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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186화 (173/359)

186화 무황총 침투-2

석실 내부로 들어간 선우진 일행은 경악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거대한 석실 내부엔 수많은 돌침상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엔 역시 거의 백여 명은 될 법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상태였다.

그랬다.

그들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전혀 인기척도, 호흡도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볼 때 분명히 죽은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체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누워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부패의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선우진의 머릿속에 아까 마두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작업장이라고?’

그러자 그 순간, 선우진은 이들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맙소사! 이들이 모두… 마인들이었구나.’

그랬다.

이 작업장이란 곳은 마인들을 제작하는 곳을 지칭했던 것이었다.

이들은 모두 마인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사람들임에 분명했다.

선우진은 경악한 눈빛으로 다시 사람들을 둘러봤다.

모두 무림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너무나도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한 선우진은 일단 마음을 가다듬기로 했다.

지금은 현 상황에 먼저 집중할 때였다.

빠르게 동료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 후방에서 다섯 명의 마두들이 오고 있습니다. 문 바로 옆에 매복했다가 각자 한 명씩 한꺼번에 처리하겠습니다. 주변에 다른 마두들이 없으니 소리를 내지 않는 것보다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엄지손가락을 세운 다섯 명과 한 마리의 짐승이 석실 문의 좌우, 위로 흩어져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마두들이 석실 쪽으로 다가왔다.

“거봐. 아무것도 없잖아. 그냥 가자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작업실 안에는 들어가 봐야지. 근데 작업자들은 다 어디 간 거야?”

그들이 그렇게 말하며 막 석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였다. 문득 그들의 좌, 우, 머리 위에서 순식간에 무언가가 쏟아져 내렸다.

쉬이이익!

“!”

“억?!”

샤아악! 푸화악! 푸욱! 콰직! 우두둑!

선우진의 검이 빛살이 되어 한 명의 목에 실선을 만들었을 때, 질풍처럼 지나간 비사영의 도에 마두 한 명의 머리가 공중으로 퉁! 튕겨 올라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동시에 증칠의 암기는 마두의 경동맥을 꿰뚫었고, 선우진의 일 권은 머리를 부쉈으며, 야운향의 채찍은 뱀처럼 목을 감아 목뼈를 부숴 버렸다.

모든 처리가 너무나도 신속하고 완벽했다.

마지막 단말마를 낼 수 있었던 자도 야운향의 채찍에 죽었던 한 명뿐이었다.

그들이 모두 쓰러지자, 선우진은 손바닥을 들어 일행들을 잠시 멈추게 한 후 정신을 집중해 혹시 모를 다른 마두들의 움직임에 대비했다.

“잠시 대기.”

하지만 정신을 집중해 봐도 주변은 깨끗했다.

적어도 감지 범위 내에서 느껴지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그러자 선우진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게 속삭였다.

“고생하셨습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나머지 사람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후우, 살 떨렸다.”

“에구, 이 나이 먹고 이게 무슨 고생이람.”

“…심장이 두근거려.”

비사영, 증칠, 야운향이 진이 빠진 듯 중얼거릴 때 선우진과 비슷한 감각을 가진 설풍만이 빙긋이 웃으며 선우진을 격려하듯 바라볼 뿐이었다.

***

선우진과 일행들은 잠시 돌침상에 누워 있는 사람들을 살펴봤다.

그러자 그들이 분명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갑게 식은 시체들이 어떤 처리를 받은 것인지 썩지도 않은 채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게다가 시체는 그들만이 아니었다.

석실 구석을 살펴보던 설풍이 문득 선우진을 불렀다.

“진, 이쪽으로 와 보게.”

설풍이 발견한 곳은 지하로 이어진 통로였다.

그리고 그 지하에는 석실 안보다 훨씬 많은 수백 구의 시신들이 역시 부패되지 않게 처리된 채 쌓여 있었다.

아마 그들 모두가 무황총혈사 때 죽었다고 알려졌던 사람들인 모양이었다.

“맙소사….”

“다들 무림인들인 것 같으니 이들 모두가 주귀나 철귀로 만들 시신들인 모양이로군요.”

간귀나 효귀는 대부분 묘족의 시신으로 만들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았다.

그러니 이들 모두가 철귀가 된다면 앞으로 수백 명의 철귀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였다.

석실 안을 살피던 일행 중 한 명이 그 시신들 중 아는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 일행은 바로 비사영이었다.

비사영이 문득 돌침상에 놓인 시신 한 구를 보고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스, 스승님?”

그 말에 다른 사람들 또한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비사영이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자는 것처럼 누워 있는 중년인 한 명에게로 가져가고 있었다.

그는 바로 비사영의 스승이었다.

어린 시절 고아였던 비사영을 데려와 부모처럼 키워 줬던 그의 스승 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스승의 얼굴을 그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비사영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차갑고 딱딱해진 스승님의 얼굴과 몸을 더듬다가 결국 그의 가슴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의 온몸이 애처롭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일행들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여기서 오래 시간을 끌 수는 없었지만, 아무도 차마 그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그때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야운향이었다.

그녀가 비사영을 향해 말했다.

“대사형, 스승님의 복수를 하러 가야죠.”

그러자 스승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비사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시뻘겋게 핏발이 서 있었다.

그가 붉어진 눈으로 선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 이곳, 꼭 부수자.”

그러자 선우진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의 확언에 비사영은 이를 악물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가자. 동료들을 구해야지.”

비사영은 비장한 눈빛으로 다시 석실 밖을 향해 앞장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황총의 내관으로 들어가 동료들을 구해야 할 시간이었다.

***

“자, 식사해.”

나신의 혈마인 여인은 나서유와 삭무흔에게 줄 음식들을 가지고 석실로 들어왔다.

첫 만남 이후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서유와 삭무흔 옆에서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곧 자신과 같아질 처지라는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본성이 선한 여인인 건지, 그녀는 무척이나 살뜰하고 친절하게 두 사람을 챙겨 주곤 했다.

나서유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고맙긴, 친구 사이에.”

그렇게 말한 여인은 나서유와 다시 눈을 꼭 감아 버린 삭무흔의 입에 음식을 넣어 주며 말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렇게 눈을 꼭 감고 있으면 안 불편해?”

“괜찮소. 눈을 뜨고 있는 것보단 덜 불편하다오.”

“신기하네. 그냥 보면 될 걸 바보 같기도 하고.”

“정 신경이 쓰이시면 소저가 옷을 입어 주시는 방법도 있소만.”

“옷? 에이, 귀찮아. 그리고 불공평하잖아? 너는 눈만 뜨면 되는데 나는 옷이란 걸 만들어서 입기까지 해야 하니 말이야.”

그녀는 즐거운 표정으로 삭무흔과 말장난을 이어 갔다.

이제껏 지켜본 결과 그녀는 이런 식으로 두 사람과 말장난하는 것을 좋아하는, 꽤나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었다.

삭무흔과 잠시 티격태격하던 그녀가 문득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빨리 시마 아버지가 오셨으면 좋겠다. 그럼 너희와 말로만 노는 게 아니라 같이 움직일 수도 있을 텐데.”

그녀의 말에 나서유와 삭무흔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녀가 말하는 시마가 혈교오마의 일인인 백면시마 구우절을 말하는 것이며, 그가 돌아오면 바로 자신들을 그녀와 같은 혈마인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삭무흔이 문득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도 같이 움직일 수는 있소. 소저가 우리의 점혈을 좀 풀어 주신다면 말이오.”

하지만 그녀는 어림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전에도 그건 안 된다고 했잖아. 너희가 그렇게 말할 거라고 환마 아버지가 이미 말씀하셨어. 절대 풀어 주면 안 된다고, 풀어 주면 도망가려 할 거란 말씀도 말이야.”

여인은 때로 무척 자유분방하고 장난기 많은 성격처럼 보이다가도, 환마나 시마의 지시는 아주 철저하게 지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

나서유는 그것이 정신에 걸려 있는 금제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서유는 전에 그녀에게 그녀가 과거에 원래 어떤 사람이었지 궁금하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잠시 멍하니 생각하는 듯했던 그녀는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 아파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고통이 사라졌을 땐 나서유의 질문 자체를 잊어버리는 모습을 보여 줬었다.

그러니 그것은 정신에 걸린 금제임에 틀림없었다.

나서유는 그 이후로 자신들을 살뜰히 챙겨 주는 그녀에게 미안해 차마 어려운 질문들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정말 백면시마가 돌아와 버린다면 모든 게 끝장일 테니까 말이다.

나서유는 마음을 굳게 먹고는 그녀에게 말을 꺼냈다.

“소저, 사실 저희는 소저와 같은 혈마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응? 왜? 나랑 놀기 싫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소저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요. 소저를 봐요. 소저의 백색 강기를 생각해 봐요. 소저는 절대 혈교도가 아니었어요. 혈교의 무공을 익힌 자들은 모두 붉은색 강기를 쓰게 되니까요.”

나서유의 말을 그녀가 멍하니 되뇌었다.

“붉은… 색 강기라고?”

“그래요. 소저의 강기는 눈부신 백색이잖아요. 분명 저희와 같은 정파인이었다는 증거예요. 혈마에 대항해 싸우던 정파인이요. 잘 생각해 봐요. 소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러자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던 그녀가 갑자기 머리를 움켜잡았다.

“아아악! 머리가!”

지난번과 같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서유는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번엔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이것도 그래요. 과거를 물어보니 머리가 아프잖아요? 이건 다 그들이 소저에게 걸어 놓은 정신 금제가 틀림없어요. 잘 생각해 봐요. 소저는 원래 정파인이었어요. 혈마의 도구가 아니라 혈마에 대항해 싸우던 정파인이었다고요. 부디 떠올려 봐요.”

“아아아악!”

나서유는 계속된 질문이 그녀를 고통스럽게 해 마침내 금제를 깰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아아아아악!”

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지르던 그녀가 더 견디지 못하고 석실을 뛰쳐나갔기 때문이었다.

거의 초절정 고수에 가까운 엄청난 속도였다.

“소…!”

나서유는 한순간 없어진 그녀의 신형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바로 침묵이 찾아들었다.

잠시 후, 나서유가 힘없이 물었다.

“삭 오라버니, 제가 잘못한 거였을까요?”

그러자 삭무흔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니오. 우리는 뭐라도 해 봐야 하는 상황이니 잘하신 거요. 다만… 덕분에 그간 우리를 지켜 주던 울타리가 사라져 버렸구려.”

“…….”

그의 말에 나서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서유가 불안해하고 있는 이유 또한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간 그 혈마인 여인은 항상 그들의 옆에서 딱 붙어 있으며 다른 마두들의 접근을 막아 주곤 했다.

그래서 그동안 두 사람은 아무 일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방금 나서유가 했던 행동이 그 울타리를 스스로 치워 낸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던 것이었다.

나서유는 부디 별다른 일이 생기기 전에 그녀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제발….’

하지만 세상은 전혀 나서유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석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방금 그년이 지나간 거 봤어?”

“봤지. 미친년처럼 머리를 움켜쥐고 환마 님 쪽으로 달려가던데? 무슨 일이 있나?”

“크크크크, 무슨 일이야 당연히 있겠지. 바로 석실 안의 계집이 혼자 남은 일이 말이야.”

“크흐흐흐흐, 그렇군.”

나서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그 마두들의 목소리였다.

초절정으로 보였던 그 마두들이 다시 석실 앞으로 온 것이었다.

‘안 돼! 제발!’

나서유는 그들이 들어오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그녀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그들은 바로 석실 안으로 들어오고야 말았다.

그러곤 나서유에게 말했다.

“예쁜 것, 그동안 잘 있었느냐?”

“크흐흐흐흐! 구가와 주가는 운도 없군. 하필 이럴 때 중관에 가 있다니 말이야. 크흐흐흐흐!”

“그러니 더 좋지. 우리가 더 많이 즐길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크흐흐흐!”

그들의 탐욕스러운 목소리에 나서유는 절망으로 가득 찬 말을 뱉어 냈다.

“안 돼….”

***

같은 시각, 선우진 일행은 다시 석실에서 나와 아까 넘어가는 데 실패했던 긴 직선 통로를 조심스럽게 통과하는 중이었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저 네 방향 통로에서 우측 그리고 다시 좌측, 또 우측으로 가면….’

노제억의 말이 맞다면 그곳에 내관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고 했었다.

물론 내관 쪽 입구에도 경계 근무자들이 있다는 얘기 또한 했었다.

하지만 거기선 어쩔 수 없었다.

선우진은 거기까지 갔다면 이제 소란을 피워도 어쩔 수 없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보초들을 유인해 낼 수 있다면야 제일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빠르게 처리를 해서라도….’

선우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신속하게 직선 통로에서 빠져나가 우측으로 방향을 꺾었다.

그리고 거기서 멀지 않은 갈림길에서 다시 좌측으로 꺾으려 할 때였다.

문득 그가 황급히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곤 바로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일행들을 멈추게 했다.

그의 다급한 전음이 동료들에게 들려오고 있었다.

- 정지! 아마도 내관 쪽 입구인 듯한 곳에 절정 고수 여섯 명과… 초절정 고수가 두 명 있습니다.

그 전음에 일행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초절정의 고수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하필 하나밖에 없다는 내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서 말이다.

그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선우진의 지시를 기다렸다.

하지만 당황한 건 선우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젠장, 초절정 고수들을 소리 없이 처리하는 건 불가능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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