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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129화 (116/359)

129화 외당림

당여은은 본능적으로 검을 뽑으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 내고는 가만히 그를 살펴봤다.

상대는 묘한 인상의 남자였다.

분명히 노인인 것 같은데 팽팽한 붉은 피부, 작은 체구,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마치 아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런 느낌의 노인이었다.

당여은은 다시 공손히 포권하며 그에게 물었다.

“소녀가 견문이 부족하여 선배님의 존성대명을 알지 못하는 것을 용서하세요. 실례가 안 된다면 대선배님의 존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붉은 얼굴의 아이 같은 노인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존성대명은 무슨! 그냥 오라버니라고 부르거라!”

“…예?!”

그의 요구에 당여은이 당황해 바라보자 노인이 다시 말했다.

“오라버니라고 부르라니까! 그럼 양 형에게 안내해 주마!”

그러자 당여은은 순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저게 진심인지 장난인지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

아니, 설사 진심이라 해도 어떻게 저런 노인에게 오라버니라고 부른단 말인가.

그녀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여은은 결국 그의 요구를 따르지 못하고 다시 포권하며 말했다.

“저같이 어리고 부족한 후배가 어찌 감히 대선배님께 그런 무례한 소리를 하겠습니까. 부디 그 말씀을 거두어 주세요.”

그러자 노인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러고는 이제 매우 심통이 난 표정으로 당여은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내가 괜찮다는데 뭐가 무례하다는 거냐?! 어서 말해라! 네가 나를 오라버니라고 부르지 않으면 나는 절대 너를 양 형님께 안내해 주지 않겠다! 아니, 아예 찾지도 못하도록 방해해 버리겠다!”

당여은은 난감함에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어린애도 아니고 무슨 노인이 이렇게 유치하게 떼를 쓴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고 말이다.

당여은은 절대 저런 노인에게 오라버니라고 부를 자신이 없었다.

그러자 노인이 완전히 심통이 난 얼굴로 소리쳤다.

“정말 안 하겠단 거지?! 좋다! 하지 마라! 어디 네가 양 형을 찾을 수 있나 보자!”

그러고는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르더니 다시 숲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파박!

당여은은 멍한 얼굴로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느끼기에 그녀가 아는 최고의 신법 고수인 선우진과 비교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였다.

어쨌든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당여은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후우우.”

소심한 자신의 성격으로는 저런 괴인을 상대하는 것이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며 무심코 한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선우진과 함께 청홍쌍검으로 화해 괴인을 연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고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그 기억들이….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그땐… 너무도 자유롭고 신났었는데.’

그리고 선우진이 했던 말도 떠올랐다.

‘왜 당 소저는 스스로를 상처받은 어린 여아의 모습으로 한정 짓고 있습니까?’

그의 말은 이번에도 맞았다.

자신에게는 자신도 미처 몰랐던 모습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들 또한 분명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나를 그때의 어린아이 안에 가둬 놓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내 스스로 이런 것은 절대 할 수 없다고 한정 짓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아까의 노인을 생각해 봤다.

그는 무척 제멋대로이고 철없어 보이긴 했지만, 적어도 심통을 냈을지언정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았었다.

최소한 악인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내가 그를 굳이 오라버니라고 불러 주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그저 낯설고 부끄럽기 때문에? 고작 그런 이유로 한시가 급한 지금 양 노사를 금방 만날 수도 있을 기회를 포기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선우진이었다면 절대 망설이지 않았으리라.

실패하더라도 그리 손해를 볼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절대 자신과 같은 이유로 주저하지는 않았으리라.

당여은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의 앞에 당당히 서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반 시진 전이었는데 말이다.

그 노인이 사라지고 나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너무 속상했다.

하지만 당여은은 아직 늦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감각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가 아직 근처에 있다고.

당여은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용기를 내 숲속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오, 오라… 버니?”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곤 하지만 너무도 개미 같은 목소리였다.

이를 악물고는 목소리를 좀 더 높였다.

“오라버니!”

그때였다.

어디선가 귀신처럼 나타난 그가 공중에서 다시 떨어져 내렸다.

타닥!

땅에 착지한 노인은 얼굴 가득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가 은근한 말투로 당여은에게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그의 신출귀몰한 등장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던 당여은은, 이제 생긋 웃고는 살짝 간드러진 목소리로 다시 그를 불러 봤다.

“오라버니?”

그러자 그가 광소를 터트리며 팡 튀어 올라갔다.

“키하하하하하! 아이고 좋아! 아이고 좋아! 이런 예쁜 아이에게 오라버니라는 말을 듣다니! 이렇게 기분이 째지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안 나는구나! 캬하하하하!”

그는 그렇게 소리치며 숲속을 핑핑 날아다녔다.

그의 신형을 따라 당여은의 고개가 이리저리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사방을 날아다니던 그는 잠시 후 다시 당여은의 옆으로 매가 급강하하듯 착지했다.

타닥!

그리고 물었다.

“그래, 우리 어린 누이가 누구를 만나고 싶다고?”

큰 선물을 받은 듯 기뻐 죽겠다는 그의 표정에, 당여은은 풋 웃음을 터트리고는 대답했다.

“양문헌, 양 노사님께 가고 싶어요.”

“양 형님 말이지?! 알았다!”

대답과 동시에 그는 당여은의 손목을 확 낚아채고는 숲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가속하는 시간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순간적인 급가속이었다.

그 엄청난 속도감에 기겁한 당여은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꺄아악!”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는 노인은 그저 신이 나서 소리칠 뿐이었다.

“가자! 양 형에게로!”

정말 아이보다도 더 기운찬 노인이 아닐 수 없었다.

***

잠시 후 당여은은 숲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내려질 수 있었다.

뭘 어떻게 온 건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정신없는 질주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붉은 얼굴의 왜소한 노인은 그녀를 내려놓고는 신이 난 목소리로 큰 나무를 향해 소리쳤다.

“양 형! 양 형! 손님이 왔소! 내 누이동생이라오! 캬하하하하!”

그 말에 당여은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나무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잠시 후 나무 뒤에서 두 명의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증가야, 오늘은 또 형님께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 거냐? 네놈에게 무슨 누이동생이 있다고…!”

두 명의 노인 중 뒤에서 따라오던 청의의 노인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다 당여은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을 멈췄다.

“응?”

하지만 당여은은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두 명 중 앞에서 걸어 나온 백의의 백발노인에게 못 박혀 있었다.

그가 바로 그녀가 찾던 그 사람이었다.

몇 년 전 외당림 밖으로 나와, 지나가듯 해 준 가벼운 충고만으로 당여은을 절정의 경지로 이끌어 주었던 은인. 그리고 세인들에게는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 백학노검 양문헌, 바로 그였던 것이다.

청의 노인이 다시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놈 증가야! 저렇게 어린 소저가 어떻게 네 누이동생이라는 거냐?”

“크헤헤헤헤! 벽가야, 내가 증거를 보여 주마. 누이야, 어서 나를 다시 불러 보려무나. 오라버니라고, 어서!”

주변에 두 노인이 티격태격하며 떠들어 댔지만 당여은은 그들의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양문헌에게 인사했다.

“일전에 은혜를 입었던 당가의 여식 당여은이 이제야 양 노사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그러자 백발의 노인 양문헌이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랜만이구나, 아이야. 못 본 새 많이 성장했구나. 무공도, 사람으로서도 말이다. 기특하구나.”

당여은은 문득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당연히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한 번 봤던 자신을 기억해 줬을 뿐만 아니라 마치 친손녀를 바라보는 듯한 인자한 웃음으로 그녀의 성장을 인정해 주고 있었다.

그것은 당여은이 친조부에게도, 친부에게도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던 따듯함이 아닐 수 없었다.

양문헌이 감격에 눈가가 촉촉해진 당여은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천천히 물었다.

“그래, 이곳엔 무슨 일로 왔느냐?”

그의 질문에 당여은은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가 기억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아직 자신의 목적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잘해야만 했다.

당여은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다.

“염치없게도 노사님께 청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러자 양문헌은 어서 말해 보라는 듯 빙긋이 웃으며 그녀의 말을 기다려 줬다.

그런 그를 보며 당여은은 원래 준비했던 말을 하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당여은은 원래 그에게 정략결혼을 막아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인 그는 당가 내에 있지만 당가주 당정후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진정한 강자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만약 저분이 나를 비호해 준다면 정략결혼을 막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

문제는 당가 내에서 식객의 위치인 그가 가주인 당정후의 뜻에 반해 자신을 비호해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었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그가 굳이 자신을 비호해 줄 리가 없을 테니까.

그래서 당여은은 필요하다면 월하환검무의 일 식 ‘비월’만이라도 거래해 볼 생각이었다.

그것은 전대의 절대자였던 스승 광검의 비기.

그것이라면 천하삼심육성의 일인인 양문헌이 절대자의 영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당여은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스승님 또한 이제 우리가 누구에게 그것을 전수하든 그것은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말씀하셨으니까.’

그러니 선인으로 이름 높은 백학노검 양문헌에게 일 식만 전수하는 일이라면 충분히 괜찮을 것 같다고 당여은은 그렇게 판단했었다.

양문헌 또한 무인인 이상 그 제안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를 마주한 지금 이 순간, 당여은은 좀 다른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저 양문헌과 거래 관계가 아닌 다른 관계가 되고 싶다는 그런 충동을….

당여은은 문득 그에게 말을 내뱉었다.

그녀의 속에 있던 진솔한 마음이었다.

“저는… 더 이상 타인의 손에 휩쓸려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 인생을 제 의지로 만들어 가고 싶어요. 노사님께서, 혹시 저를 좀 도와주실 수는 없을까요?”

그것은 무모한 요구였다.

아무런 대가도 약속하지 않은 채, 심지어 그 일이 무엇인지도 말하지 않은 채 그저 도와달라고만 말하는.

하지만 어쩐지 당여은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거래가 아닌 그저 사람의 마음을 믿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먼저 튀어나왔다.

“뭐야?! 누가 감히 내 누이동생의 인생을 좌지우지한다는 거야?! 어떤 놈이야?! 염려 마라, 누이야! 이 오라버니가 너를 도와주겠다!”

분노한 얼굴로 그렇게 소리치는 자는 당여은을 데려왔던 붉은 얼굴의 왜소한 노인이었다.

양문헌이 아닌 그가 먼저 당여은의 마음에 응답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말하자 청의의 노인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게 무슨 일인지나 알고 도와주겠다는 거냐? 당가의 여식이 자신의 삶 운운하는 거 보면 딱 봐도 당가주와 대립해야 하는 일일 텐데. 그러다 여기서 쫓겨나기라도 하고 싶은 게냐? 네놈, 밖에서 사고 치고 여기에 숨어 있던 거였잖느냐?”

그 말을 들은 당여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말은 정확한 지적이었다.

당가주와 대립해야 한다는 일도, 그게 저들에게 피해가 될 거라는 말도 말이다.

그러자 붉은 얼굴의 왜소한 노인이 길길이 화를 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흥! 당가주가 뭐?! 이 홍해아 증칠이 그깟 어린놈을 무서워할 것 같으냐?! 필요 없다! 여기서 나가라면 나가고 말지! 사고?! 흥! 그게 언제 적 얘기냐?! 누이야, 걱정 마라! 이 오래비가 이 망할 당가에서 탈출시켜 주마!”

홍해아 증칠.

그 이름을 들은 당여은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그의 이름은 분명 들어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그는 분명 엄청난 신법과 암기술, 권각술로 무림을 진동시켰다던 초절정 고수였으니까.

또한 그보다 더 엄청난 장난기로 수없이 많은 사람을 곤란에 빠트렸던 자이기도 했고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무림에서 사라졌다고 들었었는데 외당림에 와 있는 줄은 당여은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러자 청의 노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놈아, 당가의 여식이 당가에서 도망치면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게냐? 평생 당가의 추적을 받으며 숨어 살아야 할 텐데, 그게 저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네놈이 살아 있을 때야 직접 지켜 준다 쳐도 죽은 후에는 어쩔 셈이냐? 저 아이가 자기 식구들에게 죽게 만들 셈이냐?!”

그의 말은 또다시 너무도 정확했다.

현실을 정확히 지적한 그 말에 당여은은 입술을 질끈 깨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의 말에 살짝 찔끔한 표정을 지었던 홍해아 증칠이 다시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안 죽으면 되지! 내가 안 죽고 계속 지켜 주면 될 거 아니냐?!”

그의 억지에 청의 노인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쉴 때였다.

백학노검 양문헌이 문득 입을 열었다.

“내가 네 의조부가 되어 주면 되겠느냐?”

그 말에 깜짝 놀란 당여은이 퍼뜩 고개를 쳐들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지금 뭐라고…?”

그러자 양문헌이 따뜻하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내가 네 조부가 되고 네가 내 손녀가 되면 네 인생을 너의 의지대로 사는 데 도움이 되겠느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당여은의 눈동자가 풍랑을 만난 듯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런 대가도 약속하지 않았건만 그는 기꺼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줬던 것이다.

그것도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과분한 제안으로….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진 당여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네. 충분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노사님.”

그러자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홍해아 증칠이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

“안 돼! 양 형을 조부로 모시다니! 그럼 나는 어쩌라고?! 에잇! 양 형! 그럼 나도 손주로 삼아 주시오! 양 할아버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증칠을 보며 다른 노인이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쉴 때 당여은은 가만히 양문헌에게 절하며 말했다.

“조부님, 손녀 여은이 인사 올립니다.”

양문헌은 그저 따듯한 눈빛으로 그녀가 절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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