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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177화 (164/359)

177화 혈교 원정대 결성-2

설풍과 비사영, 야운향과 다캄의 네 사람은 진작부터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선우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선우진의 모습에 야운향이 문득 입을 열었다.

“늦는군요.”

그러자 비사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진이 녀석이 늦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그 말에 비사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야운향이 다시 말했다.

“대사형이 다른 사람을 그렇게 신뢰하는 건 처음 보는데요?”

그러자 비사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뭐, 자연스러운 일이지. 아마 사매도 녀석과 함께 몇 번 구르다 보면 그렇게 될 거야.”

그러자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설풍이 문득 끼어들었다.

그는 혈교로 쳐들어가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선우진의 계획을 듣고 난 뒤 다시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은 전선에 근무하는 근무자 모두의 특성이기도 했다.

수없이 동료들을 잃어봤던 근무자들은 복수를 다짐할망정 슬픔을 오래 간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정 죽은 사람들을 위하는 일은 슬픔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몫까지 남은 삶을 더 즐겁게 살아가는 거라는 걸, 그게 현명한 행동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검성의 죽음과 동료들의 납치에도 불구하고 이제 원래대로의 유쾌한 분위기를 되찾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동료들이 아직 살아있고 그들을 구할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기운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설풍이 빙긋이 웃으며 비사영과 야운향에게 말했다.

“이제 그 호칭도 많이 익숙해졌군. 두 사람, 이젠 완전한 사형과 사매로 보이는걸?”

그의 말에 야운향은 특유의 나른한 눈빛으로 희미하게 웃었고, 비사영 또한 어색하게 웃음 지었다.

***

야운향이 비사영을 찾아왔던 것은 이 주쯤 전이었다.

그 바로 직전, 두 사람은 대련을 했었고 그 대련에서 비사영은 바람과 같은 신법으로 야운향을 패배시켰었다.

그러자 물을 마시고 있던 비사영을 찾은 야운향이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신법에는 꽤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당신은 도무지 상대할 수가 없군. 아무래도 당신을 이기려면 그 신법을 좀 배워야겠어.’

그녀의 뜬금없는 소리에 비사영은 눈을 껌뻑거리며 물었다.

‘…에?’

그러자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천풍신법. 그걸 내게도 가르쳐 줘.’

비사영은 그 황당한 요구에 마시던 물을 뿜어낼 수밖에 없었다.

‘푸욱!’

비사영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물론 선우진과 배종관, 천주은에게 천풍신법을 전수해 주긴 했었다.

하지만 그들이야 이미 목숨도 맡길 수 있는 친우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심지어 사교성도 없어 대화도 거의 해 보지 못한 야운향이 자신에게 그런 요구를 하다니.

너무나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비사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나한테 맡겨 놓으셨소? 내가 왜 우리 비종문의 가장 귀한 비전 신법을 소저에게 가르쳐 줘야 한단 말이오?’

그러자 야운향이 특유의 나른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동료들이 강해질수록 모두가 다 안전해질 테니까 말야.’

‘허!’

비사영은 헛웃음을 지었다.

물론 말이야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서로가 아는 걸 다 가르쳐 줘야 한다면, 전선에 있는 모든 절기들은 다 공유되어야만 할 것이 아닌가.

그는 이제 인상을 팍 쓰며 대꾸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지만 야운향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른한 말투로, 하지만 진지한 눈빛으로 비사영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가르쳐 달라는 건 아니야. 천풍신법을 가르쳐 준다면 나도 비종문의 제자가 되겠어.’

그 말에 소리를 지르려던 비사영이 잠시 멈칫했다.

‘…뭐요?’

그러자 야운향이 드물게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말을 반복했다.

‘내가 비종문의 문도가 되겠다고. 앞으로 혈편서시 야운향은 비종문의 문도라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니겠어. 그리고 비종문의 부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할게.’

그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할 말을 잃은 비사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저 야운향이 비종문의 문도가 되겠다고?

그래서 비종문의 부흥을 위해 힘쓰겠다고?

그건 비사영이 정말 생각지도 정말 못했던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선우진이나 배종관, 천주은에게 천풍신법을 가르쳐 줬었지만, 그들에게도 그런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었던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녀가 진짜 비종문의 문도가 되겠다니….

하지만 잠시 당황했던 비사영은 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소저에게도 사문이 있을 것이 아니오? 그런데 그 사문의 허락도 없이 어떻게 비종문에…?!’

하지만 그 말에도 야운향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난 없어, 사문. 내가 익힌 건 가전무학이고, 내 부모님은 이미 예전에 돌아가셨어. 그러니 내가 어느 문파에 들어가든 그건 내 마음이야.’

그러자 비사영은 다시 한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잠시 입을 달싹거리던 그는 간신히 다시 말문을 열 수 있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비종문에 들어오겠다는 건 좀….’

하지만 늘 나른하게만 보였던 야운향의 눈빛이 지금만큼은 전혀 가볍지 않아 보이고 있었다.

그녀가 선명한 눈빛으로 말했다.

‘전혀 가벼운 마음이 아니야. 난 천풍신법을 최고의 신법이라고 평가하고 있고, 내가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비종문의 상황에 관한 얘기는 이미 들었어. 그러니 이번에 날 비종문의 문도로 받아들여 주기만 한다면 나 역시 본문의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어.’

그 말에 비사영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본문… 이라고?

천풍신법을 최고의 신법이라고 평가한다는 말에서 벌써 살짝 마음이 꺾였던 비사영은 그녀가 입에 담은 ‘본문’이라는 말에 더 버티지 못하고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비종문을 본문이라고 불러 주다니….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그랬다.

어차피 비종문의 부흥을 위해선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무려 사파 무림에서 ‘혈작’의 칭호를 받은 그녀가 진심이라면, 그건 정말 최고의 영입이 아니겠는가.

비사영은 얼마 전 마지막 사숙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었다.

그러니 이제 비종문의 제일 큰 어른이 된 장문 제자로서 이 일은 절대 거부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직 그녀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적어도 이제껏 지켜본 결과 그녀가 좀 독특한 사람이긴 해도 한 번 한 말을 어기는 가벼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 않은가?

그러니 이건 충분히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 만한 일이었다.

그런 이유들로 이제 대충 마음을 굳힌 비사영은 헛기침을 하며 그녀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흠, 흠.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비종문에 받아들여 줄 수도 있소. 마침 내가 문파의 가장 웃어른인 장문 제자이니 충분히 그럴 위치이기도 하고 말이오. 하지만! 야 소저가 우리 비종문에 들어온다면 정말 비종문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셔야 하오! 또, 비종문의 가장 웃어른인 나를 대사형으로서 깍듯이 모셔야 한다오! 야 소저께서 진정 그러실 수 있겠소?’

그러자 야운향은 천천히, 하지만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비사영에게 말했다.

‘사매 야운향이 대사형께 인사드립니다.’

그 모습은 비사영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는 그녀의 행동에.

아름다운 그녀가 뿜어내는 묘한 색기에.

비사영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의 얼굴이 어쩐지 붉게 상기되고 있었다.

***

잠시 후 선우진이 홍해아 증칠과 함께 도착했다.

그러자 비사영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소리쳤다.

“이 자식! 빨리빨리 안 다니냐?!”

그 말에 선우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 미안, 미안. 든든한 지원군을 또 한 명 영입하느라 그랬네. 오래 기다리셨죠, 조장? 야 소저께도 죄송합니다. 다캄도 미안.”

“든든한 지원군?”

선우진의 말에 비사영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홍해아 증칠을 바라봤다.

왜소한 증칠의 외관상 별로 든든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증칠이 팍 인상을 찡그리며 그에게 소리쳤다.

“어린놈이 대선배를 봤으면 공손히 인사부터 해야 할 것이 아니냐?! 어디서 눈깔을 희번덕거리는 게냐?! 네놈 사문에선 선배에 대한 예의를 그따위로 가르치더냐?!”

그 말에 비사영은 순간 아차 했다.

자기도 모르게 무례를 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순순히 사과하기엔 증칠의 말 역시 좀 지나친 감이 있었다.

게다가 사문에 대한 말까지 나온 건 확실히 선을 넘은 것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바로 옆에서 최근 영입한 사매까지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마지막 남은 사숙까지 돌아가셔서 문파의 가장 큰 어른이 된 자신이 사문을 모욕한 상대에게 순순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비사영은 눈을 부릅뜨고는 마주 소리쳤다.

“노인장이 대선배인지 아닌지 내가 알 게 뭐요?! 선배 대접을 받고 싶으신 분이 다짜고짜 후배의 사문을 모욕하시오?!”

그 말에 증칠 역시 아차 했다.

증칠은 살면서 종종 자신의 외모만 보고 무시하는 시선을 받아 오곤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사영의 표정을 보고 울컥했던 것이었는데, 확실히 사문까지 언급하는 건 과했다는 걸 스스로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래 잘못했다고 해서 사과를 하는 성격이 전혀 아니었다.

그가 코웃음을 치며 다시 소리쳤다.

“네 사문을 말해서 뭐?! 내 장담하는데 네놈의 사부가 내 앞에 있었어도 끽소리도 못 했을 것이다!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네 사부에게 홍해아 증칠이 누군지 물어보거라!”

그러자 비사영의 표정은 이제 완전히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우리 사부는 돌아가셨소만.”

그러자 증칠은 당황하고 말았다.

아무리 막 나가는 증칠이라도 사부가 죽었다는 얘기에까지 막 나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당황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뭐, 뭐?”

“못 들었소?! 우리 사부님께선 돌아가셨단 말이오!”

그러자 증칠이 한풀 꺾인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그, 그럼 사백이나 사숙이라도….”

“다 돌아가셨소! 사백도 사숙도! 마지막 남은 사숙까지도 얼마 전에 돌아가셨지! 우리 사문에 남은 제일 큰 어른이 바로 나요! 이제 속이 시원하시오?!”

“아니, 그….”

이제 증칠의 기세는 완전히 꺾여 버리고 말았다.

저 젊은 나이에 사문의 어르신 하나 없이 문파를 꾸려 나가는 놈이라니, 어디서 저렇게 불쌍한 놈이 살고 있었단 말인가.

아무리 증칠이 막 나가도 저런 놈까지 구박할 자신은 없었다.

그러자 증칠은 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도움을 청하듯 선우진을 슬쩍 바라봤다.

그러자 선우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중간에 끼어들어 둘을 중재하려 해 봤다.

“자, 자, 이분은 홍해아 증칠 노선배님이셔. 십 년 전쯤 은거하신 유명한 초절정 고수시지. 이분도 너의 사문인 비종문을 모욕하실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건 아닐 거야. 그만 기분 풀어, 사영.”

“흥!”

하지만 비사영은 아직 화를 풀 생각이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그를 외면했다.

그러자 비종문의 제자라는 말을 듣고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기억해 낸 증칠은 나름대로 그를 달래기 위해 이렇게 말을 꺼냈다.

“오! 네가 비종문의 제자였구나? 나도 그곳이 뛰어난 신법을 지닌 문파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었다!”

거기까진 충분히 괜찮은 시도였던 것 같았다.

비사영도 자신의 사문을 칭찬하자 약간 기분이 풀린 듯 증칠을 힐끗 바라봤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증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래, 좋다! 네가 사문의 어르신들도 안 계시다고 하니, 내 특별히 너에게 신법을 좀 지도해 주겠다! 이 홍해아 증칠 어르신께 신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지! 어떠냐?!”

그로선 나름대로 사과를 하기 위해 했던 말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비사영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

옆에 있던 선우진 또한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대체 왜 그런 말을 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나름대로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증칠은 이제 완전히 빈정이 상해 버리고 말았다.

“뭐, 뭐냐, 네놈?! 방금 그 표정은?! 감히 이 홍해아 증칠 어르신께서 친히 신법을 지도해 주시겠다는데 그딴 표정을 짓다니!”

그러자 비사영이 비릿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내게 신법을 지도해 주겠다니, 선배님께서 그럴 실력은 되시오?”

“뭐, 뭐야?! 이, 이 건방진 놈이?!”

그러자 옆에 있던 선우진은 이제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사영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증칠을 도발했다.

“좋소. 그럼 어디 나랑 신법 대결 한번 해보시겠소? 내가 지면 얌전히 무릎 꿇고 가르침을 받으리다. 대신 노선배가 지시면… 그래! 노선배가 지시면 노선배는 제 사부의 아우가 되시는 거요. 앞으로 사숙이라고 불러 드리지, 어떻소?”

자기 동생이 되란 말을 하지 않은 것만도 비사영으로선 그를 충분히 대접해 준 것이었지만, 증칠에게 그 배려가 느껴질 리 없었다.

그는 활화산처럼 폭발하며 소리쳤다.

“이놈! 당장 내 앞에서 무릎 꿇도록 만들어 주마! 남아일언은!”

“당연히 중천금이오.”

“좋다! 지금 바로 하자! 뭘 하면 되겠느냐?!”

“저기 저 멀리 보이는 큰 나무를 찍고 다시 이 자리로 오는 거요, 어떻소?”

“뭐가 됐든 상관없다! 당장 하자!”

두 사람은 이제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선우진을 쳐다봤다.

아마 출발 신호를 하라는 뜻인 모양이었다.

선우진은 갑자기 깊은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일단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 셋을 셀 때 이 팔을 내리면 출발입니다. 하나, 둘, 셋!”

그 순간 두 사람이 두 줄기 질풍이 되어 사라졌다.

파박!

파박!

신법을 특기로 하는 두 사람답게 두 줄기 선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속도였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 사람 중 먼저 돌아온 사람은 놀랍게도 비사영이었다.

“도착!”

비사영이 선우진의 옆을 지나며 소리쳤다.

그러자 약간의 차이로 뒤진 증칠이 소리쳤다.

“반칙이다!”

그 말에 비사영이 발끈했다.

“뭔 소리요?! 반칙이라니!”

“네놈, 저 나무에 손이 안 닿지 않았느냐?!”

“뭐, 뭐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분명 살짝 대고 왔단 말이오!”

“아니다! 아니다! 내가 분명히 봤다! 살짝 대는 척하면서 안 댔단 말이다!”

“이 망할 영감탱이가?! 내기에 져 놓고 어디서 쌩 억지를 부리는 거요!”

“헹! 난 분명히 봤다! 그러니까 공평하게 다시 하자!”

“내가 분명히 이겼는데 뭘 다시 하잔 거요!”

“분명히 안 이겼으니까 다시 하잔 거지!”

선우진은 이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그러자 설풍 역시 무척 피로한 표정으로 선우진을 바라봤다.

아마 언제 출발할 수 있냐는 뜻인 것 같았다.

하지만 선우진 또한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십여 년 전의 정혈대전 이후 첫 번째로 결성된 혈교 원정대의 모습이라니,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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