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습격
일이 발생한 것은 비룡십삼대에서 비룡대 본부까지 가는 길의 절반쯤 왔을 때였다.
문득 선두에서 이동하던 검성이 손을 들어 대열을 멈추게 했다.
그러곤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악취가 진동하는군. 더러운 벌레들이 숨어 있는 모양이야.”
그의 말에 일행들이 긴장한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을 때, 전방의 공간에서 갑자기 세 명의 신형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냄새가 난다지 않느냐? 시체, 난쟁이. 이게 다 네놈들 때문이다!”
“켈켈켈! 설마 그게 진짜 냄새 때문일까? 역시 척가 네놈의 멍청한 머리로는 적의 말도 진짜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안 가는 모양이로구나.”
“….”
그들은 각각 거대한 체격을 가진 강철 같은 육신의 거한과 추레하게 생긴 왜소한 중년인, 그리고 시체처럼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의 장대같이 길쭉한 흑의 괴인이었다.
언제 어디서 봐도 눈에 확 띌 것 같은 모습들이었다.
그 특이한 외형들에 백호대주 동방무극은 그들이 누구인지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신음을 내뱉듯 그들의 이름을 말했다.
“처, 철신광마 척강, 흑혈환마 두당, 그리고 백면시마 구우절?”
그러자 그들이 동방무극을 보며 각각 대꾸했다.
“어린놈이 어디서 감히 본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느냐?!”
“호오, 고놈 참 똘똘하게 생겼다. 섭혼해서 데리고 다니면 귀엽겠구먼.”
“….”
그들 세 명은 쉽게 볼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 모두가 혈교오마에 속한 자들이자, 천하삼십육성의 한 자리씩을 차지한 극강의 고수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자들이 지금 동시에 세 명이나 한자리에 나타난 것이었다.
백호대주 동방무극은 그들 중 누구 한 명도 감히 맞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코 그들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금세 냉정을 되찾고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혈교의 벌레들이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나왔단 말이냐?!”
그의 자신감의 원천은 당연히 검성이었다.
무림의 절대자 중 한 명인 천의검성 해운백에다, 저들과 동급인 천하삼십육성의 두 명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저들이 대단한 고수들이라 해도 이 자리에선 절대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검성이 앞으로 한 발자국 걸어 나가며 말했다.
“설마설마했건만, 정말 청연이의 말처럼 지강 그놈은 혈교도와도 거래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로구나. 그래, 차라리 잘 나왔다. 그간 워낙 꼭꼭 숨어 있어서 언제나 박멸할 수 있을까 했더니만, 덕분에 여기서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되었구나. 이번 기회에 너희를 쓸어버리고 지강에게 책임을 묻겠다. 그리고 정파의 기치를 다시 세우리라! 절대 너희를 살려 보내지 않겠다!”
검성이 분노한 눈빛으로 그의 애검을 뽑았다.
스르릉!
타락한 친구와 무림맹에 대한 실망, 그리고 분노가 거대한 살기가 되어 세 혈교 고수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또한 그의 뒤로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인 쌍룡장 우차만과 유성비표 교재곡 역시 비릿하게 웃으며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무림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압도적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자 세 고수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기세에 세 혈교 고수들은 완전히 눌려 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이제 숨을 쉬기조차 쉽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 철신광마 척강이 그들의 강력한 기세에 지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며 억지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흥!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보아라!”
하지만 그 혼자만이 필사적으로 투지를 불태웠을 뿐, 그의 옆에 있던 흑혈환마 두당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살짝 겁먹은 눈빛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백면시마 구우절 역시 표정만 무표정했을 뿐 살짝 주춤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때였다.
그 일촉즉발의 순간, 쌍룡장 우차만이 유성비표 교재곡과 남몰래 슬쩍 시선을 교환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은밀한 시선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강력한 장법으로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이 되었던 쌍룡장 우차만이, 갑자기 검성의 등을 향해 온 힘을 다한 쌍장을 내지른 것이었다.
“흡!”
콰아아아앙!
그것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뒤에 있던 백호대는 물론 앞에서 지켜보던 혈교 고수들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혈교의 고수들과 막 싸우려는 지금 그들이 왜 검성을 공격한단 말인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습에 깜짝 놀랐던 사람들도, 기습을 날렸던 우차만과 교재곡만큼 놀라지는 않았다.
완벽한 기습이라고 생각했던 우차만의 쌍장이 어느새 생성된 검성의 푸른 호신강기에 막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터어엉!
우차만의 쌍장이 호신강기에 가볍게 튕겨 나왔다.
검성이 마치 그들이 기습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우차만의 공격을 자연스럽게 막아 냈던 것이었다.
게다가 검성은 그의 공격을 막은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샤아아악!
“!”
검성은 우차만의 쌍장을 호신강기로 받아 내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며 우차만에게 검을 휘둘렀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과정은 보이지 않고 결과만 보였던 엄청난 쾌검이었다.
우차만이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이런….”
다음 순간, 그의 몸이 두 동강으로 갈라지며 피를 뿜어냈다.
푸화아악!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인 그로선 너무도 어이없는 죽음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이 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도중 오히려 기습을 당했기에 벌어진 결과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유성비표 교재곡은 황급히 몸을 피했다.
그가 몸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그가 공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심이 많은 그였기에 마지막까지 우차만이 공격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것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뒤로 몸을 날렸던 것이었다.
교재곡이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어떻게?! 알고 있었나?!”
그러자 검성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 딸이 조심하라더군. 나는 아니길 바랐지만.”
해청연은 고수들을 부르라면서도 그렇게 오는 이들 중 분명히 제갈지강의 손이 닿은 자들이 있을 거라며 검성에게 경고했었다.
하지만 둘 모두가 제갈지강의 안배라는 건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였다.
검성이 문득 교재곡을 향해 자신의 검을 힘껏 던져 버렸다.
슈하악!
검성이 던진 검의 속도는 놀라웠다.
굳이 원심력을 더하지 않았음에도 암혈향이 던졌던 철환의 속도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빛살 같은 공격을 보면서도 교재곡은 이를 악물고 코웃음을 쳤다.
“흥!”
샤아악!
교재국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측면으로 방향을 틀어 검의 경로에서 벗어났다.
그가 천하삼십육성에 속한 고수들 중에서도 신법과 암기를 특기로 하는 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묘기였다.
그는 검을 피한 후 바로 검성을 향해 암기를 뿌리려 했다.
‘검사가 검을 버리다니, 나를 너무 무시했구나!’
하지만 막 암기를 뿌리려던 그의 눈은 순간 너무 경악해 크게 확대되고 말았다.
“뭣?!”
슈하악!
자신이 옆으로 피한 검성의 검이 공중에서 부드럽게 방향을 바꿔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선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크윽!”
교재국은 이번엔 검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검의 속도가 너무 빨랐고 거리도 지나치게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급히 기합을 내지르며 양팔을 펼쳤다.
“하아압!”
화아아악!
그의 몸에서부터 노란색의 장막이 확 분출됐다.
호신강기였다.
‘일단 호신강기로 저걸 막고 바로 빠져서…?!’
푸우욱!
“커헉!”
교재국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검성의 검이 호신강기를 뚫고 자신의 가슴을 꿰뚫고 말았던 것이었다.
“이, 이럴…. 이건…?”
가슴을 꿰뚫린 교재국이 호신강기를 유지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의 몸에서 호신강기가 사라지자 검성의 검은 그대로 교재국의 몸을 꿰뚫어 버리고는 살아 있는 것처럼 공중을 날아 검성에게로 돌아갔다.
마치 하늘을 나는 물고기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다음 순간, 교재국의 시신이 땅에 추락한 것과 검성이 다시 손에 검을 쥔 것은 동시였다.
터억!
쿠웅!
그러자 그를 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멍한 눈빛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건 설마?”
“이기… 어검?”
“정말 이기어검이라고?”
검성을 호위했던 백호대 무사들은 물론,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에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저 지켜봤던 혈교의 고수들도 모두 멍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허공섭물 따위가 아니었다.
무려 호신강기를 꿰뚫어 버린, 진짜 이기어검이었던 것이다.
그저 무협지 속에서나 나오는 전설에 불과하다고 치부했던 이기어검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만 것이었다.
혈교 고수들은 검성의 엄청난 무위에 비록 자신들의 적임에도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크으! 대단하군!”
“이런 세상에….”
“….”
하지만 그들은 그래선 안 됐었다.
한 명이라도 검성을 상대하는 사람이 많을 때 합공했어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 무려 이기어검을 사용하고 그들과 동급인 고수 두 명을 순식간에 참살한 검성의 눈이 그들에게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혈교 고수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혈교의 벌레들 앞에서 못난 꼴을 보였군.”
꿀꺽!
자기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우차만, 교재곡보다야 자신들이 한 명 더 많긴 하지만, 그게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자신할 수가 없었다.
천의검성 해운백.
세인들에겐 그들의 지존인 혈마보다도 윗줄로 평가받는 그 절대자의 기세에 천하삼십육성의 세 명은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때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철신광마 척강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잘난 척하지 마라! 너 따윈 절대 두렵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것 자체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다는 철신광마 척강마저도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악을 써야 할 정도로 검성의 존재감은 거대했던 것이다.
척강은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강자와의 싸움이 삶의 목적이었던 자신이 잠시나마 상대의 기세에 눌려 움직이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치욕스러웠다.
하지만 척강이 앞으로 떨쳐 나아가려 했을 때였다.
검성의 신형이 어느새 그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슈욱!
찰나의 순간 펼쳐진 이형환위였다.
“!”
경악한 척강을 향해 검성의 검이 움직였다.
샤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갈라졌다.
“크으으윽!”
척강은 정신없이 뒤로 몸을 날렸다.
그가 검성의 검에 두 동강 나지 않은 것은 순전히 본능적으로 호신강기를 뿜어낸 덕분이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호신강기를 뿜어냈음에도 검성의 검은 그것을 대부분 갈라 버리고 말았었다.
심지어 앞을 막았던 척강의 단단한 두 팔마저도 삼분지 일쯤 베여 피를 뿜어내고 있는 상태였다.
“으으으윽!”
게다가 거기서 끝난 것도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 뒤로 몸을 날린 척강의 바로 앞에 어느새 검성의 신형이 다시 나타나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무심한 눈빛으로 척강에게 검을 찌르고 있었다.
“!”
그러자 그를 보는 척강의 눈이 두려움의 빛으로 가득 찼다.
자신에게 두려움 따위는 없다며 늘 큰소리쳐 왔던 철신광마 척강이 살면서 처음 느끼게 된 압도적인 공포였다.
하지만 그의 운이 아직 다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끼야앗!”
백면시마 구우절이 필사적으로 검성의 뒤를 덮치고 있었다.
여기서 한 명이라도 죽는다면 자신들에게 희망은 없었다.
어떻게든 그를 저지해야만 했다.
하지만 뒤에서 검성에게 쌍장을 휘두르려던 구우절은 문득 자신의 눈앞으로 날아온 검성의 발부터 목격해야만 했다.
“!”
퍼어엉!
구우절은 황급히 팔로 자신의 앞을 방어했다.
하지만 팔을 후려 찬 엄청난 충격에 뒤로 탄환처럼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검성의 간단한 뒤차기조차 그에겐 너무나도 치명적인 공격인 것이었다.
구우절이 검성의 행동을 아주 잠깐 멈췄을 때 결국 척강의 목숨을 살린 자는 의외로 겁쟁이처럼 뒤로 빠졌던 흑혈환마 두당이었다.
무공보다도 섭혼술로 더 유명한 혈교의 마두 두당은 검성이 척강을 공격하자마자 바로 몸을 날려 그에게서 멀어졌었다.
하지만 도망친 것은 아니었다.
그가 몸을 날린 곳은 바로 무림맹의 무력대인 백호대가 있는 쪽이었던 것이다.
“이놈!”
“죽어랏, 마두!”
두당이 자신들 쪽으로 날아오자 백호대원들은 무림맹의 최정예답게 신속하게 검을 들어 그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두당의 기묘한 눈빛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들은 그럴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슈학!
“커헉?! 재정! 무, 무슨 짓인가?!”
채챙!
“으윽?! 상낙! 정신 차리게!”
백호대원들은 두당을 공격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백호대의 몇 명이 자신의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두당은 비릿하게 웃으며 백호대원들을 주욱 훑었다.
혈교 섭혼술의 정점인 혈고술을 쓴 것은 아니기에 섭혼의 효과도 잠시뿐이고, 또 무공과 정신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자들만 걸리겠지만 이런 상황에선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흑혈환마 두당은 상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약하면 약할수록 더 활약할 수 있는 자였던 것이다.
‘자, 한 몇십 명쯤 섭혼해서 검성을 공격하게 한다면…!’
두당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문득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의 섭혼에 걸렸던 백호대원들이 갑자기 픽픽 쓰러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털썩! 털썩!
“재정!”
“쓰러졌다! 점혈당했어!”
“검성 님이시다!”
두당은 경악했다.
저들이 쓰러진 이유가 검성이 지풍으로 그들을 점혈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 이런?!”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검성이 바로 그의 앞까지 날아와 있었다.
“으아아악!”
두당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박투가 특기인 척강조차 제대로 막지 못했던 검성의 검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샤아아악!
푸화악!
“으아아악!”
검성이 휘두른 칼에 두당의 왼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나마 온 힘을 다해 뒤로 몸을 날렸기에 왼팔 하나로 끝난 것이었다.
게다가 검성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시 몸을 날리자 어느새 두당의 눈앞에 검성의 신형이 나타나 있었다.
“안 돼!”
두당은 눈앞을 가득 채운 검성의 모습에 황급히 동료들을 보며 도움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를 도울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척강의 거대한 신형은 저 먼 쪽으로 튕겨 나가 버린 상태였다.
아마 검성이 척강을 차 버리고 온 모양이었다.
아까 이미 검성의 발에 차여 날아갔던 구우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위치상 도저히 두당을 지원하러 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꼼짝없이 두당 혼자 힘으로 검성을 상대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당에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찔러 오는 검성의 검을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절망 어린 눈빛으로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때였다.
- 거기까지!
공중에서 갑자기 나타난 적의인 한 명이 붉은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검성의 속도와도 비견할 만한 이형환위와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음?”
그러자 결국 두당의 목숨을 마저 끊지 못한 검성의 검은 적의인의 수강과 맞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앙!
폭발이 가라앉고 양쪽으로 떨어진 두 사람은 움직임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봤다.
잠시 후 먼저 입을 연 쪽은 검성이었다.
그가 침중한 눈빛으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렀다.
“사혜혈마 전무광?”
그러자 혈마가 빙긋이 웃으며 인사했다.
“반갑소, 검성. 내가 혈마라오.”
검성과 대등한 십오 인의 절대자, 그중 천하사마의 일인이자 혈교의 주인인 혈마가 검성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