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철귀 등장-1
운남성 곡정.
비룡십삼대의 오 조장인 흑사영창 독수광은 조원들과 함께 오후 순찰을 돌고 있는 참이었다.
선두에 서서 조원들을 이끌고 가던 그의 귀에, 따라오는 조원들이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조 빠졌을 뿐인데 순찰 시간이 너무 빨리 돌아오는 것 같군. 몸이 점점 지치는 것 같아.”
“그러게. 칠 조가 어서 돌아와야 할 텐데 말이야.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뭐, 별일이야 있겠나? 설풍 조장이 비록 칠 조장이지만 한교성 일 조장 못지않은 실력자잖나. 조원들도 나서유 소저나 청연 소저, 선우진이나 비사영까지 모두 조장으로 임명돼도 이상하지 않은 인재이고 말야.”
“하긴, 사실 한교성 일 조장도 설풍 조장이 자기보다 낫다고 인정했다는 얘기가 있더군. 선우진은 공석이 된 사 조 조장의 물망에 오르기도 했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칠 조가 파견을 간 거라던데?”
“허어, 그 정도로?”
조원들의 속삭이는 소리에 인상이 점점 일그러지던 독수광은 결국 낮게 소리쳤다.
“조용! 정신 나갔나?! 순찰 중에 누가 잡담하라고 했나?!”
그의 일갈에 조원들은 흠칫 놀라 대화를 멈췄다.
독수광이 매섭게 그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순찰 중에 잡담이야 사실 흔한 일이었다.
가끔 독수광 또한 잡담을 즐기곤 했고 말이다.
하지만 오 조원들은 군말 없이 그에게 사죄했다.
“네! 죄송합니다, 조장!”
“조용히 하겠습니다!”
십삼대에서도 괴팍하기로 유명한 독수광이 자기 기분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는 건 오 조원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오늘도 그들의 대화에 독수광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으리라.
오 조원들은 그게 칠 조장 설풍에 대한 얘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전부터 독수광은 설풍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정작 독수광을 기분 나쁘게 한 건 설풍이 아닌 선우진에 대한 얘기였다.
‘그 건방진 놈이 조장급 인재라고? 사 조 조장? 흥! 웃기고 있군.’
선우진이 사 조 조장의 물망에 올랐다는 건 누구보다 독수광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가장 격렬히 반대했던 이가 바로 독수광이었으니까 말이다.
처음 돼지 같은 모습으로 비룡대에 왔던 선우진을 기억하는 독수광으로선, 자신이 질투하고 있던 설풍의 칠 조로 간 데다 끊임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 얼굴 반반한 놈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기분 나쁘게 한 건, 선우진이 사 조 조장의 물망에 올랐던 이유였다.
그가 물망에 오른 이유가 독수광 자신과의 대결에서 자신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시종일관 밀리다 억지를 부려 대결을 중지했던 독수광은 요즘 놈의 얼굴만 떠올려도 치욕스러운 감정이 함께 떠오르곤 했다.
이를 갈며 생각했다.
‘돌아오기만 해봐라. 이번에야말로 박살을 내 주마.’
지난 한 달간 복수를 꿈꾸며 수련에 매진했던 독수광은 선우진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밀림 안쪽 먼 곳에서 짐승과도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키아아아악!”
간귀였다.
독수광이 바로 외쳤다.
“간귀다! 모두 방어대형으로!”
오 조원들은 모두 익숙하게 독수광을 중심으로 방어대형을 갖췄다.
샤샤샥!
전선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의 행동에는 한 점의 군더더기도 없었다.
그러자 잠시 후, 뭔가가 숲을 헤치고 다가오는 기척이 들려왔다.
스스스스!
꽤 많은 수였다.
독수광이 다시 작게 외쳤다.
“수가 꽤 많다! 최소한 이십 마리 이상! 부조장, 폭죽을!”
그의 신속한 지시에 오 조 부조장인 장여여가 바로 푹죽으로 지원 신호를 보냈다.
펑!
붉은 불꽃과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순간, 밀림 속에서 간귀 떼들이 튀어나왔다.
“키아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아아아!”
“끼에에에에엑!”
간귀들의 수는 대략 삼십여 마리.
오 조가 단독으로 처리하기엔 너무 많은 수였다.
하지만 독수광은 침착하게 소리쳤다.
“삼재진으로!”
그러자 순식간에 세 명씩 조를 짠 오 조원들을 향해 간귀 떼가 덮쳐 왔다.
간귀 떼의 물결을 맨 앞에서 맞닥뜨린 건 독수광이었다.
그를 향해 짐승과도 같이 울부짖는 간귀 한 마리가 달려들고 있었다.
“하아압!”
푸학!
뿌연 창기를 머금은 그의 창날이 빛살처럼 간귀의 입 속을 꿰뚫었다.
그리고 바로 몸을 휘돌리자 간귀의 턱 위쪽을 간단히 날려 버린 그의 흑사창이 주변의 간귀들을 폭풍처럼 후려쳐 날려 버리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벅!
그의 몸 주변으로 흑사창이 살아 있는 듯 맴돌며 간귀 떼를 날려 버리고 있었다.
간간히 창기를 머금은 날이 간귀의 머리를 날려 버리기도 하며 말이다.
확실히 이전보다 발전된 실력이었다.
선두에서 간귀 떼들의 기세를 꺾는 데 성공한 독수광은 이제 슬쩍 자신의 조원들을 살펴봤다.
그러곤 엷게 웃음 지었다.
예전 선우진, 비사영, 배종관이 간귀 떼로부터 육 조 원들을 구해 내고 난 후, 비룡대의 조장들은 조원들에게 박투술을 중점적으로 수련시키기로 결정했었다.
간귀 떼가 몰려왔을 때 당장 놈들을 죽이는 것보다는 일단 날려 버려서라도 생존을 우선시하는 게 맞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오 조원들이 세 명씩 조를 짠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비교적 무위가 높은 가운데 한 명만이 검기를 이용해 간귀를 죽이면, 그의 양옆에서 남은 두 명이 나머지 간귀들을 후려치거나 던져 버리며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덕분인지 위급해 보이는 조원들 역시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독수광은 이제 살짝 긴장을 풀었다.
중급 간귀도 없으니 이 정도라면 아무런 희생 없이 놈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원은 괜히 요청했나 보군.’
독수광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부조장 장여여가 소리쳤다.
“조장! 이놈들 좀 이상한데요?! 간귀들이 우리를 놔두고 지나가고 있어요!”
“음?”
장여여의 말에 독수광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간귀가 싸우던 인간을 놔두고 지나가다니.
마인들의 가장 큰 특징이 한번 목표로 삼으면, 그 인간에게만 집착한다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간귀들에게로 시선을 돌린 독수광은 그녀의 말이 맞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원들이 박투술로 날려 버린 간귀들이 다시 달려들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려 조원들의 후방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까지의 상식을 파괴하는 놈들의 행동에 독수광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뭐야? 저놈들은?”
그러자 부조장 장여여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꼭 뭔가에 쫓겨 도망가는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에 독수광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말했다.
“그게 말이 되나? 인간에 대한 식욕 이외에는 아무 감정도 없는 간귀들이…!”
그때였다.
퍼억!
간귀 떼의 가장 뒤쪽에서 달려오고 있던 간귀의 머리가 갑자기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응?!”
오 조원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을 때, 또 그 바로 앞으로 달리던 간귀의 머리 역시 수박처럼 터졌다.
퍼석!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그들의 뒤에서 경공을 전개해 달려오며 간귀들에게 일장을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장여여가 놀라 소리쳤다.
“저게 누구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완전히 처음 보는 무인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많이 해지긴 했지만 푸른 무복을 입고 머리는 산발을 한, 커다란 체격의 무인이었다.
일장으로 간귀 한 마리씩의 머리를 터트리는 실력을 보면 최소한 일류 상급 이상의 무인으로 보였는데, 그 동작만큼은 맹수처럼 빠르고 거친 것이 절정 고수와도 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류? 절정?”
강기를 쓰지 않는 것을 보면 절정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간귀들을 학살하는 모습이 맹수처럼 호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오 조원들 모두가 감탄하며 그를 바라볼 정도였다.
‘대체 누구지?’
독수광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고 있는 사이, 그는 독수광이 후려쳐 튕겨 냈던 간귀들까지 처리하며 그들 앞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인상을 쓰고 있는 독수광을 힐끗 본 부조장 장여여가 먼저 앞으로 나서 포권하며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희는 비룡십삼대에 속한 무인들입니다!”
그러자 그의 눈이 장여여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를 관찰하고 있던 독수광은, 산발이 되어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 사이에서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는 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마인과도 같은 피처럼 붉은 혈광을….
“!”
깜짝 놀란 독수광이 장여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피해!”
하지만 괴인이 기습적으로 몸을 날려 장여여에게 일장을 날린 것 역시 그와 동시였다.
퍼엉!
장여여의 머리 옆으로 강력한 장력이 스쳐 가며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독수광이 몸을 날리며 창대로 그녀를 밀쳤기에 간신히 빗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간신히 살아난 장여여가 황급히 뒤로 물러서는 사이, 그녀를 살린 독수광은 바로 공중에서 몸을 휘돌렸다. 그러자 그의 창이 살아 있는 뱀처럼 그의 몸 주변을 휘돌아 남자를 후려쳤다.
위이이잉!
퍼어억!
장여여를 헛치느라 허점을 보였던 남자의 몸이 창대에 정통으로 맞고는 뒤로 튕겨 났다.
독수광은 그대로 땅을 박차며 그를 향해 연속 공격을 가하려 했다.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적인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뭐 하는 놈인지 모르… 헉?!”
하지만 그는 경악하며 다시 방어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창대에 정통으로 맞고 날아간 상대가 아무렇지도 않게 땅을 박차며 다시 덮쳐 왔기 때문이었다.
“뭐?!”
남자가 독수광을 향해 쌍장을 내질렀다.
바위라도 부술 듯 강력한 기세였다.
“이익!”
독수광은 다시 몸을 휘돌렸다.
그러자 그의 몸을 뱀처럼 맹렬히 휘돈 흑사창이 남자의 쌍장을 측면에서 후려치며 장력을 비껴 내는 데 성공했다.
터텅!
그리고 바로 공격.
독수광의 흑사창이 한 줄기 선이 되어 열려진 남자의 가슴을 찔러 갔다.
그의 창두에 맺힌 창기가 마치 강기처럼 선명하게 솟아나 있었다.
“하압!”
쩌엉!
“크윽?!”
하지만 다음 순간 독수광은 미친 듯 진동하는 창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만 했다.
손의 감각이 마비된 느낌이었다.
“이, 이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일류 최상급 무인인 그의 전력을 다한 찌르기가 남자의 가슴을 꿰뚫기는커녕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튕겨 났던 것이다. 마치 철판을 찌른 것처럼 말이다.
“으윽!”
쉼 없이 진동하는 창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독수광의 눈에, 문득 남자의 붉은 흉광이 들어왔다.
그리고 짐승 같은 그르렁거림도.
“크르르르르.”
독수광이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마인… 이라고?”
***
“어쩐지 가슴이 찡한걸?”
“그러게. 한 일 년은 떠나 있다 돌아온 기분이야.”
우리는 마침내 돌아와 다시 보게 된 비룡십삼대 본부의 여전한 모습에 묘한 감동에 빠졌다.
깊은 밀림 속에서 발견한 십삼대 건물들의 모습이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애틋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비사영이 아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지옥 같은 전선으로 돌아왔는데 집에 돌아온 기분이라니,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억울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
비사영이 그럴 정도인데 지난 삶에서부터 이곳에서 십 년을 넘게 지낸 내 기분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흐릿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난 감사한데? 다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이 말이야.”
무려 두 번의 생을 건너 내게 안식처가 되어 준 곳이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모든 조원들이 우리처럼 감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작 삼십사일 나가 있었을 뿐이에요. 빨리 돌아가서 복귀 보고하고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요?”
무미건조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걸어가는 사람은 바로 청연 소저였다.
“처, 청연아.”
“같이 가요, 언니.”
그녀의 뒤로 나 소저와 천 소저가 우리 눈치를 보며 빠르게 뒤따라갔다.
원래 감정 기복이 별로 없었던 청연 소저는, 드물게도 이곳으로 돌아오는 내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건 그녀가 비룡대에 온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 소저와 천 소저는 그녀에게 무척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조원들의 얘기론 우리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별로 그래 보이지 않았다는데, 우리가 돌아온 이후 저런 모습이 됐다는 모양이었다.
무척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나마 그녀를 가장 오래 봤던 내가 가장 당황스러웠다. 절대 저럴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혹시라도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간 일이 있는지 기억을 떠올려 봤다.
그때 비사영이 작게 물었다.
“내가 계속 생각해 본 건데, 혹시 너 해 소저에게 뭐 잘못했냐?”
갑작스러운 녀석의 물음에 흠칫 놀라 반문했다.
“나? 내가 무슨 잘못을 해?”
“아니, 우리가 돌아오고 나서 해 소저의 기분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니까 말이야. 설마 그녀가 나 때문에 그러지는 않을 거 아냐?”
그런가?
내가 그녀에게 뭔가 잘못한 게 있던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내 뛰어난 기억력을 이용해 그간의 행적을 빠르게 훑어봤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한동안 같이 있지도 않았으니 딱히 잘못할 것이 있을 리도 없고 말이다.
“에이, 설마. 그녀도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그때였다.
펑!
갑자기 밀림 저편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깜짝 놀란 우리가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먼 숲 위로 솟구치는 희미한 붉은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지원 요청이잖아?”
“긴급 상황?”
그러자 설풍 조장이 딱딱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폭죽 하나뿐이군. 바로 지원이 나가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빨리 복귀하는 것이 낫겠어.”
우리는 서둘러 본부로 돌아가 십삼대주인 폭풍도객 풍양에게 복귀 보고를 했다.
풍양 대주는 여전히 과묵한 모습으로 한참을 듣고 있다 짧게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 검성 어르신과 논의해 봐야겠어. 모두 수고했네. 다들 가서 푹 쉬게.”
아무래도 우리가 없는 사이 검성 어르신이 전선을 거의 통제하게 된 모양이었다.
그러자 설풍 조장이 다시 물었다.
“아까 긴급 신호를 봤습니다만.”
하지만 풍양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한교성 일 조장이 바로 갔네. 문제가 있다면 다시 신호가 오겠지. 자네들은 일단 푹 쉬게.”
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설풍 조장과도 우열을 논할 수 없다던 한교성 조장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도 이번 파견 전까지의 얘기였긴 하지만 말이다.
설풍 조장이 대주에게 인사를 하고 모두 나가려고 할 때 문득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저희가 없는 동안 이런 일이 많았습니까?”
그러자 풍양 대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한 번도 없었네. 자네들이 나간 후 이번이 처음이로군.”
처음이라….
아직 철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그럼 혹시?
문득 떠오르는 불길한 느낌에 다시 물었다.
“혹시 이번 근무조가 몇 조인지 알고 계십니까?”
“…오 조일세.”
오 조, 하필 독수광의 조였다.
내가 철귀에 대해 경고했을 때 가장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그리고 내 지난 삶에서도 철귀에게 전멸당했던 오 조 말이다.
하필 우리가 돌아온 날 긴급 신호가 왔고 그게 독수광의 조라….
너무나도 공교로웠다.
불길한 느낌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문득 가정해 봤다.
만약 이게 정말 철귀의 등장 때문이라면?
근데 긴급 지원을 나간 한교성 조장마저 화골산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설마 그렇게까지 공교로울 수 있을까 싶지만, 보통 사고는 그런 일들이 겹쳐서 일어나지 않던가.
대주실 밖으로 나온 나는 설풍 조장에게 급히 말했다.
“조장,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저랑 같이 좀 가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설풍 조장은 바로 표정을 굳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진, 자네의 느낌이라면 절대 무시할 수 없지.”
비사영도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도 갈까?”
“아니야. 내 생각대로라면 이번 일엔 강기 사용자가 필요해. 일단 조장과….”
그렇게 말하며 청연 소저를 바라보자 그녀 역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가죠. 바로 오 조를 지원하러 가나요?”
역시 청연 소저였다.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었다.
씨익 웃으며 대답해 줬다.
“아뇨. 일단 당여은 소저에게 갑시다.”
그러자 내 대답이 의외였는지 그녀가 일순 멈칫했다 물었다.
“당 소저 말인가요?”
“네, 화골산이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바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