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나가장-5
나가장의 젊은 무사 맹사웅은 도저히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상시와 전혀 다를 바 없이 평범했던 오전이, 잠시 잠깐 사이에 지옥도로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촤아악!
“끄아아아악!”
푸훅!
“꺼어어억!”
나가장의 정문을 부수고 들어온 호리호리한 괴인 하나가 맹사웅의 눈앞에서 선배, 친구, 동생들을 찢고, 뚫고, 부수고 있었다.
동료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놈에게 달려들던 동료들도 있었지만, 이젠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무위 차이에 도저히 뭘 해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푸욱!
“허어어억!”
또 한 명, 도망치던 동료의 등이 맹수처럼 몸을 날린 놈의 수도에 꿰뚫려 관통당했다.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동료, 맹사웅의 눈에 그가 쓰러지는 모습이 천천히 보이고 있었다.
‘장 형님.’
그는 매일매일 집에 일찍 들어가 세 살 된 아들과 놀아 주는 것이 삶의 낙이라던 서른 살짜리 형님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을 위해 술까지 끊었다며 자랑하곤 했던….
그런 그가 다시는 아들을 볼 수 없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맹사웅은 바닥에 쓰러진 채 실눈으로 놈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이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처음 맹사웅이 바닥에 쓰러졌던 건, 놈이 후려쳐 절명한 동료의 시체가 자신에게 날아와 부딪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료의 시체와 함께 땅을 구른 맹사웅은, 다음 순간 놈이 땅에 쓰러진 자신을 지나쳐 다른 동료를 덮쳐 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미 죽었다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하긴 워낙 많은 사람들을 쳐 죽이고 있었으니 다 기억 못 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그 상태로 죽은 체하며 조용히 놈이 다른 곳으로 가기만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목숨은 소중한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끄아아아악!”
“살려 줘! 아아아아악!”
그의 주변에서 동료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가고 있었다.
그러자 그걸 보는 맹사웅의 마음속에 불같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잡아먹어 버릴 만큼 커다란 분노였다.
도저히 이대로 놈을 보내 줄 수가 없었다.
놈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설사 목숨을 걸어야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맹사웅은 지금 놈이 자신의 근처로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등을 보이기를.
뒤에서 기습해 놈의 등에 칼을 꽂아 넣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맹사웅이 간절히 소망하는 평생의 단 한 가지 소원이었다.
‘자, 와라.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기다리던 기회가 왔다.
이쪽저쪽으로 몸을 날리던 놈이, 마침 맹사웅 옆으로 도망치려던 동료 한 명을 덮쳐 왔던 것이다.
촤아악!
“끄아아악!”
놈의 조법에 등이 갈라지며 피를 뿜어내는 동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등에 수도를 박아 넣고 있는 놈의 등판도.
맹사웅의 눈이 번뜩였다.
바로 지금이었다.
“흡!”
벌떡 일어난 맹사웅은 소리 없이 달려들어 검으로 놈의 등을 찔러 갔다.
쉬이익!
‘죽어랏!’
검이 등판에 닿을 때까지도 놈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맹사웅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됐다!’
이젠 놈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맹사웅이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을 때였다.
쩡!
그의 검이 괴인의 등판에 부딪혀 튕겨 나왔다.
“큭?!”
철판을 찌른 듯 웅웅거리는 검과 손아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 맹사웅은 당황한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다.
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산발한 머리카락 안에서 피처럼 붉게 뿜어져 나오는 놈의 안광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 개자식!”
맹사웅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사력을 다해 다시 검을 찔렀다.
하지만.
쩡!
“크윽!”
결과는 아까와 다르지 않았다.
검은 결국 놈의 가슴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던 것이었다.
“크르르르르!”
놈이 맹수처럼 으르렁거리며 맹사웅을 향해 손을 들어 그대로 그었다.
방금 전 동료의 몸을 찢었던 조수였다.
피에 젖은 놈의 손이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것을 보며 맹사웅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끝장이구나.’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괴인이 갑자기 맹사웅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저 먼 쪽 담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콰르르릉!
“…?”
맹사웅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잠시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너지는 담장 속에서 괴인이 꿈틀거리고 일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뭔가가 날아와 괴인을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괴인이 가볍게 날아가 담장에 처박혔다는 것을 간신히 유추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뭔가가 사람이었다는 것까지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자신의 앞에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아마도 방금 괴인을 들이받아 날려 버렸던 사람인 모양이었다.
맹사웅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사람이 그런 속도로 날아올 수가 있으며, 저렇게 무식하게 몸으로 들이받았는데도 멀쩡할 수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바닥에 착지해서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본 그의 얼굴은, 마치 유명 세가의 귀공자가 아닐까 싶을 만큼 잘생긴 얼굴이 아닌가.
그가 빛이 날 듯 환한 미소로 자신에게 웃어 주며 말하고 있었다.
“용감한데? 운도 꽤 좋고. 앞으로 충분히 더 강해질 수 있겠어.”
“…예?”
맹사웅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담벼락에 처박혔던 괴인이 어느새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맹수처럼 돌진해 왔다.
“크르르르르!”
맹사웅은 경악했다.
저렇게 강하게 처박힌 자가, 아무렇지 않게 바로 일어나 달려들 수가 있다니.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위험!”
맹사웅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직 자신 쪽을 바라보고 있는 잘생긴 공자는 놈이 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저대로는 꼼짝없이 당해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맹사웅은 경악하고 말았다.
고개도 돌리지 않았던 귀공자가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달려드는 괴인을 향해 다시 포탄처럼 돌진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귀공자와 괴인이 다시 공중에서 충돌했다.
콰아아앙!
도저히 인간과 인간이 부딪칠 때 나는 소리라곤 믿기지 않는 충돌음이었다.
그리고 결과 또한 믿기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신으로 나가장을 몰살시킬 듯 압도적으로 날뛰었던 괴인이, 귀공자의 몸통박치기를 전혀 방어하지 못한 채 다시 무력하게 튕겨 나가 담벼락을 부수며 처박히고 있었다.
콰르르르릉!
저 정도면 뼈마저 가루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과격한 충돌이었다.
하지만 귀공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가 바로 괴인을 향해 다시 돌진했다.
나가장의 동료들 중 가장 동체 시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던 맹사웅이 보기에도, 그저 빛줄기가 번쩍이는 것처럼 보일 만큼 빠른 돌진이었다.
슈하아아악!
“하아아아압!”
그리고 다음 순간, 귀공자의 손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검이 쏘아지는 것을 본 맹사웅은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무식하게 몸통박치기만 하던 귀공자가, 사실은 검사였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귀공자의 검에서 뻗어 나간 연보라색 광채가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맹사웅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검강?”
저게 아마도 말로만 듣던 검강인 모양이었다.
저 귀공자는 바로 맹사웅이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절정 고수였던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로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맹사웅은 귀공자의 손에서 쏟아지는 찬란한 유성우 같은 검강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뿌연 검기가 자욱한 가운데,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연보라색 검강의 유성우가 담벼락에 처박힌 괴인을 폭격하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태풍 속에서 번개가 쏟아지는 광경을 본다면 이와 같을까?
그 광경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맹사웅은 평생 저 광경을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
사일검법 칠초.
흑천검우.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내공 팔십 년을 찍고 강화된 검강으로 놈을 폭격하듯 두드려 봤다.
하지만 역시나 놈의 피부를 뚫을 수는 없었다.
잠시 후, 생채기조차 나지 않는 놈이 팔을 휘둘러 나를 잡으려 하기에 훌쩍 뛰어 뒤로 물러섰다.
“쳇, 설풍 조장처럼 해 보고 싶었는데.”
역시 아직 내 수준으론 조장처럼 두들겨 부수는 것은 무리인 모양이었다.
“크르르르!”
몸을 일으킨 놈이 바로 맹수처럼 덮쳐 왔다.
생전에 조법을 쓰는 무인이었던 듯 손가락을 발톱처럼 세운 채였다.
절정 고수 뺨치는 속도, 검강으로도 뚫리지 않는 피부, 방어를 도외시하고 부딪쳐 오는 과감한 돌진.
확실히 검사들이 상대하기에 난감한 적이 아닐 수 없었다.
놈은 아무리 검강에 적중당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데, 자신은 한 번만 맞아도 치명상을 입게 될 테니까 말이다.
피하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도 까다로웠다.
물론 내가 일반적인 검사였다면 그랬을 거라는 얘기였다.
“흥!”
코웃음을 친 나는 휘둘러오는 놈의 손가락을 주먹으로 마주 후려쳐 줬다.
퍼어엉!
내 주먹에 적중한 놈의 손이 튕겨 나가자, 팔을 휘두른 탄력 그대로 몸을 휘돌려 놈의 머리를 후려 찼다.
빠아아악!
콰아아아앙!
놈이 다시 담벼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검사가 아니거든. 무려 외공과 박투술을 익힌 근접 박투형 검사란 말이다.’
놈을 부수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란 얘기였다.
“크르르르르!”
놈은 바로 몸을 일으켜 다시 돌진해 왔다.
하지만 폭진보로 튀어 나간 내 몸통박치기가 먼저였다.
콰아아아앙!
와르르르!
다시 튕겨 나간 놈은 이제 완전히 담장을 뚫고 나가장의 밖으로 튕겨 나가고 있었다.
나 또한 그대로 놈을 쫓아 나가장의 밖으로 나갔다.
“자, 이제 밖으로 내쫓았으니 차근차근 썰어 볼까?”
놈의 공격이 별로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여유를 부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이야 상대할 만하지만, 만약 들은 대로 두 마리가 더 온다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다른 놈들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이놈을 먼저 처리해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풍 조장은 지난번에 맨주먹만으로도 철귀를 두들겨 부쉈었다.
그리고 지난 삶에서도 초절정 고수들의 검강은 철귀를 잘라 낼 수 있었다.
그러니 결국 내 검도 아직 못 하고 있을 뿐이지, 지금보다 더 날카로워진다면 철귀도 벨 수 있다는 얘기였다.
“후우우우!”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상체를 낮추고 발검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놈이 다시 돌진해 오기를 기다렸다.
이제껏 내가 본 것 중 가장 빠른 검은 사군일 조장의 사일검법이었지만, 가장 날카로운 검은 화영빈 형님의 적하검법이었다.
바로 소면마군 사원양의 호신강기를 뚫었던 적하검법의 초식 ‘검단낙일’말이다.
나는 지금 그 검단낙일의 느낌을 재현해 보려고 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머릿속에 화 형님의 검을 떠올렸다.
붉은 노을이 한순간에 분리되는 것 같았던 그 놀라운 참격을….
또한 묵랑이 알려줬던 검격의 문구를 읊조렸다.
[批大卻(비대각) 導大窾(도대관) 因其固然(인기고연) 틈이 있는 곳에 칼을 넣어 베는 것이니 그것은 본래 그러한 것을 따를 뿐이다.]
“크르르르르!”
놈이 눈을 감은 나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놈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사 장, 삼 장, 이 장, 일 장.
지금!
슈하아악!
순간 내 검이 세상에 연보라색의 반원을 그려 냈다.
놈의 목과 겹쳐진 반원이었다.
찌지지직!
쇠가 긁히는 듯한 마찰음과 함께, 마치 작은 칼로 두꺼운 가죽을 베듯 답답한 느낌이 손끝에 잠시 머물렀다.
그러자 망설이지 않고 바로 폭진보로 튀어 나가 놈의 몸을 들이받았다.
퍼어어엉!
놈이 다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그리고 다시 바로 일어나는 놈의 모습은 아무런 타격도 없는 듯 멀쩡해 보이고 있었다.
‘실패인가?’
하지만 예리한 내 눈은 이내 포착할 수 있었다.
놈의 목에 살짝 생채기처럼 그어진 붉은 선을.
내 검강이 놈의 피부에 작은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아주 작은 생채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좋아, 앞으로 백 번만 더 그으면 되겠어!”
목을 뚜둑 꺾은 후 다시 발검 자세를 취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놈의 목을 반드시 베어 버리고 말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문득 뭔가의 움직임을 느끼고는 고개를 홱 돌려 옆을 바라봤을 때, 또 누군가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누더기가 된 무복을 입고 있는 산발의 여인.
또 한 명의 철귀였다.
절로 허탈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젠장.”
아무래도 마음 편히 한 놈에게 집중해 칼질만 하고 있을 순 없을 모양이었다.
그리고 순간,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근데 왜 측면에서 오는 거지? 남쪽에서 올라왔다면 첫 번째 놈처럼 정면에서 왔어야 하는데?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 건가? 그럼 마지막 한 놈은 어느 쪽에 있다는 거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의문을 충분히 고민해 볼 시간은 없었다.
놈들이 동시에 두 방향에서 덮쳐 왔기 때문이었다.
“크르르르!”
“칫!”
아마 철귀들은 서로 시점을 맞춰 합공도 할 수 있을 만큼 지능이 발달한 모양이었다.
이제 이차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
같은 시각, 나서유는 얇은 이불과 굵은 대나무 두 개를 이용해 만든 들것에 나가장주를 싣고선, 양 의원과 협력해 아주 조심스럽게 옮기고 있었다.
선우진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었다.
게다가 선우진이 정문 쪽으로 간 후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다행히 아직 위급한 일은 없는 것 같았고 말이다.
나가장의 후문은 누가 먼저 빠져나갔는지 활짝 열려 있는 상태였다.
들것을 든 나서유는 조심스럽게 그곳을 빠져나가며 말했다.
“여기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천가장이 나와요. 그곳으로 가서 아버지를 부탁드려야겠어요. 거기서 양 의원님이 뭘 하셔야 할지는 말씀 안 드려도 되겠죠?”
“무, 물론이지요. 제가 장주님을 극진히 모시고 또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나서유가 양 의원과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뒷목을 스치는 섬뜩한 느낌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 봤다.
그러자 그곳에서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해진 무복을 입고 머리는 산발을 한 덩치 큰 남자를….
그리고 그의 산발이 된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혈광이 선명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을, 나서유는 분명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순간 얼음이 되어 버린 나서유가 망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철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