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교전선 비룡십삼대-150화 (137/359)

150화 선우세가의 위기-1

콰아아앙!

한순간 선우세가의 정문이 폭발하듯 부서졌다.

그리고 부서진 문밖에서부터 거구의 승려 한 명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바로 초절정의 마두인 염라혈승 축호탁이었다.

그는 정문 안쪽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다소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호오, 그사이 다 기어 나오다니, 제법 훈련이 잘되어 있구나.”

그의 말대로였다.

선우중과 장로들, 신응대의 무사들은 어느새 모두 병장기를 착용한 채 연병장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넷째 아들 선우기로 하여금 부인들을 이끌고 서기당으로 피신하게 한 것을 제외한다면, 선우세가의 모든 무인들이 다 나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축호탁이 수문 무사를 처치하고 천천히 들어왔다는 걸 감안한다 해도 대단히 빠른 대응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축호탁은 그들에게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오히려 기분이 좋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선우중이겠군. 귀찮게 찾아다니지 않게 해 줘서 고맙네. 그런데… 나온 김에 그냥 죽어 주는 것은 어떠한가? 그럼 선우세가의 다른 무사들은 아무도 죽이지 않겠네.”

축호탁의 말은 광오했다.

몇 명이 죽는 게 문제일 뿐 선우중이 죽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얘기였다.

그러자 선우중이 진중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선우가의 무인은 죽음이 두려워 의리를 배반하지 않는다.”

그의 대답에 축호탁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쯧쯧, 그래. 결국 벌주를 마시겠다는 거로구나. 너희도 들었느냐? 아무래도 오늘 살계를 열어야 하겠구나.”

그러자 어느새 그의 뒤에 다시 일곱 명의 마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탐욕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는 오히려 좋습니다, 혈승 어르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요, 케헤헤!”

“어르신, 저희가 마음껏 날뛰어도 되겠습니까?”

그들을 본 선우중은 남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래도 저 여덟 명의 마두들은 모두 절정 고수들인 것 같았다.

선우세가에 있는 절정 고수라고는 대장로와 자신, 단 두 명밖에 없는데 말이다.

특히 맨 앞에 선 저자는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저 모습은 마치 소문으로만 듣던 염라혈승 축호탁인 것 같지 않은가.

초절정의 고수라는 그 괴물 말이다.

만약 저자가 염라혈승이 맞다면 저들은 절대 자신들의 힘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란 뜻이었다.

긴장감에 선우중의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있었다.

그때 축호탁은 자신의 뒤에 선 마두들을 꾸짖고 있었다.

“공자께서 하신 말씀을 듣지도 못했느냐? 우리가 괴뢰로 쓸 부분은 남겨 둬야 한다지 않았느냐? 가주 선우중은 반드시 죽이되 나머지 찌꺼기들은 최대한 살리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그의 말에 마두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며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예, 알겠습니다. 혈승 어르신.”

그들의 공손한 태도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축호탁은 이제 다시 선우중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자, 이제 저자의 목을 가져오너라.”

“예! 혈승 어르신!”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일곱 명의 마두들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모두 선우중을 향해서였다.

“크하하하하하!”

“죽어라아아아!”

“키하아아아!”

***

나는 지금 그야말로 바람이 되어 날듯이 내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너무나도 빨리 스쳐 가는 풍경들이 마치 나와 다른 세상의 광경처럼 보이고 있었다.

어느샌가 풍경들은 나와 다른 세상인 듯 분리되었고 이젠 소리마저 사라진 것 같은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개양에서 귀양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아마 이런 속도라면 반 시진도 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은 계속 조급해지고만 있었다. 그 반 시진이라는 시간도 너무나 길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없는 사이 적도들이 선우세가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건 충분히 예상했던 바였다.

그래서 대비 또한 해 놓은 상태였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감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적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올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적들의 규모가 내 예상을 뛰어넘는다면, 최악의 경우 이번 생에서마저 아버지를 잃게 될 수도 있었다.

이를 악물었다.

‘절대로!’

이제야 간신히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가족이란 단어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는데 절대로 이렇게 다시 잃을 수는 없었다.

“후우우우!”

심호흡을 하며 조급한 마음과 잡념을 털어 냈다.

이런 마음이 지금 내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도 명확했다.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집중해야만 했다.

그저 한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바람 그 자체가 되겠다는 생각, 그것만.

문득 비워진 마음과 가벼워진 몸이 점점 대기 중으로 흩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비슷한 시각, 선우세가.

절정의 경지에 오른 일곱 명의 마두들이 선우세가의 무인들을 향해 질풍처럼 돌진해 오고 있었다.

이를 악문 선우중이 소리쳤다.

“선우가의 무인들은 절대 물러서지 마라!”

“예!”

선우중과 장로들, 신응대주와 대원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결연하게 마두들을 향해 검을 겨눴다.

초절정의 마두 한 명과 일곱 명의 절정 고수, 전력상으론 상대도 안 될 것이 뻔한 상대이지만 적어도 지금 이들의 눈에 두려움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모두 죽음을 각오한 듯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기이이이 이이이 이잉.

가늘고 처연한 현의 울림이었다.

그리 큰 소리가 아니었음에도 모든 이들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애절한 소리.

그 심혼을 울리는 소리에 달려들던 혈교의 마두들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취한 행동이었다.

그러자 웃고 있던 염라혈승 축호탁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이호(二胡) 소리? 설마?!”

축호탁은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 이호를 연주하는 자를 찾았다.

그러자 곧 선우세가의 옆쪽 담장 위에 앉아 커다란 망치같이 생긴 통에 달린 현을 활로 켜서 연주하고 있는 아름다운 백의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축호탁이 분노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소난소! 네년이 이곳에 숨어 있었구나!”

그러자 여인은 연주를 멈추고는 담장에서 폴짝 뛰어내리며 생긋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숨어 있었다고? 아닌데? 지나가다 웬 고약한 냄새가 나서 와 본 건데?”

그러고는 나풀나풀 춤을 추듯 그들 쪽으로 걸어오며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원래 깔끔한 걸 좋아하지 않겠어? 그래서 피해 가려고 했는데, 하아, 양심상 도저히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 냄새나는 걸 빨리 치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그 냄새를 맡게 될 거 아냐? 그래서 굳게 마음을 먹고 와 봤지. 그랬더니, 이렇게 너희랑 만나게 된 거야! 세상에, 놀랍지 않아?”

그녀는 말하는 목소리조차 꼭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고 있었다.

맑은 목소리로 높낮이 있게 풀어내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멍하니 그녀의 얘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축호탁이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축호탁이 황급히 외쳤다.

“피해라! 저년은 난혼마녀…!”

그때였다.

노래하듯 말을 하며, 나풀나풀 춤을 추는 듯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던 그녀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이호를 휘둘렀다.

이호는 작은 북처럼 생긴 울림통에 긴 대를 달아 얼핏 큰 망치처럼 보이는 악기였다.

그런데 그녀가 내공을 실어 그것을 휘두르자 그것은 정말 전투 망치가 되고 말았다.

부우우웅!

퍼석!

강기가 실린 전투 망치가 벼락처럼 휘둘러지자 멍하니 있던 마두 한 명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게다가 난혼마녀가 휘두른 것은 이호만이 아니었다.

이호의 현을 켜는 활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강기가 활대와 활줄에 맺히자 그것은 그대로 날카로운 검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붉은 강기를 머금은 검이 섬전처럼 휘둘러졌다.

샤아악!

푸화악!

“헉!”

“!”

두 명의 동료들이 순식간에 참살 당하자 마두들은 그제야 경악해서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상태였다.

난혼마녀 소난소는 멈추지 않았다.

한 손으론 다른 마두의 머리를 향해 이호를 휘두르고, 다른 한 손으론 활대를 휘둘러 역시 한 명의 목을 베어 갔다.

그들이 아직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때 최대한 수를 줄이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륜 하나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소난소를 덮쳐 왔다.

위이이이잉!

“칫!”

소난소는 눈앞의 마두들을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 이호와 활대로 그것을 막아 낼 수밖에 없었다.

터어엉!

륜과 부딪친 반탄력에 소난소는 훌쩍 뒤로 뛰어 물러섰다.

그사이 이제 다섯 명밖에 남지 않은 마두들도 모두 정신을 차리고는 뒤로 훌쩍 물러서 그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소난소는 속으로 혀를 찼다.

지금 수를 더 줄였어야 했는데….

고작 두 명을 줄인 정도론 아무래도 힘들어질 것 같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살짝 후회했다.

‘역시 괜한 오지랖이었나?’

그때 거대한 륜을 다시 회수한 염라혈승 축호탁이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지존의 명을 어기고 귀주성의 하오문주 놀이나 하고 있던 배교자 소난소, 어디 숨어 있나 한참을 찾았더니만 이런 곳에 숨어 있었구나. 과연 선우세가가 갑자기 예상 밖의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이유가 네년 때문이었군.”

그 말에 소난소가 피식 웃음 지었다.

그녀가 혈마의 명령을 어긴 것은 사실이었다.

혈마의 명령은 귀주성에 전진 기지를 만들어 귀주 무림을 잠식하라는 것이었지만, 그녀는 귀주성의 하오문을 접수하고는 고아나 기녀, 빈민들을 구제하는 데에만 열중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숨어 있던 곳은 선우세가가 아니었다.

귀양의 하오문 지부였었다.

귀양 지부장 노삼룡과 소꿉친구였던 인연으로 그가 그녀를 숨겨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노삼룡이 하오문주였던 소난소에게 그리 협조적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 남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였었다.

나중을 생각한 소난소가 그에게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했었기 때문이었다.

사십 대가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엔 아직 삼십 대 초반의 미인처럼 보이는 소난소가 생글생글 웃으며 대꾸했다.

“아까 분명히 지나가다 악취가 나서 와 본 거라고 말했었는데, 너 머리가 나쁘구나? 음, 머리털이 없어서 그런 건가? 아, 맞다. 너 승려인 척하는 것도 머리털이 없는 걸 감추려고 하는 거였지?”

능청스럽게 되묻는 소난소의 말에 염라혈승 축호탁의 안색이 조금 일그러졌다.

“…여전히 찢어 죽이고 싶은 년이로구나. 차라리 잘됐다. 이곳에서 내 손으로 죽일 수 있게 됐으니.”

그의 말에 소난소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오, 네가? 나를? 실력이 좀 늘었나 봐? 여전히 머리털이 없는 거 보면 아닌 것 같긴 한데…. 뭐, 좋다. 그래, 한번 와 봐라. 얼마나 늘었나 오랜만에 이 누님이 확인 좀 해 주지.”

소난소는 지금 계속해서 축호탁을 도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분노해 혼자서 일대일로 덤벼 오도록 말이다.

난혼마녀 소난소와 염라혈승 축호탁의 무위는 거의 동급이었다.

그러니 둘이서만 싸울 수 있다면 약간의 승산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다른 마두들이 한 명이라도 끼어든다면 오늘 일은 무척 암담해질 것이 뻔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축호탁을 도발해 보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소난소는 비릿하게 웃는 축호탁의 표정을 보고는 자신이 실패했음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흐흐흐흐. 안쓰럽구나, 소난소. 노조송 같은 놈이라면 모를까 이 염라혈승께서 네년 수작에 넘어갈 것 같으냐?”

그의 물음에 소난소의 표정에서 드디어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의 말대로였다.

축호탁은 혈교 마두들 중에선 드물게도 머리를 쓸 줄 아는 영악한 자였던 것이다.

축호탁이 마두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한꺼번에 저년부터 친다! 절대 방심하지 마라!”

“예! 혈승 어르신!”

소난소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자세를 잡는 그들을 보며 씁쓸하게 웃음 지었다.

결국 실패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선우세가를 지켜 주는 것만 실패한 게 아니라 자신의 행방까지 들키고 말았으니 정말 최악의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역시 가지 말라던 삼룡이의 말을 들을 걸 그랬군.’

이곳에 온 건 그저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염라혈승이, 선우진이 없는 선우세가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저질러 버린 충동적인 행동.

아마 너무도 답답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계속 숨어만 있는, 앞으로도 쭉 숨어 살아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했기 때문에 말이다.

혈교의 유명한 마두이기에, 그녀는 이미 정파인들에게 무림 공적의 명단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이젠 혈교도들에게까지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무림 어디에도 몸을 둘 곳이 없는, 정말 암담한 처지가 아닐 수 없었다.

‘완전히 박쥐가 된 거지, 동굴 속에 숨어 살아야만 하는 박쥐.’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노삼룡에게 듣게 된 선우진의 행보는 너무나도 즐거운, 유일한 오락거리와도 같았다.

가문의 적들을 처리하고 혈교도들을 엿 먹이는 그 모습에 대리 만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오락거리 말이다.

그래서 아마 지켜 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아주 옛날에 잃어버렸던 가족을, 그의 행복을 말이다.

소난소는 피식 웃음 지었다.

‘너무 몰입했던 거지.’

물론 지금이라도 도망치면 살 수는 있을 것이었다.

하오문 귀양 지부에 계속 있을 수야 없겠지만, 설마 초절정의 실력으로 도주에 실패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동굴 속에서 숨어 살아야 하는 비루한 인생, 여기서 끝을 맺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한번 불태워 보자!’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투지를 불태울 때였다.

문득 그녀의 뒤에서 다가온 선우중이 말을 걸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하오, 하오문주. 함께 싸웁시다.”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그녀가 대답했다.

“에, 에? 하지만 나는 혈교….”

그러자 그녀의 말을 끊으며 선우중이 말했다.

“하오문주께서 빈민과 고아들을 구제하는 데 최선을 다하셨다는 얘기는 아들놈에게 익히 들었었소. 안 그래도 한번 뵙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는구려.”

소난소는 멍한 얼굴로 선우중을 쳐다봤다.

그러자 중후한 얼굴의 그가 빙긋이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대화를 들었을 테니, 그가 자신이 혈교의 마두 난혼마녀임을 모를 리는 없었다.

그리고 난혼마녀는 모르기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마두였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선우중의 의도는 아마도 자신이 난혼마녀임을 알지만 묻어 두겠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정파인에게 듣게 되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잠시 멍하니 선우중을 바라보던 소난소는 문득 생긋 웃음 지으며 말했다.

“아드님이 아버님을 닮은 모양이군요. 좋습니다. 함께 싸우시죠.”

어쩐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선우중은 선우가의 가솔들에게 소리쳤다.

“선우세가의 무사들은 검을 들어라! 여기 하오문주님과 함께 저들을 치자!”

“우와아아아아!”

그러자 가소로운 눈빛으로 그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던 축호탁 역시 소리쳤다.

“쳐라! 선우중과 소난소는 절대 살려 두지 마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