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숨겨진 칼날-1
식사를 마치고 다들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
문득 누군가 뒤에서 제갈서율을 불렀다.
“제갈 소저!”
한동안 선우세가에 있던 그녀에게는 낯선 목소리, 바로 선우진의 목소리였다.
제갈서율은 의아한 표정으로 뒤돌아서서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뭐지? 아까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더니, 역시 겉으로만 관심 없는 척하고 있었던 거였나?’
역시 그랬던 모양이었다.
하긴, 젊은 남자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자 제갈서율의 마음속에서 선우진이란 남자에 대한 평가가 조금 더 내려가며, 자존감은 조금 올라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갈서율은 이제 도도한 표정으로 멈춰서 그가 무슨 말을 할지를 기다려 줬다.
하지만 다가온 선우진이 그녀에게 한 말은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갈 소저, 청연 소저의 일로 상심이 크시지요?”
“…네? 무슨?”
갑자기 나온 친구 해청연에 대한 얘기에 제갈서율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선우진에게 반문했다.
그러자 오히려 당황한 표정이 된 선우진이 다시 물었다.
“어, 혹시,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청연 소저가 혈교도에게 당했다는….”
“네에?!”
제갈서율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청연이 혈교도에게 당했다니.
그녀의 친구 해청연이 전선으로 가 버린 후, 제갈서율은 그녀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원래 그런 성격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또 그녀의 친구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전혀 걱정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런 해청연이 혈교도에게 당했다고?
제갈서율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거짓말이죠? 처, 청연이가, 그, 그럴 리가….”
하지만 선우진은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듯 어두운 표정으로 힘겹게 대답했다.
“…모르고 계셨군요. 맹으로 보고가 들어갔기에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뇨, 아니에요. 그보다 청연이, 청연이가 정말…?”
제갈서율은 너무 놀라 말을 더듬는 것은 물론, 손까지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그녀에게, 선우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그러자 제갈서율은 이제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 되고 말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선우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런 그녀에게 맹에 보고한 것과 똑같은 상황을 설명해 줬다.
“후우우, 청연 소저는 제갈 소저께 보내는 서신을 제갈 군사께 전달한 얼마 후에 혈교의 마두에 의해 납치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러자 제갈서율이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말도 안 돼. 말도…. 그리고, 그리고 서신이라니요? 무슨 서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녀의 물음에 선우진이 약간 놀란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설마 못 받으신 겁니까? 제갈 군사께서 전선에 오셨을 때 청연 소저가 제갈 소저께 보낼 서신을 맡겼었는데요.”
“…네? 아뇨, 아버지께선 전혀 그런….”
그 순간, 몇 가지 사실들이 제갈서율의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얽혀 들었다.
- 친구 해청연이 아버지께 서신을 맡겼다.
- 그런데 아버지는 자신에게 해청연의 서신을 전달해 주지 않았다.
- 그리고 그 얼마 후 해청연이 혈교의 마두에 의해 납치됐다.
이 세 가지 사실이 제갈서율의 머릿속에서 뭔가 불길한 결론으로 조합되고 있었다.
게다가 제갈서율은 얼마 전 우연찮게도 아버지가 해청연의 아버님인 검성 해운백을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 않았던가.
‘설마…?’
그리고 나온 추측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
너무 충격을 받은 제갈서율은 무인답지 않게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비틀!
“소저!”
선우진은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그녀를 놀란 얼굴로 부축해 줬다.
그러자 제갈서율이 핏기 없이 창백해진 얼굴로 선우진에게 인사했다.
“아, 고마워요, 공자.”
“아닙니다, 소저. 어디가 불편하신 겁니까?”
“아니에요, 그저….”
불편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심이 그녀를 너무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제갈세가 사람들, 특히 아버지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얘기를 남에게 할 순 없었다.
짙은 혼란에 그녀의 눈빛이 혼탁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선우진은 예리하게 관찰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제갈서율이 해청연을 친구로 생각하는 건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녀의 아버지 제갈지강이 하는 일도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고 말이다.
‘그렇다면….’
선우진이 나중에 이 사실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셋째 형! 지금 뭐 하는 거요?!”
문득 고개를 돌려 보니 넷째 선우기가 시뻘게진 얼굴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거의 안다시피 제갈서율을 부축하고 있는 선우진의 모습에 오해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그제야 서로 지나치게 몸이 근접해 있었음을 깨달은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 떨어졌다.
그리고 그 광경은 선우기의 의심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었다.
사납게 달려온 선우기가 다시 소리쳤다.
“감히! 감히 지금 제갈 소저께 무슨 짓을 했던 거냔 말이요?!”
그러자 선우진은 황급히 손바닥을 내저으며 변명했다.
“무, 무슨 짓이라니?! 아니다! 제갈 소저께서 몸이 안 좋으신 듯하여 잠시 부축해 드린 것뿐이야!”
제갈 소저가 몸이 안 좋다고?
그 말에 흠칫한 선우기가 놀란 표정으로 제갈서율을 보며 물었다.
“몸이 불편하신 겁니까, 소저?!”
그러자 이제 어느 정도 평정을 회복한 제갈서율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요. 그리고 아깐 감사했어요, 선우 삼 공자.”
“아닙니다. 별일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부드럽게 대화를 나눴다.
잠깐 사이였지만 뭔가 알 수 없는 공감대가 생긴 것만 같았다.
그러자 안 그래도 두 사람을 의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선우기가 분노로 눈을 실룩거리며 끼어들었다.
“소저! 몸이 불편하시면 제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선우기는 아까 선우진이 제갈서율과 몸을 밀착했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부러웠다.
자신도 어떻게든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평정을 되찾은 제갈서율이 그걸 허락해 줄 리 만무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이제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럼 저는 이만.”
그녀의 단호한 거절에 선우기의 표정이 안타까워졌다.
큰형 선우성에게 그녀를 빼앗길지도 모르는 이 와중에 이대로 그녀를 보낼 수는 없다는 절박감마저 들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선우기의 눈에 문득 선우진의 모습이 들어왔다.
두들겨 팰 이유가 너무나도 많은 셋째 형의 바보처럼 웃고 있는 모습이.
선우기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리는 제갈서율에게 물었다.
“소저, 이제 몸이 괜찮아지셨다면 혹시 소생과 셋째 형님의 비무를 좀 참관해 주시지 않겠소?”
그러자 돌아가려던 제갈서율이 멈칫했다.
“…비무라고요?”
제갈서율은 무공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대결을 좋아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 한 가지를 뽑자면 비무에서 이기는 것이었고, 두 번째를 뽑자면 비무를 하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는 바로 비무를 참관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가뜩이나 신경이 쓰였던 선우진의 비무를 참관하는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선우진은 갑작스러운 동생의 말에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무, 무슨 소리냐, 기야?! 너와 내가 비무라니?!”
그러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우진을 노려보며 선우기가 말했다.
“살도 쏙 빼셨으니 이제 이 차전을 해야 할 것이 아니오. 설마 그때 나를 그렇게 기절시켜 놓고 그냥 넘어갈 생각이셨소, 형님?”
“아, 아니, 그건 네가 일방적으로…!”
선우진은 양팔을 휘저으며 절대 안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선우기에게 그 말을 들어줄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가 선우진의 말을 끊으며 바로 달려들었다.
“하아압!”
분노를 담은 선우기의 정권이 네 개로 분열했다.
선우기는 이번만큼은 전혀 방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확실히 예전보다 진일보한 선우기의 질풍십삼박이 최선을 다해 선우진을 덮쳐 가고 있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허무하게도 그 네 개의 주먹은 모두 정확하게 선우진의 몸에 꽂히고 말았다.
퍼버버벅!
“끄어어어억!”
아무것도 막아 내지 못한 선우진이 멱을 따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 나가 꼴사납게 땅을 뒹굴고 있었다.
그러자 오히려 당황한 선우기의 신형이 잠시 멈칫했다.
이번 공격은 단 한 번의 일격을 위해 세 번의 허초를 펼쳤던 것이었다.
그런데 허초, 실초 할 것 없이 모두 적중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간 최선을 다했던 선우기가 허무해질 정도의 허접한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고! 기야! 형 죽는다! 아이고!”
선우기는 비명을 지르며 꼴사납게 땅을 구르고 있는 선우진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날 저 돼지에게 당해 기절한 후 얼마나 많은 치욕을 당했었던가.
심지어 선우가의 치욕은 사실 선우진이 아니라 선우기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수군거림까지 들어야만 했었다.
그랬는데….
“기가 막히는구나. 이따위 쓰레기 때문에 그런 치욕을 당하다니!”
화가 풀리지 않은 선우기는 땅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선우진을 발길로 후려 찼다.
퍼억!
“아이고! 기야!”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제갈서율의 얼굴에도 짙은 실망감이 드리워져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잘생긴 얼굴에 뭔가 있는 듯한 분위기에 자꾸 신경이 쓰였었는데.
그래서 자신을 부축해 줄 때도 어쩐지 살짝 두근거렸었는데.
그랬던 그가 사실은 이런 쓰레기였었다니.
뭔가 배신까지 당한 기분이었다.
제갈서율은 더 볼 것도 없이 그대로 몸을 돌려 돌아가기로 했다.
저항하지도 못하는 상대에 대한 선우기의 손속이 좀 과해 보이긴 했지만 그걸 지적해 줄 마음도 들지 않았다.
‘돼지였던 지난번에도 방어만큼은 괜찮게 하더니만, 이젠 그조차도 못 하다니. 전선에 가서 오히려 실력이 떨어졌…!’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가던 제갈서율의 머릿속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실력으로도 멀쩡히 살아서 휴가를 나올 수 있을 만큼 전선이 만만한 곳이었던가? 심지어 그 청연이마저도 죽었다는 전선이? 그리고 그런 전선에 가서 오히려 실력이 줄어 왔다고? 살은 저렇게 빠졌는데?’
제갈서율은 문득 다시 뒤돌아 선우진의 모습을 확인해 봤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몸을 웅크린 채 난타당하고 있는 선우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아무리 봐도 진짜로 심하게 얻어맞고 있었다.
설사 실력을 숨긴 무사라고 해도 저렇게 맞으면 죽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또다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고민해도 소용없다는 결론을 낸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선우기를 제지하기로 했다.
저대로 맞다간 진짜 선우진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선우기 공자, 저항하지도 못하는 상대를 그렇게 두들겨 패는 게 재밌나요?”
솔직히 선우기는 재밌었다.
지난 몇 개월간 쌓여 있던 울분이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제갈서율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도 번쩍 정신이 들고 말았다.
그녀 앞에서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이고 말았던 것이었다.
선우기가 깜짝 놀라 그녀를 향해 변명하려 했다.
“아, 소, 소저, 이건 그저….”
하지만 제갈서율의 표정을 본 선우기는 계속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한 번도 보여 준 적이 없는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제갈서율은 늘 속으로 그를 경멸하곤 했었다.
이렇게 직접적인 표정으로 보여 준 건 처음이었지만 말이다.
그녀가 얼음도 얼 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파인은커녕, 무인 같지도 않군요.”
차갑게 말을 던진 제갈서율은 그대로 등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우기는 황급히 따라가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제, 제갈 소저!”
절대로 그녀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선우기가 제갈서율을 따라가 잡으려는 순간, 제갈서율이 검파를 움켜잡으며 한순간 절정고수의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화악!
“허억!”
그 위협적인 기세에 선우기는 그 자리에 급히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제갈서율은 얼음이 되어 버린 그를 옆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따라오지 말아요. 베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
선우기의 담력은 절정고수의 경고를 무시할 만큼 크지 못했다.
그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잠시 선우진을 원독이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던 선우기는, 혹시라도 제갈서율이 돌아올까 두려워서 더 그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가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혼자 남은 선우진은 툭툭 먼지를 털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유롭게 일어섰다.
마인들과 드잡이할 정도의 외공을 익힌 선우진에게 있어서 선우기의 구타를 견디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아픈 척 연기하는 것이 더 힘들었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적마혁의 걱정스러운 전음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 괜찮으십니까, 공자?
선우진은 피식 웃으며 대답해 줬다.
- 아니, 안 괜찮아. 너무 간지럽더라고. 옷도 더러워져서 찝찝하고 말이야.
나름 괜찮다는 말을 유쾌하게 하기 위해 했던 말이었는데, 적마혁에게는 그 의도가 별로 통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가 안쓰러운 목소리로 다시 전음을 보냈다.
- 공자께서 저따위 놈에게 굳이 그렇게까지 당해 주실 필요가 있었습니까?
아마도 자신이 너무 많이 불쌍해 보였던 모양이었다.
쓰게 웃으며 다시 전음을 보냈다.
- 그럴 필요가 있었지. 지금 난 아주 보잘것없고 약한 존재로 인식되어야만 하니까. 명심해. 우리가 진짜 상대해야 할 자들은 저런 허접한 자들이 아니고, 칼은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그러자 잠시 후 적마혁의 대답이 들려왔다.
- …명심하겠습니다, 공자.
하지만 그렇게 납득하는 듯했던 적마혁은 잠시 후 다시 전음을 보냈다.
평소와 다른 조금 긴 전음이었다.
- 솔직히 저는 공자가 부러웠습니다. 모든 걸 다 갖고 태어나신 분일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시련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잠깐 지켜봤을 뿐이지만 제가 공자의 입장이었다면 과연 그 시련을 견뎌 낼 수 있었을지 자신이 없군요.
어딘지 감상에 젖은 듯한 목소리였다.
그의 전음에 선우진은 빙긋이 웃음 지었다.
하여간 마음이 여린 남자가 아닐 수 없었다.
저런 마음으로 살수 생활은 어떻게 견뎠을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때였다.
동생인 선우연하 쪽을 감시하라고 보내 놨던 견중이 돌아와 전음을 보내왔다.
- 공자, 말씀하신 대로 선우연하 소저가 어떤 잘생긴 젊은 남자와 접촉했습니다. 주의 주신 대로 가까이 접근하지는 않았지만 대단히 위험하게 느껴지는 남자였습니다.
선우진은 지난번 정협방과의 대결에 얽혀 있었던 운씨세가가 높은 확률로 혈교에 먹혔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오문 귀양 지부장 노삼룡으로부터 그 예상이 정확했음을 확인받을 수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선우진은 막내 선우연하를 주목했다.
운씨세가를 외가로 둔 그녀이기에, 혈교에서 선우세가 쪽으로 손을 뻗친다면 높은 확률로 그녀를 통하리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선우세가를 노리고 있다면, 아버지 선우중이 사실상 맏이 선우성을 후계자로 삼겠다고 선언한 지금, 절대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선우진이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좋아, 딱 좋은 시점에 나타나셨군.”
그리고 견중이 알려 준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