영이 말했다.
‘그럼 당분간 사천성은 두 세력 간의 마찰로 한참 시끄러워지겠군요.’
드물게 나온 녀석의 정확한 예측에 감탄성을 터트려 줬다.
‘오오오! 제법인데?!’
‘…너 지금 혹시 나 무시하는 거냐?’
‘오오! 그것도 파악하다니, 대단한데?!’
‘이 자식이!’
비사영은 나를 마구 두들겨 팼지만 외공으로 단련된 내게 내공을 담지 않은 구타는 그저 간지러울 뿐이었다.
어쨌든 비사영의 예상대로 청성과 당문은 당분간 영역 다툼에 매진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우리를 배웅 나온 화영빈에게 뒷일을 부탁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형님.”
“염려 말게. 단 한 명의 잔당도 남겨 두지 않겠네.”
사천성의 하오문들은 마침내 사천성 내에 암약하고 있는 혈교의 세력들을 뿌리 뽑는 데 적극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하오문 자체가 중앙집권적인 문파가 아닌 각 지역 지부들의 느슨한 연합체라 다른 성까지 같은 약속을 받아 낼 수는 없었지만, 그들도 최소한 앞으로 혈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줬다.
딱 내가 원했던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전생에서 겪었던 혈교의 사전 침투를 높은 확률로 막아 낼 수 있게 된 그런 결과.
내 두 번째 삶이 진짜 역사를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가능한 일이었구나. 미래를 바꾼다는 것이….’
너무나도 뿌듯한 기분이었다.
다만 하오문과 공조해 혈교 세력을 발본색원하는 일을 무림맹이나 지금 영역 다툼에 골몰해 있는 청성, 당문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화 형님께 부탁드렸다.
물론 형님은 흔쾌히 해 주시기로 했다.
그것도 전처럼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닌 청성의 청광진인을 추종하는 세력들을 이끌고서 말이다.
형님이 이제까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했던 건 아마 삶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눈빛에 생기가 돌아온 지금, 그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는 이번에 잠깐 만난 자네만큼도 내가 가진 것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지 뭔가. 이제부터는 나도 나를 좀 제대로 사용해 보려고 하네. 내가 가진 위치와 세력들을 최대한 이용해서 말이지.”
생기 있는 그의 표정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네, 믿겠습니다, 형님.”
그와의 작별 인사를 끝내자 옆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던 사제 이건도 내게 말했다.
“다음에도 재밌게 싸워 보자. 잘 가. 진, 사영.”
청광진인의 다섯째 제자인 천재 검사 이건과는 친구가 되기로 했다.
그게 그와 대결을 해 주는 조건이었다.
“그래, 곧 보자. 사영이 다음 휴가 때도 사천성에 온다고 했으니까 그때 볼 수 있을 거야. 아, 그땐 사영이 다른 사람을 보느라 시간이 없으려나?”
“쿨럭!”
사실 그와 친구를 하자고 했던 건 굉장히 불순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신화경에 오를지도 모르는 천재와 친구를 맺어 놓으면, 설사 내가 혈교에 대항해 시도한 모든 일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계산적인 이유 말이다.
하지만 며칠간 함께 지내본 그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친구가 돼서 너무 다행이다 싶은 정말 매력적인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를 보며 나는 오랜 고정 관념을 깰 수 있었다.
‘순수함과 현명함은 같은 사람에게 공존할 수 없는 성향인 줄 알았는데….’
산에서 수련에만 힘썼기 때문인지, 아니면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인지, 그는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노인의 현명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처음 보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한없이 맑아졌고, 또한 순간순간 그의 지혜로운 시선에 감탄하게 되곤 했다.
검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리의 첫 대결은 승부를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건 녀석이 경험이 부족했기에 간신히 동수를 만들었던 거지, 실력 자체만 놓고 보면 나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녀석과 검을 마주하는 순간순간마다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뿐인가? 내적인 부분도 최고지만 외적인 부분도 엄청나지.’
이건의 외모는 여인처럼 아름다웠다.
아니, 그건 틀린 말이었다.
이건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머릿속에 몇 명 떠오르지도 않았으니까.
녀석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릴 때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아름다운 얼굴을 정작 자기 자신은 볼 수 없다는 게 정말 안타까웠다.
어제도 녀석의 외모 때문에 비사영과 말다툼을 하기도 했었다.
이건과 정안 소저 중 누가 더 예쁘게 생겼는지에 대해서 의견 차이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건이가 더 예쁘지 않냐?’
‘뭔 소리야?! 그게 말이나 되냐?!’
‘근데 너 왜 흥분하냐?’
‘흐, 흥분은 무슨, 아무튼! 녀석이 아무리 예쁘게 생겼어도 정안 소저와 비교할 건 아니지!’
내 생각엔 아무리 봐도 이건이 더 예쁘게 생겼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번 일로 화 형님과 이건을 알게 된 것은 내게 있어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사람과 작별 인사를 나눈 우리는 마지막 세 번째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바로 정협방에서 구출된 아미검봉 정인 소저였다.
또한 그녀는 내가 이곳에서 며칠 더 머물러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선우 소협, 비 소협. 구명지은은 언젠가 반드시 갚겠습니다. 뭐, 정 못 갚을 것 같으면 공자들에게 시집이라도 가지요. 하하하! 다음에 뵙죠! 살펴 가시길!”
그녀는 웬만한 남자들보다도 훨씬 씩씩한 목소리와 성품을 자랑하는 여장부였다.
그녀의 거침없는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은 우리는 마주 포권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예, 정인 소저. 아미파의 앞날에 무운을 빕니다.”
“정연, 정안 소저에게도 안부 부탁드립니다.”
정협방에 남아 그녀를 지켜봤던 이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미검봉이라 불리는 그녀가 혈교에 섭혼당하기라도 했으면 큰일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며칠을 지켜봐도 그녀가 섭혼을 당했거나 암시법을 당한 듯한 기미는 발견할 수 없었다.
만약 뭔가를 당했다면 저렇게까지 유쾌할 수는 없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백옥지룡 구유상이라는 자가 그녀에게 뭔가를 하겠다고 했었는데, 바로 자리를 비운 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엔 무척 긴장했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이렇게 아무런 일도 당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니. 역시 세상사 새옹지마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또 남자처럼 유쾌하게 웃었다.
흠, 백옥지룡 구유상이라….
혈교도임이 분명한 그의 행적은 아직 발견할 수 없었다. 아마 하오문과 같이 남은 잔당들을 다 박멸할 때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이제야 드디어 내 가족과도 같은 조원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그들을 오랜만에 다시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문득 비사영이 물었다.
“근데 조원들과는 어떻게 만나지? 아직 산검문에 있으려나?”
“글쎄, 그렇지 않을까? 근데 그게 아니어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다들 귀주성에서 유명인이 됐잖아?”
“하긴, 그도 그렇군.”
흠, 유명인이라.
좀 신경이 쓰이긴 했다.
너무 지나치게 주목을 받아서….
청연 소저를 만나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좀 논의를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이것이 어떤 변수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만약 무림맹의 제갈지강이 우리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면 상황이 좀 복잡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