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정리-2
선우중이 다시 선우진에게 물었다.
‘하씨세가의 매복을 부순다 치고,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러자 선우진이 대답했다.
‘하씨세가가 마각을 드러낸 이상 명분은 저희에게 있습니다. 바로 응징해야 하겠지요. 시각도 이른 새벽이니 매복을 부수고 저들에게 들이쳐도 충분히 기습의 묘를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선우중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거기까지 생각하고 이른 새벽에 가야 한다고 말한 것이었구나. 그럼 바로 세가로 돌아와 무인들을 이끌고 하씨세가를 들이쳐야 하는 것이냐?’
‘예, 다만 세가로 돌아오셨을 때 최대한 빨리 한 가지 일을 처리해 주셔야 합니다.’
‘한 가지 일?’
선우중의 질문에 선우진은 날카롭게 눈을 번뜩이며 대답했다.
‘예, 내부 정리를 좀 해 주셔야 합니다. 원래 외부를 치기 위해선 항상 내부부터 정리해야 하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
선우세가의 가주 선우중이 쉬지 않고 달려 단가장의 병력 백여 명과 함께 다시 선우세가로 돌아왔을 땐, 이미 연무장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 중 몇 명은 연무장에 꽁꽁 묶인 채 무릎 꿇려져 있기까지 했다.
자신들이 왜 그런 일을 당하게 된 것인지 모르는 듯, 이게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지르고 있던 그들은 선우중을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상공! 저를 구해 주십시오! 이자들이 감히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가주님! 이건 뭔가 잘못됐습니다! 제 평생 선우세가에 충성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건 너무 억울합니다!”
“아버지! 감히 저를 이렇게 만든 저자들을 벌하여 주십시오! 소자는 절대 저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가주 선우중의 둘째 부인인 하 부인과 그녀의 소생인 둘째 아들 선우혁, 그리고 그들에게 줄을 대고 있던 삼 장로 각중광과 신응이대의 대주 손원종이었다.
그들 모두는 아침 일찍 갑자기 들이친 대장로 허진국과 신응사대에 의해 구속돼 연무장에 무릎 꿇려지게 되어 버린 상태였다.
그러자 구속당한 이들은 물론 다른 자들까지도 깜짝 놀라 그 연유를 물으려 했다.
하지만 허진국과 신응사대주 담무호는 가주님의 지시라고만 말해 줬을 뿐 아무런 이유도 들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그들 또한 선우진의 지시를 받은 것일 뿐 자세한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선우진의 갑작스러운 지시를 수행하는 것에 추호도 망설이지 않았다.
지난번 연무장에서 선우진의 주작현신을 본 후 그들 모두가 완전히 선우진에게 감복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상공!”
“아버지!”
“가주님!”
가주 선우중은 아우성치는 그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곤 포로로 끌고 왔던 두 사람을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앞에 던져 줬다.
털썩!
털썩!
그러자 묶여 있던 사람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의아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저 사람들은?!”
“뭐, 뭐지!?”
그들은 무척이나 험한 일을 당했는지 양팔이 잘리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잠시 후, 처음엔 영문을 몰라 입을 다물었던 사람들 중 드디어 그들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이 나왔다.
바로 둘째 부인인 하 부인이었다.
그들을 알아본 그녀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던 선우중 또한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들은 하씨세가의 무력대인 백호대의 대주들이다!”
그의 말에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저들이 왜 저런 꼴이 되었으며, 저들을 저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들이었다.
선우중은 딱히 다른 얘기 없이 묵묵하게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자 묶여 있던 삼 장로 각중광이 눈을 빛내더니만 이윽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주님! 이 각중광의 충언을 들어주십시오! 가주님과 혼인으로 맺어진 하씨세가의 무인들을 저렇게 대하시는 건 도리가 아닙니다! 또한 설사 도리를 무시하고 그들과 싸우신다 해도 저희의 힘으론 아직 하씨세가를 절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현실을 살피셔서 완전히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잘못을 사죄하셔야만 합니다! 가주님이 정성껏 그들에게 사죄하신다면 그들도 분명…!”
각중광의 말에 지켜보던 사람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던 때였다.
선우중이 문득 그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모두를 충격에 빠트려 조용하게 만들고 말았다.
“저들이 나를 죽이려고 했는데도 말이냐?”
“예, 예?”
“저들은 단가장으로 가는 길에 매복해서는 단가장의 무인들인 척 위장하고 나와 성이를 죽이려고 했다. 그럼에도 각 장로는 내가 저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그러자 묶여 있던 모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 또한 하씨세가에서 선우중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각중광이 말을 더듬으며 반박하려 했다.
“그, 그럴 리, 아, 아닙니다. 뭔가 오해가….”
그 순간 선우중이 절정 고수의 기세를 뿜어내며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가주가 습격당해 죽을 뻔했다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과연 배신자다운 말이로구나! 우리는 며칠 전에 세운 계획에 따라 새벽같이 출발했다! 그런데 이들은 우리 목적지와 우리 출발 시간을 완벽히 파악하고는 매복해 있었다! 어떠냐? 이것도 오해라고 할 셈이냐?!”
그 말을 들은 각중광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자신들이 왜 여기에 묶여 있는지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가주는 지금 자신들을 암살에 협조한 배신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각중광이 황급히 외쳤다.
“가, 가주님! 오해십니다! 저는 결코…!”
“닥쳐라!”
분노한 외침과 함께 선우중의 검날이 빛을 발했다.
푸화악!
그 순간,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해서는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헙!”
그동안 가주 선우중은 인자하긴 하지만, 늘 처가 세력에 끌려다니는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가주라고 인식되어 왔었다.
그랬었는데, 그런 선우중이 지금 이 순간 장로인 각중광의 목을 단숨에 쳐 버렸던 것이었다.
선우가의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는 거기서 멈출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이제 무서운 눈빛으로 신응이대주 손원종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얗게 질린 손원종이 황급히 입을 열려고 했다.
“가, 가주님! 이건 오해…!”
푸화악!
그의 검광이 번뜩이며 손원종의 목 역시 하늘 높이 솟구쳤다.
한 박자 늦게 뿜어져 나온 피가 분수처럼 흩뿌려지고 있었다.
그러자 지켜보던 사람들은 질끈 눈을 감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간 선우세가의 실세였던 두 사람이 한순간에 처형당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선우중이 냉정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작은 목소리이긴 하지만 그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모두의 귓속에 선명히 들어오고 있었다.
“배신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오해라는 말뿐인 모양이로구나.”
그리고 이제 선우중은 자신의 칼끝을 드디어 하 부인과 아들 선우혁에게로 향하고 말았다.
그러자 모두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 부인이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며 말했다.
“사, 상공, 이, 이건 오해십니다. 소, 소첩은 결코….”
하지만 그녀는 차갑게 웃음 지은 선우중의 표정에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또 오해요? 오늘 참 많이 듣게 되는 말이구려.”
“사, 상공!”
그 순간, 선우중은 검을 하늘 높이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자 공포에 질린 하 부인과 선우혁이 눈을 감으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지켜보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곧 일어날 끔찍한 일들에 대부분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도 그다음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침을 삼키며 천천히 눈을 떠 그들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검을 내리칠 것 같았던 선우중은 차마 검을 내리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곤 잠시 검을 치켜들고 있던 그는, 결국 검을 떨구고는 대기하고 있던 신응사대장 담무호에게 명령했다.
“선우가의 핏줄이라는 점, 그리고 내 핏줄을 낳아 줬다는 점을 참작해 죽이지는 않겠다! 담 대주! 이들을 당장 뇌옥에 가두어라! 따로 지시가 있기 전까진 절대 음식도, 물도, 아무것도 주지 말라!”
“네! 가주님!”
하 부인과 선우혁은 바로 신응사대원들에 의해 뇌옥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선우중이 모여 있는 선우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절정 고수의 내공을 담은 웅혼한 목소리였다.
“이 중에 또 외부 세력과 결탁한 배신자가 있느냐?!”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큰아들 선우성의 외가인 개양문과 줄을 댄 이 장로와 신응일대주, 선우연하의 외가인 운씨세가에 줄을 댄 사 장로와 신응삼대주를 스치고 있었다.
그러자 덜덜 떨고 있던 사 장로가 먼저 털썩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소, 소신은 오직 선우세가에만 충성하고 있습니다! 결코 다른 마음을 품은 적이 없습니다, 가주님!”
그러자 그를 시작으로 다른 이들도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털썩! 털썩!
“저도 그렇습니다, 가주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주님!”
“부디 소신을 믿어 주십시오, 가주님!”
선우중은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지켜보겠다.”
그의 말에 무릎을 꿇은 자들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때였다.
선우중이 다시 큰 소리로 소리쳤다.
“선우가의 무인들은 지금 당장 전투를 준비하라! 감히 선우가의 가주를 암살해 장악하려 한 하씨세가를 용서치 않겠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명령이었다.
모여 있던 모두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하, 하씨세가를…?”
“우리가?”
하씨세가는 절정 고수만 다섯 명을 보유한 귀양 최강의, 아니 어쩌면 귀주 최강일지도 모를 강력한 세력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선우세가가 하씨세가와 정면으로 맞붙는다는 것은 무모한 짓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분위기에서 가주의 말에 반대할 수 있는 자가 있을 리 없었다.
모두가 그저 고개를 숙이며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
“예! 가주님!”
제갈서율은 한쪽 구석에서 그 일련의 과정을 무척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최근 마음고생이 심해 늘 어두웠던 그녀의 얼굴은 오랜만에 생기로 반짝거리는 중이었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 뭔가 커다란 변혁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늘 조용하고 우유부단한 듯 보였던 선우가주 선우중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다니, 좌중을 휘어잡는 그 강력한 기세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문득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 어디에 저런 남자가 또 없나? 내 또래에도 저렇게 박력 있고 멋진 남자가 있었다면 좋을 텐데. 그나저나 저들이 하씨세가와 정면 대결을 벌인다니,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숙부님?”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제갈지용이 침음성을 흘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설마… 선우가주는 우리를 이용해 내부를 청소할 생각이었던 건가?”
“네?”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하는 숙부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제갈지용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다. 일단 지켜보자꾸나. 설마 우리에게 정식으로 제안해 놓고는 없었던 일로 돌리지는 않겠지.”
“…네?”
제갈서율이 여전히 못 알아듣는 듯하자, 제갈지용은 약간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흐음, 이따 설명해 주마. 일단은 전황을 보자꾸나. 만약 선우가가 밀린다면 우리 힘을 보태 주는 것으로 빚을 지울 수도 있을 테니. 그것도 우리에게 나쁜 결과는 아닐 것이다.”
제갈서율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가문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제갈가의 사람들이 하는 말은 너무 어려웠다.
제갈지용은 침중한 표정으로 다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하씨세가에 정면으로 쳐들어가겠다니. 혹시 우리까지 계산에 넣고 저렇게 움직이는 것일까? 그렇다면 실제로 얻는 것은 별로 없을 터인데….”
제갈지용이 생각하기에, 지난번 선우중이 자신들 제갈세가에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이 하씨세가를 도발해 둘째 부인의 세력을 숙청하기 위해서였음은 거의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제안이 단지 그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는지, 아니면 진짜 제갈세가에 복속되기 위한 제안이었는지를 아직 판단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지 수단이었을 확률이 높을 것 같긴 했다.
제갈지용 자신이 만약 선우중이라면, 하씨세가의 영향력을 지워 버린 선우세가를 굳이 제갈세가에 복속시키는 짓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하씨세가에 쳐들어가겠단 말이지?’
그게 이상했다.
선우세가의 전력만으로 하씨세가에 쳐들어가는 건 분명 무모한 짓일 것이었다.
그러니 아마도 제갈세가의 조력을 계산에 넣고 저지른 짓인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선우중에게 있어 굳이 득이 될 것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제갈세가에 빚을 지게 될수록 약속을 번복할 명분이 사라질 테니까 말이다.
제갈지용의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
제갈지용이 그런 생각을 하며 고민하고 있던 시각, 지붕 위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선우진과 적마혁 그리고 견중의 세 사람이었다.
선우진이 빙긋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우리 아버지, 한번 칼을 뽑으시니 거칠 것이 없으신걸? 아주 멋있으셔.”
선우진이 이 일을 진행하기 전 사전에 아버지 선우중에게 요구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삼 장로 각중광과 신응이대주 손원종을 반드시 처리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지난 삶에서 손원종은 선우세가를 배신하고 하씨세가로 넘어갔던 자였다.
또한 삼 장로인 각중광은 다른 세력에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넘어가는 게 나았을 정도로 늘 자기 이익만을 챙기며 선우세가에 분란을 불러일으켰던 자이기도 했다.
지난 삶에서 그 때문에 얼마나 분통이 터졌었는지….
그러니 이들을 빨리 정리해 버리는 것이 선우세가를 위해서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것이 선우진의 판단이었다.
그랬는데, 그런 그들이 이렇게 이른 시점에 깔끔하게 정리된 것이었다.
선우진은 개운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흐음, 좋은데?”
선우진은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한 기분이었다.
특히 그간 선우세가에서 절대자처럼 군림하며 온갖 행패를 부렸던 하 부인이 비참하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욱 그랬다.
그녀를 보며 선우진이 문득 중얼거렸다.
“하늘에 계실 어머니께 보여 드리고 싶은 광경이로군.”
물론 어머니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두 명 중 아직 선우성의 어머니인 곡 부인이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녀 또한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이었다.
선우진은 이제 개운하게 몸을 일으키며 적마혁과 견중에게 말했다.
“자, 이제 하씨세가로 가자. 바쁘게 움직이게 해서 미안하군.”
그의 말에 적마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공자. 그간 너무 쉬어 몸이 찌뿌둥했는데 이제야 좀 신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견중 또한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이제 절정 고수와 싸울 수 있는 것이오?”
그의 질문에 선우진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래, 맘껏 싸워 봐.”
하씨세가에는 절정 고수인 백호일대주와 이 대주를 처리했다고 해도 여전히 세 명의 절정 고수가 존재했다.
그러니 두 명의 절정 고수를 보유한 선우세가가 싸우기엔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선우진이 문득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선우세가와 싸울 때도 그들에게 절정 고수 세 명이 있을까?’
선우진은 그렇게 놔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