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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100화 (248/359)

100화 나가장-3

다음 날, 나가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반병신이 되어 돌아온 나서황 때문이었다.

애지중지 키워 온 아들의 처참한 모습에, 극도로 분노한 민 부인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대체 어떤 놈이! 어떤 죽일 놈이 감히 흥의에서 나가장의 후계자를 건드린단 말이냐?!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인근의 모든 무가에 서신을 돌려라! 흥의를 샅샅이 뒤져 놈을 찾아내란 말이다!”

“예! 마님!”

나가장 전체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웠던 것이 반나절, 민 부인은 오후가 되어서야 약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을 뿐, 분노가 풀린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나서황의 뼈가 제대로 아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의원의 말에 분노를 풀 수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짜악!

“꺄악!”

“이년! 내 방 청소를 이따위로 해 놓다니! 이러고도 나가장 안에서 계속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죄, 죄송합니다, 마님!”

“이 차는 맛이 또 왜 이따위야!”

쨍그랑!

민 부인은 눈에 보이는 모든 이들에게 분노를 토해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나서유의 생각이 떠오른 것은 오후가 다 되어서였다.

민 부인이 하인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서유 그년을 불러와라!”

“네! 알겠습니다, 마님!”

민 부인은 그녀의 방에서 나서유가 오기를 기다리며 이를 갈았다.

이 모든 게 그년, 그 재수 없는 년이 왔기 때문에 생긴 일인 것만 같았다.

속으로 이를 갈며 생각했다.

‘또 혼인을 못 하겠다고 얘기하기만 해 봐라. 아주 박살을 내주고 말리라!’

그년이 눈앞에 있다면 두 시진은 폭언을 퍼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회만 된다면 어렸을 때처럼 손찌검도 해 보고 싶었다.

그러자 잠시 후 나서유가 방으로 들어왔다.

민 부인은 나서유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래서, 네 혼사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느냐?”

그러자 나서유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생각해 봤습니다.”

그 말에 민 부인은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쉽게 수락하면 분노를 다 풀지 못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나서유의 말에 민 부인의 눈은 크게 확대되고 말았다.

나서유가 아주 천천히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이지요.”

이런 단호한 거부라니, 민 부인으로선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머리끝까지 분노가 솟구친 그녀가 나서유를 향해 소리쳤다.

“이년! 네년이 감히!”

하지만 민 부인은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서유가 다시 말했기 때문이었다.

“절대 제 의지가 아닌 혼인을 할 생각이 없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민 부인은 천천히, 하지만 또박또박 말을 이어 가는 나서유의 말에 입만 뻐끔거릴 뿐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녀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나서유가 온몸에서 뿜어내고 있는 일류 최상급 고수의 압박감 때문이었다.

나서유는 세상 누구보다 가족을 위하는, 그리고 그들을 위해 늘 자신을 희생해 온 착한 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필요하다면 망설임 없이 적의 목숨을 끊을 수도 있는 전선의 최정예 무사이기도 했다.

그간 나서유는 민 부인을 비록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새 부인이며, 또한 나가장의 안주인으로 대해 왔었다.

아무리 부당한 대우와 핍박을 받았어도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선우진으로부터 아버지에게 독을 썼다는 얘기를 들은 이상,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가족이 될 자격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제 민 부인을 대하는 나서유의 행동에 한 치의 자비나, 망설임이 있을 리 없었다.

처음 보는 무인 나서유의 진면모에 침을 꿀꺽 삼킨 민 부인은 말을 더듬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너, 너, 네 아버지를 못 뵙게 되어도 상관이 없단 말이냐?”

나가장주에 대한 얘기는 이제껏 나서유를 옭아맸던, 민 부인이 낼 수 있는 최상의 패였다.

하지만 나서유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상관이 있죠. 그래서 지금 바로 가문 밖으로 나가 이름난 의원을 모셔 올 생각입니다. 아버지를 치료하실 수 있는 고명한 분을요. 제가 괴의와 인연이 있으신 분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자 민 부인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하지만 이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무, 무슨 소리냐?! 내가 힘들게 모셔 온 의원 분께서 잘 치료하고 계신데, 왜 다른 의원을 찾는단 말이냐?!”

그 말에 나서유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

“하나뿐인 딸의 얼굴도 못 보실 만큼 위중하신데 뭐가 잘 치료하고 계시다는 거죠? 제 얼굴을 볼 수 있을 만큼은 회복하셔야 잘 치료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그, 그건….”

“게다가, 제가 고명한 의원을 모셔온다는 데 어머니께서 왜 거북해하시는 것 같을까요? 당연히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나서유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자, 민 부인은 침을 꿀꺽 삼키며 소리쳤다.

“무, 무슨 소리냐?! 나는 다만 또 다른 의원이 엉뚱한 소리를 하게 되면 장주님의 상세가 악화될까 봐…!”

하지만 그녀의 변명은 씨도 먹히지 않았다.

“여기서 더 악화될 상황이 있나요? 아니면 설마 아버지의 상세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어머니께서 일부러 제 접근을 막으신 걸까요?”

나서유는 시종일관 조곤조곤한 말투로 얘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뿜는 살기가 더해지자 민 부인에겐 너무나도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을 참지 못한 민 부인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네, 네 이년! 가, 감히 날 의심하기라도…!”

하지만 그녀의 말은 또다시 확 분출된 나서유의 살기에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나서유가 기세만으로 민 부인을 짓이길 듯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천천히 말했다.

“제가, 전선에 있었잖아요, 어머니? 그곳에서 수십 명의 마두를 죽여 가며 알게 된 사실인데 말이죠. 악인들은 진실을 들었을 때 가장 목소리를 높이더라고요. 참 이상하죠?”

먹이를 눈앞에 둔 뱀과도 같은 살기였다.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는 나서유의 눈빛에 민 부인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속옷이 축축하게 젖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울음도 터트릴 수 있을 것 같은 상황, 하지만 나서유는 더 이상 민 부인을 압박하지 않았다.

나서유가 천천히 민 부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파랗게 질린 민 부인은 나서유가 방을 나설 때까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서유가 방에서 나온 지 한참이 지나서야 민 부인의 방에서 분노한 그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이 건방진 년! 감히!”

하지만 나서유가 듣는 것을 두려워하듯, 거리가 한참 떨어진 후에야 소심하게 지르는 작은 호통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서유는 피식 웃음 지었다.

자기보다 강자라고 느껴지는 상대에겐 저렇게나 소심해지는 여자였던 것이다.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저런 민 부인도, 저런 민 부인에게 끌려다녔던 나서유 자신도….

다시 돌아온 나서유의 방에서는 은신한 채 따라갔던 선우진이 미리 돌아와 있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나 소저. 아주 속이 시원하던데요?”

하지만 나서유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좀 씁쓸하네요. 저런 여자를 이제껏 어머니로 모시려고 그렇게 애를 써 왔다는 게, 저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고 한심하게 느껴져요. 차라리 처음부터 마음을 모질게 먹고 그녀를 쳐냈더라면 아버지도 지금 저렇게 되시진 않았을 텐데….”

나서유는 그동안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수없이 핍박을 견뎌 내며 자신을 희생해 왔었다.

그런데 그 인내와 희생들이 모두 쓸모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나서유의 마음을 너무나도 허탈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쓸모없는 일조차도 아니었다.

집을 노리는 늑대를 개라고 착각해 가족의 안전을 맞긴 꼴이지 않은가.

너무도 어리석은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자 나서유의 씁쓸한 표정에 선우진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위로했다.

“그걸 알기엔 그땐 너무 어리셨잖아요? 선한 사람을 이용하려는 악인이 있다고 해서 선함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나 소저의 잘못이 아니에요. 어린 나 소저를 속이고 이용했던 그 여자의 잘못일 뿐입니다.”

선우진의 위로에 나서유가 촉촉해진 눈시울로 선우진을 바라봤다.

선우진은 따듯하게 웃어 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직 늦은 것도 아닌걸요. 저는 완전히 늦기 전에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면 모두 다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것은 자괴감에 빠져 있던 나서유에게 너무도 큰 힘이 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선우진의 따듯한 말과 눈빛에 나서유도 다시 웃음을 되찾은 얼굴로 말했다.

“그렇겠죠? 다 돌려놓을 수 있겠죠? 아버지도, 나가장도….”

그러곤 깊은 눈빛으로 선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선우 공자. 이 모든 걸 다 대체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모두 다 선우 공자 덕분이에요.”

그러자 선우진 또한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감사는요. 저는 나 소저에게 뭔가 해 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걸요.”

두 사람의 진한 눈빛이 서로에게 머물렀다.

상대방의 눈 깊은 곳에 맺힌 따뜻함에, 눈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선우진은 문득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선우진이 방금 했던 말, 나서유에게 뭔가를 해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말은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진심이었다.

두 번의 삶 중 처음으로 그녀를 위해 무언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두 번의 삶을 통틀어 유일하게 사랑했던 나서유가, 지금 이 순간 처음 보는 애틋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챙겨 줘야 할 아들 같은 조원이 아닌, 한 명의 남자로 그녀 앞에 당당히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문득 지금이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 할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나 소저, 저는 사실….”

하지만 그때 나서유는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선우진의 눈을 피하며 약간 허둥대듯 물었다.

“아, 내 정신 좀 봐. 이제 제가 집을 나가는 척해야 하는 거였죠? 지금 바로 나가면 되는 건가요?”

그런 나서유를 보는 선우진의 눈가에는 짙은 아쉬움이 맺혔다.

너무나도 좋은 분위기였는데, 시기를 놓쳐 버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잠시 망설여졌다.

‘그래도 그냥 지금 말해 버릴까?’

고민하던 선우진은 결국 아쉬움을 삼키며 대답했다.

조금 더 확실한 기회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네, 지금 나가시면 됩니다.”

현재 나가장은 민 부인이 모두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민 부인을 쳐내기 위해서는 좀 더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선우진의 판단이었다.

아들인 나서황의 증언은 어차피 선우진 혼자서 들었던 것이었고, 다시 그를 협박해 실토하게 한다 해도 대부분이 민 부인의 심복인 나가장 사람들은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선우진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 소저가 나가장을 나가면 저 여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나 소저가 고명한 의원을 데려오기 전에 아버님을 해치려 하거나, 아니면 나 소저를 해치려 하는 것 말입니다. 저는 그중 높은 확률로 그녀가 아버님을 해치려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나서유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왜일까요? 그 여자라면 오늘 일 때문에라도 저를 죽이고 싶어 할 것 같은데요.”

“음, 효율성과 가능성의 문젭니다. 누워 계신 아버님을 해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지만, 반면 나 소저를 죽이려면 어느 정도의 전력을 투입해야 할지 무공이 낮은 그녀로선 확신할 수 없을 테니까요. 또 살수를 고용하려고 해도 많은 돈이 들 텐데, 제가 보기엔 자기 돈 나가는 일은 절대 안 할 여자로 보이더군요.”

나서유는 그제야 선우진의 말을 납득할 수 있었다.

확실히 민 부인이 그간 보여 준 모습은, 자기 손에 들어온 재물을 절대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수전노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재밌는 것은 그 덕분에 그녀가 그간 나가장의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해 온 것도 사실이라는 점이었다.

아마 나가장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나서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집을 나가는 척하며 은신해서 아버지를 지키면 되는 거겠군요.”

“네, 그러다 그 여자가 일을 벌였을 때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 바로 그녀를 무너뜨릴 겁니다. 은신이 익숙지 않아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 여자 꽤 겁이 많은 걸로 보였거든요. 아마 최대한 빨리 행동에 들어갈 겁니다.”

“네, 알았어요. 그럼 지금 바로 나가장을 나가는 척할게요.”

“네, 저는 아버님 쪽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민 부인은 전혀 알지 못하겠지만, 나가장주와 나서유를 파멸시키려던 그녀의 계획은 오히려 그녀를 천천히 파멸로 몰아가고 있었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성사는 하늘이 결정하는 법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는 걸 선우진과 나서유 또한 알지 못했다.

***

그날 밤, 귀주성 흥의에서도 가장 남쪽 외곽에 위치한 무가인 조가장.

고요하던 그곳에 갑자기 피바람이 몰아닥쳤다.

그 시작은, 하품을 하며 경계를 서고 있던 수문 무사들이었다.

수문 무사들은 졸린 눈으로 세 명의 인형이 조가장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바라봤다.

“저기 누가 오는 것 같은데?”

“응? 그러네. 세 명이나 되네.”

“이 밤중에 무슨 일이지? 설마 안에 보고해야 할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수문 무사들은 피곤한 몸을 바로 세워 다가오는 사람들을 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뭐, 뭐냐?!”

“웬 놈…! 으아악!”

푹! 콰직! 찌이익!

“끄아아악!”

“아아악!”

그들은 제대로 대비할 틈도 없었다.

갑자기 급가속한 세 명이 맹수처럼 그들을 덮쳤기 때문이었다.

세 명의 남녀는 마치 토끼우리에 뛰어든 늑대처럼 순식간에 수문 무사들을 꿰뚫고, 찢고, 갈라 버렸다.

그들의 눈에선 붉은 흉광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명 소리다!”

“대문 쪽이야!”

“적도들의 침입인가?!”

조가장 안쪽에서도 수문 무사들의 비명을 들은 사람들의 소란이 일어났다.

그러자 세 남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부수고 조가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콰아아앙!

“누, 누구…?! 끄아아아악!”

“괴, 괴물이다, 살려 줘! 아아악!”

“도망가라! 도움을 청해야 해! 흐아아악!”

“아아아악!”

“크어어억!”

오십 명이 넘는 조가장의 인원이 몰살당하기까지는 한 식경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마침내 조가장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을 때, 세 남녀는 아까 도망쳤던 무사들의 흔적을 쫓아 다시 북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그리 서두르지 않았다.

운남성을 빠져나오는 동안, 한두 명을 살려 보내 준 뒤 그들을 쫓는 것이 다음 목표를 찾기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어느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철귀들의 지능은 벌써 그 정도로 발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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