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철귀 등장-2
우우웅!
독수광은 진동하는 창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손아귀가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독수광은 손아귀의 고통보다도 괴인에 대한 놀라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마인이었다니.
묘족도 아닌 한족의 마인, 그것도 무공을 사용하는 마인이라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 마인이 지금 독수광에게 돌진해 쌍장을 쏘아 내려 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 쪽으로 향해 있는 독수광의 창날은 전혀 신경도 쓰이지 않는 듯 몸으로 밀어 버리면서 말이다.
아직 창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던 독수광으로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다음 결과를 예측한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크윽?!”
하지만 아직 그의 삶은 끝나지 않을 모양이었다.
때맞춰 달려들었던 오 조원들이 괴인에게 검을 내리쳤던 것이다.
“조장!”
“이놈!”
그들의 검이 괴인의 목과 팔을 정확히 찍었다.
그리고 쇳소리와 함께 바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째쨍!
“윽!”
“이런?!”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어도 괴인의 동작을 흐트러뜨리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덕분에 간신히 몸을 굴려 쌍장을 피한 독수광이 황급히 외쳤다.
“물러나!”
독수광의 외침이 아니라도 마인들에게 익숙한 조원들은 검이 튕겨나자마자 바로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괴인이 먼저였다.
파박!
괴인이 맹수처럼 역동적으로 몸을 날리며 그들을 덮쳐갔다.
절정 고수와도 비견되는 놀라운 속도였다.
순식간에 눈앞까지 짓쳐든 괴인의 쌍장에 오 조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으윽!”
“빠, 빠르…!”
다음 순간 괴인의 격공장이 그들의 가슴을 강타했다.
퍼펑!
“컥!”
“끅!”
순식간이었다.
가슴이 움푹 함몰된 두 명의 조원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다른 오 조원들이 놀라 소리쳤다.
“영우!”
“지균!”
하지만 독수광만은 죽은 조원들이 아닌 남은 조원들에게 소리쳤다.
“피해! 놈이 온다!”
정확한 말이었다.
두 명을 참살한 괴인은 바로 방향을 바꿔 조원들에게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파박!
“이익!”
독수광은 이를 갈며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무공을 사용하는 마인, 그것도 중급 간귀 이상의, 어쩌면 주귀 이상의 내구성을 가진 마인을 일반 조원들이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어떻게든 독수광 자신이 막아내야만 했다.
퍼펑!
“피해!”
“하압!”
놈이 다시 격공장을 방출했지만, 이번엔 조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잘 피해 낼 수 있었다.
그걸 보고 한결 마음을 놓은 독수광이 창대로 놈의 다리를 후려쳤다.
“이놈!”
부아아앙!
독수광 자신의 능력으로 놈의 피부를 뚫을 수 없다면 넘어뜨려 던져 버리기라도 할 생각이었다.
시간을 끌어야 강기를 사용할 수 있는 지원군이 올 테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독수광은 경악해야만 했다.
“뭣?!”
부우웅!
놈이 진짜 무인처럼 몸을 살짝 띄워 창대를 피한 것이었다.
그러곤 바로 공중에서 몸을 휙 돌리며 독수광을 덮쳐 왔다.
실로 짐승 같은 몸놀림이었다.
독수광은 이를 갈며 황급히 몸을 날렸다.
“마인 따위가?!”
퍼펑!
독수광은 놈의 쌍장을 간신히 피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은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부아앙!
배를 향해 발이 날아오고 있었다.
옆으로 몸을 날린 독수광을 놈이 후려찼던 것이었다.
뻐어억!
“끄윽!”
간신히 창대를 대, 놈의 각법을 받아 낸 독수광이 포탄처럼 뒤로 날아가 땅에 충돌했다.
퍼억!
쿠당탕!
순간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고통이었다.
아마 창대를 대지 않았다면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대로 앉아 있을 시간은 없었다.
독수광은 고통을 참으며 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 맹수처럼 돌진해 오는 괴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거리는 이미 지척, 피하기엔 너무 근접한 상황이었다.
“으윽!”
독수광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자신을 향해 뻗어 오는 놈의 쌍장이 눈에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끝장이었다.
그때.
“하아압!”
“죽엇!”
“이놈!”
세 명의 오 조원들이 필사적으로 괴인에게 달려들어 병장기를 내리쳤다.
앞뒤를 생각하지 않은 육탄 돌격이었다.
퍽! 퍼퍽!
자신들의 안위조차 도외시한 그들의 돌격에 괴인의 균형이 살짝 흐트러졌다.
그리고 동시에 강력한 장력이 독수광의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퍼엉!
침이 꿀꺽 넘어갔다.
지옥의 문틈에서 새어 나온 바람을 맞은 느낌이었다.
“이익!”
독수광은 사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죽게 될 것 같았다.
파박!
그러곤 몸을 굴리며 외쳤다.
“모두 바로 빠져!”
하지만 정신없이 몸을 날린 후 바로 시선을 돌린 독수광은 목격해야만 했다.
괴인의 호조수가 미처 몸을 빼지 못한 조원들을 쓸어 가는 것을.
푸화악!
“아아악!”
“조자앙!”
퍼석!
“꺽!”
호조수로 두 명의 가슴을 찢고 또 한 명에게 격공장을 날려 머리를 부수기까지는 아주 찰나의 시간만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독수광이 절규했다.
“안 돼!”
남은 조원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래서는 안 됐다.
기계처럼 몸을 돌린 놈이 바로 나머지 조원들을 덮쳐 갔던 것이다.
퍼뜩 정신을 차린 독수광이 경악해서 외쳤다.
“피해!”
조원들도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사력을 다해 몸을 날려 흩어졌다.
하지만 괴인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괴인은 어느새 몸을 날린 부조장 장여여의 바로 뒤까지 따라붙고 있었다.
독수광이 뒤늦게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장여여! 뒤!”
장여여가 놀라 뒤를 바라보자 괴인이 어느새 그녀의 바로 뒤를 덮쳐 오고 있었다.
장여여의 눈이 공포의 감정으로 가득 찼다.
“으아아아….”
그때였다.
“하아아압!”
누군가 비호처럼 괴인을 습격했다.
찬란한 푸른색 검강.
그것을 본 독수광이 반가운 눈빛으로 소리쳤다.
“한교성!”
청성파에서도 천재라고 불렸던 검사, 바로 청풍검룡 한교성이었다.
공식적으로 십삼대의 조장 중 최고수로 지칭되고 있는 검사인 그가 푸른 검강으로 괴인을 베어 가자, 살아남은 모두는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다.
“청풍검룡!”
“일 조장님이다!”
“됐어!”
한교성의 검은 마치 빛의 검처럼 푸르고 단단한 검강을 두르고 있었다.
저런 선명한 검강이라면 가장 단단한 마인인 주귀라 해도 버텨 낼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바로 다음 순간 다시 딱딱하게 굳어야만 했다.
쩌저정!
한교성의 검강이 괴인의 몸을 베지 못하고 튕겨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걸 본 모두가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뭐?”
“저럴 수가!”
선명한 광채를 뿜어내는 한교성의 검강이 독수광의 창기와도 다를 바 없이 괴인의 피부를 뚫지 못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 방어력은 가장 단단한 주귀에게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놀라운 사태에도 한교성은 당황하고 있을 수 없었다.
검강에 적중되며 잠시 주춤했던 괴인이 바로 한교성을 향해 달려들며 장력을 방출했기 때문이었다.
펑!
“칫!”
검강을 버텨 낼 거라곤 상상도 못 했기에 의표를 찌른 신속한 공격이었지만, 한교성은 다행히 바로 반응할 수 있었다.
재빨리 검강을 휘둘러 장력을 쳐냈다.
터엉!
“크르르르!”
괴인은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맹수와 같이 흉폭한 기세, 하지만 다른 마인들과는 달리 무인처럼 초식을 이용해 공격해 오고 있었다.
절정 고수에게도 손색이 없는 속도의 연환격이었다.
퍼퍼퍼펑!
한교성은 마치 춤을 추듯 몸을 움직이며 괴인의 장력을 쳐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대응이었다.
빠르긴 했지만 변초가 없는 틀에 박힌 공격이었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터터터텅!
‘장력의 위력 자체는 상대할 만하다. 많이 봐줘야 일류 최상급 정도. 하지만 움직임의 속도가 절정 고수급이야. 마인이기 때문일까?’
부드럽게 물러서며 상대의 공세를 받아넘기던 한교성은 괴인의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는 다시 공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하아압!”
한교성의 검강이 한순간 푸른 질풍처럼 얽혔다.
청성의 절기인 청풍검법.
그 사나운 연환격이 휘몰아치는 바람처럼 괴인을 정신없이 난타하기 시작했다.
터터터터텅!
“크르르르르르!”
괴인은 한교성의 공격을 방어해 보려고 했다.
팔을 마구 휘둘러 검을 쳐내려는 듯 보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팔을 휘둘러도 막을 수 없는 소나기처럼 푸른 검강이 정신없이 괴인을 난타하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쾅!
그 호쾌한 모습에 오 조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한교성 조장!”
“부숴버려요! 일 조장님!”
하지만 그들이 한목소리로 한교성을 응원할 때 독수광의 안색만큼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검강에 수십 번을 난타당하고 있는 괴인의 피부가 전혀 흠집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괴인을 몰아쳐 가는 한교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검강이 전혀 박히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설마 이놈….’
문득 한교성의 머릿속에 한 달 전 선우진이 떠나기 전에 얘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검강이 통하지 않고, 무공까지 사용한다. 게다가 묘족이 아닌 한인. 이게 설마 선우진이 경고했던 바로 그 철귀라는 놈인가?’
선우진의 말을 아예 무시했던 독수광과는 달리 한교성은 그의 충고대로 순찰 때마다 늘 습관처럼 당여은이 줬던 화골산을 들고 다니곤 했었다.
문제는 지금이 순찰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급하게 지원을 나오느라 화골산은 챙기지 못하고 검만 달랑 들고 나왔던 것이다.
한교성이 계속 공세를 전개하며 독수광을 향해 소리쳤다.
“독수광! 이놈이 선우진이 말한 그 철귀인 것 같다! 화골산! 당여은이 준 화골산은 어딨나?!”
그러자 살짝 흠칫한 표정이 된 독수광이 대답했다.
“그, 그건 안 가져왔다!”
“뭐라고?!”
“그놈 말을 어떻게 믿고 그런 위험한 걸 가지고 다닌단 말이냐?!”
“이 멍청이가!”
그때부터였다.
괴인이 한교성의 공격을 막는 것을 포기한 것은.
괴인은 이제 한교성의 공격을 막아 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냥 몸으로 받아 내며 한교성을 마주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맞아도 상관없다는 학습을 통해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려는 무인의 본능을 포기한 것 같았다.
“크르르르르!”
검강을 쳐 오는 한교성에게 괴인이 마주 장력을 날리기 시작했다.
퍼퍼퍼펑!
검강과는 비교도 안 되는 보잘것없는 위력의 장력이었지만, 검강을 맞아도 아무 상관 없는 괴인과는 달리 한교성은 그 장력을 그대로 맞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둘 중 누가 우세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한교성은 곧 정신없이 물러서며 괴인의 공격을 피해야만 했다.
더 이상 공격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다른 마인들처럼 입이라도 벌리면 그곳을 노려볼 텐데 놈은 좀처럼 입도 벌리지 않고 있었다.
“이런!”
다행히도 괴인의 공격이 한교성에게 적중되지는 않았다. 괴인의 몸놀림은 절정 고수급이었지만, 한교성은 진짜 절정 고수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종이 한 장 차이였다.
한교성에겐 초식을 이용해 공격했던 아까보다,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짐승처럼 몰아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한교성은 자신을 스쳐 가는 괴인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 내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곤 소리쳤다.
“독수광! 다시 신호를 보내라! 화골산을 가져오라고 해!”
그러자 독수광이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신호를 보내란 말이냐?!”
“그럼 사람이라도 보내! 다 죽을 셈이냐?! 검강이 통하지 않으면 대주가 와도 소용없단 말이다!”
그때였다.
괴인이 돌연 한교성을 향한 공세를 멈췄다.
“?!”
정신없이 뒤로 물러서던 한교성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괴인에 간신히 여유를 찾고는 바로 거리를 벌렸다.
그때 그의 눈에 괴인의 시선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것이 들어왔다.
설마?!
한교성이 황급히 외쳤다.
“모두 피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미 괴인은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오 조원들을 향해서, 어느새 거리가 가까워져 있는 약자들을 향해서 말이다.
한교성은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던 오 조원들의 위치가 어느새 가까워져 있었던 것이다.
한교성과 싸우는 동안 그들과의 거리가 좁혀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설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웬만한 짐승보다도 지능이 떨어지는 마인이 어떻게?
“어억?!”
“피해!”
오 조원들이 혼비백산해 몸을 날리려 했다.
그들은 한교성이 온 이후로 마음을 놓은 채 싸움을 관람하고 있던 참이었다.
마인은 한번 정한 목표를 바꾸지 않는다는 그간의 고정 관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그들의 생사를 결정하고 말았다.
푸욱!
“끄억!”
“끅!”
괴인은 이번엔 장력을 날리지 않았다.
양 수도로 각각 한 명씩의 가슴을 관통하더니만 그들의 몸을 끌어당겼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행동, 그리고 놈이 바로 취한 행동은 한교성과 독수광을 경악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푸욱! 쭈우욱! 꿀럭꿀럭!
“뭐, 뭐?!”
“저놈, 설마?!”
놈은 시체 한 구를 왼손에 붙잡은 채로 오른손으로 잡은 오 조원의 목에 이빨을 박고는 그 피를 빨아 마시고 있었다.
마치 사람의 피와 내공을 흡수해 점점 강해지는 주귀처럼 말이다.
“이노옴!”
한교성이 노호성을 터트리며 바로 괴인을 덮쳐 갔다.
독수광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 두 사람의 마음은 무척 다급해져 있었다.
만약 저 괴물이 주귀처럼 흡혈을 통해 점점 강해진다면, 놈이 한교성과의 대결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흡혈을 통해 자신을 강화하려고 의도한 거라면, 저놈은 주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괴물임에 틀림없었다.
“으하압!”
“타아압!”
퍼어엉!
쩌엉!
한교성의 검강과 독수광의 창기가 흡혈을 하고 있는 괴인의 등을 강타했다.
하지만 몸을 휘청하면서도 괴인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계속 흡혈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죽어랏!”
“으야아압!”
퍼퍼퍼퍼펑!
수많은 공격이 괴인의 등에 적중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몸을 웅크린 채 한 명의 피를 모두 빨았다.
그러고는 또 한 명.
두 사람의 공격은 전혀 놈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고, 놈은 결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괴인의 몸을 마구 두드리던 한교성이 마침내 소리쳤다.
“모두 도망가라! 가서 놈에 관한 것을 대주에게 전해! 그리고 어서 화골산을 가져오라고 해!”
그 말에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남은 오 조원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대답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이제 남은 오 조원은 단 세 명.
독수광을 포함해도 네 명뿐이었다.
한교성은 세 명의 조원이 도망치는 것을 보며 독수광에게도 소리쳤다.
“독수광! 너도 도망쳐라! 너도 위험하다!”
독수광 또한 자신도 도망쳐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오히려 자존심 강한 독수광을 발끈하게 만들고 말았다.
“무슨 헛소리냐?!”
“너로는 상대가 안 돼! 모르겠나?!”
“웃기지 마라! 감히 날 무시하는…!”
그때였다.
아무리 두들겨도 꼼짝도 하지 않고 피만 빨고 있던 괴인이, 문득 흡혈을 멈추고 고개를 쳐들었다.
도주하고 있는 오 조원들을 향해서였다.
그리고 오 조원들을 향했던 괴인의 눈은 이내 스윽 돌아가 독수광을 향했다.
아까보다 더욱 진한 혈광을 뿜어내고 있는 눈이었다.
괴인의 붉은 눈빛이 자신을 향하자 독수광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에 온몸이 뻣뻣해지는 느낌이었다.
“크르르르르!”
괴인이 그르렁거리며 바로 독수광을 덮쳤다.
“이익!”
독수광은 자신을 덮치는 괴인에게 힘껏 창을 찔렀다.
쨍!
하지만 역시나 아무 소용없었다.
괴인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몸으로 창을 밀고 들어오며 독수광을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독수광!”
그러자 한교성이 필사적으로 괴인의 측면으로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그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독수광은 그 순간 괴인의 입이 비릿한 웃음을 짓는 것을 본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괴인은 몸을 휙 돌려 자신을 향해 내리치는 한교성의 검강을 몸으로 받아 냈다.
퍼억!
그리고 바로 팔을 감싸 한교성의 검을 붙잡았다.
턱!
“?!”
한교성은 한순간 놈에게 잡혀 꼼짝도 하지 않는 검과 자신을 보며 비릿하게 웃고 있는 마인의 얼굴에 망연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인의 목표는 원래부터 한교성 자신이었다.
놈이 독수광을 공격하는 척 자신을 유인했던 것이다.
한교성은 바로 검을 놓고 물러났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그만 잠시 망설이고 말았다.
검을 놓는 것을 패배로 여기는 명문 제자의 습관, 그리고 뛰어난 실력으로 한 번도 위기를 겪어 본 적이 없었던 그의 경험 때문이었다.
한교성의 눈에 마인의 커다란 손바닥이 크게 확대되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스승님.”
그 순간이었다.
콰아앙!
한교성의 코앞에서 갑작스러운 폭음이 터져 나왔다.
운석이 떨어진 듯한 과격한 충돌음이었다.
“…뭐?”
잠시 멍해진 한교성은 자신의 목숨을 구한 이 느닷없는 사태에 두 눈 가득 의아함을 담았다.
방금 무언가 커다란 것이 포탄처럼 날아와 마인을 강타했던 것이다.
하지만 포탄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 것이었다.
마치 사람 체구만큼이나 커다란 크기, 그리고 아무리 집중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절정 고수인 한교성이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을 만큼의 속도를 지닌 것이었다.
‘설마 정말 운석이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인이 날아간 쪽을 바라보던 한교성은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숲속으로 처박힌 마인의 앞에서, 누군가가 숨을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후우, 간신히 안 늦었네.”
상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잘생긴 얼굴, 그를 본 한교성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선우… 진? 어떻게?”
위기의 순간 폭진보를 이용한 몸통박치기로 철귀를 날려 버린 선우진은, 숲에 처박혔다 다시 몸을 일으키는 철귀를 보며 사납게 웃음 지었다.
“오랜만이구나, 철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