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교전선 비룡십삼대-137화 (124/359)

137화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

선우중과 선우진이 다시 만났던 날, 선우중은 의아한 얼굴로 선우진에게 물었었다.

“어떻게 저들을 내칠 수 있다는 것이냐?”

그러자 선우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제나라 때 안자의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에 대해 아시지요?”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란 과거 공자도 존경심을 표했던 제나라 때의 명재상 안영이, 무력이 뛰어나 아무도 건드릴 수 없었던 세 명의 무장을 복숭아 두 개로 상잔시켰던 고사를 말했다.

그때 안영은 세 명의 무장 중 가장 공로가 뛰어난 무장 둘에게만 복숭아를 하나씩 주도록 했고, 서로 공로가 뛰어남을 자랑하던 무장들은 결국 모두 죽고 말았었다.

그러자 선우중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안자의 고사라면 나도 잘 알고 있다. 근데 그 얘기를 왜 지금 꺼내는 것이냐?”

선우중의 질문에 선우진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버지도 저들에게 복숭아를 주시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마침 제갈세가라는 참관인도 있으니 복숭아 하나를 던져 준다면 저들도 복숭아를 더 달라고 조르기보단 주어진 것을 자신이 먹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선문답 같은 선우진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던 선우중의 표정은,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 준 선우진의 설명에 점점 더 밝아지기 시작했다.

웃으며 화답하는 제갈지용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제껏 자신들에게 늘 정중했지만 벽을 치는 듯한 느낌이었던 선우중의 모습과는 뭔가 다른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지?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는 듯한데….’

제갈지용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선우중은 자신의 자식들을 엄한 얼굴로 꾸짖었다.

“너희는 전선에서 무사히 돌아와 준 진이가 보이지도 않는 것이냐? 왜들 아무 말도 없는 것이냐?!”

그러자 사람들의 눈이 모두 탁자 한쪽에 앉아 있던 잘생긴 청년에게로 향했다.

이미 음식이 가득 준비된 탁자에는 선우중의 네 부인들도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한쪽에 낯선 얼굴의 청년 한 명이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부인들과는 이미 인사를 나눴는지 모두 어색한 표정들이었다.

그러자 그를 발견한 선우 형제들의 눈이 놀라움에 크게 확대됐다.

“어, 어, 네, 네가, 정말 진이냐?”

“몰라보게 살이 빠져 진이인 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혀, 형님, 무사히 돌아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 마냥 좋은 듯 사람 좋게 웃고 있던 선우진은 그들에게로 달려가 덥석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

“형님들! 잘 지내셨습니까?! 이렇게 다시 뵈니 정말 좋습니다! 기야! 잘 지냈느냐?!”

과하게 반가워하는 선우진의 행동에 형제들은 차마 뭐라고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어 줬다.

그러자 선우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선우연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연하야! 잘 지냈느냐?! 오라버니가 얼마나 너를 보고 싶어 했는지 아느냐?!”

“아, 네, 네. 오라버니.”

사실 본전에 들어오자마자 선우진을 발견했던 선우연하는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안색에 선우진은 다시 걱정스럽게 물었다.

“연하야, 안색이 좋지 않구나! 어디 몸이라도 불편한 것이냐?!”

“아, 아닙니다. 그저 약간 어지러워서….”

그때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가주 선우중이 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손님들이 계시는데 언제까지 서 계시게 할 작정이냐? 모두 자리에 앉거라.”

그의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모두 푸짐한 음식이 차려진 탁자에 앉았다.

제갈서율은 탁자에 앉으며 선우진을 유심히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너무 깜짝 놀랄 만큼의 변신이었다.

살에 파묻혀 눈도 보이지 않던 그 돼지가 저런 미공자로 변신하다니.

기본적으로 선우가의 자제들이 모두 잘생기긴 했지만, 저 정도 외모라면 가장 잘생겼다고 생각했던 넷째 선우기보다도 오히려 더 낫다고 느껴질 정도가 아닌가.

물론 살이 빠지고도 여전히 실없어 보이는 가벼운 행동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갈서율은 어쩐지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왜지?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거지?’

그러다 제갈서율은 문득 깨달을 수 있었다.

선우진이 지금까지 자신에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아니, 보기는 했지만 그저 지나가는 행인을 보듯 무심하게 눈인사를 건넸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늘 남자들의 시선을 독차지하곤 했던 그녀에게 있어 너무나도 낯선 느낌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선우중이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오늘은 셋째 진이가 전선에서 무사히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경사스러운 날이오. 이제 진이가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면 언제 또 모든 식구가 모일지 알 수 없구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으니 모두 즐겁게 식사를 해 보도록 합시다.”

그의 말이 끝나자 모두 식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결코 즐겁지 않았다.

모두가 불편하거나 어색한 얼굴로 말없이 음식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단 한 명만 빼고.

“우와아! 이거 정말 맛있네요! 전선에선 꿈도 못 꾸던 음식인데! 오오오! 이것도?! 우와아아! 꿀맛!”

주변 분위기는 느껴지지도 않는지 혼자 흥분한 선우진만이 와구와구 음식을 배 속으로 쑤셔 넣고 있는 중이었다.

그 게걸스러운 모습에, 살이 빠진 그를 보고 놀랐던 가족들도 ‘네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한심한 눈빛으로 그를 경멸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선우진을 바라보던 선우중이 문득 제갈지용에게 말을 걸었다.

“제갈가에선 지금도 저희 선우십삼검을 높이 평가해 주고 계십니까?”

돌려 말하긴 했지만 여전히 검법을 탐내고 있냐는 뜻이었다.

가족들의 식사 자리에서 나온 민감한 주제에 제갈지용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선우십삼검이 천하제일의 환검인 것이야 변하지 않는 진실이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선우중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말했다.

“오래 고민해 봤는데, 가문의 절기를 함부로 외인에게 전수하는 것은 절대 불가한 일이오.”

그건 이제껏 선우중이 계속 말해 왔던 얘기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를 꺼내는 것은 분명 뭔가가 있단 얘기였다.

제갈지용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그러자 선우중은 역시나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한 식구라면 어려울 것도 없겠지요.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소?”

“…어떻게 말입니까?”

“선우가의 가주가 될 후계자와 저기 제갈 소저께서 대련을 해 이긴 쪽 가문으로 시집 장가를 보내는 것으로 말입니다. 저희 후계자가 이긴다면 제갈 소저가 저희 며느리로 들어오는 것이고, 제갈 소저께서 이긴다면 저희 후계자는 데릴사위로 제갈가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그러자 제갈서율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뭐가 어찌 됐든 자신은 선우가의 자제들과 혼인을 하게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그래서 제갈서율이 굳은 얼굴로 뭐라고 말을 꺼내려 할 때, 옆에 있던 제갈지용이 그녀를 슬쩍 만류했다.

제갈지용의 두뇌는 현재 맹렬히 회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선우세가에는 아직 후계자가 없었다.

하지만 누가 후계자가 되든 제갈서율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러니 승자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제갈서율을 선우세가의 후계자와 혼인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 선우중이 그런 무리한 요구를 이런 곳에서 꺼낼 것 같지는 않았다.

제갈지용이 허허롭게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지든 이기든 서율이가 선우가의 며느리가 되는 것이라면 대결의 재미는 별로 없겠군요. 이길 때 상품이 큰 것이어야 대결도 재미가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자 선우중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래서 저도 선우가의 후계자가 진다면 혼인 상대 또한 저기 제갈 소저가 아닌 다른 소저여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제갈지용의 눈빛이 번뜩였다.

“서율이가 아닌 다른 아이여도 상관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중요한 것은 제갈가와 한 식구가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결에서 패해 놓고 언감생심 제갈 소저를 며느리로 욕심낼 수는 없지요.”

그 말에 제갈서율의 표정 역시 빠르게 상기됐다.

사실상 자신이 이기는 건 정해진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대결에서 이기고 대충 방계의 여식과 선우가의 후계자를 혼인시킨다면 선우십삼검을 넘길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지나치게 좋은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 지나치게 좋은 조건에 제갈지용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일단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왜 갑자기 저런 마음을 먹었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잠시 뜸을 들인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로서는 당연히 수락하고 싶은 조건입니다. 근데 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시는지가 문득 궁금해지기는 하는군요.”

그러자 선우중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다 가문을 위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제갈지용은 그 웃음에 섞인 씁쓸한 감정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해했다.

‘지금 선우가는 외부 세력에 의해 너무 많이 잠식되어 있다. 게다가 후계자가 될 자제들의 재능은 신통치 않지. 이대로라면 선우중, 선우 가주가 물러난 후 선우세가의 쇠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차라리 제갈세가의 식구가 되어 지원을 받는 쪽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군.’

계산을 끝낸 제갈지용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함부로 대답할 수는 없는 문제이니 일단 가주님께 허락을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양가를 위해 꼭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지요.”

“허허허! 감사드립니다.”

흡족한 얼굴로 웃음 지은 제갈지용은 문득 생각난 듯 선우중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선우세가에는 아직 후계자가 없지 않습니까? 저희에게 이런 제안을 주신 건 혹시 가주께서 후계자를…?”

그러자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예리하게 번뜩였다.

기실 모든 부인들과 자녀들은 아까부터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중이었다.

선우가 후계자와 제갈세가와의 혼인이라니, 너무도 갑작스럽고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들들의 집중도는 더 높았다.

잘만 하면 그들의 우상인 제갈서율과 혼인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절대 다른 형제에게 양보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러자 선우중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긍정에 이제껏 물밑에서 치열하게 후계자 싸움을 벌여 왔던 모든 이들의 눈이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확대되고 있었다.

“예, 오래 생각해 봤습니다만, 역시 무가의 후계자는 무공이 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장 무공이 강한 아이를 후계자로 지명할 생각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맏이인 선우성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환해졌다.

무공이 가장 강한 것은 누가 뭐래도 선우성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자신의 외가 쪽 세력인 개양문이 귀주팔세의 하나인 둘째 선우혁의 하씨세가나, 넷째 선우기를 밀고 있는 다섯째 선우연하의 운씨세가에 비해 많이 밀렸기에 불안해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랬던 것을, 아버지께서 드디어 실력만으로 후계자를 정하겠다고 결심하셨던 것이었다.

게다가 사모하던 제갈서율과 혼인할 수 있을지도 모를 기회를 얻게 되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없었다.

그때 가주 선우중이 아들들을 향해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가장 무공이 높은 게 누구였지?”

그러자 선우성이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접니다, 아버지! 저만 일류의 경지에 들어서 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 일류 중급의 경지로 올라섰습니다!”

그의 말에 선우중은 흐뭇하게 웃으며 그를 칭찬했다.

“그래? 성이가 노력을 많이 한 모양이구나. 그래도 얼마 후에 공평하게 형제들끼리의 대련으로 결정할 것이니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여라.”

“예! 알겠습니다!”

선우성의 표정이 더할 수 없을 만큼 환해져 있는 지금, 다른 형제들의 표정은 매우 좋지 않은 상태였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폭탄선언이 그들에겐 너무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선우성이 일류 중급의 경지에 올라섰다니, 아직 검기상인의 경지도 넘어서지 못한 다른 형제들에겐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차이가 아닐 수 없었다.

부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뚱뚱한 첫째 부인이 환하게 웃음 짓고 있을 때, 표독한 인상의 둘째 부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평소 같으면 당장 소리를 질렀겠지만, 그녀도 제갈세가의 사람들 앞에서 무례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공, 아무리 그래도 무공만으로 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은….”

그러자 선우중이 엄한 얼굴로 꾸짖었다.

“제갈가와 한 식구가 되기 위한 대결을 앞둔 와중에 개인의 실력으로 후계자를 정하지 않으면, 설마 외가의 세력으로 후계자를 정하기라도 하란 말이오?!”

둘째 부인인 하 부인은 마음 같아서야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제갈세가의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할 만큼 부끄러움을 모르지는 않았다.

결국 하 부인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은근히 하 부인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넷째, 다섯째 부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선우중은 이제 엄한 표정으로 선언하듯 말했다.

“지금부터 이 주 후, 형제간의 대결을 통해 선우가의 후계자를 결정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그렇게 정해진 후계자가 저기 제갈 소저와 대결을 벌이게 될 것이오! 이것은 선우가의 가주인 나 선우중의 결정이니 추후 어떤 반론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밝히는 바이오!”

그 광경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제갈서율은 문득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봤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 구겨진 표정으로 안색이 흙빛으로 물든 사람.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제갈세가의 사람치곤 머리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갈서율로서는, 이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다.

뭔가 재밌어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말이다.

문득 전음으로 숙부 제갈지용에게 물었다.

- 숙부님, 이게 저희에게도 괜찮은 건가요?

그러자 바로 답이 돌아왔다.

무척 밝은 목소리의 전음이었다.

- 선우가주가 내부를 단속하기 위해 제갈세가에 선을 대기로 결정한 모양이구나. 우리로선 나쁠 것이 있겠느냐? 너는 그저 방심하지 말고 대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느니라.

그런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었다.

대결에서 이기는 것이야 제갈서율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아니던가.

고작 일류 중급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있는 저 선우성이 상대라면 질 가능성조차 없었다.

그녀 또한 이제 환하게 웃음 지을 수 있었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시선을 한쪽으로 돌렸다.

선우진이 앉아 있는 쪽이었다.

그는 주변 돌아가는 상황은 관심도 없는지 열심히 음식을 입속으로 욱여넣고 있었다.

너무 한심한 모습이었는데, 왜 자꾸 시선이 가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가주 선우중이 문득 맏이 선우성에게 말했다.

“그리고 성아, 며칠 후에 나와 단가장에 좀 다녀오자꾸나.”

그 말에 활짝 웃고 있던 선우성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예? 단가장 말씀이십니까? 거길 왜…?”

단가장이라면 예전 셋째 동생 선우진이 술에 취해 죽였던 단하상의 가문이었다.

그때 선우진을 전선으로 보내며 단가장엔 많은 재물을 보내 사과를 했었는데, 아버지 선우중이 갑자기 그곳을 가자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자 선우중이 선우진을 힐끗 보고는 다시 말했다.

“내 마음에 가장 걸리는 곳이 단가장이다. 이번에 진이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그곳에 다시 인사를 드리는 것이 가주로서의 의무가 아닐까 싶구나. 진이가 그곳을 직접 갈 수는 없을 테니 아무래도….”

그러자 선우성은 씨익 웃으며 바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오겠습니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싫은 기색을 보이며 이런저런 핑계로 뒤로 뺐겠지만, ‘가주의 의무’라는 단어가 나온 이상 절대 피할 수 없었다.

더더군다나 아들 중 자신만 데리고 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겠는가?

벌써부터 차기 가주로서 인정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선우성은 이제 못난 동생을 대신해 단가장에 다녀와야 한다는 열정에 불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가주 선우중과 둘이서만 단가장에 다녀온다는 말을 들은 다른 식구들의 눈빛이 예리하게 번뜩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 또한 알지 못했다.

단가장의 얘기가 나왔을 때 잠시 시무룩해져 있다가 다시 음식을 쑤셔 넣기 시작한 선우진이 그들의 분위기를 보며 속으로 웃음 짓고 있음을 말이다.

선우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자, 이제부터 서로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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