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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전선 비룡십삼대-199화 (186/359)

199화 해남파의 무사-1

선우진이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 대항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증칠이 버럭 소리쳤다.

- 감히?! 가암히?! 어린놈의 자식이 어디서 감히 이 어르신께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 더러운 해적 주제에 개처럼 두들겨 맞아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로구나!

선우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결정하기도 전에 증칠이 먼저 적들을 도발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아, 아니! 형님!”

다급해진 선우진은 바로 증칠을 만류하려 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일도살경 오익덕이 마치 증칠과 똑같은 모습으로 크게 소리쳤던 것이다.

- 뭐가 어쩌고 어째?! 더러운 해적?! 이 비쩍 마른 당나귀처럼 뼈만 남은 늙은이가 이제 뼈조차 남기기 싫은 모양이로구나?! 그렇게 빨리 죽고 싶으냐, 늙은이?!

비쩍 마른 당나귀란 말에 증칠이 광분한 것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 뭐, 뭐라고?! 비쩍 마른 당나귀?! 빨리 죽고 싶냐고?! 감히 이 어르신께?! 그래! 빨리 죽고 싶다! 어디 죽일 수 있으면 한번 죽여 봐라, 이 더러운 해적 놈아!

- 뭐, 뭐?! 내가 못 할 줄 아느냐, 이 당나귀 같은 늙은이야?!

그러곤 주변에서 뭘 해 보기도 전에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몸을 날리고 말았다.

파앙!

깜짝 놀란 선우진과 설풍이 동시에 외쳤다.

“증 형님!”

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두 사람은 벌써 서로를 향해 바다 위로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진은 그제야 일도살경 오익덕이라는 자에 대한 소문을 문득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익덕이란 자는 관우의 외모에 장비의 성품을 지닌 자라고 했던가?’

보기엔 무척 진중해 보이는 외모이지만, 실제 성격은 증칠과 비슷한 아주 불같은 자라는 뜻이었다.

비슷한 성격의 두 사람이 만났으니 한쪽도 물러설 리가 없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십 장 정도. 증칠은 순식간에 오 장 정도를 날듯이 뛰어넘어 부서지는 파도를 밟으며 다시 솟구쳤다.

촤악!

신법에서 뒤지는 오익덕이 사 장 정도를 막 날아온 참이었다.

두 사람은 마침내 바다 위 허공에서 서로 충돌할 수 있었다.

“이놈!”

“늙은이!”

붉은 강기를 뿜어내는 증칠의 정권이 바다처럼 푸른 강기를 뿜어내는 오익덕의 대도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콰아아아앙!

그러자 큰 충돌음과 함께 두 사람이 뒤로 튕겨 나갔다.

공력은 백중세인 듯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튕겨 나간 증칠이 바다 위로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던 추진력이 있을 때야 파도를 밟고 올라올 수 있었겠지만, 저렇게 뒤로 떨어지며 물을 밟아서야 그대로 빠져 버릴 것이 뻔했다.

“형님!”

휘리릭!

선우진은 재빨리 나무 조각을 던져 줬다.

그러자 암기처럼 날아간 나무 조각이 수면에 닿으려던 증칠의 발밑으로 정확히 향했고, 증칠은 그것을 밟으며 다시 한번 몸을 솟구칠 수 있었다.

타닥!

“고맙다, 막내야!”

하지만 다시 몸을 솟구친 증칠은 당황했다.

그와 상대했던 오익덕이 그대로 물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풍덩!

증칠은 어이없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잉? 뭐야? 무슨 해적이란 놈이 물에서…!”

그때였다.

물속에 빠졌던 오익덕이 돌고래처럼 다시 물 위로 솟구쳐 튀어 올랐다.

“크하하하하! 늙은이!”

광소를 터트리며 솟구친 오익덕이 위로 솟구치는 탄력을 이용해 다시 대도를 휘둘렀다.

“으하아압!”

부아아아앙!

깜짝 놀랐던 증칠도 황급히 그의 도격을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이놈!”

콰아아앙!

두 사람이 다시 충돌하자 증칠은 위로, 오익덕은 물속으로 한 번 더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여러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본 선우진과 설풍의 안색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오익덕의 수공이 너무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런 수공이라면 설사 증칠의 실력이 위라 해도 물에서는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지금처럼 실력이 비슷해 보이는 상황이라면….

거기까지 생각한 설풍은 일단 다시 주변에 있는 나무 조각을 주웠다.

지금은 어쨌든 증칠에게 다시 발 디딜 곳을 마련해 줘야만 했다.

“형님!”

휘리리릭!

설풍이 증칠을 향해 다시 나무조각을 던져 줬다.

그러자 바다 위로 떨어지고 있던 증칠이 웃으며 소리쳤다.

“고맙다, 설 이제!”

하지만 그가 막 나무 조각을 향해 발을 디디려고 할 때였다.

그의 바로 아래 수면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또다시 오익덕이 튀어나왔다.

촤아악!

“크하하하하! 땅이 그립더냐, 늙은이?!”

증칠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으윽?!”

다음 순간, 오익덕의 대도가 나무 조각을 쪼개며 휘둘러졌다.

슈하아악!

콰아아아앙!

“크으윽!”

어쩔 수 없이 정권으로 맞부딪쳤던 증칠은 이번에도 허공으로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의 표정은 이제 심각해진 상태였다.

상황이 너무 불리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물 안과 밖이 모두 자유로운 상대방과 물에 떨어지지 말아야 하는 증칠, 누가 이길 수밖에 없는지는 명약관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도 그 상황은 계속됐다.

오익덕이 계속해서 증칠을 튕겨 냈던 것이었다.

마치 훈련시킨 개가 공을 튕기며 묘기를 부리는 것 같았다.

“으하하하! 늙은이! 물이 무서운 듯하니 내가 다시 올려 주겠다! 어떠냐?! 크하하하!”

“이, 이놈!”

상황은 명확했다.

오익덕은 이제 증칠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이미 승부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더 참지 못한 설풍이 뛰어나갈 준비를 했다.

“형님을 도와드려야겠군.”

그때 선우진이 그를 만류했다.

“아닙니다, 형님. 증 형님이 시간을 끌어 주는 사이 배로 가셔야 합니다.”

“아!”

설풍은 바로 선우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차피 증칠을 도와주기 위해서 불리한 물 위로 가느니, 배 위로 올라가 발 디딜 곳을 마련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제가 증 형님을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형님은 배 위를 점령해 주십시오.”

“그러지!”

설풍은 대답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파앙!

그의 맹호 같은 신형이 바다 위를 날아 순식간에 오 장의 거리를 날아갔다.

이제 파도 한 번만 밟고 재도약하면 배 위로 날아오를 수 있을 터였다.

그때였다.

문득 또 다른 배 위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던 큰 체격의 남자 하나가 소리쳤다.

“발사!”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한 오른쪽 다섯 척의 배에서 설풍을 향해 화살이 발사됐다.

피피피피피핑!

선우진도, 설풍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아까부터 자신들이 올 것을 대비해 화살을 조준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윽!”

설풍은 이를 악물고 날아오는 화살 비를 바라봤다.

다섯 척의 배, 백오십여 명의 궁수들이 쏜 화살이 소나기처럼 빽빽한 선이 되어 쏘아져 오고 있었다.

그것도 곡선으로 날아오는 일반 화살도 아니었다.

무사들이 쏜 화살이 마치 암기처럼 직사로 날아오고 있었다.

쉬이이이익!

설풍은 순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저것들을 방어하는 것이야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있었다.

저걸 방어하는 데 힘을 써 버리면 자신 또한 바다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군!’

설풍은 어쩔 수 없이 부서지는 파도를 박차며 위로 도약할 수밖에 없었다.

화살들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촤악!

그 순간, 위로 몸을 띄운 설풍의 바로 아래로 빗줄기 같은 화살들이 파공성을 내며 지나갔다.

쐐애애액!

슈하아악!

하지만 설풍이 그렇게 공중으로 몸을 띄웠을 때였다.

발사를 지시했던 거구의 남자가 피식 웃으며 그의 체격과 어울리는 거궁의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봉황의 머리가 조각된 붉은색의 화려한 활이었다.

“후우웁.”

끼이이익!

겉으로만 봐도 엄청난 강도를 지녔을 것 같은 활이 부드럽게 당겨졌다.

게다가 대단해 보이는 건 남자와 활만이 아니었다.

시위에 먹여진 화살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화살이라기보단 투창처럼 보일 정도로 거대한 금속 꼬챙이에 푸른 강기가 맺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꼬리 부분은 얇은 은사로 연결되어 있었다.

시위를 당겼던 남자는 가볍게 그것을 놓았다.

퉁!

그러자 창이 무서운 속도로 쏘아졌다.

소리를 앞지르는 속도, 거의 빛살과도 같은 빠르기였다.

쐐애애애애액!

설풍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거대한 화살을 보며 경악했다.

공중에 떠 있기에 몸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익!”

설풍은 순간 몸을 팽! 회전시켰다.

그러고는 오른쪽 가슴에 박히려던 화살의 대를 붙잡았다.

턱!

그러자 화살에 실린 엄청난 경력에 설풍의 몸이 화살과 함께 뒤로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헉!”

순식간에 다시 해안까지 나오게 된 설풍은 화살을 놓고 해안가에 착지했다.

그러자 마치 그를 일부러 해안가로 보내려 한 것처럼 화살 또한 공중에 턱 멈추더니 다시 배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화살 끝에 달린 은사 때문인 듯했다.

설풍이 해안가로 다시 물러나자 화살을 쏜 남자는 목소리를 높여 여전히 증칠을 허공으로 튕겨 내고 있는 오익덕에게 소리쳤다.

- 이제 그만 놀고 돌아오너라, 익덕!

그러자 오익덕이 당황해 외쳤다.

“예?! 하, 하지만 형님, 이 늙은이는…!”

오익덕은 할 말이 많은 듯했지만, 거궁을 든 남자는 두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물끄러미 오익덕을 바라봤을 뿐이었다.

그러자 오익덕은 풀이 죽은 얼굴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러고는 다시 자신에게 떨어지고 있는 증칠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터어엉!

증칠은 그 충돌의 반발력으로 다시 해안가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오익덕이 일부러 해안가로 보내 준 것이었다.

“야, 이놈아! 뭐 하자는 거냐?!”

증칠의 고함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선우진은 감각을 올려 거궁을 든 거구의 남자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석상처럼 진중한 얼굴을 한 남자였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바위처럼 굳센 의지와 힘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그 외모를 본 선우진은 어쩐지 그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남파에서 초절정 고수인 오익덕에게 물러남을 강요할 수 있고, 저런 거궁을 든 거구의 남자라면….’

그때 거궁을 든 남자가 선우진을 향해 소리쳤다.

- 나는 해남파의 유해응이라고 한다! 그대가 혹시 백랑검개인가?!

선우진은 그의 이름을 듣고선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그는 유해응이었다.

해남십이가의 하나인 해남유가의 가주이자, 용왕지궁이라고 불리는 해남파의 초절정 고수.

과연 소문대로 엄청난 위력의 활, 엄청난 실력의 고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때였다.

문득 뒤쪽의 바위 뒤에 숨어 있었던 여자아이가 환호성을 터트렸다.

“유해응 님이라고?! 꺄악! 유해응 님이다! 살았어요!”

아이의 갑작스러운 환호성에 선우진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빠르게 말했다.

“유해응 님은 해남파 사람들 중에서 가장 공정하고 훌륭한 분이세요! 절대 약탈 같은 것도 하지 않고 오히려 약탈당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좋은 분이시래요!”

“아!”

선우진은 이제야 그가 얌전히 설풍과 증칠을 보내 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싸우기보단 대화를 먼저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때 유해응이 다시 소리쳤다.

- 다시 묻겠다! 그대가 혹시 백랑검개인가?!

그 물음에 선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백랑검개?”

그건 현생에서도 전생에서도 처음 들어 보는 별호였다.

그런데 유해응은 자신을 보며, 정확히는 자신의 검 쪽을 바라보며 백랑검개냐며 묻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선우진의 검 묵랑은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검집과 검파, 호수구를 천으로 감싸 놓은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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