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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182화 (169/359)

182화 예상치 못한 만남

설풍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 녀석은?”

선우진 또한 놀란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 녀석인 것 같군요. 독림에서 봤던.”

그러자 증칠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야? 너희가 아는 녀석이냐?”

그들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호랑이만큼 커다란 흑표 한 마리가 수십 마리의 마인들을 뒤에 달고 도망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니, 저게 도망이 맞는 건지도 좀 의심스럽긴 했다.

흑표는 빠르게 뛰어 거리를 벌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마인들이 따라오게 하려는 듯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도망친다기보다는 오히려 마인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때 증칠이 짜증을 내며 다시 속삭이듯 물었다.

“아, 아는 녀석이냐고 묻지 않느냐?”

그의 물음에 선우진이 일단 대답해 줬다.

“예, 저 흑표는 아마도 저희가 예전에 독림이라고 불리는 독지에서 조우했던 놈인 것 같습니다. 호랑이만 한 크기에 독 발톱, 절정 고수 뺨치는 전투력을 갖췄던 놈이었죠. 덕분에 탐혈마군 지광옥과 싸울 때 함께하기도 했었구요.”

“이잉? 표범이 절정 고수급의 전투 능력을 갖췄다고? 탐혈마군 지광옥과 싸워?”

증칠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저쪽에서 달려오고 있는 흑표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놀랍다는 듯 말했다.

“호오, 과연 일반 들짐승 같지는 않구나. 놀라운 속도와 몸놀림이야. 게다가 저놈, 지금 마인들을 유인하고 있는 게냐?”

그의 질문에 방금 전까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선우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려 했다.

아무리 저놈이 표범치곤 영리하다고 해도 일부러 마인들을 유인하기까지 한다는 건 너무 선을 넘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우진이 입을 열려는 순간 묵랑이 먼저 말을 걸었다.

- 그게 맞네.

‘…예?’

- 저놈, 진짜로 마인들을 유인하고 있군.

묵랑의 확언에 선우진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 그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그러자 묵랑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 저놈이 계속해서 마인들에게 의지를 보내고 있으니까.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고 있군.

‘…예?’

- 아마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모양일세. 새끼이거나 암컷일 것 같은데, 그것으로부터 마인들을 떼어 내려고 유인하고 있는 것 같아.

선우진은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그게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

아니 사실이라 쳐도 그걸 어떻게 알아듣는단 말인가.

그러자 묵랑이 살짝 웃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 인간은 어쩌면 언어라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의지를 읽는 법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 걸지도 모르네. 하지만 잘 생각해 보게나. 언어가 없는 미물들도 서로의 의사를 전한다네. 어쩌면 과거의 인간들 또한 미물들과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지.

그 얘기를 듣던 선우진은 놀라움에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그 말씀은… 동물의 의지를 읽으실 수 있다는 겁니까?’

- 모든 동물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네. 다만 저 녀석 정도쯤 되니 충분히 가능하군. 저 녀석은 아마도 영물? 요물? 그 정도의 급에는 올라 있는 녀석 같거든.

그건 놀라운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말이 아닌 의지를 통해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할 수 있다니 말이다.

그런 게 진짜 가능하다면….

선우진의 머릿속에 그 능력을 이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이 바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설풍이 속삭이듯 물었다.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네. 어떻게 할 건가, 진?”

그러자 증칠이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우리랑 상관없는 걸 알았으니 돌아가야지. 보아하니 방향도 정확히 우리 쪽으로 오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한시가 급한 데다 소란까지 피해야 하니, 확실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선우진의 선택은 증칠과 달랐다.

잠시 주변의 기척을 살피던 선우진은 주변에 다른 존재들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속삭였던 것이었다.

“마인들을 소탕하죠. 최대한 빠르고 조용하게 쓸어 버립니다.”

그 말에 증칠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물었다.

“잉?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며?”

그러자 선우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고 조용하게 해야죠.”

그러곤 바로 마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파박!

설풍 또한 마찬가지였다.

파박!

그러자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선우진을 따라 뛰쳐나가는 그를 보며 증칠은 투덜거리며 몸을 날렸다.

“어떻게 된 애새끼들이 반발이 없냐? 무슨 섭혼이라도 당한 거 아냐?”

쉬이익!

마인들을 유인하며 달려오던 흑표는 전방에서 갑자기 선우진의 신형이 질풍처럼 날아들자 순간 흠칫하고 말았다.

하지만 선우진의 시선과 흑표의 노란 눈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쳤을 때, 선우진은 놈에게 씨익 웃어 주었다.

그러곤 흑표를 그대로 지나쳐 마인들을 향해 쏘아져 갔다.

월하환검무 이 식.

현월.

화아아아악!

순간 꿈결 같은 장막으로 뒤덮인 세상 속에서 선우진의 검이 뿌연 구름 같은 검기를 뿜어냈다.

사일검법 칠 초.

흑천검우.

슈하아아악!

뿌연 구름 속에서 소나기 같은 검강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그가 스쳐 지나가는 마인들이 순식간에 꿰뚫리고 동강 나며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악!

“키아아아악!”

“끄에에에엑!”

마인들의 종류가 간귀건 주귀건 상관없었다.

심지어 철귀들까지도 한 줄기 검강에 머리가 꿰뚫려 쓰러지고 있었다.

그 순간 다른 방향에서 흑표를 지나친 설풍이 마인들을 들이받았다.

콰아아아앙!

“끼아아아아악!”

“끼에에에에엑!”

설풍과 충돌한 마인들이 모래알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붉은 강기가 이글거리는 설풍의 맹호조에 온몸이 뜯긴 채였다.

설풍은 마치 무인지경을 달리듯 마인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그러자 그의 뒤로 토막 나고 뜯긴 마인들의 시체가 흩날리며 통로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두 사람의 활약에 약간 늦게 참전한 증칠은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이미 크게 마인들을 분쇄하며 지나갔기에 자신은 뒤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가 또 구시렁거렸다.

“어린놈의 새끼들이 대선배를 모실 줄 모르고!”

하지만 입으론 불만을 토해 내도 그의 손만큼은 쉬지 않았다.

퓨슈슈슉!

구시렁거리는 그의 손에서 빛살처럼 쏘아진 암기들이 주변에 남아 있는 마인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초절정의 무위를 자랑하는 세 명이 참전하자 몇십 마리의 마인들이 정리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동안 흑표는 멍한 표정으로 선우진 일행의 싸움을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우진은 흑표가 멍한 표정을 지을 수 있고, 또 자신이 그걸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녀석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흑표가 갑자기 선우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파박!

‘공격인가?’

인상을 찌푸린 선우진이 어쩔 수 없이 녀석에게 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묵랑이 급히 선우진을 만류했다.

- 잠깐! 공격이 아니네. 기다리게.

그 말에 선우진이 멈칫하자, 아니나 다를까 선우진의 바로 앞에 착지한 흑표가 뭔가 다급한 듯 그르렁거리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놈은 선우진과 자신이 왔던 방향 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온몸을 이용해 어떤 의사를 전달하려 하고 있었다.

정확히 뭘 말하려 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무척 간절한 눈빛과 행동이라는 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 묵랑이 말했다.

- 그래. 그렇게 의지를 읽기 시작하는 걸세. 지금 이 녀석은 자기와 같이 가 달라고 말하고 있네. 제발 도와달라고 하는군.

그 얘기를 듣고 나니 확실히 그런 의미인 것 같았다.

문득 묵랑에게 물었다.

‘혹시 거꾸로 저 녀석에게 의지를 전달해 줄 수도 있으십니까?’

- 흠, 내가 자네 몸을 움직인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혹시 그러고 싶나?

살짝 장난기가 섞인 말투였다.

아마 지금 선우진의 마음속에서만 깃든 상태론 의지를 읽을 수는 있어도 전할 수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가 선우진의 몸을 통제하면 몰라도 말이다.

선우진 또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두 번 남은 기회를 그렇게 쓸 수는 없죠. 아쉽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해 보겠습니다.’

선우진은 흑표에게 눈을 맞추며 손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가 다시 흑표가 쳐다보는 방향 쪽을 가리키며 천천히 물었다.

“우리와 저쪽으로 같이 가자고?”

그러자 마인들을 정리하고 다가오던 증칠이 문득 그 모습을 보고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하! 이제 하다 하다 짐승이랑 대화까지 하려는 게냐? 아예 기인이 되고 싶어 환장한… 엥?!”

하지만 그를 비웃던 증칠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순간 호랑이만 한 흑표가 진짜 선우진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새끼 고양이처럼 껑충껑충 뛰며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놀란 얼굴로 멍하니 물었다.

“뭐, 뭐야, 이거? 진짜 짐승이랑 대화하는 거야?”

그러자 옆에 있던 설풍이 순수하게 감탄성을 토해 냈다.

“흑표와 의사소통을 하다니! 역시, 진은 대단하군요.”

하지만 선우진은 그런 일행들의 반응을 보지 않은 채 계속 흑표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함께 가 줄게.”

그렇게 말하고 몸을 일으키자 흑표가 재빨리 그쪽 방향으로 파박 뛰어가다가 빨리 오라는 듯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선우진이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가시죠. 저 녀석,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선우진과 설풍이 바로 몸을 날리자, 뒤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된 증칠이 고개를 저으며 그 뒤를 따랐다.

“이상해, 저놈. 너무 이상해.”

그리고 잠시 후, 흑표를 따라갔던 선우진과 일행들은 흑표가 왜 마인들을 유인했던 것인지를 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작은 토산이었다.

아마도 흑표가 지키고 싶었던 것이 그 토산의 작은 굴속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십여 마리의 마인들이 계속해서 그 굴을 파헤치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증칠이 중얼거렸다.

“아까 저놈이 유인하고 있던 마인들을 제외하고도 저만큼이나 남아 있었단 얘기니, 놈이 그렇게 사력을 다해 마인들을 유인하려 했던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구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선우진은 토굴 주변을 맴도는 흑표 한 마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건 암컷인 모양이군요.”

마인들의 주변으로는 함께 온 흑표와 달리 일반 표범 정도의 크기를 가진 흑표 한 마리가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인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마인들은 대부분 지능을 갖춘 주귀였다.

놈들은 그 흑표에겐 별로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두세 마리의 주귀만이 흑표를 위협해 쫓아낼 뿐 나머지 주귀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토굴을 넓혀 토산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캬아아아앙!”

흑표는 도착하자마자 주귀들을 향해 날카롭게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선우진 또한 그 뒤를 따르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자, 빠르게 처리하지요.”

무려 초절정의 무위를 발휘할 수 있는 세 명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이 겨우 십여 마리의 마인들을 정리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간에 불과했다.

퍼석!

마지막 주귀의 머리를 증칠이 박살 냈을 땐 고작 다섯 호흡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렇게 마인들이 모두 정리되자, 호랑이만 한 흑표와 암컷 흑표는 서로 얼싸안듯 몸을 비비고 혀로 핥아 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토굴을 향해 낮은 울음소리를 내자 그 안에서 세 마리의 작은 새끼 흑표들이 차례로 기어 나왔다.

강아지만 한 크기의 까만 새끼 흑표들이었다.

그 새끼들을 본 증칠이 자기도 모르게 감탄성을 토해 냈다.

“어이쿠!”

비록 맹수의 새끼였지만 아직 작은 흑표들은 너무도 귀여웠다.

마치 아기 고양이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중 한 마리의 다리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니 마인들이 왜 그렇게 그들에게 집착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선우진은 그들의 귀여운 모습에 감탄하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 녀석, 그사이 아빠가 되었군요.”

그러자 설풍도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독림에 있던 놈이 이곳까지 옮겨 온 모양이군.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서.”

증칠은 그들이 뭐라고 말하든 새끼 흑표들의 귀여움에 홀딱 시선을 빼앗긴 모습이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린 증칠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말했다.

“귀여운 놈들을 살렸으니 보람 있는 일이긴 했다만 우리가 지금 이럴 때는 아니지 않느냐?”

그의 말에 선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으로 나섰다.

이제 용무를 처리해야 할 시간이었다.

선우진이 다가가자 흑표 새끼들과 암컷은 바로 그를 경계하며 큰 흑표의 뒤로 후다닥 숨어 버렸다.

그러자 선우진은 조심스럽게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며 흑표에게 천천히 말을 전했다.

“우리는 저쪽 방향에 있는 동굴에 들어가려고 해. 혹시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곳 말고 거기로 들어갈 수 있는 다른 입구가 또 있을까? 알고 있다면 알려 줄 수 있겠니?”

선우진은 계속해서 흑표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동굴이 있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최대한 천천히, 진심을 담아 말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묵랑의 말대로 이 녀석이 영물이 맞다면 자신의 의사를 알아들을 거란 믿음에서 한 행동이었다.

그러자 잠시 선우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흑표가 그냥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암컷 쪽을 바라봤다.

“아….”

선우진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의지가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설마설마하며 지켜보고 있던 증칠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그럼 그렇지. 한낱 들짐승에게 그렇게 복잡한 내용을 물어본다고 답이 오겠느냐? 고작 저놈에게 그걸 물어보려고 아까운 시간을 버린…!”

그때였다.

흑표가 마치 암컷과 새끼들에게 뭔가를 당부하듯 그르렁거리더니만, 다시 고개를 돌려 선우진이 가리킨 쪽으로 훌쩍 몸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곤 뒤돌아 선우진을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왜 안 따라오냐고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자 정말 말을 알아들은 듯한 흑표의 행동에 증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도저히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실 잘 믿기지 않기는 선우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게 정말 자신의 의지를 제대로 알아듣고 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묵랑이 웃으며 말했다.

- 축하하네. 처음으로 영물과 의사를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군. 자네의 의지는 훌륭하게 전달되었다네. 녀석이 어서 빨리 따라오라고 하는군.

묵랑의 확인을 듣고서야 선우진은 환하게 웃음 지을 수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 있는 표정으로 동료들에게 말했다.

“어서 가시지요. 샛길을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군요.”

그러자 증칠이 멍한 표정으로 선우진에게 물었다.

“네, 네놈, 대체 뭐냐?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러자 선우진이 씨익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역시 지름길은 현지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 아니. 저게 현지‘인’은 아닌….”

하지만 아무도 증칠의 중얼거림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선우진과 설풍은 흑표를 따라 몸을 날렸고, 증칠은 뭐에 홀린 표정으로 호리병에 든 소봉주를 살짝 마시고는 멍하니 그 뒤를 따라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캄을 제외한 다섯 사람은 흑표의 안내로 귀소곡의 반대편 산 쪽의 무너진 틈을 통해 무황총 내부로 침투할 수 있었다.

선우진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빠른 진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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