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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178화 (165/359)

178화 희망

시간을 돌려 선우진과 당여은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며칠 전.

자신을 납치하러 온 구유음마 지기음과 함께 가며 줄타기를 하고 있던 해청연은, 원래 나서유와 삭무흔을 무사히 돌려보낼 자신이 있었다.

적당히 시간을 끈 후 인질 교환을 하듯 자신과 그들의 안위를 바꾼다면 충분히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충분한 시간을 끌었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미처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직면하고 말았다.

해청연이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혈마?”

그랬다.

그는 정혈대전 때 봤던 바로 그 혈마였다.

사혜혈마 전무광이 두 명의 부하들을 대동하고서 해청연의 앞에 나타났던 것이었다.

그가 어쩐지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저가 해 대협의 딸이로군. 반갑네.”

해청연은 이제 도저히 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가 벌써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혈마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설마?”

그러자 혈마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부친께선 존경할 수밖에 없는 무인이셨네. 소저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무척 유감이로군.”

털썩!

해청연은 자기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상태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혈마는 힘이 풀린 해청연의 손에서 그녀의 목에 대고 있던 검을 허공섭물을 이용해 가볍게 빼앗았다.

그러고는 다시 그녀의 검집에 잘 꽂아 주었다.

스르릉!

하지만 해청연은 그조차도 인식할 수 없었다.

멍해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유아기 이후로 한 번도 흘린 적이 없었던 눈물이, 마치 그간 쌓여 있다 한꺼번에 터지듯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버지.”

문득 늘 유쾌하게 웃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

어려서부터 남들과 조금 달랐던, 그래서 사람 관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들 사이에서도 겉돌던 그녀에게, 아버지는 남들보다 훨씬 더 특별한 애정을 퍼부어 주시곤 했었다.

“아버지.”

그는 해청연의 삶에서 처음일, 그리고 마지막일 영웅이었다.

누구보다 강했고, 누구보다 올곧았으며, 누구보다도 존경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줄 알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늘 옆에 있을 거라고….

“아버지!”

그는 늘 그녀를 볼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어이구, 우리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 또 이 아비가 보고 싶어 찾아왔구나!’

그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너무 보고 싶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가 없는 세상을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이이이이이! 아아아아아아아악!”

해청연은 절규했다.

마치 울다가 그대로 혼절해 버릴 것만 같이, 아버지의 이름을 절절하게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혈마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혈마가 한참을 기다렸다 겨우 어느 정도 진정된 해청연을 데려간 곳은 어느 거대한 산 부근에 위치한 건물의 외딴방이었다.

혈마는 직접 우려낸 차를 해청연의 앞에 놔주며 말했다.

“내가 차 맛을 그리 잘 알지는 못해 맛은 별로겠지만, 따뜻한 차를 마시면 도움이 좀 될 걸세.”

하지만 해청연은 그저 무표정하게 찻잔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혈마가 빙긋이 웃으며 물었다.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상한 걸 넣었을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지 않겠나?”

그의 말은 분명 맞는 말이었다.

해청연은 이제 완전히 그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젠 그녀 자신을 인질로 삼을 수도 없었고, 설사 자결을 시도한다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 뻔했다.

해청연이 문득 그에게 물었다.

“제게 뭘 원하시는 거죠?”

그녀의 질문에 잠시 자신의 차로 목을 축인 혈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과거에 역천혈마라는 자가 있었네. 혹시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었다.

그의 질문에 잠시 눈에 이채를 띠었던 해청연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뇌신과 검신께 패해 죽었던 혈교의 교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혈마는 빙긋이 웃음 지었다.

“그래, 잘 알고 있군. 모두가 그녀를 뇌신과 검신 전설의 희생양으로서 기억하곤 하지. 하지만 혈교도 입장에선 좀 다르다네. 그녀는 혈교의 오랜 역사 속에서도 아주 특별한 교주였으니 말일세.”

“…특별하다고요?”

“그래, 매우 특별했지. 일단 뇌신과 검신 같은 신화경의 고수들과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던, 신화경에 거의 근접했을 거라고 믿어지는 고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녀가 오백 년 만에 다시 깨어난 존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네.”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해청연의 눈에 놀라움의 빛이 맺혔다.

“…오백 년 만에 다시 깨어났다고요?”

“그래. 아마 잘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라네. 그녀는 육백 년쯤 전에 이미 세상을 지배할 뻔했던 고수였네. 그리고 자신의 육신과 혼을 보존하고 있다가 오백 년 만에 깨어나 다시 한번 세상을 도모했던 것이지. 물론 또 실패하고 말았지만 말일세.”

해청연은 그 허황되게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해요.”

그러자 혈마가 빙긋이 웃음 지었다.

“그렇게 생각하나?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혈교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그리고 나 또한 그녀가 남긴 기록들을 보고 그게 사실임을 믿게 됐지.”

그 말에 해청연은 더 이상 그 얘기를 부정할 수만은 없었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혈마는 자신이 검증하지 않은 허황된 전설 따위를 믿는 광신도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대단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자로 보였다.

그런데 그런 혈마가 사실이라고 믿게 됐다면….

혈마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그 역천혈마는 최후의 전투에서 누군가에게 당해 죽고 말았네. 뇌신과 검신이 합공했다는 말도 있고, 사실 그 둘이 아닌 다른 고수에게 패한 것이란 말도 있지. 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아무튼 그렇게 죽은 역천혈마는 혈교 역사상 또 하나의 특별한 업적을 남기게 되네.”

해청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죽은 자가… 업적을 남겼다고요?”

그러자 빙긋이 웃음 지은 혈마가 눈을 번뜩이며 대답했다.

“그래, 진정 특별한 업적이지. 죽음에서 다시 돌아왔으니까 말일세.”

그 말에 해청연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죽음에서 돌아오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이젠 자신이 이제껏 혈마라는 자를 너무 과대평가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혈마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을 뿐이었다.

“그녀는 당시 자신의 수하에게 죽음 이후를 대비하도록 시켰던 모양이네. 그래서 강령술을 통해 자신의 혼을 다시 불러오도록 시켰지. 그리고 그 혼을 젊은 육신에 빙의시키도록 했네.”

그러자 날카로운 표정으로 듣고 있던 해청연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게 성공했다면 무림엔 또다시 역천혈마에 대한 전설이 남았겠군요. 실패했다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일 테구요.”

해청연은 지금 그 이후의 역천혈마에 대한 전설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꼬집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것은 그저 허황된 전설일 뿐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혈마는 그저 빙긋이 웃음 지을 뿐이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빙의에는 성공했지만 그 새 육신이 역천혈마의 격을 버티지 못한 경우 말일세.”

“격을… 버티지 못했다고요?”

“그래, 기록에 따르면 그녀의 혼을 빙의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젊은 육신이 그녀의 격을 버텨 내지 못하고 곧 붕괴해 버렸다더군. 그리고 곧 찾아온 추격대에 의해 그 대법을 진행했던 수하도 죽음을 당하고 말았지.”

해청연은 잠시 말없이 혈마를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

“이 얘기를 저한테 해 주시는 이유는요?”

그러자 순간 혈마의 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그가 이제까지의 청수한 모습이 아닌 진짜 마두와 같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그 역천혈마는 어려서부터 대단한 천재이며 미인이었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녀의 눈은 한쪽이 푸른색, 한쪽이 검은색으로 양 눈의 색이 달랐다고 하지. 마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해 소저처럼 말일세.”

해청연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이제 혈마의 말을 완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혈마는 자신의 육신에 그 역천혈마라는 혈교 역사상 최악의 괴물을 빙의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해청연이 긴장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

“그 사실을 왜 제게 알려 주시는 거죠?”

그러자 다시 청수한 표정이 된 혈마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 가장 큰 이유는 소저가 검성의 딸이기 때문이겠지.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소저의 부친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거든. 그리고 두 번째는… 소저가 생에 대한 의지를 가져 주기를 바라기 때문일세.”

검성의 얘기가 나오자 잠시 눈빛이 흔들렸던 해청연은 그다음 얘기에 천천히 반문했다.

“생에 대한 의지라고요?”

“그렇네. 솔직히 말하면 대법을 준비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필요하다네. 게다가 대법의 성공을 위해선 소저가 건강하고, 가능하다면 무위도 더 높아진 상태일 필요가 있지. 그러니 내 입장에선 소저를 그저 가둬 놓는 것보단 스스로의 의지로 계속 수련에 힘쓰게 해야만 하는 것이네.”

그 말에 실소를 지은 해청연이 다시 물었다.

“괴물의 그릇이 되기 위해 몸 관리를 하라는 말이로군요. 제가 왜 그 말을 따를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러자 혈마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소저는 솔직히 이 대법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불가능할 거라고 말일세. 그러니 만약 소저의 생각대로 대법이 실패한다면 소저는 무공을 높여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되겠군. 또한 설사 대법이 성공해 역천혈마가 빙의했다고 해도 마찬가질세. 그 대법은 한 개의 몸에 두 개의 혼을 넣어 그중 더 정신력이 강한 혼이 몸을 차지하게 하는 것이라네. 그러니 만약….”

그의 말에 해청연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제 정신력이 더 강하다면 그녀의 혼을 다시 몰아낼 수 있다?”

혈마가 묘한 눈빛으로 도발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떤가? 소저가 소저 자신을 믿는다면 한번 해 볼 만하지 않은가? 적어도 점혈된 채 아무것도 못 하고 갇혀 있는 것보단 소저에게도 훨씬 나은 일일 것 같은데 말일세.”

해청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사실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마음껏 움직이고 수련을 할 수 있다면, 그저 점혈되어 갇혀 있는 것보단 훨씬 더 많은 변수를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 안 된다면 나중에 자결을 하기 위해서라도 몸이 자유로워야만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이상했다.

조건이 자신에게 너무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혈마 정도 되는 자가 자신에게 이렇게 유리한 조건을 걸어 준다는 것이 너무 수상해 보였다.

‘대법이 성공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일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결론은 어차피 정해져 있었다.

해청연은 이윽고 혈마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 말대로 하죠. 단, 조건이 있어요.”

그러자 혈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시게.”

해청연이 요구한 것은 나서유와 삭무흔의 안위였다.

“저와 함께 잡혀 온 두 사람을 무사히 돌려보내 주세요. 두 사람이 아무 일 없이 돌아간다면 저도 어르신의 뜻대로 하겠어요.”

그녀의 말에 혈마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 밖을 향해 말했다.

“기음, 그들을 데리고 들어오게!”

그러자 곧 피풍의를 뒤집어쓴 유령 같은 사내 구유음마 지기음이 여전히 점혈당해 있는 나서유와 삭무흔을 가볍게 들고 들어왔다.

혈마가 엄중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나는 이 두 사람을 무사히 보내 줄 생각일세. 그러니 자네가 적당한 곳에 풀어 주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게. 그리고 이것은 혈마인 나의 명이니 모든 혈교도들은 이 두 사람을 절대 건드리지 말도록 해야 할 것일세.”

거기까지 말한 그는 다시 해청연을 보며 말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이 정도까지인 것 같군. 하나 이들은 최대한 빨리 비룡대로 돌아가야만 할 것일세. 다시 소저를 구하기 위해 돌아온다거나, 밀림 속을 배회하다 마인들에게 습격을 받는 것까지는 나도 어쩔 수 없으니 말일세.”

그의 말에 해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서유와 삭무흔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들은 점혈당해 아무 말도 못 한 채 간절한 눈빛으로 해청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혈마가 물었다.

“이들을 해혈해 주길 원하는가?”

하지만 잠시 생각하던 해청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냥 그 상태의 그들에게 말했다.

“저는 혈마와 내기를 하기로 했어요. 만약 제가 이긴다면, 언젠가 무사히 다시 만나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저를 믿고 부디 그냥 돌아가 주세요. 제 노력을 헛되이 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후일을 기약해 줘요. …그간 고마웠어요.”

그렇게 말한 해청연은 혈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해청연이 그들에게 전한 마지막 인사였다.

***

지기음이 부하를 시켜 나서유와 삭무흔을 풀어 주러 떠나게 한 후, 혈마는 해청연을 홀로 두고 밖으로 나와 천천히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때 암중에서 그의 곁을 지키던 지기음이 문득 그에게 물었다.

“그녀를 혼자 둬도 되겠습니까, 지존?”

그러자 빙긋이 웃음 지은 혈마가 되물었다.

“걱정되느냐?”

“비록 지존과 약속을 했다 하나 아직 어린 여아입니다. 혹시 혼자 남겨 놨다 갑자기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타당한 걱정이었다.

약속은 어차피 말뿐, 그녀가 지키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를 혼자 두고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이 지기음은 못내 불안했다.

하지만 혈마는 그저 웃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걱정 말거라. 그 아이는 앞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자 혈마의 호언장담에 지기음도 더 이상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지존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혈마는 다시 빙긋이 웃음 지었다.

사람들은 혈교의 섭혼술을 말할 때 모두 흑혈환마 두당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혈마가 흑혈환마 두당만큼이나 섭혼술에 정통하고, 백면시마 구우절만큼 강시 제조에 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특히 혈마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는 가운데 암시법을 거는 방법을 즐겨 사용하곤 했다.

상대방이 스스로 무언가를 원한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그를 무너뜨리는 것이 혈마의 또 다른 특기였던 것이다.

혈마는 이번 대화 중에도 해청연에게 그녀 스스로는 절대 눈치챌 수 없는 암시를 걸었었다.

그리고 그 암시의 내용은 바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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