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정리-3
선우진의 설명을 듣던 선우중이 문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씨세가의 세력이 강해 걱정이 되는구나. 아무리 기습이라도 그들과 싸운다면 우리의 피해도 클 텐데 말이다.’
선우중의 걱정스러운 말에 선우진은 씨익 웃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 마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가 무인들을 이끌고 가셨을 땐 이미 하씨세가의 정문이 열려 있는 상태일 겁니다. 아버지는 그저 열린 문으로 들어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음?’
선우중은 그게 무슨 말인지를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선우진은 그저 자신 있는 웃음만을 보여 줄 뿐이었다.
***
신응 일, 이, 삼, 사 대를 모두 집합시킨 선우중이 단가장의 무인들과 함께 하씨세가에 들이친 시각은, 선우중이 선우세가 돌아왔던 시각에서 대략 반 시진 정도가 지난 후였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급속 돌진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 백호일대와 이 대가 좋은 소식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던 하씨세가는 그들의 습격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그들이 도착하기 직전 수문 무사들까지도 모두 죽고 문까지 열려 있는 상태. 하씨세가의 무인들은 아무런 경고도 듣지 못한 채로 세가의 안에서 그들의 습격을 맞이해야만 했다.
푸화악!
“크아아악!”
“저, 적이다! 으아악!”
“어떻게 적이 이곳에! 끄아악!”
선우중은 내원에서야 처음 마주친 하씨세가의 무사들을 순식간에 참살하며 소리쳤다.
“길을 막는 자만 모두 참하라! 우리는 곧장 하구양을 죽이러 갈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그들의 진격은 하씨세가 내에서도 질풍 같았다.
군데군데 모여 있던 하씨세가의 무사들이 어떻게든 막아 보려 해 봤지만, 그저 일반 무사들이 두 명의 절정 고수가 이끄는 무력대 삼백여 명의 돌진을 막아 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저 밀려오는 파도에 쓸려 나가는 모래알이 될 뿐이었다.
한편, 하씨세가의 가주 하구양이 선우세가의 기습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가족들과 함께 모여 아침을 먹던 중이었다.
소식을 들은 그는 너무 놀라 마시던 물을 뿜어내고 말았다.
“푸우웁! 뭐, 뭐라고?! 선우가가 뭐가 어쨌다고?!”
“선우가주 선우중이 이끄는 무인들이 지금 정문 쪽 연무장을 지나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하구양은 도무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그가 어떻게 이곳에 온단 말이냐?! 그리고 경계 무사들은 뭘 하고 있었기에 벌써 연무장을 지나?!”
그러자 부하가 거의 울부짖듯 소리쳤다.
“모르겠습니다! 무사들이 막아 보려 해 봐도 절정 고수들을 앞세운 그들을 막아 낼 수가 없습니다!”
“절정 고수라면 우리도 있지 않느냐?! 어서 일 대주와 이 대주에게…!”
하지만 그렇게 소리치던 하구양은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절정 고수인 백호 일 대, 이 대의 대주들이 지금 세가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선우중이 지금 이곳에 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말이다.
하구양이 다시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그럼 대장로와 이 장로는 어디에 있단 말이냐?!”
대장로 모순도와 이 장로 처용구는 하구양 자신과 함께 하씨세가에 남아 있는 절정 고수들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나선다면 둘밖에 없을 선우세가의 절정 고수들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부하는 그 질문에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들려줄 수 없었다.
“모, 모르겠습니다! 두 분 다 아침부터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분노한 하구양이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냐?! 당장 그들을…!”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어디선가 들려온 커다란 굉음에 하구양과 부하는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저 소리가 분명히 본전의 문이 부서지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선우세가의 무인들이 벌써 본전에 도착했던 것이었다.
***
선우중과 선우세가의 무인들이 하씨세가를 들이치기 이각 쯤 전, 하씨세가의 대장로인 강패도 모순도는 자신의 연무장에서 아침 수련을 하고 있었다.
내공 칠십 년을 꽉 채운 절정 초입의 무인인 그는 요즘 도를 휘두를 때마다 무언가 좀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어딘가 뚫릴 듯 말 듯 간질간질한 느낌.
그는 그 느낌이 내공 칠십 년의 벽을 돌파해 한 단계를 넘어설 징조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를 희열에 빠트렸다.
‘드디어, 드디어!’
그가 절정의 경지에 올랐던 시기는 벌써 십여 년 전.
그러니 거의 십여 년 만에 드디어 발전의 실마리를 찾게 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로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요 근래 오랜만에 수련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상태였다.
“후웁!”
촤아아악!
육십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크고 탄탄한 체격을 갖춘 모순도의 대도가 현란하게 허공을 수놓았다.
그의 도에 씌워진 푸른빛 도강도 절정 초입치곤 꽤 선명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다.
아주 조금만 더 하면 자신을 가두고 있는 이 답답한 껍질을 찢어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껍질은 벌써 며칠째 좀처럼 그 실체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으하아아아압!”
그가 간질간질한 느낌을 확 돌파해 버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를 휘두르고 있을 때였다.
문득 그의 눈에 거기 있으면 안 되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명의 흑의를 입은 복면인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것인지 흑의 복면인 한 명이 팔짱을 낀 채 한쪽에서 그의 연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자객?!’
처음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자객이 왜 자신을 습격하지도 않은 채, 본인을 발견해 줄 때까지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단 말인가.
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을 때가 습격할 절호의 기회였을 텐데?
‘자객이 아니라는 건가? 그럼 뭐지?’
모순도는 일단 그에게 도를 겨누며 물었다.
“웬 놈이냐?!”
그러자 흑의복면인 견중은 지금껏 기다렸다는 듯, 모순도가 자신을 인식하자마자 팔짱을 풀며 입을 열었다.
“모순도, 너를 죽이려고 왔다. 부디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뭐?”
모순도는 그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죽이려고 왔다면 살수는 맞는 듯한데 무슨 살수가 저렇게 상대방에게 준비하라고 말하며 정면으로 싸우려 한단 말인가?
이상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 정체를 밝히기 싫은 승부사인가?’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았다.
무림엔 그저 승부만을 쫓는 불나방들도 꽤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잠시 후엔 시체가 될 테니.
모순도는 사납게 웃으며 자세를 취했다.
“하필 지금의 나에게 도전하다니, 안타깝구나.”
그러자 다음 순간 견중이 말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유령처럼 표홀하게 움직이더니만 순식간에 자신을 덮쳐 오고 있는 것이었다.
스스스슥!
그 은밀하고 신속한 움직임에 놀란 모순도가 눈을 실룩거렸다.
대단한 신법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코웃음을 치며 기합을 내질렀다.
“그래 봐야 마찬가지! 하아압!”
푸른 도강을 머금은 그의 대도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견중을 향해 사선으로 그어졌다.
마치 산악이라도 쪼갤 듯 강맹하고 빠른 일격. 강패도라는 그의 별호처럼 강력한 도격이었다.
슈하악!
그러자 견중의 신형이 마치 관성이 없는 듯한 움직임으로 다시 뒤로 물러섰다.
정말 유령을 보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던 그가 한순간 뒤로 물러서 모순도의 영역에서 순식간에 다시 빠져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일격이 빗나갔음에도 모순도의 웃음은 옅어지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짙어진 웃음을 흘리며 견중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어딜!”
쏴아아아악!
모순도의 도가 연속적으로 그어지자 마치 몇 겹의 파도가 밀려가는 것 같았다.
온 힘을 다한 듯 강맹한 일격이었건만, 그의 일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무거운 대도에 어울리지 않게도 부드럽고 강력한 연환격이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다시 견중을 자신의 영역 안에 넣은 모순도의 대도가 이번에야말로 대기와 함께 견중을 쪼개 버릴 듯 사선으로 베어 갔다.
“끝이다!”
츄하악!
그러자 뒤로 물러서는 것만으론 도를 피할 수 없었던 견중은 자신의 팔뚝만 한 단도를 들어 그것을 막아 내려 했다.
그걸 본 모순도가 피식 비웃었다.
자신의 대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보잘것없는 팔뚝 길이의 단도, 게다가 검강까지 덧씌워진 대도를 그따위 것으로 방어하려 하다니 무모한 짓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다음 순간 모순도는 드디어 웃음을 지우고 놀란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봐야만 했다.
상대의 단도에서 뿜어져 나온 짙은 붉은빛 도강이 모순도의 대도를 버텨 냈기 때문이었다.
“절정이었다고?”
모순도가 의외라는 눈빛으로 중얼거릴 때, 견중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일단 거리를 벌렸다.
간신히 방어해 내긴 했지만 계속 연격을 당할 경우 감당해 내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은신한 채 지켜보던 적마혁이 선우진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기의 상성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견 형님의 단도로는 저 대도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보이는데요? 도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자?
그의 질문에 역시 은신한 선우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 지금 끼어들었다 무슨 원망을 들으려고? 그리고 아직 견중도 최선을 다한 건 아니야.
선우진이 지켜본 견중은 뼛속까지 무공에 미친 무공광이자 승부사였다.
대충 들어 보니 사천살문에 들어갔던 이유도 다른 곳에서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울 수 없었기에 스스로 찾아갔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공과 승부에 대한 열정만큼은 선우진이 아는 누구보다도 뜨거운 남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는 그동안 선우진이 가르쳐 준 천살비기에 미친 듯이 몰두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빠르게 절정의 경지에 오르고 말았다.
‘뭐, 절정이 되기 전에도 웬만한 절정 초입의 고수들은 찜 쪄 먹을 것 같은 자였으니, 내공과 고급 무공이 뒷받침된 지금 절정이 안 되는 게 더 이상하긴 하지.’
그런 견중은 귀주에 왔을 때부터 선우진에게 강자와 정면 대결을 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었다.
무슨 일을 시키든 질문 한 번 한 적 없는 주제에 딱 그것 하나만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선우진은 그에게 진짜 완숙한 절정 초입의 고수인 모순도와 일대일로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줬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한 듯했다.
“하아아압!”
콰콰콰콰콰쾅!
모순도의 산을 쪼갤 듯한 강력한 도격이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었다.
그 연환격에 틈이 보이지 않다 보니, 병기의 길이도 파괴력도 모자라는 견중으로선 물러서는 것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그것은 사실 매우 좋지 않은 대응이었다.
뛰어난 신법으로 어떻게든 흘려 내고 있긴 하지만, 정면으로 돌진해 오는 모순도를 뒷걸음질로 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선명한 푸른 도강을 보건대 실력 면에서도 모순도가 확실히 우위에 있는 듯 보였고 말이다.
선우진은 그 도강과 움직임만 보고도 모순도가 지금 어떤 경지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칠십 년의 벽을 깨기 일보 직전이로군. 잘하면 견중과의 싸움 덕분에 깰 수도 있겠는데?’
아무래도 그대로 뒀다간 기껏 얻은 부하를 바로 잃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끼어들어야 하나를 고민하던 선우진은 결국 견중의 눈빛을 보고는 그 생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금방이라도 모순도의 도격에 격중될 것 같은 견중의 눈빛이 여전히 형형하게 빛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평상시에 감정 하나 보이지 않는 무생물같이 굴었던 주제에, 정신없이 밀려서 곧 죽을 것처럼 보이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본 선우진으로선 도저히 도와주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헛웃음을 지은 선우진은 싸움에 끼어드는 것을 포기하고는 전음을 보내는 쪽을 택했다.
- 견중, 최선을 다해서 절정 고수와 붙어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게 익히고 있는 많은 것들 중 오직 도법만 사용해서 상대와 싸우는 거였나 보지?
그러자 모순도의 도를 정신없이 피하고 있던 견중의 표정이 약간 굳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그에게 선우진은 쐐기를 박듯 말해 줬다.
- 정면 대결이라는 것은 기습이 아닌 서로를 인지한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을 말하는 거다. 이미 상대와 정면으로 붙고 있는 상태에서 암기술, 은신술 다 빼고 싸우겠다니, 상대를 봐주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그 순간이었다.
대결에 집중하고 있던 모순도의 표정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그의 도강이 한순간 더 선명하고 길게 뻗쳐 나온 것 또한 그와 동시였다.
화아아악!
모순도가 마침내 내공 칠십 년의 벽을 깨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드디어! 으하하하하하하!”
그가 광소를 터트리며 한층 더 빨라진 몸놀림으로 견중을 덮쳐 갔다.
이제껏 보여 줬던 것 중 가장 강력하고 신속한 도격이었다.
견중의 몸이 금방이라도 쪼개져 버릴 것만 같았다.
츄하악!
견중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그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것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격이라는 것을.
그러자 견중은 이를 악물며 이동을 멈췄다.
모순도의 도격을 피하는 것을 포기했던 것이었다.
그러곤 그를 향해 양손을 확 뿌렸다.
쉬이이익! 휘리리릭!
암기였다.
십여 개의 암기가 지근거리에서 모순도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윽?!”
모순도는 눈을 실룩거렸다.
이대로 도를 내리찍는다면 놈은 끝장날 테지만 그러면 자신 또한 피해를 입을 것이었다.
기껏 벽을 깬 지금 그런 모험을 할 순 없었다.
“하아압!”
도를 내리치던 모순도는 그 상태로 손목을 휘돌려 정면으로 날아오던 암기를 도면으로 받아 냈다.
또한 측면으로 휘어져 오는 암기 역시 튕겨 낼 수 있었다.
티티티티팅!
그사이 견중은 나무들이 우거진 사이로 몸을 날렸다. 아마도 도주하려는 모양이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우렁차게 소리친 모순도가 몸을 날려 견중이 숨어들어 간 나무들에게로 도격을 날렸다.
콰아아아아앙!
단 한 번의 도격에 세 그루의 나무가 한꺼번에 폭발하듯 비산하고 있었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리고 비산하는 나무 조각들 사이에서, 모순도는 담장 바로 앞에 있는 나무 뒤로 검은 옷깃이 숨는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의 입이 사납게 웃음 지었다.
“잡았다, 쥐새끼!”
모순도가 다시 몸을 날려 그 나무를 향해 도법을 펼쳤다.
그 뒤는 담장이기에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을 것이었다.
“으하아아압!”
이젠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온 힘을 다한 도초였다.
폭풍 같은 도격들이 나무를 향해 쏟아졌다.
그의 도격이 닿는 영역 안을 모조리 파쇄해 버릴 듯한 광폭한 도초가 공간을 휩쓸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쾅!
그 결과는 놀라웠다.
나무를 포함한 도가 닿는 영역이 모두 폭발하듯 터져 나갔던 것이었다.
부스러진 나무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있었다.
그 조각들 사이로 산산이 찢긴 흑의 조각들이 흩날리는 것도 보이고 있었다.
모순도의 도격에 완전히 분쇄되어 버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본 선우진은 피식 웃음 지었다.
‘거봐. 최선을 다하니까 잘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