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숨겨진 칼날-2
그 시각, 선우연하는 외가인 운씨세가에서 새로 영입했다는 젊은 고수 백상유라는 자를 만나고 있었다.
선우연하는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또 무슨 일로 오신 거죠, 백 대협?”
하지만 차가운 척하는 그녀의 가슴은 살짝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제 두 번째 보는 거지만, 그는 정말이지 얼굴에서 빛이 날 만큼 잘생긴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인근에서 미남 형제라고 소문이 자자한 선우가 형제들의 외모에 익숙해 있는 선우연하였지만, 그의 외모는 정말 그 차원을 달리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소저가 보고 싶어 왔다오.”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것만 같은 말이었다.
첫 번째 만남 때도 그랬지만 저 남자는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곤 했다.
선우연하는 자신이 마음을 준 정인이 있지 않았다면 홀딱 넘어가 버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대꾸했다.
“어이가 없군요. 요즘 세가에서는 영입 무사들 관리를 안 하나 봐요?”
그 당돌한 대꾸에 백상유, 원래 사천제일공자라 불렸던 구유상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역시 소저의 대답은 늘 내 예상을 뛰어넘는구려, 하하하하!”
구유상은 여태껏 자신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인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어떤 여인도 그저 얼굴 한 번 보는 것만으로 늘 자신에게 질척하게 매달리곤 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구유상은 진심으로 선우연하와 대화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는 중이었다.
그가 빙긋이 웃으며 다시 물었다.
“혹시 소생이 운씨세가에서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란 생각은 안 드시오?”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빛을 뿌리는 것 같고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 것 같았지만, 선우연하는 단단히 마음을 단속하려 노력했다.
‘내 마음은 이미 한 명에게 주었어. 이자는 그냥 지나가는 남자일 뿐이야.’
그렇게 속으로 되뇌인 선우연하는 다시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었다.
“중요하다고요? 가주님이 아닌 다음에야 세가에서 중요한 사람들은 더 바쁘거든요? 혹시 가주님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신 거죠?”
사실 그게 맞기는 하지만 구유상은 그저 빙긋이 웃음 지었다.
이 소저가 틱틱거리는 모습은 귀여운 고양이가 재롱을 떠는 것처럼 귀엽기 그지없었다.
구유상은 빙긋이 웃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선우연하를 바라봤다.
그러자 더 견디기 힘들 것 같았던 선우연하는 급하게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여유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곧 소문이 나겠지만, 아버지께서 첫째 오라버니를 후계자로 결정하셨다고요.”
선우연하의 의도는 적중했다.
그 말에 구유상의 표정이 확 굳어졌던 것이다.
“첫째 오라버니라면… 선우성 공자를 선우세가의 후계자로 세웠단 말입니까?”
“아직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거의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이 주 후 무공 대결만으로 후계자를 정하겠다고 하셨거든요. 첫째 오라버니의 무공이 벌써 일류 중급이라니 다른 오라버니들이 상대가 될 리 없을 거예요. 세가로 돌아가 빨리 가주님께 전달하고 대책을 세우시는 게 좋을걸요? 중요한 영입 무사님?”
구유상은 인상을 찌푸렸다.
원래 선우연하의 외가인 운씨세가는 넷째 공자인 선우기를 밀고 있었다.
선우기의 외가인 서기당은 세력이 미약했고, 세력이 강한 운씨세가를 외가로 둔 선우연하는 여인이기에 후계자가 될 수 없으니, 장자인 선우성과 하씨세가를 외가로 둔 선우혁에 대항하기 위해 두 세력이 연합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구유상 또한 선우연하와 선우기를 통해 선우세가를 장악해 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식으로 후계자를 결정하다니….
‘이상하군. 이제껏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있던 것도 다른 세력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였을 텐데. 갑자기 그것을 억누를 대책이라도 생겼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구유상이 선우연하에게 다시 물었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소?”
그러자 선우연하는 제갈세가와 비무를 약속한 일, 이기든 지든 제갈세가와 한 식구가 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제갈세가! 그랬었군.’
제갈세가에 귀속되는 것으로 노선을 정했다면 확실히 다른 세력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을 것이었다.
제갈세가는 고작 귀주를 주름잡는 세력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거대 세력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건 선우세가를 노리던 구유상에게도 곤란한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제갈세가가 상대라면 손을 뗄 수밖에 없단 얘기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때 선우연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선우연하가 선우중과 선우성의 단가장 방문에 대해 얘기하려 할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하야아아아!”
선우연하와 구유상이 문득 그쪽을 바라보자, 그들은 거의 넝마가 된 선우진이 울먹이면서 달려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하야! 기가, 기 녀석이 나를 이렇게 두들겨 패지 뭐냐?! 네가 있었어야 그걸 말려 줬을 텐데! 오라버니는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그 비루한 몰골에 구유상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자는 누구요?”
그러자 선우연하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선우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전선에서 휴가를 나온 셋째 오라버니예요. 살이 확 빠졌길래 좀 변했나 싶었는데, 하는 꼴을 보니 예전과 똑같은 병신이군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선우연하의 눈빛에는 약간의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
어떻게 살아났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바보 오라버니는 자신이 주먹밥에 독을 넣었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지 않은가.
선우연하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만신창이가 된 선우진이 거의 땅을 구르다시피 하며 그녀의 앞까지 도착했다.
“연하야! 기가 정말 나를 죽이려 했단다!”
그러자 한숨을 내쉰 선우연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오라버니. 기 오라버니도 진심으로 그런 건 아닐 거예요. 보세요. 엉망이 되긴 했지만 어디 부러진 곳은 없잖아요?”
“그, 그럴까?”
“네, 괜찮아요. 가서 제가 약만 좀 발라 드리면 멀쩡해지실 거예요.”
“그, 그래. 네가 약을 발라 주면 항상 잘 낫곤 했었지.”
어린아이 달래듯 선우진을 달랜 선우연하는 이제 구유상을 보며 말했다.
“저는 이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군요.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세가로 돌아가 보세요. 대책을 세워야죠.”
그녀의 말에 선우진을 벌레 보듯 바라보던 구유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날렸다.
저런 비루한 자 때문에 오늘도 선우연하의 마음을 빼앗지 못하게 됐다니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럴 수는 없었다.
구유상은 나중에라도 저 벌레 같은 놈을 짓이겨 주겠다고 생각하며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였다.
그리고 선우진은 그런 구유상의 뒷모습을 몰래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아무래도 좋은 첫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
간단히 옷을 갈아입은 나는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실내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지금쯤 아버지께 부탁드렸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었다.
선우세가에는 네 명의 장로가 있었고, 무력대인 신응대도 일 대부터 사 대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선우세가 전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선우세가에만 충성하는 사람들일까?’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었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잡음 많은 선우세가 내에서 세력 다툼에 휩쓸리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용납할 수도 있는 것은 아니지.’
문득 지난 삶의 기억이 떠오르자 빠드득 이가 갈렸다.
지난 생에 내가 어쩔 수 없이 선우세가의 가주가 되었을 때 선우세가의 전력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버린 상태였다.
장로나 신응대 대주들이 각각 서로 다른 형제들의 외가와 결탁해서는, 후계 싸움에 패해 와해되거나 심지어 선우세가를 배신하기까지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절대 그들을 그냥 놔둘 수 없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단속할 수 있는 자들은 단속하고, 배신할 자들은 미리 쳐내야겠지.’
그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아버지께 요청드려 만나려는 사람들은 그런 자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지난 삶에 내가 가주가 될 때까지도 꿋꿋이 무너져 가는 선우세가를 지켜 줬던 고마운 사람들, 지금 나는 그들을 만나려 하고 있었다.
적들을 치기 전에 아군을 결속시키는 것이 순서일 테니까 말이다.
실내 연무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버지와 함께 대장로 허진국과 신응사대의 대주인 담무호가 오십여 명의 신응사대원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따뜻하게 웃으시며 나를 반기셨다.
“왔느냐, 진아?”
“네, 기 녀석에게 맞아 주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곤 다른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러자 대장로 허진국과 신응사대주 담무호가 내게 정중히 포권했다.
“삼 공자를 뵙습니다.”
“삼 공자를 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기껏 모여서 만나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그리 탐탁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대장로인 허진국이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런데 공자, 무슨 일로 저희를 찾으신 겁니까?”
그는 검을 휘두를 때 검을 쥔 오른손이 다섯 개로 보인다 하여 오비검이란 별호를 갖고 있는, 아버지 선우중과 함께 선우세가에 단 두 명밖에 없는 절정고수였다.
성격이 꼬장꼬장하고 입에 발린 말을 할 줄 모르는 그는, 대인 관계가 좋지 못하고 자기 사람을 만들 줄 모르는 독불장군이란 평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삶에서는 나도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알고 있었다.
남과 절대 타협하지 않는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타협하지 않고 선우세가를 지켜 줬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그는 내게 있어 무척 미안하고, 또 고마운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을 담아 그를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장로님과 신응사대의 실력을 좀 시험해 보고자 합니다.”
그러자 그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우리 실력을 시험해 보겠다고 하셨소? 방금 사 공자에게 맞고 오셨다고 말씀하신 삼 공자께서 말이오?”
그가 알고 있는 나라면, 그렇게 묻는 것도 당연할 것이었다.
씨익 웃으며 천천히 묵랑을 뽑았다.
무인이 자기를 증명함에 있어 말은 필요 없었다.
“하아압!”
화아아악!
한순간, 묵랑에서 폭발적인 검강이 뿜어져 나왔다.
절정 초입에 불과한 아버지나 대장로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의 크고 선명한 검강이었다.
“허어억!”
“저, 저, 저런!”
“사, 삼 공자가 어찌?!”
이 정도만으로도 나를 증명하기엔 충분할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공력을 집중한 나는, 검을 휘두르며 그것을 한꺼번에 뿜어냈다.
선우십삼검 십사 초.
주작현신.
삐이이이이익!
내 묵랑에서 커다란 연보랏빛 봉황이 활짝 날개를 펼치고는 홰를 치며 날아올랐다.
그러곤 대장로와 신응사대원들을 향해 맹렬히 덮쳐 가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으으윽?!”
“으아아아아아악!”
공포에 질린 그들은 본능적으로 손으로 앞을 가렸다.
검을 뽑을 시간조차 없었기에 취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기합을 내질렀다.
“하아아압!”
그러자 한순간 방향을 바꾼 봉황이 지붕을 향해 솟구쳤다.
콰아아아앙!
이제 장내의 사람들은 너무 경악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봉황이 뚫고 나가 뻥 뚫린 지붕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최선을 다하셔야 할 겁니다. 선우가의 수치 소리를 듣던 제게 구박을 받지 않으시려면 말입니다.”
그러자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감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효도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
귀주성의 성도인 귀양에 위치한 하씨세가는 선우세가와 함께 귀양을 양분하고 있는, 아니, 예전엔 양분했으나 지금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귀양 최강의 무림세가였다.
그리고 지금, 그 하씨세가의 정예 무력대 두 개, 백여 명의 무사들이 한꺼번에 출격하려 하고 있었다.
하씨세가의 가주 하구양은 이제 막 출발하기 직전인 백호일대, 이대의 대주들에게 말했다.
“정보에 따르면 단가장에 가는 인원은 가주 선우중과 큰아들 선우성뿐이라고 한다. 몇 번을 확인했지만 장로도, 무력대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건대 이것만큼은 확실한 듯했다. 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선우세가가 쇠락했다고는 하지만 선우십삼검은 그리 만만한 검법이 아니다. 선우중 그자 또한 만만한 자가 아니고 말이다.”
“예! 가주님!”
“예! 가주님!”
이십여 년 전, 하씨세가의 경쟁자였던 선우세가는 사파의 악적들과 전투를 벌이다 고수들이 몰살당하는 최악의 사태를 겪고 말았었다.
그리고 그것은 선우세가와 함께 귀양을 양분하고 있던 경쟁자 하씨세가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미 가주였던 하구양은 쉽게 선우세가를 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선우세가의 저력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에 아무리 약해져 있어도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데다, 무엇보다 정파인 자신들이 사파의 악적들을 막아 내느라 약해진 선우세가를 공격하기엔 너무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구양은 어쩔 수 없이 때마침 들어온 선우세가의 혼인 제의를 승낙하는 것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한 것이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지.’
그 후 이십여 년, 시간이 갈수록 양쪽의 세력 차이는 점점 벌어져만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우중의 장인이라는 위치와 그에게 시집간 딸과의 교감을 통해 하구양은 충분히 선우세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자신의 외손자인 선우혁이 선우세가의 가주가 되어 주기만 한다면, 완벽한 선우세가의 복속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랬는데….
하구양이 이를 갈며 생각했다.
‘감히 선우중 그놈이 개양문 따위를 등에 업은 놈에게 후계를 넘겨?’
하구양으로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거의 손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던 선우세가를 잃게 되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딸의 전언에 따르면 제갈세가에 귀속될 계획마저 갖고 있는 것 같다지 않은가.
절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하구양이 다시 한번 백호대 대주들에게 당부했다.
“명심 또 명심하라. 반드시 선우중과 그 아들 선우성을 죽이고, 절대 우리의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원한을 품은 단가장에 의해서 살해된 것으로 꾸며져야 한다. 알겠느냐?!”
그의 거듭된 당부에 백호대 대주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예! 가주님! 염려 마십시오!”
그제야 하구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절대 실패할 리가 없다고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절정 고수인 백호대 일 대주 간종치와 이 대주 국사항이 포함된 무력대 백 명이 고작 두 명을 죽이지 못할 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구양은 탐욕스럽게 웃음 지었다.
이제 선우세가를 복속시킬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