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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130화 (117/359)

130화 칠살 적마혁-1

사천성 남동쪽에 위치한 백숙방은 정협방이 패망한 이후 빠르게 정협방의 영역이었던 사천성의 남동쪽 끝 흥문을 접수해 그곳의 주인이 된 방파였다.

정협방의 영역이었던 많은 지역이 현재 청성과 당문을 대리하는 다양한 문파들의 전장으로 변해 있었지만, 적어도 이곳 흥문만큼은 백숙방이 완전히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워낙 빨리 선점한 데다 귀주성과의 접경 지역이기에 다른 문파들의 세력이 미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방주님. 오늘도 이곳까지 행차하셨습니까?”

“그래, 밤새 별일 없었는가?”

“예, 방주님께서 매일 살펴 주시는 덕분에 저희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요.”

“그래, 혹시 불편한 점이 있거든 언제든 얘기해 주게.”

“알겠습니다요, 방주님. 살펴 가십시오!”

청성파 속가제자의 후손이자 백숙방의 방주인 백운검객 혁목안은 오늘 아침도 거리를 홀로 산책하며 지역민들의 민심을 살피는 중이었다.

그것은 백숙방이 흥문을 접수한 이후로 하루도 빼놓지 않았던 혁목안의 일과 중 하나였다.

그러자 처음에는 혹시라도 행패를 부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던 흥문의 백성들은, 직접 눈으로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빠르게 조치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혁목안의 솔선수범에 감동받게 되고 말았다.

껍데기만 정파였던 정협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행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불과 몇 주가 지난 지금, 백숙방주인 백운검객 혁목안은 흥문 전체의 영웅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우와! 아빠! 방주님이야! 방주님이 오셨어!”

“방주님! 밤새 별거 없으셨습니까?”

“방주님…!”

“방주님!”

혁목안은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사람들의 인사에 화답하며 천천히 흥문의 번화가를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갈수록 그의 미소가 점점 흥분한 것처럼 변해 가는 것을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그의 걸음걸이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가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으흐흐흐! 오늘은 고 귀여운 것이 드디어 집에 혼자 있는 날이라고 했겠다.”

혁목안은 오늘 드디어 대업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최고로 들떠 있는 상태였다.

드디어!

오늘이야말로!

연이, 고 귀여운 것과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밀폐된 장소에서 말이다.

“크흐흐흐흐!”

그의 상상력이 그 이후 할 수 있는 것들을 향해 훨훨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

백숙방주 혁목안이 하연이라는 여자아이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일주일 전쯤 마을을 순찰하던 중이었다.

처음 볼 때부터 눈이 확 뜨일 만큼 예뻤던 그 아이는 혁목안을 처음 봤을 때 사과처럼 얼굴을 붉히며 먹을 것을 건네주었었다.

“방주님, 이거 드세요. 그리고… 너무 멋있으세요!”

그렇게 말한 하연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화다닥 도망쳐 버렸었다.

그때 혁목안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빨개진 얼굴로 도망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뭔지 모를 색기를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이미 나이 오십이 넘어 부인과도 그저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던 혁목안의 마음에 봄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후 하연은 매일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혁목안을 기다리곤 했다.

“방주님! 오늘도 멋있으세요!”

그러자 혁목안이 의무감으로만 하고 있던 오전 순찰은, 이제 그의 하루 일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제였다.

하연이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혁목안에게 말했었다.

“방주님, 내일 오라버니가 일을 나가 집이 텅텅 비어요. 제가 너무 무서워서 그러는데… 방주님께서 좀 같이 있어 주시면 안 될까요?”

혁목안은 순간 머리가 펑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이렇게 예쁘고 어린 아이가 자신의 집에 와 달라니, 그런 부탁을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후, 혁목안은 일 년 같은 하루를 기다려야만 했다.

도대체 무슨 하루가 이렇게 긴지 알 수가 없었다.

밤에 잠조차 제대로 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혁목안은 드디어 외딴 골목에 나와 있는 하연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화사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방주님!”

혁목안은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녀의 허름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허름해 이렇게 예쁜 아이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았을까 의문스러울 정도의 집이었지만, 지금의 혁목안에게는 그런 것 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눈엔 오직 하연이의 뒷모습만이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이 순간만을 상상하고 있었던 혁목안은 더 참지 못하고 뒤에서부터 하연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꺄악! 방주님!”

깜짝 놀란 그녀가 비명을 질렀지만 혁목안에겐 그것마저도 더할 나위 없는 자극제가 됐을 뿐이었다.

“으흐흐흐! 연아, 내가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렸느니라. 이리 오너라.”

하연은 몸을 바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절정 고수인 혁목안의 힘을 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순식간에 흐트러진 그녀의 옷 사이로 맨어깨가 드러났고, 그걸 본 혁목안은 더 참지 못하고 벌게진 눈으로 자신의 상의를 확 벗어버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대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다.

“연아! 연아! 거기 누구와 있는 것이냐?! 어서 문을 열어라, 연아!”

그 순간 혁목안의 꿈이 유리 깨지듯 산산조각으로 박살 나고 말았다.

하연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드러난 어깨를 감싸며 소리쳤다.

“오, 오라버니?”

혁목안은 이제 눈앞이 아득해졌다.

문득 그의 눈에 상의를 벗은 자신과 맨어깨를 드러낸 하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끝장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문득 자신을 존경하고 있을 가족들과 방도들, 지역 백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대로라면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던 자신의 평판이 땅바닥까지 처박히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만 같았다.

그가 황급히 말했다.

“이, 일단 빨리 옷이라도 입고…!”

하지만 그때였다.

쾅! 쾅! 콰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연의 오라버니라는 자가 두드리던 문이 부서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워낙 허름한 문이었기 때문인 듯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혁목안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과 하연을 번갈아 쳐다보는 젊은 청년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하연과 꼭 닮은 청년이었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바, 방주님? 이,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그 순간 혁목안의 머릿속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죽이자. 죽여서 증거를 없애 버리면 될 것이 아닌가.’

평생 협객으로만 살아왔던 혁목안의 마음속에 자라난 어두운 마음이었다.

혁목안이 그런 마음으로 살기를 품고 하연의 오라버니라는 자를 바라봤을 때였다.

푸욱!

“허억?!”

혁목안은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가슴이 타는 듯한 고통과 심장 부위에서 튀어나온 검, 자신의 뒤에 있던 누군가가 자신을 찌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 있던 사람은 분명….

“어, 어떻게…?”

혁목안은 망연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그는 볼 수 있었다.

항상 자신에게 화사한 웃음만을 보여 줬던 하연이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그리고 그녀의 손에 쥐어진 검이 자신의 등을 관통한 것을 말이다.

“왜, 왜…?”

울컥!

입을 벌렸던 혁목안의 입에서 피가 울컥 솟구쳐 나오며 그는 그대로 그 자리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흥문 지역의 패자로 자리매김한 백숙방의 방주 혁목안이 어이없는 죽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천장에서 스르르 나타난 누군가가 바닥으로 소리 없이 떨어져 내렸다.

얼굴의 반은 흉터, 나머지 반은 화상 자국으로 일그러진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추한 얼굴의 남자였다.

그가 분노한 얼굴로 하연에게 소리쳤다.

“무슨 짓이냐?! 죽이는 건 내가 하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흉측한 파면을 가진 그가 분노해 소리치자 마치 악귀가 포효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하연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에이, 누가 죽이면 어때서 그래요? 더 쉽게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죽이면 되지. 안 그래?”

그러자 하연의 오빠라며 문을 부수고 들어온 청년이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쉽게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죽이면 되지. 덕분에 절정 고수라는 혁목안을 쉽게 죽일 수 있었잖아요. 그럼 됐죠, 형님.”

하지만 그들의 말에도 파면의 청년은 화를 풀지 않았다. 그가 여전히 흉측한 얼굴로 분노해 소리쳤다.

“이 말썽쟁이들 같으니! 내가 왜 너희들과 함께 행동하는지 모르는 것이냐?! 너희들 손에 피를 묻힐 것 같으면 차라리 나 혼자…!”

그때 하연이 짜증 난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오라버니! 나 지금 저런 늙은이한테 내 맨살을 보여 줘서 기분이 좀 안 좋거든요?! 잔소리할 시간에 차라리 먹을 것 좀 사 주시면 안 돼요?!”

그러자 분노해 소리치던 파면의 청년은 갑자기 당황한 표정이 되어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 그, 그렇겠구나, 하연아. 미안하다. 오라버니가 돼서 그런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내가 잘못했다. 뭘 먹고 싶으냐? 뭘 사 줄까?”

갑자기 안절부절못하게 된 청년의 모습에 하연은 슬쩍 웃으며 문 앞에 서 있는 청년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뭐, 오라버니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어쩔 수 없죠. 뭐가 좋으려나?”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문 앞에 선 청년, 그녀의 쌍둥이 남매인 하군에게 눈을 찡긋하자, 하군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연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소리쳤다.

“아! 생각났어요! 술! 오늘은 술을 마시고 싶어요! 오라버니, 술 사 주세요!”

그러자 하군 또한 손뼉을 치며 동조했다.

“오! 그거 멋진데?! 좋은 의견이야! 술! 저도 술을 마시고 싶어요, 형님! 술 사 주세요!”

갑작스러운 동생들의 성화에 파면의 청년, 적마혁은 이제 인상을 확 구기며 소리쳤다.

“뭐, 뭐?! 술?! 안 돼! 아직 열여덟밖에 안 된 것들이 무슨 술을 마시겠다는 거야?! 절대 안 돼!”

“아아앙! 오라버니! 저 오늘 늙은이한테 맨살 보여 줘서 기분이 안 좋단 말이에요!”

“저도요, 형님! 저도 기분이 안 좋아요! 오늘 하연이 맨살을 봤더니 갑자기 구토가 올라오는 게…!”

“뭐라고?! 죽을래, 이 자식아?!”

“뭐, 인마?! 존댓말 안 써?! 나도 네 오라버니거든?!”

“뭐라고? 맞고 싶다고?”

적마혁은 자신에게 술을 사 달라고 조르다 갑자기 서로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한 동생들을 문득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그에게 두 동생을 맡기고 숨을 거두신 그 순간부터 그의 삶은 오직 두 동생을 위한 헌신의 나날들뿐이었다.

그래서 이 소중한 아이들만큼은 절대 자신처럼 더러운 살수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안타까움에 그의 눈빛이 어두워져 갈 때, 문득 그의 감각에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만!”

적마혁은 동생들에게 주의를 주고는 문밖을 바라봤다.

그러자 적하연과 적하군 또한 언제 툭탁거렸냐는 듯 바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쪽을 바라봤다.

다음 순간 문 안으로 들어온 이는 흑의를 입은 복면인이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혁목안의 시체를 확인하고는 야비한 목소리로 적마혁에게 말했다.

“오! 성공했군! 아무리 초입이라지만 절정의 고수인 혁목안을 진짜 암살하다니! 역시 칠살은 천재라니까! 내 바로 문주께 보고하도록 하지!”

그러자 사천살문의 칠살인 적마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한 소리 하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라, 십이영. 여긴 왜 온 거지?”

적마혁의 진득한 살기가 몸을 찌르자, 그는 찔끔한 듯 과장된 어조로 바로 대답했다.

“아, 기분이 또 별로인가 보군. 그럼 용건만 간단히 하고 빨리 가겠네. 문주님께 긴급 지령이 들어왔다네. 비천흑랑 선우진이라는 자가 곧 이쪽을 지나갈 거라는군. 그자를 찾아내 반드시 척살하라는 명령이셨네. 내공 칠십 년 이상의 고수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던데? 어제저녁에 삼살, 오살, 육살을 모두 보내 버린 모양이야.”

그 말에 적마혁의 눈이 움찔했다.

“삼살, 오살, 육살을 모두 죽인 내공 칠십 년 이상의 고수라고? 지금 그런 자를 나 혼자 처리하라는 건가?”

그러자 십이영이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

“에이, 네가 혼자는 아니지 않나? 든든한 동생들이 있는데. 컥!”

그 순간 적마혁이 십이영의 목을 콱 움켜잡으며 씹어뱉듯 말했다.

“네 더러운 입에 감히 내 동생들을 담아? 정녕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하지만 목이 잡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도 십이영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크큭! 날 죽이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 텐데?”

그러고는 적마혁의 동생들에게로 눈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네 동생들이, 더 이상 약을 공급받지 못해 고통스럽게 죽어 가도 상관없다는 건가?”

적마혁은 십이영의 목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을 사천살문으로 끌어들인 자, 그리고 적당히 돈을 벌고 나오려고 했을 때 자신의 역린인 동생들의 정보를 사천살문에 넘겼던 자가 바로 이 십이영이었다.

그래서 결국 동생들은 적마혁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살문에 의해 적마혁 자신도 먹었던 고(蠱: 독벌레)를 먹게 되고 말았었다.

일정 기간마다 해약을 먹지 않으면 숙주를 죽이는 고를 말이다.

적마혁은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동생들의 목숨을 이용해 족쇄를 채운 살문을 미친 듯이 증오했다.

‘이 개 같은 자식들! 절대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동생들을 살리기 위해선 그들의 개가 될 수밖에.

게다가 적마혁에게 족쇄를 채우기 위한 살문의 조치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 후 그의 동생들 또한 사천살문의 살수로서 교육을 받아야만 했으니까.

너무도 끔찍한 일이었지만 그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왕 고를 먹은 이상 동생들도 자신들을 지킬 힘은 갖추는 것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후, 적마혁은 사천살문에 사정해 간신히 동생들을 휘하 살수로 삼아 함께 활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에게 있어 지금 눈앞에 있는 십이영은 바로 동생들에게 고를 먹이고 살수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원흉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 개자식.”

적마혁의 눈이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끓어오르는 증오심에 그의 목을 쥔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커커컥!”

그때 여동생인 적하연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적마혁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

적마혁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서야 간신히 감정을 자제할 수 있었다.

적마혁은 십이영의 목을 놔주며 벽으로 집어 던졌다.

콰아앙!

“커억! 컥! 컥!”

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진 채 컥컥거리고 있는 십이영을 향해 말했다.

“정보나 내놔라. 그리고 다시는 그 더러운 입으로 내 동생들을 담지 마라. 정말 죽고 싶지 않다면.”

그러자 십이영이 아픈 듯 목을 어루만지면서도 큭큭거리며 대답했다.

“크크큭! 그러지. 일단 그자의 이동 경로는….”

하지만 적마혁은 알지 못했다.

원래 살짝 간만 보고 불가능할 것 같으면 시도하지 말라고 내려온 지령을 십이영이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바꿔 전달했다는 사실을.

십이영, 그가 원한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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