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교전선 비룡십삼대-151화 (138/359)

151화 선우세가의 위기-2

마두들에게 돌진을 명령한 염라혈승 축호탁은 자신이 제일 선두에 서서 소난소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거대한 붉은 륜을 벼락처럼 쏘아 냈다.

“흐아아아아압!”

위이이이이잉!

붉은 륜은 맹렬하게 회전하며 소난소를 덮쳐 갔다.

그러자 그녀는 이호를 크게 휘둘러 그것을 정면으로 쳐 냈다.

“타아앗!”

콰아아아아앙!

붉은 강기들이 부딪쳐 허공에서 폭발했다.

마치 붉은 불꽃들이 터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개전의 신호탄이 되었다.

두 사람을 시작으로 선우세가의 무인들과 마두들이 처절하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압!”

“끼야하!”

터어엉!

챙! 채챙!

“죽어랏!”

푸화악!

“끄아아악!”

선우중과 대장로 허진국은 각각 한 명의 마두와 검을 부딪쳤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선우중과 허진국 모두 절정 초입의 무인들이었고, 그들과 상대하는 마두들 또한 마찬가지로 보였다.

“하아아압!”

“끼야아앗!”

채채채챙!

그들은 강기를 맞부딪치며 치열하게 병기를 교환했다.

하지만 서로 비슷한 수준의 실력자들이기에 당장 승패가 결정 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이고 있었다.

마두 두 명과 충돌한 나머지 선우세가의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일류의 무인들인 신응대의 대주들이나 장로들이 그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지만, 워낙 신응대원들의 수가 많기에 계속 죽어 가면서도 오히려 마두들을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들의 싸움은 아마도 신응대원들이 모두 희생될 때까지 마두들이 버틸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선우세가의 인원들이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을 때, 의외로 가장 먼저 승부의 추가 기울고 있는 곳은 염라혈승 축호탁과 절정의 마두 한 명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난혼마녀 소난소 쪽이었다.

소난소의 특기는 음공이었다.

직접 맞부딪치는 전투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원거리에서 다수의 적을 혼란시키는 것만큼 자신 있는 분야는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 염라혈승 축호탁은 중거리에서 날리는 륜을 특기로 했다.

맹렬하게 회전하며 살아 있는 것처럼 목표물을 공격하게 하는 그의 혈륜마공은, 직접 근접해 공격하는 축호탁과 더불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마치 두 명에게 공격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혈교의 절기였다.

“타아앗!”

콰아아앙!

소난소는 한 손으로 이호를 휘둘러 덮쳐 오던 거대한 륜을 다시 한번 튕겨 냈다.

하지만 거대한 혈륜의 충격이 워낙 강했기에 벌써부터 손이 저려 오고 있었다.

“으윽!”

그녀의 힘으로 혈륜을 튕겨 내려면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이호를 휘두르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나머지 다른 한 손으론 직접 덮쳐 오는 축호탁의 조법을 막아 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쉬이이익!

그녀의 왼손으로 휘두르는 활대가 붉은 강기를 뿜어내는 검이 되어 허공에 빽빽한 붉은 빗살무늬를 새겼다.

하지만 유성우처럼 몰아쳐 오는 축호탁의 응조수를 모두 소멸시키기엔 부족해 보였다.

축호탁이 광소를 터트리며 양손을 휘둘러 그녀를 몰아쳐 오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콰콰콰콰콰콰쾅!

붉은 강기를 뿜어내는 활대가 역시 붉은 수강을 뿜어내는 응조수와 수십 차례 충돌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검을 휘둘러 커다란 우박의 소나기를 막아 내는 것과도 같았다.

너무 많았고 그 하나하나가 그녀의 힘으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묵직한 공격이었다.

응조수와 검이 맞부딪칠수록 그녀는 차츰차츰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으득!

소난소는 이를 악물었다.

힘겨웠지만 사력을 다해 활대를 휘둘렀다.

“으아아아압!”

콰콰콰콰콰콰쾅!

그녀는 사력을 다해 활대를 휘둘러 마침내 모든 붉은 수영을 막아 낼 수 있었다.

마지막 수영을 소멸시킨 소난소가 그제야 간신히 호흡을 돌렸다.

“하아!”

하지만 거기까지가 그녀의 한계였다.

이제 그녀에겐 남은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녀의 적이 축호탁 한 명만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간신히 응조수를 모두 막아 냈다고 생각하고 한숨을 돌리는 순간, 그녀의 뒤를 노리던 마두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창을 내질렀다.

“끼핫!”

슈하악!

지금 그녀에게 창을 찌르는 마두는 축호탁이 데려온 자들 중에서 가장 경지가 높은 내공 팔십 년에 오른 자였다.

소난소는 등골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으윽!”

소난소는 놈의 창격을 피하기 위해 황급히 몸을 띄워 올렸다.

원래라면 상대도 안 됐을 놈의 공격이 지금 이 순간 그렇게 위협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띄워 창격을 피한 순간, 후방에서 다시 거대한 혈륜이 맹렬히 회전하며 날아들었다.

위이이이잉!

“이런!”

그녀는 급하게 이호를 휘둘러 다시 그것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하지만 급하게 휘두른 이호로는 혈륜의 경력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었다.

소난소의 가녀린 몸은 결국 혈륜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가볍게 뒤로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크윽!”

그런 그녀의 뒤에서 축호탁이 다시 돌진해 왔다.

호시탐탐 뒤를 노리고 있던 장창 또한 마찬가지였다.

“크하하하하!”

“끼이하!”

츄하아아악!

쉬이익!

“으윽!”

소난소는 정신없이 몸을 팽 회전시키며 그것을 피해 내려 했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한 축호탁의 응조수가 그녀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츄하아악!

“!”

위기의 순간이었다.

장창은 피할 수 있었지만 동급의 고수인 축호탁의 응조수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찌이이익!

하지만 황급히 뒤로 몸을 날린 소난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완전히 피하지 못했던 놈의 응조수가 왼팔 옷깃만을 뜯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하얀 팔이 어깨까지 드러나 있긴 했지만 상처를 입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심장이 서늘해졌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천운이 따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간신히 숨을 돌리고 축호탁을 바라본 소난소는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이 상처를 내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일부러 내지 않았다는 걸.

축호탁이 그녀의 찢긴 옷깃을 잡은 채 하얗게 드러난 자신의 팔을 보며 탐욕스럽게 웃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수치심과 분노가 확 솟구쳐 올랐다.

“이 변태 자식이…!”

소난소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은 아무래도 죽이기 전까지 자신을 가지고 놀 생각인 모양이었다.

어린 시절 새끼 기녀였을 때나 느껴 봤던 수치심에 열이 머리끝까지 뻗쳐오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표출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혈륜이 다시 맹렬하게 덮쳐 왔기 때문이었다.

위이이이이잉!

“크윽!”

콰아아아앙!

그리고 혈륜을 간신히 쳐 낸 다음엔 바로 축호탁과 장창이 찔러 오고 있었다.

마치 끝나지 않을 수레바퀴가 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쓰러져야만 끝나는 수레바퀴.

그녀는 점점 지쳐 가고 있었다.

***

소난소가 간신히 버텨 내고 있는 사이, 가장 먼저 수레바퀴가 멈춰 버린 곳은 의외로 소난소 쪽이 아니었다.

마치 말벌에게 달려드는 꿀벌들처럼 두 명의 마두들과 싸우고 있던 일반 무사들 쪽이었다.

선우진의 지난 삶에서도 끝까지 그와 함께해 줬던 신응사대의 대주 담무호는 아직 삼십 대 초반의 젊은 무인이었다.

또한 싸움에서 뒤로 물러서는 것을 가장 혐오하는 열혈의 무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신응사대 대원들은 그런 대주를 좋아했고, 또 닮아 있었다.

“우야아아압!”

담무호는 다른 장로나 대주들과 달리,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가장 먼저 저돌적으로 절정의 마두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수준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법, 그런 담무호의 검은 마두가 휘두른 검에 너무나도 간단히 막히고 말았다.

“흥!”

푸욱!

담무호의 검이 마두가 휘두른 검강에 나무로 만든 검처럼 반쯤 푹 파이고 말았다.

그나마 그가 일류 상급의 무인이기에 검기가 실려 있어 망정이지, 만약 일반 무인이었다면 검과 함께 두 동강이 났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런 수준 차이도 담무호의 투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검에 박힌 마두의 검을 그냥 놔주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용을 쓰며 그것을 비틀려고 하고 있었다.

“으으아압!”

마두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방어도 도외시한 채 검만 비틀려고 하다니.

검을 놓아 버리고 머리를 후려쳐 주면 바로 즉사할 것이 아닌가.

마두는 바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바로 검을 놓아 버리고는 담무호의 머리를 부숴 버리려고 손을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으야아아압!”

“죽어랏!”

“!”

그는 결국 담무호의 머리를 부술 수 없었다.

담무호의 부하들마저도 자신들의 대주처럼 무모하게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야아아압!”

“하아아압!”

그 불나방 같은 돌진에 마두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들을 먼저 후려쳤다.

“하! 건방진 놈들!”

퍼퍼엉!

“크어어억!”

“끄으으윽!”

그 결과는 끔찍했다.

가볍게 휘두른 마두의 일장에 한 명은 머리가 터져 즉사하고, 나머지 한 명은 배를 얻어맞고는 등이 터져 버렸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처리하고 다른 달려드는 무사들을 공격하려던 마두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등이 터져 나간 무사가 죽어 가면서도 자신의 팔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등이 터져 나가 아직 살아 있는 것도 신기한 무사가, 여전히 형형하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어떻게든 팔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무서운 집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자 인상을 팍 찡그린 마두가 다시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질척거리기는!”

퍼석!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머리가 부서진 채로 계속 팔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머리 없는 시신이 되어 힘없이 땅을 뒹굴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아아압!”

“죽어랏!”

그가 한 명에게 두 번의 손을 쓰는 사이 더 많은 무사들이 그에게 악착같이 달라붙고 있었다.

“이 진드기 같은 놈들!”

퍼퍼퍼퍽!

마두는 정신없이 양손을 휘둘러 그들을 후려쳤다.

하지만 급해진 마음에 모두 일격으로 숨을 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숨이 끊어지지 않은 무사들은 어떻게든 죽기 전까지 그를 붙잡고 늘어졌다.

옷깃을 붙잡고 늘어지거나 심지어 이빨을 박아 넣고 매달리는 자들도 있었다.

마두는 드디어 당황하고 말았다.

“이, 이놈들이!”

신응사대의 무사들이 점점 더 마두의 몸에 치렁치렁 매달리고 있었다.

거동이 점점 어려워져만 갔다.

마두는 당황해서 손이 어지러워진 상태로 막 눈앞까지 돌진해 왔던 무사의 머리를 급히 부쉈다.

“이놈!”

퍼석!

하지만 그 무사의 몸이 무너지는 순간, 바로 뒤에서 돌진해 온 담무호의 일격까지는 막아 낼 수 없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운 데다, 다른 무사들보다 훨씬 빨랐던 그의 검격을 반응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푸욱!

“커헉!”

마침내 마두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는 데 성공했던 것이었다.

이 싸움에서의 첫 번째 성과였다.

담무호는 하늘을 향해 우렁차게 포효했다.

“으아아아아아!”

신응대 무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그리고 다른 마두들의 간담마저 서늘하게 만들어 버린 열혈무인의 뜨거운 포효소리였다.

***

담무호가 마두 한 명을 죽이고 일반 무사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온 사이, 또 다른 곳에서도 균형이 무너져 가고 있었다.

바로 선우중 쪽이었다.

선우가의 가주 선우중은 거의 십여 년 동안 절정 초입에서 다음 단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은 노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컸다.

여러 처가 쪽 세력들 사이에서 홀로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많은 것들을 희생하며 지켜 온 가문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현실에 허무함과 무력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셋째 아들 선우진이 훌륭하게 장성해서 돌아온 이후, 그는 최근 이제껏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했던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된 상태였다.

그의 검이 드디어 부담감과 허무감의 무게를 훌훌 털어 버리고 마음껏 활개를 치고 있었다.

“하아아압!”

선우십삼검 십이 초.

쌍익연환.

슈하아악!

보랏빛 검영들이 네 장의 날개가 되어 차례로 마두를 덮쳐 갔다.

그것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펄럭이는 날개들이었다.

그러자 이미 구석까지 몰린 듯 봉두난발이 되어 버린 마두가 발작적으로 도를 휘둘렀다.

“으아아아압!”

츄하아악!

그는 이제껏 계속 환검과 실검의 연환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상황이었다.

사력을 다해 막아 내면 환검이고, 환검인 것 같아 무시하려고 하면 실검이었다.

워낙 절묘하게 조합된 환검과 실검의 조합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선우중은 얼마 전 선우진이 보여 줬던 선우십삼검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평생을 익혀 왔던 검법이었건만, 자신이 아직도 그 검법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자신이 펼쳐 냈던 선우십삼검이 틀에 박힌 검로들로 만들어 낸 고정된 잔상에 불과했다면, 선우진이 펼치던 검은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진 환상과도 같았다.

그에 깨달음을 얻은 선우중의 환검은 어느덧 생명을 얻은 듯 쉼 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아아압!”

십이 초 쌍익연환으로 만든 네 장의 날개에 마두의 도가 어지러워졌을 때, 삼 초 신응강하로 연결된 빛살 같은 검이 마두의 가슴으로 쏘아졌다.

쉬이익!

“으아압!”

대경한 마두는 온 힘을 다해 찔러 오는 검을 향해 도를 내리쳤다.

부우우웅!

하지만 그의 도는 헛되이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삼 초 신응강하로 보였던 검격이 사실은 실검을 환검으로 치환하는 오 초 색즉시공이었기 때문이었다.

“!”

사력을 다한 도격이 허공을 가르자 경악한 마두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완전히 열려 버린 가슴으로 다시 선우중의 쾌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찍어 오는 진짜 삼 초 신응강하의 일격이었다.

푸욱!

“커흑!”

선우중은 마두의 가슴에 깊이 박힌 검을 힘껏 그어 놈의 가슴을 갈라 버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푸화악!

“크아악!”

오랜 시간 절정 초입에서 머물러 있던 자신이 드디어 다음 단계의 벽을 넘어섰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됐구나!”

하지만 그의 환희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세 전장 중 가장 중요한 전장, 바로 초절정 고수들의 전장에서 균형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

난혼마녀 소난소의 옷은 이미 넝마가 된 듯 여기저기 찢겨 버린 상태였다.

어깨, 허벅지 등이 훤하게 드러난 지금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수치스럽고 화가 났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 살아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걸, 이미 그녀의 생명이 축호탁의 손에 달려 있다는 걸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까지의 얘기였다.

선우세가 무인들에 의해 두 명의 마두들이 죽고 나머지 마두들도 곧 죽을 지경이 됐음을 깨닫자, 축호탁도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을 모양이었다.

“아쉽지만 장난은 여기까지다! 죽어라, 소난소!”

위이이잉!

그의 거대한 혈륜이 소난소를 향해 맹렬히 날아왔다.

그 뒤로는 축호탁이 따라오고 있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등 뒤에선 장창을 든 마두 한 명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 뻔했다.

으득!

이를 간 소난소는 이호를 휘둘러 혈륜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그러곤 이번엔 그 반동을 이용해 뒤로 튕겨 나갔다.

장창을 든 마두가 있는 쪽으로였다.

“억!”

그러자 이제까지와 다른 그녀의 반응에 깜짝 놀란 마두가 황급히 몸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소난소는 놈을 놓치지 않았다.

“어딜!”

슈하아악!

소난소의 활대가 허공에 수없이 많은 빗살무늬를 그려 냈다.

그리고 그것은 마두의 몸 위에도 마찬가지였다.

몸 여기저기에 빗금이 그어졌던 마두의 몸에서 한순간 피가 터져 나왔다.

푸화아악!

“끄아아아악!”

모기처럼 그녀를 괴롭히던 마두가 처참하게 도륙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열린 등을 향해 축호탁이 돌진해 왔다.

그에게 등을 보인 순간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결과였다.

“죽어라, 이년!”

축호탁의 쌍장이 무서운 기세로 그녀의 등을 향해 짓쳐들고 있었다.

하지만 소난소 또한 아무 대책 없이 그에게 등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위기의 순간, 소난소는 온 공력을 모아 전신으로 방출했다.

화아아악!

그 순간, 축호탁의 쌍장이 그녀를 강타했다.

콰쾅!

축호탁의 쌍장은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소난소의 전신이 붉은 막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호신강기였다.

소난소는 이 호신강기를 믿고 축호탁에게 등을 내줬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쌍장이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축호탁은 코웃음을 치며 공세를 이어 갔다.

“흥! 용을 쓰는구나! 어디 얼마나 버틸지 보자!”

퍼퍼퍼퍼펑!

축호탁은 아직 몸을 돌리지 못한 그녀의 호신강기 위를 계속해서 난타하기 시작했다.

호신강기를 쓰는 것이 얼마나 큰 공력을 소모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호신강기는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무적의 방어막이 아니었다.

그것은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로 어마어마한 내공을 소모했고, 그것으로 공격을 막아 낼 때마다 내공의 소모량은 더 커지는 그야말로 최후의 구명 수단으로나 써야 할 방법이었다.

그러니 안 그래도 이미 지쳐 가고 있던 소난소가 호신강기를 썼다는 건 계속 싸움을 이어 갈 여력을 버렸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익!”

간신히 몸을 돌린 소난소가 호신강기를 풀고 축호탁을 상대하려 할 때였다.

그 순간 옆에서 혈륜이 덮쳐 왔다.

위이이이잉!

“큭!”

소난소는 다시 황급히 이호를 휘둘러 그것을 쳐 내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공력 소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아아아악!”

결국 혈륜의 거력을 감당해 내지 못한 소난소가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뒤로 튕겨 나갔다.

내공과 체력이 이미 한계를 넘어 고갈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러자 튕겨 나는 그녀의 위로 축호탁의 응조수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덮쳐 가고 있었다.

쉬이이익!

‘끝이로구나….’

소난소는 절망했다.

이제 그녀에겐 축호탁을 막아 낼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소난소 자신이 당한다면 선우세가의 모두가 힘을 합친다고 해도 절대 놈을 당해 내지 못할 것이 뻔했고 말이다.

결국 싸움이 이렇게 끝난 것이었다.

“죽어라!”

슈하악!

축호탁이 막 쓰러진 소난소의 목을 응조수로 뜯어 버리려던 찰나였다.

그의 감각에 갑자기 무언가가 감지됐다.

“!”

초절정의 고수인 그의 감각이 경고해 주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무언가 날아오고 있음을.

아마도 엄청난 속도의 암기인 것 같았다.

쉬이익!

“쳇!”

할 수 없이 홱 몸을 돌린 축호탁은 먼저 그 암기부터 쳐 내려고 했다.

하지만 몸을 돌린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는 것이 암기가 아니라는 것을.

“!”

웬 젊은 놈 하나가 빛살이 된 채 날아와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맹세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신법이었다.

슈하아아악!

선우진이 도착한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