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교전선 비룡십삼대-189화 (176/359)

189화 무황총 침투-5

선우진과 설풍이 상대를 처리하자 혼자 남은 혈풍마군 어치람은 마음이 급해졌다.

가뜩이나 지금 상대하는 증칠에게 계속 밀리고 있던 중이었건만 이제 다른 놈들에게 합공까지 받게 될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힐끗 석실의 문을 바라봤지만, 굳게 닫힌 문은 그가 도망갈 구멍까지도 막아 버리고 말았다.

밖에서 쿵쿵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문을 부수려고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무척 튼튼하게 만들어진 문인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지?’

그의 머리가 생로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음이 급해진 사람은 혼자 남은 어치람만이 아니었다.

자기 혼자만 상대를 처리하지 못한 증칠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이, 내가 꼴찌라니!’

어떻게 된 애송이들이 명망 높은 초절정 고수인 자신보다도 훨씬 빨리 상대들을 처리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의 상대들도 모두 초절정의 고수들이었음에도 말이다.

마음이 급해진 증칠은 이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 도망 다니고 빨리 와서 죽어라, 이 난쟁이 놈아!”

그러자 특기인 신법으로 질풍처럼 날아다니며 싸우고 있던 어치람 또한 소리쳤다.

“헛소리 말고 너나 죽어라! 원숭이 놈아!”

“이 망할 놈이!”

분을 참지 못한 증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뛰어난 신법이 특기인 어치람을 바로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자 둘의 설전을 딱하다는 듯 지켜보고 있던 비사영이 문득 말을 걸었다.

“어떻게, 좀 도와드리오, 사숙?”

그의 물음에 증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웃기지 마라! 아무도 손대지 마! 이따위 놈을 내가 처리하지 못할 줄 아느냐?!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하지만 그가 그렇게 소리 지르고 있을 때였다.

눈을 번뜩인 어치람이 갑자기 한쪽으로 몸을 날렸다.

혈도를 해혈한 채 지켜보고 있던 나서유와 삭무흔이 있는 쪽이었다.

파박!

‘저년을 인질로 잡을 수만 있다면?!’

상황상 이자들이 들어온 이유는 아무래도 저 연놈들을 구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그러니 저들을 인질로 삼을 수 있다면 활로를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것이 그 순간 어치람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증칠이 당황해 입을 떡 벌릴 때, 비사영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쯧, 하필.”

어치람이 환한 얼굴을 한 채 나서유를 덮쳐 가고 있을 때였다.

문득 그의 양옆에서 두 명의 신형이 빛살처럼 날아들었다.

쉬이익!

“!”

설풍과 선우진이었다.

그들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무위가 떨어지는 사람들 근처로 이동해 있었던 것이었다.

마음이 급한 어치람이 그들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최악의 실수였다.

어치람의 양쪽에서 설풍의 정권과 선우진의 검격이 날아들고 있었다.

이미 몸을 날리고 있기에 피할 수도 없는 상황, 어치람이 비명 같은 기합을 지르며 몸을 휘돌려 그것들을 막으려 했다.

“으아아압!”

하지만 소용없었다.

퍼석!

샤악!

설풍의 일 권이 방어하려던 어치람의 작은 팔을 뚫고 머리까지 부숴 버렸을 때, 선우진의 검은 어치람의 허리를 통과해 지나갔다.

두 사람이 양쪽으로 엇갈려 날아간 후 남은 것은 허리가 동강 나고 머리가 사라져 버린 시체 한 구뿐이었다.

다음 순간, 넝마가 된 시체가 날아오는 것을 본 나서유는 황급히 몸을 날려 그것을 피했다.

털푸덕!

그러자 증칠이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놈은 내 거란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비명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설풍이 나서유에게로 다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괜찮소, 소저?”

그러자 나서유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여전히 설풍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애틋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비사영이 삭무흔에게 다가가 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삭 형님. 괜찮으십니까?”

그러자 경이로운 눈빛으로 설풍과 선우진을 번갈아 바라보던 삭무흔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몸은 충분히 괜찮은 것 같은데 마음이 좀 그렇지 않군. 저 두 사람은 언제 저렇게까지 성장한 건지…. 아무튼 고맙네. 여기까지 구하러 와 주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

그의 대답에 비사영이 공감한다는 듯 웃으며 대꾸했다.

“저 괴물들에겐 그냥 신경을 끄시지요. 그나저나… 해 소저는 혹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비사영의 질문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에게로 집중됐다.

그러자 삭무흔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청연이는 이곳에 없다네. 혈마와 함께 있지. 그 아이는 그때 혈마와….”

그때 선우진이 그의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어쨌든 청연 소저도 살아 있다면 됐습니다. 그 얘기는 좀 나중에 해야 할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한 선우진의 눈은 현재 석실의 문 쪽을 향해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를 따라 문 쪽으로 향했다.

쿵! 쿵! 쿵! 쿵!

밖에서 두드리는 듯한 충돌음이 들려오며 석실의 천장에서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튼튼한 문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선우진이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빠르게 말했다.

“조장도 느끼셨겠지만 저 밖에 있는 자는 흑혈환마 두당입니다. 거기에 두 명의 초절정 고수도 합류해 있는 것 같군요. 아마 다른 절정 고수들도 계속 이쪽으로 몰려들 것 같습니다.”

흑혈환마 두당의 이름이 나오자 일행들의 표정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천하삼십육성의 일인인 그의 이름은 일반 초절정 고수들과 차원을 달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우진의 표정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별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아마 그는 들어오자마자 섭혼술을 사용하려 할 것입니다. 제 생각엔 사영과 야 소저, 그리고 나 소저와 삭 형님은 위험하실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그러자 나서유가 여전히 쿵쿵거리는 문을 슬쩍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요. 여기 잡혀 올 때도 저희는 그의 섭혼술에 저항도 해 보지 못한 채 정신을 잃었었어요.”

그녀의 말에 일행들이 놀란 눈빛을 보낼 때였다.

선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러니, 두당은 제가 맡겠습니다. 조장은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무황총 밖으로 돌파해 주십시오.”

선우진의 말에 모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당을 혼자 상대하겠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말이 자기 혼자 뒤에 남겠다는 얘기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비사영이 급히 반박했다.

“무슨 소리야! 갈 때도 다 함께 나가야지!”

“맞아요, 선우 공자. 혼자 희생하려고 하지 말아요.”

“웬 허세냐? 이 증 어르신께서 새까만 후배를 뒤에 남겨 두고 갈 것 같으냐?!”

모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선우진을 만류할 때였다.

문득 그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모두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들 착각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뒤에 남으려는 건 시간을 끌기 위해 희생하려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께서 마두들의 시선을 끌어 주시는 동안 두당을 처리하고 내부로 들어가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할 일?”

“할 일이라고요?”

그러자 선우진이 약간 사악해 보이는 웃음으로 비사영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 무황총을 무너뜨려 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일행들의 표정이 한순간 멍해졌다.

모두 이 상황을 벗어나려는 생각만 하고 있었지 거기까지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사영이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아, 아니, 그건 그렇지만, 그, 그게 가능해?”

그의 물음에 선우진이 짐짓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훗, 날 믿어라. 이미 계획은 다 세워져 있다.”

그러자 일행들은 뭐라고 대답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되고야 말았다.

그들이야 선우진을 십 할 신뢰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의 호언장담을 믿을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설풍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진, 무리하지 말게. 아무리 자네라도 혼자서 두당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나?”

그 순간이었다.

콰르르릉!

계속해서 쾅쾅거리던 석문이 그대로 부서지고 말았다.

그러자 부서진 틈으로 제일 먼저 마두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역시 혈교의 초절정 고수 중 한 명인 단권마군 계석사였다.

“크하하하하! 이놈들! 이제 다 끝장이다!”

그 순간 선우진이 마음속으로 묵랑을 호출했다.

‘어르신.’

그러자 바로 묵랑의 유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 기다리고 있었네!

그리고 다음 순간, 선우진의 몸을 움직인 묵랑이 검을 휘둘렀다.

묵랑검의 검신에서 예전 암혈향을 해치울 때 보여 준 진보라색의 강기가 폭발하듯 솟구치고 있었다.

화아아악!

묵랑검법 일 초.

개천.

촤아아아악!

그의 검이 공간을 그었을 때, 일행들은 문득 세상이 갈라지는 듯한 환상을 본 것만 같았다.

마치 공간이 잠깐 찢어져 다른 세상으로 열린 심연의 틈을 엿보게 된 것만 같은 느낌.

그 일 검을 본 모두는 할 말을 잃고 그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의 일 검이 보여 준 알 수 없는 깊이에 비한다면 혈교의 초절정 고수 계석사가 단 일 검에 반으로 갈라져 즉사해 버린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닐 정도였다.

모두의 할 말을 잃게 만든 일 검을 펼쳤던 선우진은 이제 물끄러미 설풍을 바라봤다.

마치 이래도 무리라고 생각하냐고 묻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꿀꺽!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던 설풍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일행들에게 말했다.

“진이 두당을 막는 사이 빠져나갑니다. 모두 신호할 때까지 눈을 감으시길.”

그사이, 일 검에 고혼이 된 단권마군 계석사의 뒤로 두당이 들어왔다.

그는 부서진 문틈으로 먼저 들어왔던 계석사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직 보지 못한 상태였다.

“뭐야? 계석사가 죽었어? 벌써? 무슨 일이야?”

그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습관적으로 섭혼술을 사용하려 할 때였다.

문득 그의 눈에 이미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왔다.

“잉? 이것들이 잔머리를…!”

그때였다.

순간 지옥의 냉기를 쐰 듯한 섬뜩한 느낌에 두당이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촤아아아악!

다시 한번 펼쳐진 묵랑검법의 일 초 개천이었다.

두당은 몸을 피하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다.

만약 서서 저 일 검을 받아 내려 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전투가 아닌 섭혼술의 경지로 초절정의 벽을 넘은 데다 얼마 전 검성에게 한 팔을 잃기까지 한 두당으로선 도저히 정면에서 받아 낼 수 있는 검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당이 옆으로 물러난 순간 설풍이 소리쳤다.

“지금!”

그러곤 자신이 제일 먼저 부서진 문틈을 향해 뛰쳐나갔다.

파박!

그의 꼭 감은 눈 사이로 붉은빛이 은은하게 번져 나오고 있었다.

설풍이 문틈 사이로 뛰쳐나가며 제일 먼저 부딪친 자는 이제 무황총의 마지막 초절정 고수인 혈수마군 과간열이었다.

그는 막 두당의 뒤를 따라 틈 사이로 들어오려다 갑자기 뛰쳐나온 설풍의 모습에 황급히 쌍장을 내질렀다.

“뭐냐?!”

슈학!

하지만 이미 그의 존재를 읽고 있었던 설풍은 뛰쳐나오던 기세 그대로 쌍장을 향해 일 권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크윽!”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상상도 못 한 큰 충격에 과간열이 정신없이 뒤로 물러섰다.

목에서 피도 울컥 솟구치고 있었다.

아무리 기습이었다지만 단 한 방에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과간열은 황급히 내상을 가라앉히고 태세를 정비하려 했다.

하지만 설풍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단 일 권으로 과간열을 튕겨 낸 설풍이 쉴 틈도 주지 않고 맹호와 같이 짓쳐 들었다.

그의 반대 손이 바로 포탄 같은 일 권을 뻗어 내고 있었다.

슈하악!

다시 자신을 덮쳐 오는 설풍의 일 권에 과간열 또한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또한 이를 악물고 장을 내질렀다.

“으하압!”

다시 한번 허공에서 장과 권이 충돌했다.

콰아아앙!

“크어어억!”

과간열은 이번에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기세가 꺾인 데다 적안의 무공을 발휘한 설풍의 공력이 이미 그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설풍의 공격은 그걸로 끝난 것도 아니었다.

뒤로 튕겨 나간 과간열을 향해 설풍이 다시 덮쳐 오고 있었다.

다시 오른손의 정권이 포탄처럼 날아들었다.

슈하악!

“끄윽!”

과간열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마지막 힘을 모아 쌍장을 쏘아 냈다.

이번 힘 대결에서까지 밀린다면 다시는 만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막 쌍장과 정권이 충돌하려는 순간이었다.

설풍의 신형이 갑자기 고양이처럼 팽 회전하며 과간열의 쌍장을 흘려냈다.

이번 정권은 허초였던 것이다.

“이, 이런?!”

놀란 과간열의 눈앞으로 회전하며 후려 찬 설풍의 발이 순식간에 확대되고 있었다.

“아, 안…!”

퍼석!

그의 머리가 수박처럼 부서졌다.

뒤에서 보고 있던 다른 절정의 마두들이 합공할 틈조차 찾지 못했을 만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과간열을 처리한 설풍의 뒤로 다른 일행들이 줄줄이 뛰쳐나왔다.

그러자 두당이 노호성을 지르며 그들을 공격하려 했다.

“이놈들! 어딜 감히…!”

하지만 그는 또다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에 다시 한번 황급히 몸을 날려야만 했다.

촤아아악!

또다시 지옥 같은 일 검이 날아들었다.

선우진이, 아니 선우진의 얼굴을 한 묵랑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집중해야지. 다른 곳에 신경 쓰다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나? 어차피 죽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그러자 그를 바라보는 두당의 얼굴이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한편, 설풍의 뒤를 따라 나서유와 삭무흔이 석실 밖으로 나오자, 두당의 지시를 받지 못해 옆에서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혈마인 여인의 표정이 문득 일그러졌다.

“안 돼! 내 친구들!”

그녀가 소리 지르며 설풍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막 혈수마군 과간열을 죽였던 설풍이 그녀에게도 살수를 날리려 했다.

그때 나서유가 소리쳤다.

“죽이진 마요!”

그녀의 목소리에 잠시 멈칫했던 설풍은 자신을 향해 후려쳐오는 여인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서는 그 힘 그대로 휘돌려 던져 버렸다.

휘이익!

그러자 여인의 몸이 일행들이 빠져나왔던 석문 틈 안쪽으로 날아갔다.

쿠당탕탕!

바닥에 충돌한 그녀의 몸이 석실 안쪽을 구르고 있었다.

설풍은 더 신경 쓰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절정의 마두들에게로 몰아쳐 갔다.

이제 뒤에 남은 선우진을 위해 저들을 정면으로 뚫고 밖으로 빠져나갈 시간이었다.

***

같은 시각, 석실 안에서 대치하고 있던 두당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감히 나를 우습게 보다니! 내 진정한 지옥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겠다!”

동시에 그의 눈이 시뻘건 혈광을 발하기 시작했다.

섭혼술의 경지로 초절정의 벽을 넘어선 두당이 드디어 전력을 다해 섭혼술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화아아악!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혈광이 석실 안을 온통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한쪽에 피해 있던 흑표마저 괴로운 듯 그르릉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묵랑은 그저 웃음 지었다.

그가 선우진의 입으로 비웃듯이 말했다.

“가소롭구나. 섭혼술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다.”

다음 순간, 선우진의 눈이 황금빛으로 휘황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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