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그들의 상황
혈교 원정대 다섯 명은 우여곡절 끝에 출발할 수 있었다.
물론 출발 전에 비사영과 홍해아 증칠은 방법을 계속 바꾸며 다시 몇 번의 시합을 벌여야 했고, 그때마다 비사영은 미세한 차이로 홍해아 증칠을 이기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 현재 비사영은 증칠을 사부의 동생, 사숙이라고 부르고 있는 중이었다.
“사매! 인사드려! 이분이 유명한 초절정 고수이신 홍해아 증칠이라는 분이신데 우리 사부님의 아우님이셔! 사매도 사숙이라고 부르도록 해.”
“….”
“증 사숙! 신법이 제법이시구려! 역시 우리 사부님의 아우답소!”
“증 사숙…!”
“으아아악! 그만 좀 불러라! 이 망할 놈아!”
비사영은 길을 가는 내내 증칠을 놀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처음엔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증칠도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폭발해 짜증을 내고 말았다.
하지만 그에 굴할 비사영이 아니었다.
그의 증칠 갈굼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었다.
선우진은 문득 이 집단이 정혈대전 이후 최초의 혈교 원정대라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서로 간의 어색함 따위는 생기기도 전에 없어진 것 또한 사실이었다.
***
촤아아악!
야운향의 검은 강편이 삼 장 가까이 펼쳐지며 전방을 반원으로 쓸어버렸다.
그러자 개떼처럼 몰려오고 있던 간귀 수십 마리의 허리가 그대로 끊어져 동강 나 버리고 말았다.
“캬아아아악!”
“끼아아아악!”
쉬이이익!
선우진과 비사영의 신형은 질풍이 되어 나무 위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나무 뒤에 숨어 있던 효귀들과 주귀들이 반으로 갈라져 피를 뿜어내며 낙과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퍼펑! 펑! 퍼퍼펑!
철귀들을 처리하는 건 설풍의 몫이었다.
설풍이 맹수처럼 달려들며 손발을 휘두르자 달려들던 철귀 네 마리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그때 증칠은 한쪽에서 호리병의 술을 홀짝홀짝 마시며 다캄을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 술은 소봉주라는 벌꿀로 담근 유명한 술로 증칠이 아주 조금씩 아껴먹고 있는 귀한 술이었다.
“호오, 저게 마인들이로군.”
일행들이 마인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던 증칠은, 문득 설풍에게 부탁해 철귀 한 마리를 자신 쪽으로 넘겨달라고 했다.
그러곤 철귀에게 암기를 던지며 피부 강도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파앙!
“호오! 이 세기로 맞았는데도 안 뚫린단 말이지? 어디 그럼 이것도?”
푸욱!
“크르르르!”
“오오! 배는 머리보다는 조금 무른 편이로군. 그럼 이 정도 세기는?”
퍼엉!
“오! 이 정도로 던져야 팔이 떨어져 나가는군!”
그 모습은 마치 잠자리 날개를 뜯으며 좋아하는 어린아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자 뒤에서 보고 있던 다캄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처 쾨물 너무 풀쌍합니타! 영캄님, 나파요!”
선우진은 어린아이 같은 증칠을 바라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문득 거의 정리되고 있는 주변을 둘러봤다.
예상했던 바이긴 하지만 애뇌산에 가까워질수록 마인들의 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역시 그곳에서 마인들이 나오고 있다는 예상이 맞았던 모양이었다.
선우진은 문득 그곳에 갇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료들을 떠올렸다.
‘청연 소저, 나 소저, 삭 형님.’
세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일지는 알 수 없었다.
아직 살아 있기를 바랄 뿐이지만 어쩌면 이미 구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아직까진 아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고 말이다.
“후우우.”
선우진은 깊게 심호흡을 하며 자꾸 조급해지려는 자신의 마음을 자제했다.
이런 임무에선 절대로 조급해져서는 안 됐다.
신속한 것과 조급한 건 전혀 다른 것이니까 말이다.
약간의 조급함 때문에 동료들을 구하기는커녕 지금 인원들마저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언제 어느 때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했다.
마음을 정리한 선우진이 다캄에게 물었다.
“다캄, 애뇌산까지는 이제 얼마나 남았지?”
“어, 이 속토라면 판나철이면 눈으로 폴 수 있을 컷 캍습니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선우진이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속도를 늦춰 은신한 채 이동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속도보다 은밀함이 우선이니까요. 마인들 역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그의 지시에 모두들 아무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증칠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거 참, 저 짐승 녀석이나 똘아이 네놈같이 그 나이 때에 말도 안 되는 실력을 가진 녀석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 놈들이 또 이렇게 다른 놈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신기하구나. 보통 젊고 뛰어난 녀석들은 어떻게든 남보다 뛰어나 보이려고 지랄발광을 하는 것이 정상인데 말이다.”
그 말에 비사영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여긴 남보다 뛰어나 보이는 것보단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한 곳이라서 말이오. 살 수 있는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 말을 들어야 하거든.”
그 말에 설풍 또한 동감한다는 듯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진은 쑥스러운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증칠이 문득 야운향을 보며 물었다.
“어이, 졸린 눈 계집아. 너는 전선에 온 지 얼마 안 됐다며? 근데 너는 뭘 믿고 저 기생오라비 놈의 말을 듣는 거냐?”
증칠은 일행들이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항상 자기가 만든 자기만의 호칭으로 불렀다.
그가 만든 호칭은 설풍이 짐승, 비사영은 똘아이, 선우진은 기생오라비, 야운향은 졸린 눈 계집, 다캄은 어눌이였다.
일행들은 자신들을 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비사영이 자기를 사숙이라고 부르며 놀리는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야운향은 증칠의 질문에 나른한 눈빛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대사형이 신뢰하고 계시니까요.”
그 당연하다는 듯한 망설임 없는 대답에 증칠은 감탄성을 내뱉었다.
“호오, 사파 출신이라면서 꽤나 경우와 의리가 있는 년이로구나.”
하지만 진짜 감동을 받은 건 증칠이 아니었다.
비사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울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그가 전선으로 오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는 사실상 자신의 사문을 포기했었다.
비종문을 재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복수라도 하기 위해서 전선에 왔던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은 절정 고수가 되어 버렸고 자신이 떠났던 사문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었다.
게다가 느닷없이 비종문도가 되겠다고 나타난 사매가 이렇듯 대사형인 자신을 믿고 따라주다니.
어쩐지 이 모든 상황이 비종문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증거인 것만 같았다.
감격스러웠다.
비사영은 울컥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기 위해 붉어진 얼굴을 돌려 먼 숲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심정을 알아챈 선우진이 빙긋이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두드려 주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불편해도 육성을 내지 않고 전음으로만 대화하겠습니다. 전음을 못 쓰는 다캄은 이제부터 내가 전담해서 업고 갈 테니 할 얘기가 있다면 내게 귓속말을 해 줘.”
“네, 알켔습니타.”
그러자 증칠의 표정이 구겨지며 이의를 제기했다.
“아니, 전음은 한 번에 한 명씩밖에 말을 전달할 수 없는데 그걸로 어떻게 대화를 하라는 거냐? 한마디 할 때마다 일일이 다섯 명에게 다 전음을 보내라는 거냐?”
그러고는 방금의 말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는 다른 일행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네놈들은 저 지시가 이상하지도 않냐? 아무리 믿어도 그렇지 저런 말까지 따르겠다는 거냐?”
그러자 비사영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좀 기다려 보시지요, 사숙. 저 똑똑한 놈이 어련히 알아서 대책을 알려 주지 않겠습니까?”
“엥?”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로 집중되자 선우진은 빙긋이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증 선배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 전음은 한 번에 한 명씩에게밖에 말을 전달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불편하겠지요. 그래서 지시 전달 순서를 정하려고 합니다. 어떤 의견이 있다면 여러분은 제게 전음을 주시면 됩니다.”
그러고는 설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반면에 제가 지시를 내릴 때는 첫 번째로 설풍 조장, 두 번째로 비사영, 세 번째로 다캄에게 전음을 보내겠습니다. 그럼 설풍 조장은 바로 증 선배님께, 사영은 야 소저에게 전음을 보내 주십시오. 그리고 전음을 받으신 분들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받았음을 확인해 주시거나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제게 전음을 보내 주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선우진의 말은 선우진이 세 번 전음을 보내면, 그사이 먼저 전음을 받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서로 내용을 공유하게 된다는 뜻인 것 같았다.
실제로도 다른 문제가 없다면 딱 그 안에 여섯 명 모두가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기는 했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보던 증칠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게 전달 체계를 정해 놓는다면 일일이 다섯 명에게 전음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던 증칠은 여전히 인상을 풀지 않은 채 딴지를 걸어 봤다.
“아무리 그래도 직접 얘기하는 것보단 훨씬 느려질 텐데?”
그러자 선우진은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지금부턴 신속함보다 은밀함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판단하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러다 혹시 급한 일이 생긴다면 당연히 말로 하셔도 좋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저부터 소리를 지르겠습니다.”
그의 말에 증칠은 더 이상 딴지를 걸지 못하고 약간 불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또한 속으론 선우진을 난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합리적인 지시를 내리는 건 사실 많은 지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지시 과정에서 매끄럽고 모나지 않게 사람들을 아우르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았다.
증칠이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많은 단체의 수장들을 봐 왔지만, 저렇게 매끄럽고 기분 나쁘지 않게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놈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확실히 무공뿐만이 아니라 지도자로서도 대단한 그릇을 갖추고 있는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증칠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선우진이 말을 끝맺었다.
“더 질문이 없으시면 이제부터 이동합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증칠은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캄을 업은 선우진이 능숙하게 그림자 사이로 은신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무림인도 아닌 자를 업고 은신할 수 있다니 최상급 살수와도 버금가는 은신술이 아닐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놈이 아직까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
“…지존의 말씀을 거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아니, 지존의 말씀을 거역한 게 아니라니까? 지존께서도 저 녀석들이 돌아가지 않고 다시 검성의 딸년을 구하겠다고 돌아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셨잖아! 난 어디까지나 저 녀석들이 돌아오려고 하는 것을 잡아 온 것뿐이란 말이다!”
귀에 들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에 나서유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이 처음 보는 낯선 공간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긴 어디? 몸이 안 움직여져. 점혈 당했구나.’
그녀가 누워 있는 곳은 불이 환하게 밝혀진 실내였다.
주변의 벽과 천장이 모두 커다란 돌로 만들어진 것을 봤을 때 평범한 건물은 아닌 것 같았다.
“거짓말하지 마라, 두당. 네놈이라면 충분히 지존의 명을 어기고 저들을 잡아 왔을 거란 걸 알고 있다.”
두당.
그 이름을 듣자 나서유는 정신을 잃기 전 삭무흔과 자신이 어떻게 됐었는지를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흑혈환마 두당. 맞아. 우리는 그자에게….’
그때 정신을 잃기 전에 들었던 두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진짜라니까 그러네. 저놈들이 다시 돌아오려고 하는 걸 딱 잡은 거라고! 그리고 솔직히 네놈도 저 녀석들이 필요하단 건 인정하지 않느냐? 아직 이삼십 대밖에 안 된 절정의 무인들이라니, 혈마인의 재료로 딱인 녀석들인데, 저런 놈들을 어떻게 그냥 보내 준단 말이냐?!”
혈마인?
재료?
알 수 없는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뭐든 간에 자신들에게 좋지 않은 얘기라는 것만큼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때 잠시 망설였던지 조용했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존의 명을 어기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나는 이 사실을 지존께 보고드리겠다.”
“하아, 그래. 해라, 해!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녀석들을 잘 관찰하고 있다가 다시 돌아오려고 할 때 잡아 온 거라고! 안 그랬으면 진작 잡아 왔지, 왜 이제야 잡아 왔겠느냐?!”
“…다녀오겠다.”
그 후 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도 목소리의 남자는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두당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여간 꽉 막힌 시체 놈 같으니라고. 저런 놈이랑 딱 붙어 있어야 하는 내 신세도 참 처량하구나. 진작 강시 제조술까지 익혀 둘 것을….”
그러곤 바로 다시 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 정신을 차렸구나!”
아마도 나서유가 눈을 뜬 것을 보았던 모양이었다.
두당이 바로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나서유는 이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왜소한 체격과 추레한 얼굴을 가진 중년인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두당이 다시 말했다.
“그래, 그래. 말을 못 하니 답답하지? 지금 아혈을 풀어 주마. 아, 하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는 말거라. 이 주변엔 너를 구해 줄 사람 따윈 하나도 없고, 오히려 네 비명 소리에 짐승이 되어 버릴 놈들만 가득하거든.”
두당은 으흐흐 웃음 지으며 나서유의 마혈을 풀어 줬다.
그러자 이제 말을 할 수 있게 된 나서유가 두당을 향해 떨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혈마는 분명 우리를 무사히 보내 주겠다고 했어요. 당신은 혈마의 부하이면서도 그의 명령을 어길 생각인가요?”
그 물음에 두당은 팍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너도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아까 구우절 놈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분명 너희가 다시 돌아오려는 것을 잡아 온 것이다. 그러니 지존의 명을 어긴 것이 아니다.”
구우절.
아까 있던 남자는 역시 혈교오마의 일인인 백면시마 구우절이었던 모양이었다.
나서유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필사적으로 반박했다.
“그건 억지예요! 저희는 그저 대화를 나눴을 뿐이지 결코 다시 돌아온 적이…!”
하지만 그렇게 소리치던 나서유는 음침하게 웃고 있는 두당의 표정을 보고는 문득 무슨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
그러자 두당이 다시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너희는 분명히 다시 돌아왔단다. 설사 너희가 기억을 못 한다 해도 말이다.”
나서유는 입을 벌린 채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무슨 짓을 했을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